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anks to - Poliuretan


본 괴문서는 TS소재가 포함돼있으니 거부감있으면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언제부터였을까? TS물이라는 장르를 접하고 나서 난 종종 그런 꿈을 꾸곤 했다. 갑자기 온 세상 사람들이 눈떠보니 성전환당해서 당황해하고, 나혼자 그걸 멀찍이 어딘가 떨어져서 사람들이 당황해하고 그걸 받아들여가는 과정들을 낄낄대며 지켜보곤 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도 쪽팔리고 황당한 이야기인지라 그 누구에게도 해 본적이 없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항상 반쯤 전력으로 기행을 일삼고있는, 내 담당마인 골드 쉽. 그녀라면 날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국화상을 앞둔 여름 전지훈련때 털어놓고 말았다.


'헤에~ 트레이너도 그런생각을 해봤단 말이지?'

'그 말은 너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는 거구나?!'

'해봤달까... 음! 확실하게 해보긴 했지! 흐흐흐....'

 

 그때는 그저 '담당과 하는 생각조차도 비슷하다니 골드쉽이 나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어쩔뻔했을까'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게이트 난동 사태로 타즈나 씨에게 끌려가 같이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기껏 재트레이닝이 끝나고 났더니 연습용 게이트를 뽑아들고왔다고 기물파손으로 또다서 한소리 들어야했지만) 함께 섬이나 바닷가, 섬이나 온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만 마지막 아리마기념을 끝으로 드림리그로 이적하는 순간까지도 비록 종종 말은 잘 듣지 않지만 매 순간이 새롭고 즐거웠다.


 드림 리그로 넘어간 후 골드쉽은 '선배님~' 이나 '선생님~' 하는 소리에 맛이 들렸는지, 기행보다는 평범하게 후배들에게 관심받는 걸 즐기는듯한 모습이었다. 평범하게 조언을 해주거나, 이상하긴 한데 어째서인지 효과가 있는 트레이닝을 추천해주기도 하는 등 팀 활동을 맡게 되어 바빠진 내 일을 도와주곤 했다. 그날도 후배들 코칭을 해주고 트레이너 개인실에서 타즈나 씨 몰래 둘이서 맥주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오늘도 고생많았어, 고루시. 정말이지 팀을 이끄는 건 아무나 할 짓이 못되는 것 같아..."

"그래 짜식아! 이 몸이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 그러고보니 이거 완전 [우마무스메였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트레이너?] 잖아?!"

"푸하핫! 그게 뭐야! 완전 라노벨 제목이잖아 그거."


 아사히 두 캔과 과자, 야끼소바로 시작했던 소소한 술자리는 어느덧 꼬불쳐 둔 위스키와 사케에 옛날이야기를 안주삼아 이어나가는 타임머신이 되어갔다.


"어이어이 임마 귿때 게이트를 뽀바들고와슬 때 얼마나 놀란는주 아라? 트레이너 잘리는줄 아랏다고! 어우...."

"아앙~? 너는 짜쉬기 마지막 아리마때 헤어지기 실타고 드뢉킥날린 발에 매달려서 질질짯잔냐!!!"

"인정할건 인정해! 나 아니어스면 데비도 못햇슬 쿠소말딸이!"

"안해! 나아니엇스면 중상마 하나도 배출몬해슬 쿠소토레나주제에!"


" " 흥! " "


......


"어이 트레이너. 우리 첫 여름합숙 기억나냐?"

"..."

"그날도 야끼소바를 먹고 둘이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지. 난 그때 느꼈어. 나랑 이렇게 잘 맞는 녀석은 다시 찾기 힘들거라고."

"재밌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렇게 날 재밌게 만들어 줄 담당은 너뿐이라고."

"요즘도... 그런 꿈 꿔?"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가끔은...? 특히 오늘같이 한잔 한 날이면 더더욱. 혹시 모르지! 오늘 꿈에는 고루시가 남자가 돼서 나올지도?"

"그렇다면 오늘은 네놈 꿈에 쳐들어가야겠는데! 캬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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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여긴 어디야...?'

 눈을 뜨자 익숙한 듯 낯선 곳이었다.

'트레이너실...? 그대로 잠든 건가...?'

 그 순간 끔찍한 두통이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 둔탁하지만 확실하게 나를 가격해왔다. 술을 마실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섞어마시면... 다음 날 지옥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더 괴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의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걸리기라도 했다가는 재교육 근신조치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아... 젠장... 타즈나 씨가 쳐들어오기 전에 다 치워야 해... 벌써 7시잖아?'


 청소를 하려고 급한대로 안주를 사온 비닐봉투에 술병들을 담다가, 문득 위화감을 깨달았다.

'어...? 손이 묘하게 작아지지 않았나...? 술병이 왜이렇게 크지...?'

 불안함에 거울 대신 트레이너실 뒤편의 유리창을 바라보자, 어이쿠. 머리통 하나정도는 날아가고 미묘하게 여리여리해진 내 모습이 비친다.


 그래. 분명히 뭔가 이상하지만 이목구비는 내 것이다.

'하... 매번 TS당하는거 구경하는 꿈만 꾸다가 이번에는 내가 당하는구나...'


ㅡ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여보세요?"

'어... 혹시 고루시 트레이너야...?'

"아... 후지...? 무슨일이야...?"

'지금 학교에 있지? 음... 가능하면 릿토 생활관 입구로 와줄 수 있을까? 가능한 빨리.'

"으음... 금방 갈게."


 다행히도 트레이너실 옆에 있는 비품실에 담당하고 있는 팀원들의 체육복들이 있을 거다. 챙긴 술병과 캔들은 대충 비품실 구석에 짱박아두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셔츠를 벗어던졌다.

 비품실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트레이너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볼품없는 몸이다. 가슴은 잘 쳐줘봐야 맥퀸이랑 동급이거나 조금 나은 수준. 근육이 붙지도, 라인이 잘 빠지지도 않은 미묘한 통짜라인.

'근데... 나 한번도 여자 알몸을 본적이 없는데...'

 여자의 아랫도리를 꿈 속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바지를 벗자 거울에는 널널한 사각트렁크와 난닝구 한장을 덜렁 걸친, 누가 봐도 숙취 만땅의 20대 후반의 이모가 서있었다. 있는 척 하려고 애쓰는 가슴과, 있었던 흔적조차 없는 아랫도리만 빼면 누가봐도 언제나처럼의 나였다. 시간만 많았다면 거울을 보며 자위를 하며 암컷임을 느끼는 TS물의 클리셰를 재현했겠지만 우선은 고루시가 먼저다. 술마시고 난동이라도 피운 건가? 기물파손?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어제 술마시고 뻗었던 나처럼 널부러져 있던 고루시의 트레이닝복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갔다.


역시나일까. 예상대로 주변이 술렁거린다.


 "저기 봐... 우마무스메도 아닌데 트레이닝복을 입고 달려가고 있잖아?"

 "근데 목에 저거... 트레이너 명찰 아냐?"

 "그런데 저런 여트레... 본적 없는걸... 명함 사진도 남자사진이야!"

 "어? 저거 고루시트레의 명찰 아냐? 그사람 모쏠아다인데다 여동생이나 누나도 없다던데?"

 "야! 저사람이 누군지알고 그래... 말조심해 말! 다들리겠다..."


"저기... 이미 다 들었어..."

"꺄악!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곧 얼마가지않아 사라졌다. 이미 멀찍이 더한 관심을 받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가려는, 릿토 생활관 입구에서.


"아앙~~? 그래서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못믿겠다고?"

"아이 당신도 정말! 믿는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고있잖아요!"

"좋~~아! 그럼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음... 뭐가 좋을까... 어라? 여어~!!! 트레이너! 여기라고!!!"


아.


젠장.


거기에는




키 190은 훌쩍 넘어보이는 근육질의 백장발의 남자가 서있었다.



머리에 헤드기어를 둘러쓴, 누가봐도 고루시가.


어.... 그런데 좀 빠르지 않아...?


"토레이나아아아아아ㅏ! 간다ㅏㅏㅏㅏ!!! 슈퍼 아르헨틴 백브레이커!!!!"

"잠깐 백브레이커가 아니라 드롭킥이잖아! 고루시? 꺄아아악????!"

"어어어어어???! 얌마 너는 또 왜??? 우와악 피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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쒸펄...여러편으로 쪼개기 싫었는데 4천자 넘어갈거같아서 끊어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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