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동생의 몸매는 굉장하다.

야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원래 여성의 가슴이 어느정도 사이즈가 있으면 근육이랑 인대에 무리가 가서 등이 굽는다거나 가슴 자체가 쳐진다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쳐지는 문제는 직접 확인은 못 해봤지만 적어도 브래지어 없이 끈나시만 입고다닐 때 그 강력함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동생은 언제나 허리를 곧게 펴고 다니는데 딱히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깨를 주무른다거나 등허리로 손이 간다거나 하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역시 우마무스메는 인간과 다른 종이 맞다.

아무튼 그런 걸 달고 다니면서 엉덩이랑 허리도 만만치 않으니 옆에 선다고 하면 솔직히 도망가고 싶다.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동생은 곧은 자세로 다니면서 본인이 달고다니는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다보니 더더욱 드러나는 라인이 무시무시하고 대단해보인다.

전체적으로 다이나믹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사람 옆자리면 누가 와도 난쟁이, 땅딸보, 유치원생이 될 것이다.

다들 대단하게 생각하고 옆자리를 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디에 내놓아도 눈에 띄게 된다.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면,


"너 여기 왜 왔냐?"

"그냥."


동생이 지금 내 앞에 있다.

난 우리 반 노점의 매대에 있다.

동생 주변엔 마치 폴리스 라인이라도 쳐져 있는 것인지 일정 반경 안으로 사람들이 오질 않는다.

그런 사람이 야구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안경을 쓰고 나왔다.

러닝용 바람막이에 레깅스, 반바지 조합으로 겨우 여름 날씨에 가릴만큼 가리고 나오긴 했지만 누가봐도 몰래 나온 셀럽, 연예인이다.

애초에 네 키를 생각하면 이미 삼진아웃이다 동생아.

내 답답한 속마음을 모르는지 동생은 그저 이쪽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아주 광고를 해라."

"아는... 사람이야?"


반장이 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눈을 크게 뜨다 못해 이마에 주름이 질 정도였다.

그 표정이 꽤 신선하긴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반장, 나 잠깐 자리 좀 비워도 될까?"

"어... 어, 어. 가, 갔다와."


난 동생의 팔을 잡고 일단 자리를 떴다.

학교 건물 뒤편, 주차장 쪽 출입구, 대충 인적 없는 곳을 둘러보다가 그냥 적당히 사람이 없는 체육관 옆 계단에 앉았다.

동생은 묘하게 언짢은 표정이었다.


"왜 왔어?"

"그냥, 궁금해서."

"궁금해?"


동생의 말로는 일반 고등학교가 궁금했다고 한다.

문화제니까 외부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으니 그에 맞춰서 온 것 같았다.


"...근데 어떻게 알고 왔냐?"

"그냥, 어쩌다 보니."


내가 집에서 말한 적이 있던가?



동생은 적당히 둘러보다가 금방 돌아갔다.

딱히 질려서, 흥미가 없어서, 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조금 아쉬워하며 돌아갔으니 없는 시간을 내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왔을 때부터 기분이 나빠보였으니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돌아가기 전에 이렇게 같이 돌아다닌 적이 없으니 신선하다고 했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나니 동감했다.

거의 열등감 때문에 동생을 멀리했던 내 탓이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 뭔가 오빠다운 행동을 한 것 같아 괜히 우쭐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동생을 정문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노점으로 돌아갔다.

한산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혹시 나 없는 동안 바빴어?"

"..."


반장은 나를 바라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느낌 상 원망의 눈초리 같았다.


"데이트는 재밌었고?"

"뭔 소리야?"


설마 일 떠넘기고 여자친구랑 놀러다녔다고 생각하는 건가?


"오빠, 능력있네?"


비꼬는 걸 보니 맞는 것 같다.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오빠는 맞아."

"뭐?"

"여동생 있다고 했잖아."


반장은 내 말의 의미를 이해 못 하는 눈치였다.

처음엔 "뭐라는 거야." 하면서 궁시렁대다가 뒤늦게 나를 홱 돌아봤다.

휘둥그레한 표정으로, 눈을 커지다 못해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 수준으로 크게 뜨고선 나에게 물었다.


"방금 그게 걔야?"


내가 말을 아리송하게 했다 싶어서 정정할까 했는데 그것보다도 빠르게 알아차렸다.

요상한 내 화법에 용케 따라온 반장이 대단했다.


"그... 그거 뭐라고 하더라? 시스터 콤플렉스?"

"얘 뭐라니?"


나는 정색하고 반장을 쳐다봤다.

반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놀릴 생각으로 뱉은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닌가? 동생이 좋아하는거면 브라더 콤플렉스인가?"

"...우리 사이가 그렇게 좋아보여?"


반장의 반응이 워낙 진지해서 정말 그렇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동생쪽이..."

"동생이 왜?"

"...아니야, 아무것도."


반장은 그 후로 내 눈을 자주 피했다.

살다살다 내가 시스콤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런 신선함은 필요없는데...


앞 부분 짤려있길래 아예 재업함

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