트레센 학원에 갓 부임한 신입 또레나가 첫 담당 말딸로 맥퀸을 맡음

모든 게 서툰 또레나와 스위츠돼지 맥퀸은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조금씩 합을 맞추면서 트로피를 휩쓸고 둘 사이엔 우정과 애정 사이의 뭔가가 싹틈

황량한 가슴 대신 꽉찬 트로피 진열장과 두둑한 통장 잔고 그리고 맥퀸이 나오기만 하면 1착하니까 재미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무언의 압박 속에 이번 말챔스까지만 뛰고 맥퀸은 은퇴하기로 함

맥퀸은 말챔스가 끝나면 또레나를 메지로 저택에 업어가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려는 계획을 세움

그렇게 말챔스 결승까지 1착으로 마무리하고 또레나에게 뛰어가려는데 원래 항상 또레나가 있던 자리에 또레나가 없음

마지막 순간에 사라지다니 사죄와 스위츠를 받아내기로 결심한 맥퀸이 라이브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마주한 메지로 가문 말딸들 표정이 어두움

뭔가 이상해서 맥퀸은 자기가 먼저 은퇴해서 이길 기회가 없어진 게 그렇게 아쉽냐고 분위기를 띄워보려 하지만 별 반응도 없고 분위기는 계속 어두움

마침내 총대를 맨 라이언이 또레나가 없었던 이유는 응원하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 거라고 말해줌

새파랗게 얼굴이 질린 맥퀸은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담당 의사에게선 나쁜 소식뿐임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아무리 길게 잡아도 두달을 넘기기 힘들다는 거임

맥퀸은 자기가 누군지 모르냐면서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소리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미 너무 상태가 악화된 채라 세상의 모든 돈과 세상의 모든 첨단 기술로도 또레나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거임

그래도 아직 희망을 잃을 수는 없다며 맥퀸이 자기 재산을 탈탈 털겠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라고 병원에서 깽판 한 번 치고 진짜로 두달정도밖에 시간이 없다면 병실에 틀어박혀 시들어가는것보다 추억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또레나를 데리고 나옴

그렇게 메지로 저택으로 또레나를 데려온 맥퀸은 함께 온천여행도 다니고 스위츠 맛집 순례도 다니고 아무튼 두 달 동안 이거저거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걸 다 함

운명의 두 달이 지나고도 2주 후에도 또레나는 멀쩡했고 맥퀸과 또레나는 기적이 찾아온 거 아니냐며 서로를 껴안고 뒹굴다가 격렬한 뾰이를 여러 차례 한 끝에 같은 침대에서 잠듬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맥퀸이 마주한 것은 자신 옆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또레나의 시체였음

그 날은 야속하게도 햇살이 밝게 대지를 비추고 정원은 갓 핀 꽃으로 알록달록 물든 4월의 화창한 봄날이었음

5년, 10년, 어쩌면 20년? 그 후로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동기 메지로 말딸들도 은퇴한 지 오래고 각자 가정을 꾸려나갔음

메지로 저택에서 열린 가족 만찬, 다른 말딸들은 모두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왔지만 맥퀸은 혼자임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던 때, 아무것도 모르는 라이언의 둘째 딸, 천진난만한 다섯 살짜리 꼬맹이가 물어봄 "근데 맥퀸 이모는 왜 결혼 안 해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자리에 참석한 모든 어른들의 마음을 관통한 그 말 한 마디는 가장 무겁고 불편한 침묵을 불러왔음. 공교롭게도 메지로 말딸들 대부분은 자기 담당 또레나를 남편으로 맞이했고 그 또레나들이 혜성같이 나타나 이름을 날리고 너무 빨리 별이 되어버린 직장 동료를 모를 리가 없으니

라이언의 얼굴이 빨개지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고 황급히 야단치고 모두가 맥퀸의 눈치를 보는데 맥퀸은 미소를 지으며 결혼은 했지만 일이 바빠서 못 오는 거라고 대답함. 아이는 몰랐겠지만 어른들은 맥퀸의 미소에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배어나오는 것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음

맥퀸은 따로 나가서 살지 않고 저택의 자기 방에서 계속 살고 있었음. 방에 있는 가구며 책이며 옷이며 또레나와 함께하던 그 시절의 것들이 대부분이라 마치 그 방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음

만찬 후 방에 올라온 맥퀸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내뱉음 "또레나상, 일심동체라고 했잖아요.."

창문 밖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또레나와 함께 심었던 어린 나무. 붉은 튤립과 장미와 리시안셔스가 각자 아름다움을 뽐내는 풍경이 왠지 모르게 원망스러워지는 4월의 한 화창한 봄날이었던 괴문서 없음?

없으면 누가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