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트레센 학원에는 특이한 우마무스메가 많다.


인지도를 쌓기 위한 나름의 캐릭터성을 위해서든, 아니면 단순히 그 기질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다른 평범한 학교나 지방 트레센에 비해서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괴인이라 말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의 이름을 말해보자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보는 우마무스메가 다를지언정, 사람들이 말하는 이름에는 아마 한 우마무스메의 이름이 꼭 들어가 있을 것이다.


[골드쉽]


그 이름은 우마무스메 사이에서도 이름 높은 괴인이고, 트레센 내를 제외하고 외부 팬들에게서도 이름이 높은 괴인이 아닐 수 없다.


학원 내에서 무허가로 야키소바를 만들어 판다거나, 기괴한 언행을 자주 한다거나, 본래라면 학생회장 루돌프가 사용해야 할 VR 머신을 자기가 홀라당 차지하고는 논다거나...


레이스에서 승리하고는 제 트레이너를 향해 드롭킥을 날린다거나, 레이스 뛸 기분이 아니었는지는 몰라도 옆 게이트에 있던 아이와 싸우더니 로데오를 벌이다 늦은 출발을 한다거나...


아무튼, 그런 기행으로 유명한 우마무스메다.


그런 기행이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큰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았고, 알고 보면 의외로 본인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는 것 같다.


물론, 드롭킥에 맞아 넘어졌을 때 삐끗했던 내 허리가, 간간히 비가 오는 날이 되면 좀 아려오는 것은 좀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 골드쉽의 트레이너는 다름 아닌 나다. 일전에 트레센 학원을 돌아다니다가 트랙에서 골드쉽을 만나고, 도망치다가, 결국 잡혀서 트레이너가 되었다.


우마무스메를 만난 다음에 왜 도망쳤는지를 묻는다면, 난생 처음 보는 우마무스메가 레이더 송수신기 흉내를 내며 나를 찾아 잡으려고 하는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평소에 생각해봤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당황해서든, 두려워서든, 일단 누가 나를 잡으려고 든다면 빠르게 도망부터 치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도망쳤지만 결국 잡혔고, 그대로 자루에 담긴 채로 어디론가 들려갔었다.


그리고 자루가 벗겨지고 나니, 주변은 어째서인지 야자열매가 달린 야자수가 있는 남해의 어딘가 같은 풍경이었다.


그렇게 되자, 나에게는 눈앞에서 알쏭달쏭한 소리를 하는 골드쉽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수밖에 남지 않았다.


골드쉽이 하는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말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답하자, 어느새 내가 골드쉽의 담당 트레이너가 된다는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니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나에게 없는 듯했다.


담당 계약을 맺겠다고 이야기하니, 이윽고 골드쉽은 그 답을 듣고 좋아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다음날 레이스 준비가 급하다며 나를 다시 자루를 덮어버렸다.


자루에서 다시 빠져나오니, 남해의 어딘가 같던 풍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평소의 트레센 풍경이 날 맞이해줬었다. 자루 안에 어디로든 문이라도 있던 건가.


그렇게 시작된 골드쉽과의 나날은 황당과 당황의 연속이었지만, 분명 재미있기도 했다.


골드쉽의 기행에 어울려주다 보니, 나도 기행을 벌이는 별종 트레이너로 소문이 붙긴 했지만, 그건 아무렴 좋은 일이었다.


갑자기 골드쉽이 근성 트레이닝을 하겠다면서 웃으며 끼를 부린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며 아가씨 흉내를 내는 것을 보는 것은 좀 힘들고 무서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골드쉽이 기행이 차차 익숙해지자, 이젠 조금 다른 문제가 나를 덮쳐왔다.


골드쉽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문제인지를 따져본다면 내가 문제일 것이다.


골드쉽의 기행이 익숙해지니, 골드쉽의 다른 면모가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골드쉽이.


꼴렸다.


그래. 날이 지나다 보니, 나는 골드쉽에게 꼴려버렸다. 조금 천박한 말이지만, 때로는 천박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한 경우가 많다.


애초에 고상한 말로 표현한다 한들,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이기도 하니까.


우마무스메는 미녀인 경우가 많다. 어째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마무스메 특유의 활동성이나 체질의 덕을 크게 본다는 것은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골드쉽은 미녀라고 할만했다. 아니, 미녀라고 해야 했다. 적어도 장난기 어린 평소의 표정을 버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 만큼의 미녀다.


입 다물면 미인, 입 열면 기인, 레이스에서 달리면 불침함이라는 말도 붙이었으니. 그런 말을 보면 나름 골드쉽이 미녀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은 것이다.




나는 골드쉽의 몸매도 좋고, 얼굴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집중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입이다.


평소 기괴한 언행을 즐겨하는 입. 평소에 골드쉽의 언행을 적당히 맞장구쳐주면서도, 내가 줄곧 바라보고 있던 것은 그 입이었으니까.


그 입을 뚫어져라 쳐다본 나머지, 골드쉽이 '트레삣비? 내 입은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라며 물어볼 정도였다.


내가 골드쉽을 좋아하느냐를 묻는다면, 그건 맞다. 팬이기도 하고, 트레이너니까.


차라리, 골드쉽에게 완전히 반해서, 그냥 골드쉽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마음이 편했을 거다. 그런식으로 제 담당마와 연을 맺는 트레이너는 종종 있었으니까.


그런데 입이 예뻐서 좋다고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이상할 것 같았다. '네 입에 반했다.'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골드쉽은 나를 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장난을 치고 나서 내가 있는 트레이닝 룸으로 도망쳐온다거나, 아니면 '점심 같이 먹자.'면서 알 수 없는 요리를 트레이닝 룸으로 가져와서는 단둘이 먹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처럼.


내가 뻔히 있던 트레이닝 룸에 '낮잠 자러 왔어!'라고 대놓고 말하고는, 소파에 누워서 잠드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Z..ZZ....음냐..."


"...."


골드쉽은 종종 이렇게 트레이닝 룸에 낮잠을 자러 오기도 했다. 수업은 무단결석인지, 아니면 무언가 이유를 대고 빠져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다.


굳이 낮잠을 자려면, 그냥 자기가 머무는 기숙사로 가서 잠드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


"...."


트레이닝 룸 소파에 누운 채로 잠든 골드쉽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앉아있던 책상 앞 의자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골드쉽이 내 발소리를 듣고 잠에서 깰까 살금살금 걸었다.


"ZZZ...."


골드쉽이 밴 채로 자고 있는 소파의 팔걸이 옆에 서자, 골드쉽의 잠든 얼굴이 잘 보였다.


옅은 은색을 보이는 밝은 회색빛 귀는 긴 머리카락과 같이 늘어진 채로, 헤드기어의 머리 끈에 걸쳐져 있었다.


불편할 것 같은 헤드기어는 낮잠을 잘때도 벗지 않았다. 나름의 중요한 캐릭터성이라고 말하곤 했으니, 그런 이유에서 일 거다.


"...으으.."


골드쉽은 말 그대로 곤히 잠들어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번민하며 살짝 신음했다.


이내, 손가락만 살짝 뻗어서 골드쉽의 입술을 건드렸다.


살짝 다물어져 있던 입술은 내 손가락이 자신에게 닿자, 손가락에 말랑거리는 기분 좋은 감촉을 전해주며 천천히 분홍빛 속살을 보여주며 젖혀졌다.


"우우..."


그것이 묘하게 야했다. 귀여웠다.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한순간 참지 못했다.


그 입을 간질이듯이 살짝 쓰다듬기도 해보고, 그렇게 놀았다.


잠깐의 손장난 시간이 그렇게 지나가고, 이윽고 이성이 차차 돌아온 나는 내 손가락이 젖혀버린 입술을 살포시 밀어 닫아주었다.


"zzz...."


골드쉽은 자기가 자는 동안 내가 벌인 제 입술을 향한 희롱을 눈치채지 못한 듯이, 그저 그대로 곤히 잠들어있었다.


"...후우..."


나는 골드쉽의 입가를 가지고 장난친 손가락을 눈앞에 들어 바라보다가, 이내 주먹을 쥐듯 내렸다.


그러고는 그대로 다시 살금살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찰나.


이변이 눈에 띄었다.


돌아서는 와중에 보았던, 아까와 다른 무언가.


골드쉽의 [귀]가 번뜩 앞으로 솟아있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손이 무언가에게 붙잡혔다.


"...여어-"


"....!"


"잠자는 공주님의 입술을 희롱하는 건 재밌었어? 트레이너?"


골드쉽이 눈을 떴다.


"...잠자던 공주님은 키스로 깨워야 하는 거 아니야?"


이내 골드쉽은 붙잡은 내 손을 끌어당기며 일어섰다.


"내가 정말로 자는 줄 알았던 거야?"


그런 말을 하는 골드쉽의 표정은 웃는듯, 아니면 화난듯해서,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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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봉 물리는 이야기라고 한 적 없잖아? 물려보고 싶다고 했지.


그러니 안 물리고 끝내도 상관 없지.


또 성욕글 쓰는데 서론이 길어진 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