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조선어) : "(대사)"

일본어 : [(대사)]

다른 좋은 일본어 대사에 칠 기호 찾습니다. ' '는 당연하지만 못 씀.


 나는 사쿠라 바쿠신 오의 트레이너, 한국인이다. 중학교 시절 우마무스메 경주의 매력에 빠져 그녀들을 1착에 앉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여,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는다는 매우 강력한 도박수를 둔 결과, 같은 나이의 다른 애들이 1년도 안 남은 수능을 준비할 때 한국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 시험에 합격하여, 트레이너로 취직하였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나의 능력은, 완벽했다. 담당마가 유력 우승후보를 뚫고, 최외곽에서 출발해 로컬 G1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었다. 내 능력을 인정하여 한국 트레센에서 일본 트레센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나를 리스트에 올린 것이었고, 그래서 지금 일본의 중앙 트레센에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 상부의 독단적인 결정은 한국 단체의 공통분모인 것 같다. JLPT도 없는데 명단을 올려서 반년을 일본어에 매진하여 겨우 N1을 딴 것이다. 아, 솔직히 말하면 반 풀고 반 찍었는데 찍은 거 반이 맞았더라. 청해가 역대급 물난이도였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군대도 트레센 입사 전에 미리 다녀왔겠다ー한국 트레센은 남성이라면 군필자만 채용한다, 이 기회에 한국 트레센을 때려치고 일본 트레센으로 완전히 이적했다. 


 오늘도 바쿠신의 트레이닝을 지도한다. 사쿠라 바쿠신 오를 다루는 것에는 나만한 존재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중장거리 주자로의 도전을 노리고는 있다만, 1400보다 먼 거리 이후로는 커버가 힘들어서 내가 한 말이, '1200을 3번 뛰면 3600이고, 1200, 1600, 1200으로 3번 뛰면 영국의 4000짜리 경주를 한 번 뛴 것과 똑같다!'란 말이다. 그걸로, 군말없이 단거리 노선에 집중케 만든 것이 능력이 좋은 것 아니고는 뭔가? 아, 이건 그냥 바쿠신의 지능이 부족한 것인가.



 [오늘의 트레이닝은 여기까지. 오버 트레이닝도 안 좋으니까, 들어가서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뭐, 들어가서 쉰다고 해도, 알았다고 해도, 어차피 내 꽁무니를 따라 트레이너실로 따라 들어올 것이다. 히토미미는 꽁무니도 없지만, 그건 넘어가자. 그런데 트레이너실 앞에 가보니, 행정실에 방문하라는 종이가 문에 붙어있었다. 


 [저기 바쿠신, 잠시 행정실 좀 다녀와야겠다. 아무래도 방문하라는 거 봐서는 택배일 거 같은데...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래?]


 [쵸왓? 택배입니까? 학급위원장으로 이를 '관철ー일본어로 '칸떼쓰'.'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바쿠신, 혹시 '관찰ー일본어로 '칸사쓰'.'을 얘기하려 한 거니? 아니, 그것보다 '관찰'이라고 해도 문장이 이상하지 않아?]


 [어찌 됐든! 제가 '박신'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도와주고 싶으면 따라와도 돼.]


 행정실에 가보니, 내 명의로 온 소포가 2개 와있었다. 하나는 바쿠신의 팬 분께서 보내주신 당근 과자들이었다. 뭐 간단한 편지도 함께 들어있고, 내 담당이 '스타' 같은 노선을 밟고 있는 것이 체감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젠장할, 올 게 왔구나. 배송지를 집이 아니라 학원으로 찍은 김치 1kg이었다. 과자들을 바쿠신에게 맡기고 내가 김치를 들려 했건만, '그 건 저한테 맡기시죠!'라고 하면서 강제로 상자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상자에 붙어있는 송장(에 적힌 한글)을 보곤, 내게 말했다.


 [쵸왓? 트레이너 선생님 조센징이셨습니까?]


 아무래도 내 담당은 혐한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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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사쿠라 바쿠신 오입니다! 조만간 있을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1200m)를 위하여 렬심히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급위원장으로 모두의 모범이 되기 위해 더비 경 챌린지 트로피(1200m)와 마일 챔피언십(1600m)를 출주하며, 이번 레이스까지 총합 4000m를 뛰는 초장거리 스테이어의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트레이너 선생님의 령도, 아니 지도 아래서 장거리 로선을 달리다 보니, 처음으로 경주를 시작한 지 거의 3년이 지났습니다! 여러 좋은 성적들을 남기기도 했고...그러다보니 집안에서도 트레이너 선생님을 뵙고 싶어한다고 련락이 왔습니다! 저희 집안이 일본 내에서 차별을 받는 쪽의 계열이다보니, 그럼에도 호성적을 남기는 저와 그 영광을 빚어낸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깊은 감명을 받으셨다 하시더군요! 


 그런데 안 그래도 오늘 트레이너실에서 그 얘기를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택배 송장에 조선글이 적혀있었고, 거기에 '김치'라고 적혀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통 일본인들은 김치를 먹는다 해도 택배를 부쳐서 먹지는 않는데, 반도에서 오는 택배로 먹을 정도면 조선인이라는 것! 그런데 이상합니다. '트레이너 선생님 조선인이셨습니까?' 라고 여쭤보니,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셨습니다...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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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아무래도 내 담당은 한국인을 싫어하는, 소위 '혐한' 성향의 우마무스메인 것이 틀림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센징'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트레이너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나 가까웠었나? 이제 들어가서 뭘 해야 하지? 할 말이 없다. 


 [트레이너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바쿠신은 계속해서 말을 걸고, 나는 거기에 대답을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결국 이 말 말고 할 것이 없었다.


 [저기, 바쿠신. 역시 아까 상자 바꿔들 때 손목을 삐끗한 것 같아. 보건실에 좀 가야할 것 같으니까. 상자만 놓고 돌아가줄 수 없겠어?]


 [그렇습니까? 오늘 드릴 말이 있는데...]


 [아, 미안. 좀 얼얼해서. 아무래도 그동안 삐끗한 것과 차원이 다른 것 같아. 당장 가볼게.]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뵐지는 모르겠다. 아, 뵈야겠구나. 본인이 혐오하던 족속이 담당이었다는 것에 지금 환멸을 느끼고 있을테니, 아마 내일 계약 해지 서류를 들고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쪽에서 미리 계약 해지를 요청해야 한다. 그래도 내 담당 바쿠신을 자기 마음대로 트레이너를 갈아끼우는 놈으로 욕을 먹는 일은 할 수 없다. 아아,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한다면, 그 때는 일본인으로 태어나고 싶구나. 라고 생각하며, 트레이너실을 나섰다.


 [어라, 트레이너 씨, 혹시 뭐 두고 가신 거라도 있으셨나요?]


 [안녕하십니까, 하야카와 씨. 혹시, 계약 해지 서류 양식 좀 주실 수 있습니까.]


 [네? 계약 해지 말씀이세요?]


 계약 해지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행정실을 방문하여, 마침 거깄던 이사장 비서에게 말을 하니, 매우 크게 놀란다. 하긴, 갑자기 3년이나 잘 담당하던 트레이너가 계약 해지 서류를 요구한다니. 있기 힘든 일이다. 나도 어제까진 생각도 못 했고.


 [예. 아무래도 담당의 가치관이 저에게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아...알겠습니다.]


 고마웠다, 바쿠신. 다음 생에는 일본인으로 태어나주마. 그 때는 다시 너의 앞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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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너 선생님이 이상합니다. 어제 저녁에 '조선인이셨습니까?'란 질문을 듣고 갑자기 모든 말들을 얼버무리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손목을 삔 것 같다면서 급작스레 나가셨습니다. 그 때까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오늘 아침이 오니 전부 눈치채게 됐습니다.


 [바쿠신 양, 당신이 가져올 것은 여기 있습니다. 미리 끝내죠.]


 [쵸왓!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오늘은 만우절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제도 만우절은 아녔겠지요.]


 갑자기 정신이 나간 듯한 멍한 시선으로 저를 보면서, 계약 해지 서류를 대뜸 들이대셨습니다. 그 '조선인입니까?'란 질문이 문제였던 걸까요? 그렇군요...아무래도 트레이너 선생님은, '조선인입니까?'란 질문에도 화낼 정도로 조선을 싫어하시는 분이셨나 봅니다. 공화국의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라던가, 남조선 놈들의 민단이라던가, 그런 것들도 전부 싫어하실 정도로. 그렇지만, 그런 질문 하나로 계약을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바쿠신 양.]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우리들은 안 맞는 코드였던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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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것 아는가? 한국의 전자기기들은 220V의 전압을 사용한다. 그에 비해 일본은 110V의 전압을 사용하고. 한국의 전자기기와 일본의 전자기기는 코드가 맞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 생산지부터 달랐기에, 맞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안 맞는 코드라니, 무슨 얘긴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제 농담이라던가 거짓말은 그만둬 주십시오!]


  바쿠신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인이 그렇게 혐오하던 한국인에게마저 멸시받는 것에 대한 분노의 뜻이겠지. 이제 가면을 쓸 필요도 없다. 사투리는 쓸 줄 모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워들은 사투리를 섞어 말한다. 분노를 더 끌어올리면 바쿠신도 아마 사인에 응할 것이다.


 "하하하...마."


 [트레이너 선생님! 제가 뭐 잘못한 것 있습니까? 용서해주십시오!]


 바쿠신은 아직 내가 한국어로 말하는 사실을 모른다. 당연하다. 아직 운도 안 뗐으니까.


 "솔직히 말해봐라. 니가 그짓말 까고 있잖나. 니 한국인 싫어하제?"


 "그럴 리 없잖습네까! 트레이너 동지야말로 조선인을 싫어하시는 거 아닙네까!"


 "어?"


 [쵸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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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외의 전개다. 한국어로 말을 하면 '알아듣지도 못할 말 하지 마십시오!' 라던가, '더러운 한국어 그만두십시오!' 라던가, 개인적으론 더 심한 인격 모독까지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평안도 사투리 억양이 섞인, '진또배기' 북한말이었다.


 [저기, 바쿠신? 그...할 줄 아는 거야? 할 줄 아는 거면 다시 한국어로 말할 수 있어?]


 "당연한 것 아니갔습네까! 조선인 집안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압네다!"


 바쿠신은 '한글'을 안다. 그래서 송장을 보고, 본인의 집안에서 쓰는 글로 안 것이다. 그런데, 바쿠신은 '북한' 쪽 사람이다. 그래서 '조선'이라고 한국을 부르고, 그래서 '한국인'을 '조선인'이라 부른 것이다. 란 생각이 머리 속에 나니와의 하얀 번개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 순간, 실소와 함께 절로 눈물이 나게 됐다. '아, 나를 싫어하게 된 게 아녔구나.'란 안도감 때문인 것 같다.


 "미안하다, 바쿠신...난 그저 너가 '조센징'이라고 해서 한국인들을 싫어하는 줄 알고..."


 "일 없습네다, 동지! 공화국 북반부든, 남반부든, 똑같은 조선인 아니겠습니까!"


 "그냥 너가 바쿠신한 거 뿐이었구나...다행이다..."


 "그건 일 있습네다."


 한바탕의 소동이 있고, 나와 바쿠신의 계약은 당연하지만 해지되지 않았다. 이번 오해가 서로의 관계를 깨뜨릴 뻔했지만, 오히려 더 굳세게 만들어준 것 같다. 아, 코드 얘긴데, '어댑터'를 달면 110V와 220V의 상호 교차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들의 어댑터는 뭘까? 한국어인지, 조선어인지. 아니면 다른 건지. 아직 '어댑터'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들어가서 쉬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바쿠신!]


 무엇이 어댑터인지는 몰라도, 어찌 됐든 쓸 수는 있다는 것.


 "그런데 바쿠신, 혹시 저번에 말하려고 했던 건 뭐였어?"


 "아, 그 거 집안에서 한 번 뵙고 싶다고 한 거..."


 "조총련은 엮이면 남조선 법에 걸리는데, 혹시 트레센 근처에서 만나는 건 안 될까?"


 "알겠습니다! 집안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내가 남조선 사람이란 건 말하지 말아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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