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모를 약 냄새를 맡고, 종종 들려오는 기침 소리를 들으며, 밝지만 또한 어두운 느낌의 흰색으로 칠해진 벽과 복도를 걷는다.


이미 몇 번을 오간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익숙해지지 않는 주변의 풍경에 이물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윽고 그렇게 느껴진 이물감을 털어내듯 고개를 살짝 흔들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가, 이내 어느 한 병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음..으음..."



살짝 목을 가다듬고, 옷도 한 번 털어내며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던 걸음.


이윽고 들어갈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열린 문 사이로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안녕, 케이에스. 나 왔어."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이에스 씨의 트레이너 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인사를 받은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인사를 받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착각일 뿐.



"후우..."



작은 병실 하나에 놓인 침대 하나. 그 위에 누운 케이에스는 어제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른 것 없이 그저 잠에 빠져있었다.


이제 한 달이 넘어가는, 길고 기나긴 잠.


그렇게 누워있는 케이에스를 보자, 방금 받았던 것만 같은 인사가 내 착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 더더욱 한숨짓게 하였다.



"루비가 다녀갔나 보구나..."



케이에스가 누워있는 침대의 옆, 본래라면 환자 본인이 사용했을 작은 협탁 위에는 싱싱한 꽃이 담긴 화병이 놓여있었다.


어제 왔을 때는 보지 못한 그것.


붉은 장미와 푸른 장미가 같이 담긴 모습이 오묘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정작 그 꽃으로 장식한 화병을 바로 옆에 있는 이가 보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케이에스를 향해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케이에스..."



다시 보아도, 어제와 별다른 것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 달 전부터 계속된 케이에스의 모습이다.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점차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



원래도 약한 몸이었던 케이에스였던지라, 병원에 오가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줄곧 무리하는 면모도 같이 가지고 있었기에, 케이에스가 무리하려 하는 때마다 제지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언제 일어날 거니..."



침대에 누워 있는 케이에스는 일견 바라보면 그저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만 같다.


그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팔목에 꽂힌 링거라던가, 이 병원의 환자복, 그리고 누워있는 침대가 병원 침대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쓰러지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많은 시간이 지나서,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받아봤음에도 정작 케이에스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신체는 병약하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상태.


심적으로 레이스에 출주하지 못한다고 힘들어하던 것이 있기야 하였으나, 자신의 미출주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케이에스 스스로도 납득하고 있었다.



케이에스가 느끼고 있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본래라면 출주했었을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를 관중석에서라도 바라보게 하였었으나, 그것이 깨어있는 케이에스를 본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마지막 날이 한 달이 다 되어 지나가고 있었다.



"케이에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살짝 헝클어진 하늘색 머리를 매만져보아도, 가녀리게 숨을 내쉬는 소리만 들릴 뿐 내가 매만진 머리카락의 주인은 깨어나질 않는다.


이내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를 살짝 매만져 펴주는 것을 끝으로 나는 손을 떼었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케이에스를 그저 바라보았다.



"...."



잠들어 있는 동안 자라나기라도 한 걸까. 케이에스의 머리카락은 조금 더 길어져 본래라면 닿지 않았던 베게 밑까지 늘어져 있었다.


원래도 병약한 인상이긴 하였으나,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그저 링거액으로 버티는 몸은 조금 더 말라 애달파 보였다.


살짝 잡아본 손은 따듯했으나, 너무나 미약한 온기에 그 온기가 내게 뺏기어 식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놓아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주머니 속에서 살짝 울리는 진동 소리에, 나는 이만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조심스레 일어섰다.



"...내일 또 올게, 케이에스-"


'내일은, 서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해 마음속으로만 말해 남겨둔 채로, 나는 들어왔던 병실문을 향해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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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비...?"



어제의 마음속으로 말했던 것이 조금 이상하게 이루어졌을까.


어제처럼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내 병실에 작은 의자 하나를 가져다 두고 앉아있던 루비가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이야?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시간은 겹치지 않게 오자고 약속했잖아?"


"...그것은 그렇지만, 오늘은 직접 할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이야기? 직접해야하는 종류의 것이라..."


"네."


이내 루비는 어제처럼 잠들어 누워있는 케이에스를 바라보더니, 다시금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마치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듯이 살짝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케이에스 씨의 트레이너 님은, 우마소울에 대한 이야기를 아시나요?"






















































































"우마소울?... 의사들이 말했던 것 말이구나."


"네. 참 신기하게도,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고도 많다지만, '저희들'은 정말로 영혼이 존재한다고도 말하니까요."



우마소울


우마무스메들이 가지고 있는 영혼이라고 부르는 그것.


종교계나 여타 다른 곳에서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도 말하기도 하지만, 우마무스메들에게 있어서 영혼이라는 것은 더욱더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일컬어진다.


그 우마소울은 우마무스메의 생과 삶에 영향을 끼쳐, 정말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도 한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



"...그렇지만, 그게..."



루비가 그것을 지금 이야기 하려는 이유는 짐작이 가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왜 이야기 하려 하는지는 잘 모르겠...



...케이에스 때문인가.



"...."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대충 짐작하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케이에스 씨가 깨어나지 못하는 현 상태가 케이에스 씨가 가진 우마소울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순순히 믿기는 어려운 말이죠. 우마소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다들 '그저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수준 밖에 안되는 것이라는 것, 그것은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말로 그것밖에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만약 우마소울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케이에스의 우마소울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도, 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런 이야기를 직접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


"네. 있습니다."



루비는 나의 물음에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내 나를 향하던 시선은 잠시 케이에스를 향했다가, 다시금 돌아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케이에스 씨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우마소울이라면, 그리고 그 우마소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케이에스 씨를 깨울 방법이 있어요."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유가, 그저 허황되기만 한 것에 매달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단지, 당신에게 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니까요."


"나한테?"


"예."


"어째서?"


"그것은, 케이에스 씨를 깨우는 것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케이에스 씨의 옆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응원하며 연을 나눴던... 것은 당신이니까요."


"...."


"...이해하기 힘든 말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것이 대체 무슨 도움과 상관이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우시겠죠."


"아냐, 됐어. 계속 이야기해봐."


"...그렇다면-"



루비는 말을 금방이라도 이을 것처럼 끝내더니, 이내 한참 동안을 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마치 나를 살피는 기색에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물어보려 말을 꺼낼까 생각도 하였으나, 이내 그만두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루비가 말을 꺼내길 기다리는 시간이 족히 1분은 지났을까.



"...케이에스 씨의 트레이너 님, 당신은 케이에스 씨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하실 수 있나요?"


"...희생?"


"예. 희생이요. 케이에스 씨를 위해, 당신의 인생을 어디까지 바칠 수 있습니까?"


"...."



희생이라는 말. 인생을 어디까지 바칠 수 있느냐는 말.


그렇게 갑작스레 꺼내어 물어오는 루비의 질문에, 일순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답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그렇게 답하지 못하고 눈만 빤히 뜨고 바라보는 내 얼굴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을까. 루비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단지, '케이에스 씨와 함께 이전처럼 같이 지내줄 수 있는가. 아껴주며 같은 길을 걸어줄 수 있는가. 다만, 앞으로 영원히.'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렇구나."



루비의 설명에 나는 이해했다는 답을 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말 그대로, 아주 잠시.


눈을 두어 번쯤 감았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다시금 눈을 떴다.



"당연히, 그렇게 하지."



그저 트레이너와 담당마의 관계로서 내린 답은 아니다.


케이에스와 같이 보낸 시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곁에서 같이 지켜보고, 응원하고, 때로는 안타까움을 함께 나눴던 상대로서 내린 답이다.


그렇기에, 물음을 이해하자 답을 내리는 것은 빨랐다.



"...과연, 그렇군요..."



루비는 그렇게 답을 내린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알았다는 듯이 답하는 루비의 입가에는 뭔지 모를 감정이 섞인 듯한 옅은 미소가 어린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루비의 입가에 어렸던 옅은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루비는 살짝 무뚝뚝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서,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거야? 루비."


"아까 말했다시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신께 요구하는 도움은 잠시 동안이겠지만, 당신은 평생 케이에스 씨를 책임지고 응원할 책임이 생기지요."


"...적어도 그 도움이 뭔지부터 말해주면 안 될까?"


"...예, 그러시다면."



루비는 마치 마시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살짝 내려놓듯이 손을 움직였다.


루비의 손에는 찻잔도, 그 아래에는 테이블도 없음에도 이루어지는 그 손동작에 무언가의 엄숙함마저 느껴질 무렵. 루비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케이에스 씨의 트레이너 님-"


"...듣고 있어."


"당신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뜸을 들이는 것일까.


그러한 뜸들임에 긴장감마저 차오를 무렵, 루비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뜸을 들이며 나를 기다리게 했던 루비의 말은...


내가 생각한 것과 엄청난 의미로 다른 것이었다.



"당신은 지금 잠들어 있는 케이에스 씨와, 우마뾰이를 해줬으면 합니다."


"...뭐?"


...루비의 입에서 듣게 되리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말이 루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나는 어이 없는 얼굴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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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을 깨운 것은, 왕자님의 키스가 아니라 섹스가 아니었을까?


어라, 내 케이에스 수면간 괴문서는 어디갔지?


이 다음은 생각하지 못한 데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