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제가 하는."


"...복수."



익숙한 검은 빛 머리카락 사이의 한줄기 흰색의 유성.


그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는 주홍색 눈동자는 노기를 품은 탓일까. 그 눈동자는 붉으면서도 검게 물든 듯하였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의 아래. 살짝 다물어져 있던 입술은 나에게 제대로 기억하라는 듯이, 나에 대한 복수를 선언했다.


그전까지의 친근하게 대하던, 아니 친근하게 대하는 것처럼 연기하던 입술이 복수라는 말을 내뱉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복수라. 나를 향한 복수...


"...무엇을 위한 복수야?"


키타산이 내게 건네주었던 동생의 차용증을 다시 한번 흘깃 쳐다보고, 이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렸던 동생에게 시선을 잠시 향한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알고 고개를 푹 숙이고 벌벌 떨고 있었던 동생은, 나와 키타산의 대화를 듣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듯. 어느새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겁먹은 생쥐마냥 눈을 돌리다가, 이내 자기를 바라보는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미안...형..."


그렇게 시선이 마주치자, 동생은 쥐방울만한 말소리로 말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 숙여 시선을 피하며 벌벌떠는 동생에게서 다시금 시선을 돌린다.




내 시선이 향하는 것은, 키타산이 졸업하기 전. 트레이너 실에서 한때를 보낼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눈앞의 의자에 앉아있는 키타산을 향해서이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의 단란했던 분위기가 아니다.


눈앞의 키타산은 더이상 웃고있지 않으며,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나 그 눈동자에 품은 것은 예전과 같은 친근감이 아니다.


그 눈동자에 비추어지고 있는 것은 예전과 같은 '나'이지만, 그 눈동자에 품은 감정은 예전과 다른 것이다.


키타산의 가족이 어둡고 블랙스러운 일을 가족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언뜻언뜻 알게되는 일로 알고 있었다.


다만 키타산은 그런 가족의 가업과는 다르게, 밝고 건전한 꿈을 품은 아이였다. 그것은 내가 함께했던 일이었으니까.


뛰어난 성과도 거뒀다. 키타산은 은퇴 레이스에서조차 다른이들이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내며 그 끝맺음을 내었으니까.


친구이자 라이벌이던 사토노 다이아몬드조차, 설령 다른 누구라고 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답고 강건한 끝맺음을 내었다.


그렇게 나와 키타산의 이야기는 끝맺음을 내었다.


...그렇게 끝을 맺으려했다. 누가 봐도 아름답고, 강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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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산의 마지막 레이스였던, 그리고 은퇴 레이스였던 URA 파이널즈 결승전 후의 지하마도에서.


"트레이너 님...."


"나도 키타산을 사랑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은 아니야."


나는 키타산과의 관계에 끝맺음을 내었다.


트레이너로서, 담당마로서. 개인적인 친분, 그 이상의 연은 맺지 않기로 다짐함으로서.


"싫어요... 트레이너님. 제발-"


키타산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음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음의 차이는 명확했다.


나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키타산에게만 있는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문제이기도 했으며, 우리 둘 모두에게 있는 문제이기도 하였다.


"-저를 떠나지 마세요..."


그럼에도, 매정하게 애원하는 키타산을 그 어두운 지하마도에 홀로 버려두듯이 떠났던 것은, 적어도 나의 잘못이라 할만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 이순간만큼은 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키타산이 품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홀로 걸음을 되돌아 걸었다.


URA 파이널즈 결승전에 출주하기 직전까지, 나는 키타산과 함께 걸었으나. 돌아가는 발걸음 소리는 오롯이 내 걸음소리 하나 뿐이였으며. 그 뒤편에서는 한때 같이 걸었던 이의 울음소리가 배웅하고 있었다.


그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수였다. 아니 실수조차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 잘못이었다.


내가 그렇게 어두운 지하마도에 버려두고 왔던 아이가, 이제 그 어둠에 물들은 채로 돌아왔으니까.


그것은 가족의 가업 문제나, 단순히 키타산이 언젠가는 빠져들었을 어둠같은 것이 아닐 것이다. 키타산이 물들은 어둠은, 내가 내버려두고 왔다는 어둠에서 기인한 것이었으니까.


그 마음을 받아들여주지는 못해도, 그 지하마도에 홀로 내버려두고 온 것은 분명한 나의 잘못이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가 혼란스러워서, 거절할 수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라는 변명은 이제 나 스스로조차 설득하지 못할 거짓말의 한 종류였다.


적어도, 그때 손을 잡아주면서 같이 걸어 빠져나와야 했다. 그 마음을 포기시키지 못하더라도, 어둡고 검게 물들도록 내버려두지는 말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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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부터 세달이 지났다.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긴 시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키타산은 바뀌었다.


내 동생이 키타산의 파칭코에서 진 빚이 아니더라도, 키타산은 언젠가 나를 다시 찾아왔을 것이다. 내가 포기시키지 못한 마음은 검게 변색된 채로도 남았으니까.


"...그래서, 동의하실거에요? 트레이너 씨?"


키타산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나는 계약서를 흘깃 바라보았다.


동생의 채무인 2000만엔. 그것으로 키타산은 나의 시간을 사겠다고 한다.


1년.


키타산이 살 수 있는 나의 시간은 키타산과 함께했던 시간의 반의 반이 조금 넘는 1년이다.


거부할 수도 있다. 굳이 악다구니가 아니더라도, 정론적인 말로 키타산을 물러서게 해보려 시도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결국 키타산은 단지 내동생에게 화풀이를 하고, 다시금 나에게 찾아올 구실을 찾으려 할테지.


"...하지."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 계약서에 내 서명을 적어넣었다.


내 서명이 적힌 계약서를 받아든 키타산은 이내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웃고있지만, 그 눈동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에 담긴 그 감정은 무엇인가.


내가 바라봐주지 않았던 눈동자는 다른 무언가를 품었는가.




애정인가. 분노인가. 증오인가. 아니면 배신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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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글이다. 그게 맞는 생각이다. 이건 제대로 생각을 하고 쓴 글이 아니다. 


빈자리가 느껴진다면, 맞다. 이건 그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