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주소 :
https://www.pixiv.net/artworks/105912645


어 왔냐? 오랜만이다 야.
한 3년만인가? 시간 존나 빠르네 진짜.
요새 경기도 안 좋은데 어떻게 지내냐? 그래? 다행이네.

나? 하 시발, 말도 마라.
대학 졸업하고 중앙 트레센 트레이너 됐을 땐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시발 개고생길만 열려갖고 뒤지겠다 지금.
왜 그러냐고?
내 담당이 시발 존나게 답이 없으니까.
내가 어쩌다가 이런 애를 스카웃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시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나기만 하면
허구한 날 어떤 애가 귀엽다느니, 최애라느니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만 한다니까?
지가 그 최애들보다 더 똘똘하고 이쁜데 왜 시발 그걸 모르냐고.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도 안 보나 몰라.
기껏 말해줘도 어버버 하면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거 볼 때마다 존나게 답답하다니까.

그리고 도대체 세상 어떤 정신나간 애가
지 최애 쫓아가겠다고 잔디랑 더트 양쪽을 달린다고 선언하냐.
양쪽 다 최애 등은 쫓아가지도 못하면서.
허구한 날 지가 1착인데 누구 등을 본다는 거야 대체.
그래도 1착했으니까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줬더니
얼굴 시뻘개져서 나한테 안겨서는 부비부대면서 앙탈이나 부리더라.
쓸데없이 좋은 냄새나 풍기기나 하고.

또 지난 주엔 얘가 훈련하느라 힘들까봐
주말에 좀 쉬라고 했더니 뭐라는 줄 아냐?
트레이너님이랑 하루종일 지내고 싶어요! 란다 시발.
아니 내가 푹 쉬라고 했지 언제 나같은 아저씨 꽁무니나 쫓아다니랬냐고.
그랬더니 얘가 어떻게 한 줄 아냐?
학원이 떠나가라 펑펑 울면서 꼭 붙잡고 놔주지를 않더라니까?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어르고 달래서 겨우 진정시켰지.

그러다가 공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물려주고 같이 걷는데
트레이너님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라더라.
시발 그게 무슨 오타니 오타 내는 소리인가, 하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까
저는 트레이너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라데?
하도 기가 막혀갖고 넌 하나밖에 없는 내 담당이다,
너같은 애는 세상에 또 없을 거다, 뭐 이랬더니
그 오타쿠 특유의 헤~ 하는 표정으로 실실 웃더라.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고 놀리니까
그 땐 트레이너님이 다듬어주세요! 이 지랄을 하는데 말이 되냐.
지금도 지 꼬리 털 빗질해주는 게 누군데.

하 시발, 여기서 내가 떠들어봤자 뭐하냐. 어차피 걘 알지도 못할텐데.
하여간 지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지도 모르는
세상 멍청한 담당이나 데리고 있는 나도 참 멍청한 놈이다.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자기 주제 파악 좀 하게 제대로 설교를 하든가 해야지 원.

어 미안. 나 먼저 좀 일어나야겠다.
내일 담당이랑 같이 온천여행 가려면 아침 일찍 나가야 하거든.
여기 계산이요... 어? 술값은 됐다고?
야, 나 중앙 트레이너야 임마. 어디서 얻어먹고 다닐 만큼 가난하지 않다고.
니 담당이랑 결혼 자금이나 모으라고? 뭐래 미친놈아.
내가 그 정도 저축도 안 했을 것 같냐?





디지털 나만 귀엽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