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친근한 사람에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묻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당장, 지금 눈앞의 스페가 장난기와 호기심이 어린 눈을 한 채로 나의 '이상형'에 대한 것을 물어오고 있었으니까.


"음.... 글쎄~?"


"그러지 말고 말해주세요~~"


살짝 곤란하다는 듯이 넘기려고 했지만, 다시 재촉하며 물어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통하진 않을 것 같다. 


...예전에 내가 학생이었을 때. 교생 선생님에게 비슷한 종류의 물음을 던지고 다른 애들이랑 같이 신나게 교생 선생님을 놀렸던 기억이 난다.


죄송합니다, 교생 선생님. 


그땐 제가 너무 어렸어요. 그 업보를 지금 와서 치르고 있습니다.


"말해주세요오~ 궁금하단 말이에요~ 트레이너 씨이~"


그때 나와 다른 애들이 그러하였듯이. 스페는 포기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장난기로 가득한 눈을 번뜩이며, 웃음짓는 입을 살짝 혀로 핥는 것은 무서울 정도다.


아마도, 적당히라도 답해주지 않으면 놓아주질 않겠지.


"으음... 그렇게 듣고싶다면야... 말해줄게."


"예~!"


"내 이상형은 말이지..."


이상형에 대해 말을 꺼내려다 뜸들이면서, 이내 나는 기뻐하고 있는 스페의 얼굴을 훑는다. 


당연하게도, 내가 진짜 이상형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그럴듯한 것을 꾸며서 말하면 되고. 애초에 내 이상형이 무엇인지는 나도 감을 잡기 힘든 종류의 것이니까.


다만, 스페의 특징과 겹치는 종류의 특징을 말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자신의 특징을 눈앞에서 말하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렇기에, 스페의 얼굴을 훑어보며 생각하고 입을 연다. 


일단은....


"일단은. 나보다 연상이었으면 좋겠어."


"에?!"


"...나도 아직 이십대라서 말이지. 살짝 나이 많은 정도는 괜찮달까? 연상의 누님에게 살짝 의지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


나이는 되었고. 그 다음은... 


스페의 살짝 가라앉은 갈색 빛의 우마미미가 눈에 띈다.


"음. 그리고 인간이었으면 좋겠어"


"예?! 우마무스메가 아니라요?!"


"뭐... 그렇지? 우마무스메가 달리는 것을 옆에서 보고 도와주고 싶어서 트레이너가 되기야 했지만... 이성적인 취향도 거기에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우..."


스페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한숨 쉬었다.


그런 한숨과 상관없이, 나는 살짝 숨을 고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말할만한 건 뭐가 있을까... 


아.


"그리고, 금발의 미녀였으면 좋겠어."


"금발의... 미녀요...?"


"응. 조금 서양틱한 사람이랄까..."


우마무스메는 종의 특성상 인종적인 특징이 조금 종잡을 수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으니, 이렇게 말해두면 적어도 같이 외출하거나 했을 때 내 이상형인 사람을 봤다며 뭐라고 하진 않겠지.


"음... 그러니까 트레이너 씨의 취향은 우마무스메가 아닌 연상의 금발 미녀..."


"응.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누님... 어쩌면 어머니 같은 존재일까."


누님을 넘어서 어머니를 운운하니 창피하지만, 어차피 적당히 꾸민 것이니 상관 없겠지.


"네. 알았어요. 트레이너 씨의 이상형!"


조금 이상한 이야기였지만, 스페는 그것으로 납득한 것인지 법봉을 내리치듯이 손을 탁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저희 집에 가시는 건 나중에... 아니 취소하고 그냥 이 주변에서 노는 게 어떨까요?"


"응? 어머님 뵈러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