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산 블랙의 웃는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표정이다, 저건.




"그, 그게......"




"분명 어디 간다고 이야기도 안한거 같은데......"




이사회의 비호는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트레이너 시절 그녀들에게 내 고국이 어딘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가, 감으로......"




감으로?!




키타산의 재능은 그 정도 수준이었던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사회의 비호 뿐만 아니라 나의 멍청함 탓에 겨우 일본에서 한국까지 가는데에 한 달이나 걸렸었다. 


몇 시간이면 왕복할 거리를 한 달 동안이나 전 세계를 거쳐서 도착한건데......




"언제 알아낸건데?"




"1년 전에, 에에에에, 가 아니고! 하루 전이에요!!"




"...방금 1년 전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하핫~! 트레이너 님! 농담도 심하시네요! 트레이너 님께서 어디로 간다고 말씀도 안하셨는데 그걸 바로 알아내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1년 전이라고 한 건 키타산인데......"




"잘못 들었거나 제가 혀라도 씹었나보죠. 왓쇼이! 아하하하...!"




"......"




하긴.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있나.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할 수단을 나는 알고 있다.




"트레센에 얽힌 가문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우극......!"




키타산이 심장에 화살이라도 맞은 것처럼 상체를 굽혔다.




"아니야?"




내 말에 키타산은 괴로운 표정으로 끙끙 댔다. 태생이 솔직해서 거짓말을 못하는 그녀다. 그녀의 거짓말할 때의 버릇쯤은 훤히 꾀고 있다.




"다, 당연히 아니죠......! 그 콧대높은 명가 주인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부탁하는 행동 같은 거, 트레이너 님 말고는 아무도 못한다고요?!"




"음......"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내가 했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안돼......"




가면이 있을 때나 가능한 짓이다.




가면이 부숴진 나에게는 무리다.




"그럼, 정말로 감?"




"물론이죠! 제가 트레이너 님을 찾을 방법은 그것 말고는 없다구요? 트레이너 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1년을 간신히 참고 동해 바다 물 위를 달려왔습니다!"




"물 위에서 달리는게 가능했었나......?"




"그럼요! 이 6성 우마무스메, 키타산 블랙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댯?!"




아니, 애초에 5성이 최대잖아.




그리고 지금 혀 씹었다고? 거짓말에 혀가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거야?




아니, 그보다 우리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래.




"아앗?! 못 믿으시는군요?! 트레이너 님을 향한 일편단심의 제 마음을 못 믿으시는군요?!?!"




"으아아아......! 미안해! 믿어! 믿으니까 가만히 있어!"




서운하고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이 자기 가슴을 퉁퉁 치는 행동에 기겁하고 말았다.




밥상머리 앞에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럼, 다녀올게."




"네!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을 내조하는 안사람의 마음으로, 이 키타산 블랙!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너무 거창한데."




고작 편의점 알바 가는데.




"거창하다니요! 사회생활도 일종의 레이스! 트레이너 님께서 가는 곳이라면 저는 어디든 응원합니다! 아니, 그보다 따라가고 싶어요!"




"아니, 그건 관둬......"




키타산이 옆에 있다간 편의점에 손님이 너무 와서 피곤해질 것이다. 적게 일하나 많이 일하나 시급으로 보상 받는 알바생으로서 솔직한 마음으로 편하게 일하고 싶다.




분명 키타산 때문에 들어온 손님들은 나가질 않겠지.




편의점 내의 인구밀도가 높아져서 어쩌면 질식할지도 몰라.




그건 곤란해.




"그럼 휴게실에서 기다리면......?!"




"미안. 그것도 안돼."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귀를 파닥이며 흥분한 키타산의 말을 막았다.




설령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키타산이 주변에 있다는 생각만으로 몸이 굳어서 삐걱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오늘 당장 일자리를 잃고 백수가 되겠지.




"...그런가요......"




"......"




너무 침울해 하는데......




그렇게 따라가고 싶었나?




하지만 키타산은 다시금 귀를 쫑긋 세우며 금세 부활했다.




"아! 하지만 이게 집에서 기다리는 부인의 마음이라는 걸까요?! 살짝 감동했을지도!"




"...부활이 너무 빠르잖아."




아무리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지만 이건 거의 갈대가 허리디스크 걸릴 정도의 태세전환이다.




"그럼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돼?"




"네! 당신의 애마를 믿어주세요!"




그녀의 배웅에 몸을 돌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자, 그럼."




상황을 정리할까.








"일단 에어 샤커와 심볼리 루돌프. 둘 중 하나는 협력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으면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 땅에서 나를 바로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루 전? 


누가 믿을까. 그런 허접해 빠진 거짓말.




키타산의 거짓말이 나한테 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어쩌면 둘 다 협력했을 수도 있지."




자신의 흥미본위로 움직이는 에어 샤커, 그리고 트레센의 실세이자 융통성이 있는 심볼리 루돌프.




원래라면 그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힘들지만.




"...그 이유가 나를 데려오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해."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든, 혹은 여전히 신뢰를 갖고 있든 그녀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는 나에게 이롭지 못하다.




배신감을 느꼈다면 진즉에 나는 죽은 목숨이다. 자신이 옳다는 절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우마무스메라는 종족은 선택과 판단에 망설임이 없다. 


나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1년 전에 트레센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도쿄만의 물고기 밥이 되었겠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들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때문에 그 설득을 위해 키타산을 보냈다.




"...라는 결론이 되려나."




의문인 점은 그 두 명의 방식치고는 너무 상냥하다는 것일까.




내가 아는 그녀들이라면 일단 나를 트레센에 던져놓고.




"어디 한번 도망쳐봐 트레이너. 그 또한 나름의 여흥일테니."




내 사방팔방을 듣도보도 못한 기계와 경비 병력으로 둘러쌓고 그런 말을 내뱉을 인물들이다.




"으......"




상상했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화, 화장실 어디 없나?




그나저나 그렇다면.




"주도를 한 인물이 따로 있다."




키타산과 한 명 내지는 두 명의 핵심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




그리고 다수의 우마무스메에게 협력을 얻어 일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




결정적으로 나를 되돌아오게 만들 것 같은 인물.




"메지로 맥퀸, 에이신 플래시, 비와 하야히데......"




이 정도일까.




그리고 만약 이 일에 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협력하고 있다면.




나에게 신뢰를 갖고 있고, 나를 되돌아오게 하는 일에 협력할 만한 우마무스메.




"오구리 캡, 다이와 스칼렛, 마치카네 탄호이저......"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밖에 없지만 아마 이중에 절반은 맞췄을 것이다.




그녀들은 정이 많으니까.




그리고.




"...따라왔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봤다.




음.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다지 신뢰 가지 않는 나의 감으로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아닌가......? 키타산이라면 따라올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말은 잘 듣는 편이지만 '그 키타산 블랙'이다.




이상하게 내가 얽히면 어린애같은 면이 생겨서 '헤헤, 서프리아즈의 키타산 등장입니다! 왓쇼이!'하면서 청개구리같이 뒤를 밟았을 수도 있다. 


솔직히 높은 확률로 그 가설에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하긴."




자기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발작을 해대는 내 모습을 보면 그 어린애 같은 키타산도 이번만큼은 얌전히 있으려고 할 것이다.




하도 테이오에게 당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민감했던 모양이다.




"괜한 의심을 했네......"




어쩐지 키타산에게 미안한데.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헤헤, 서프라이즈의 키타산 등장입니다! 왓쇼이!"




하며 현관문을 닫은 그녀는 그 즉시 트레이너 몰래 뒤를 밟기 시작했다.




'트레이너 님께서 일하시는 모습! 저 혼자 독점할 거라구요~?!'




그러나.




10분 뒤.




'으아......! 으아......?! 들켰어요?! 들켜버렸습니다?!'




혼잣말을 중얼중얼 내뱉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키타산은 경악했다.




쌍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프라이즈 당한 것은 키타산이었다.




'......'




몇몇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일에 협력자의 이름이 모두 언급되는 모습에 키타산은 영혼이 탈출하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아닌가......? 키타산이라면 따라올 것 같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도는 트레이너와 눈이 마주칠 뻔한 키타산은 황급히 간판 뒤로 몸을 숨겼다.




'트레이너 님이 저를 생각했어요! 이, 이건 조금 좋아요. 아니, 너무 행복해서 지금 당장 기절해버릴지도......?!'




하지만.




"괜한 의심을 했네......"




죄책감에 물든 트레이너의 얼굴에. 




털썩-




키타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죄책감에 파묻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여러분! 비상이에요! 비상! 대위기라구요!!!"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키타산은 목걸이 형태의 기기를 두 손으로 잡고 일단 소리부터 질렀다.




[앙? 큰 집 아가씨, 갑자기 왜그래?]




나른하기 그지없게 응답하는 에어 샤커의 목소리에 키타산은 괜히 더 초조함을 느꼈다.




"그럴 때가 아니라구요, 에어 샤커 씨! 지금......!!"




[아니, 우리도 다 들었다. 확실히 놀랍군.]




[...저도 들었어요. 놀라서 심장 멎는 줄 알았다니까요.]




딱딱하게 굳은 음성의 비와 하야히데와 아직도 경악의 여운이 남은 것 같은 다이와 스칼렛의 음성에 어쩐지 키타산은 기뻤다.




공감대가 형성된 기분이다.




방금 전의 그 충격의 현장에 자기 혼자만 있었다는게 무서울 지경이다.




잠시 동료들의 놀라움을 듣고 있던 키타산이 문득 멈춰 섰다.




"...트레이너 님을, 놓쳐버렸습니다...?!"




놀라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던 사이에 미행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이, 이런 대실수를!!"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절망하는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뭐, 시간이 시간이니. 다 예측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방향을 제시할테니 유도하는대로 움직여줘.]




이미 CCTV로 트레이너의 위치를 잡고 있던 에어 샤커의 말에 키타산은 순순히 따랐다.




"네!"




아니, 따르려고 했다.




직후 들려온 비와 하야히데의 일갈이 아니었다면.




[피해라, 키타산!!!]




"......?!"





--------------------------------------





원작은 1화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