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제목 : [괴문서] "트레이너들은 모두 호신술을 배워둬라.")


아키카와 : 주목! 지금부터 이사회 주최 은퇴 트레이너 초청 특별 특강회을 시작하겠다! 등장! 오늘의 특강 강사다!


#'주목!'과 '등장!'이라는 글자가 순서대로 나타난 특유의 부채를 펼치고는 특강 강사인 은퇴 트레이너를 강단 위로 올린다.


킹 아버지 : 자. 먼저 저를 특별 강연회에 초청해 주신 트레센 이사회와 이사장 아키카와 야요이님께 감사드립니다. 은퇴한 지 한~참 된 틀딱을 전설적인 선배님이라고 잘 포장해주시고는 이번 분기에도 특별강연회의 강연자로 초청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특강비는 내가 마누라 몰래 만들어 둔 비상금 계좌로 낭낭하게 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키카와 : 음! 준비는 다 되어있지! 유머 감각은 여전하군! 하하~!


킹 아버지 : 자. 다들 오랜만이다. 특강에서 만나는 건 거의 4개월 정도 만인가? 4개월이면 그렇게 오래는 아니라는 느낌이긴 한데, 뭐 그래도 인사치레로 이 정도 말은 용인해 주길 바란다.


#그의 농담에 박장대소가 한번 일어나는 특강 장소, 그 와중에 킹 헤일로의 담당인 젊은 트레이너가 슬쩍, 높지는 않게 손을 든다.


킹 아버지 : ...그래, 킹의 트레이너. 자네는 오래간만은 아니지, 불과 2주전에 봤으니까...됐어, 그건 넘어가고. 어쨌든 오늘 강연 주제는 '호신술의 중요성에 대해서'이다. 여기서 호신술 배워둔 녀석들 있냐? 손 들어봐.


#PPT를 넘기며 이어가는 그의 말에 손을 드는 트레이너들을 옛날 사람 특유의 '한놈 두식이'로 세다가 한명을 지목한다.


킹 아버지 : 그래. 야에노 무테키의 트레이너. 너는 배웠을 것 같았어. 뭐 배웠냐? 


무테키 담당 : 아, 전 금강팔중원류를 배웠습니다.


킹 아버지 : 금강팔중원류? 네 담당한테 배운 거냐? 그래. 다음으로 넘어가서...'카렌짱'의 트레이너, 너도 배웠다고? 


카렌 담당 : 전 합기도입니다. 


킹 아버지 : 합기도? 너도 담당한테 배웠구만. 그 외에도 몇 명 보이긴 하는데...참, 육탄전 특화 말고 검도랑 궁도는 당장 내려라...그래스 원더 T, 너 내리라고 하는 소라야.


#그래스 담당 T는 자기 이야기인줄 모르고 끝까지 들고 있다가 지목당하자 머쓱하게 손이 내려간다...


킹 아버지 : 검도랑 궁도가 내리니까 꽤 줄어들었네. 어쨌건, 호신술을 배워 둔 트레이너의 절대적 수효는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 여기서 내가 오늘 강의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주제가 뭐라고?


트레이너들 :  '호신술의 중요성'입니다. 


킹 아버지 : 그래, 호신술의 중요성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꺼내는 이유가 뭘 것 같냐? 그 딴거 배울 필요가 없다 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겠지? 맞아, 배워두면 좋다고 꺼낸 거다.


일단 '트레이너'란게, 중앙/지방 가릴 것 없이 그냥 각 트레센의 자기 담당 우마무스메들을 뜀박질 잘하라고 교육과 훈련만 시키는 직업군이 아니야. 같이 놀러도 다니면서 멘탈케어 해주고, 상담도 해주고, 언론대응도 맡아주고! 사실상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도 함께 겸한다고 할 수 있어. 유명한 스타 우마무스메 선수들의 경우에는 라이트팬 진영을 제외해도 충성팬들만 기본 수십만은 넉넉하게 잡고 들어갈 수 있지. 


카렌짱이나 오구리, 다스카, 테이오, 킹까지... 이런 녀석들의 인기는 진짜 초절정 수준이고, 여기 있는 다른 수 많은 트레이너들의 담당들도 엄청난 충성팬들을 거느리고 있을 거다.


그런데...팬들이 그렇게 많으면, 그 팬들 중에서 꼭! 분명 이상한 인간 군상들이 튀어 나온단 말이야, 그 뭐냐...[사람이 다섯 명 모이면 꼭 쓰레기가 하나씩은 있다]라는, 옛날 만화에서 나온 격언 답게 말이지? 대충 가라 계산을 해볼때, 한 우미무스메의 팬이 20만명이라고 쳐도, 그 중에서 5분의 1이라 치면 4만명...좀 넉넉 잡아서 50분의 1이라고 쳐도 4천명이다. 무려 4천명이 뭔가 좀 뒤틀린 팬심을 가진, 팬이라는 이름을 쓰는 위험한 존재들이라는 거지. 이런 사람들이 진짜 위험하다...?


얘네들이 사생팬으로 발전해서 스토킹하고,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고, 또는 트레이너랑 사귀고 있다고 담당이나 그 트레이너들에게 집요한 각종 악성 공격을 가할 수 있어. 나아가서, 흉기나 그보다 위험한 물건을 들고 물리적으로 설칠 수도 있지.


게다가 그런 놈들만 있는 것도 아니야, 안티팬들도 존재하지. 인터넷에서는 악플이나 다는 방구석 히키코모리 같은 놈들도 있지만, 쓸데없이 추진력만 좋아서 현실에서 날뛰는 분조장 같은 놈들도 있기 마련이야...그런 놈들이 너희나 담당들을 습격하면 어떻게 할래, 담당이 우마무스메니까 그냥 모든 걸 맡겨? 


#강연자인 킹 헤일로의 아버지는 약간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면서 청취중이던 트레이너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킹 아버지 : 아무리 육체가 우리보다 강한 우마무스메라고 해도...골목길에서 왠 후드 뒤집어 쓴 또라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칼같은 흉기들을 쳐들이대면 당황할 수 밖에 없어. 그 누구냐, 에어 그루브 담당 여기 있냐? 그래, 저기 있네. 세간에서 여제라고 칭송받는 저 녀석의 담당 아이도 약점이 있어. 플래쉬 터지는거나 번개치는 것 같이 갑자기 주변이 갑자기 '호롤롤로'하는 그런거. 그만큼 얘네들은 겁많은 여자애들이야...그런데 다 맡기고 방조하다간 자칫 하면 패닉에 빠져서 오히려 더 도움 안되고 다같이 엿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먼저 정신 차린 놈이 대응해야 해.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아직 학생들인 우마무스메들보다는 어른인 너희가 정신을 빨리 차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니만큼, 그런 상황에서의 대응권은 너희에게 맡겨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무조건 냅다 쳐 싸우라는 뜻이 아니야...왠만하면 상대를 설득하며 어떻게든 충돌을 피해야지. 목숨은 한 번 뿐이니까, 현실이 무슨 킹 오브 x이터즈 시리즈도 아니고...코인 찔러 넣는다고 컨티뉴가 되겠냐? 안 돼, 불가능해.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싸울 수 밖에 없어. 자신과 담당을 위해서 말이지.


내친김에 라떼를 좀 소환하자면, 나도 한 번 싸워봤다. 왠 스토커 녀석한테서 옛날 내 담당이자, 지금의 마누라 지키려고 말이지. 근데 그렇게 나대다가 결국 칼침 맞아서 진짜 골로 갈 뻔 했지만...벌써 17년인가 18년 전 일인데도 아직도 비오는 날이면 그때 칼빵당한 배때지가 무심코 욕 나올 정도로 쓰라려...카렌짱 트레이너, 너도 칼침 한 번 당해봤지? 


카렌 담당 : 예, 그렇습니다. 손만 베인 거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했었어요. 


킹 아버지 : 그래...지금 여기 있는 다른 녀석들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 한번씩 있는 놈들 있을 거야. 흉기를 든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거나, 아니면 흉기는 소지치 않았더라도 어떤 형태든 습격을 당했던 경험이 있을 테지, 손 들어봐...


#그렇게 반응을 유도한 그는 다시 한번 옛날 사람 특유의 '한놈 두식이'로 손 든 사람들을 세어본다.


킹 아버지 : ...그래. 역시 꽤 숫자가 되는구만....뭐야. 브라이언 T. 너도 당했었냐? 


나리브 담당 : 네, 저도 사쿠라 로렐에게 한번...하하...


킹 아버지 : 누가 습격했다고? 사쿠라 로렐? 그 미친년이 기어코? 어떻게 된거야? 저기, 방송반! 마이크 좀 가져다줘!


나리브 담당 : 그게 말하자면 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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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아버지 : 정리하자면...로렐이 "브라이언은 용서해줘 같은 말 안해."라고 하니까 네가 "나랑 뾰이할 때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용서해 달라고 하던데."라고 해서 진짜 죽탱이 맞을 뻔 했다고? 야, 이 미친 놈아! 그건 습격도 아니고 애초에 네가 잘못한 거잖아!? 어우, 저 또라이를 어떻게 해야 해...


#특강 강사인 킹의 아버지는 자칫하면 싸해질뻔한 분위기를 익살스럽게 갈구며 풀어냈고, 이에 특강회장은 다시 한번 박장대소에 휩싸였다.


킹 아버지 : 크흠...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생존가능성을 높여 주는 게 호신술이고, 이것을 배우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실전에 도움 되는 호신술을 배워둬. 그게 금강팔중원류던, 합기도던 좋다. 극진공수도도 괜찮고, 실전형 유도도 괜찮아. 


그래스 담당 : 검도나 궁도는 호신술에 포함 안되는건가요?


킹 아버지 : 검•궁도? 야, 이 시벌놈아! 평소에 죽도나 활 들고 다닐래?? 방금 그거 어떤 새끼가 질문한거냐? 그래스 원더 T? 어휴, 아주 지 담당이랑 똑같아요. 여자애면 모를까, 남자에가 그나마 '나기나타'냐고 안 물어봐서 다행이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아까 전과 같이 익살스러운 오버 연기를 하며 이마에 손을 짚으며 다시 한번 박장대소를 이끌어냈다.


킹 아버지 : 뭐, 좀 오버하긴 했는데...호신술을 배울 시간이 없다면 방금 말 나온대로 호신무기라도 들고 다녀...아니, 차라리 호신무기가 더 좋을 수도 있다, 특히 여자 트레이너들. 너희 트레이너 업무하느라 바쁠 텐데, 호신술 같은 거 언제 다 배우고 있냐? 죽도나 활...은 경찰한테 불심검문 당할 수도 있으니까, 호신용 전기충격기나 후추 스프레이 같은 거...삼단봉도 어느정도는 괜찮다. 일단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다니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야.


다만, 호신무기를 들고 다닌다고 해도 추가로 호신술을 배우는 걸 추천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로, 호신무기를 휴대할 수 없는 공간에서 유효해. 간혹 그런 공간에서 습격을 해오는 경우도 있거든? 너희가 안전공간의 검문을 믿는 것을 이용해서, 호신무기를 휴대할 수 없는 공간에 무기를 어떻게든 숨기고 들어간 뒤 너희를 불시에 습격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둘째로, 호신용 무기를 급히 꺼내기 힘들 때에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물론 이건 진짜 어지간히 호신술에 숙련된 사람들만 가능해서 장점이라고 하긴 뭣한데, 사례 중에는 분명 이런 경우도 있어서 꺼내는 거다.


셋째로... 음... 늬들 담당이나 이성 동료한테 사랑 받아...농담 아니야, 진짜 사랑 받아.


#킹의 아버지가 뜸을 들이다가 꺼낸, 뜬금없는 셋째 이유에 당황했는지 수군댐이 늘어났다.


킹 아버지 : 호신술 배우면서...주로 담당 앞이겠지? 담당 앞에서 그거 연습하는 모습 한 번 은근슬쩍 보여줘봐라. 그라믄 갑자기 뭣하는 거냐고 물어올 테지? 그 때 이렇게 말해줘 봐, "네가 위험할 때 너를 지켜 주려고 호신술이라도 배워둔거 단련하는 거다."라고 딱 던지는 순간~ 야, 그 순간 뻑가는 거야. 호감도가 아주 그냥~ 트레센 천장 지붕을 다 뚫고 폭풍 상승할걸? 그것 말고도 호신술 배우면서 절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너희들의 단련된 복근이나 흉근, 팔뚝이라도 은근슬쩍 슥슥 보여줘봐. 그 날 남자들 저녁은 늬들 담당이 요리한 장어구이에 마늘구이 같은 거 먹는거고, 담당들 속옷도 란제리나 본인들이 아껴 온 승부속옷 같은 걸로 싹 바뀌는 거야. 여자들은 남자들 대쉬 받거나, 카리스마가 늘어서 말 안 듣는 담당들도 훈련 잘 따라올걸? 백이면 백이지. 그러면서 너희한테 은근히 엉겨오면서 머리 쓰다듬고, 머리 기대고, 남자애들한텐 슬쩍슬쩍 오늘 날씨 너무 덥지 않냐고 하고 같이 샤워라도 어떻냐고 하고...거기까지 왔으면 그럼 너희는 그냥 그날 밤 잠 다잔거지.


#다시 수군거림이 이어지다가 장난스러운 야유가 쏟아진다, 그럴리가 있겠냐면서...안 좋은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킹 아버지 : ...응? 안 좋은 거 아니냐고? ...젊을 때 즐겨 둬, 새끼들아. 지금이 좋은 거니까...그리고, 굳이 우ㅏ뾰이, 인간뾰이를 거론치 않더라도, 일단 담당한테 사랑받는다는 건 좋은거다. 어차피 너희들 대부분, 특히 남자들은 담당이랑...뭐 담당이 당장 연애에 관심 없는 아이라면 늬들 옆에 있는 여자들이랑 사내 연애하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냐? 꼴에 내가 너희 대선배다, 이 연놈들아...그 중에는 나아가 결혼까지 가는 녀석들도 엄청나게 많을 거야. 그런 녀석들한테 충고하는데, 호감도 땡길 수 있을 때에 이-빠이 땡겨놔야 나중에 결혼할 때 구박 많이 안받는다. 그리고 담당을 위해 호신술을 배워둔다는 건 정말 많은 호감도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고 하니까...날 봐라. 그날 배때지에 칼빵 한 방 꽂혔던 걸로 약간 후유증은 있어도 지금까지 18년 동안 뒤집어쓸 마누라의 바가지를 전부 다 박살내고 있다니까?


어쨌든, 그런 점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배워두는 거 나쁘지 않아. 한 번쯤 배워봐.


...참, 끝내기 전에 혹시나 해서 경고 차 말하는데, 늬들 담당이 발정기 와가지고는 독점력 켜져서 힘으로 강제 역우마뾰이 하려 한답시고 덮칠때...그 때는 호신술 같은 거 절대 쓰지 마라, 오히려 귀엽다고 늬들 아끼는 옷 다 찢어지는 등 역효과 나고 다음날에 파스 붙이고 움직일 거 못 움직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걸 왜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새끼들아. 내가 그 짓 했다가 진짜 그 날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으니까...뭐 그래도 그 덕에 지금의 킹이 태어나긴 했지만...아무튼 너희는 이 선배의 우를 범하는 전철을 똑같이 밟지 않길 바란다!


자. 오늘 강의는 이걸로 끝. 이사장님은 이따 계좌로 특강비 정산해서 쏴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 저는 이만 트레센에서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이번 '도쿄 스프링 패션쇼' 일정 다 끝났다고 소파에 누워서 TV나 보고 계실 제 마누라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집으로 돌아갈랍니다! 아. 가기 전에 우리 딸이나 한 번 만나러 가야겠네, 어이! 킹 헤일로 담당, 킹 어디 있냐? 


킹 헤일로의 담당 : 시간을 보니까...지금 트레이너실에서 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킹 아버지 : 오케이, 앞장서라. 아, 나머지 인원은 바로 늬들 하던거 하러 돌아가도 좋다! 특강 진짜 끝났으니까 말이지.


아키카와 : 수고! 강연자도 청취한 자네들도 고생 많았네! 그럼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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