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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 원더 ―「불사조」


- 컨디션 「호조」이하에서 아사히배FS, 아리마 기념 (클래식), 타카라즈카 기념 (시니어), 아리마 기념 (시니어) 우승



일본 경마계에는 이름바 「황금세대」라 불리는 「최강의 세대」가 존재했다


1995년에 태어나 1998년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친 수많은 명마들이 배출됐던 세대


「괴조」 엘콘도르파사


「일본총대장」 스페셜위크


「트릭스터」 세이운스카이


「올라운더」 킹 헤일로 등


단거리부터 암말 노선, 더트 노선까지 수많은 명마가 저마다의 분야에서 활약한 세대


해외의 경주까지 포함해 총 15개의 G1 획득


JRA 모든 G1 레이스 완전 제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전설의 세대


그런 「황금세대」를 짊어진 일각으로서


누구보다도 먼저 두각을 드러낸 「황금세대」의 첨병이 있었다


우코너인 나카야마 경마장과 한신 경마장에서 경이로운 강함을 보이며


「우코너라면 심볼리 루돌프급」이라는 말을 들었던 말


3살 때 부터는 몸에 부상을 달고 살아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했으며


「이미 끝난 말」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기적을 만들어낸 「불사조」





그래스 원더


한순간의 판단으로 미래를 바꾼 미지의 밤색말


사상 최강의 2살마


이것은 마치 불사조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난 말이 만들어낸 기적에 관한 기록이다





1996년 9월


조교사 오가타 미츠히로는 켄터키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목적은 1주일간 열리는 세계 최대급 말 경매시장, 세템버 세일


오너에게 받은 자금은 한정되어 있었고, 좋은 혈통의 말은 사기 힘들어 보였다


현지에 도착해 어떤 말을 고를지, 전략을 정하지 못한 채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오가타 조교사의 눈에 한 밤색말이 들어왔다


더비 댄 팜 소속 마구간의 구석에서 발견한 말


훗날 재평가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평가가 높지 않았던 실버 호크의 자식


어쩐지 그 말이 마음에 든 오가타 조교사는 25만 달러로 그 밤색말을 구입하게 되고


그렇게 일본으로 들어오게 된 그래스 원더는 홋카이도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래스 원더는 어렸을 때부터 비범한 면모를 보였었는데


「평소에는 빌려온 고양이마냥 얌전하고, 누가 옆에 와도 신경도 안쓰고, 외로움도 안 탄다니. 2살마 중에서 이런 말은 처음 봅니다」


곧 은퇴하는 베테랑 구무원인 오오니시는 그런 평가를 내렸었다


게이트 훈련에서는 처음에야 좀처럼 게이트를 나가지 않아 의외로 겁이 많은건가 싶었지만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고나서 부터는 앞다리를 90도까지 치켜 올리며 호쾌하게 뛰쳐나가는 독특한 풋워크를 보여주게 되었다


다른 말들과는 확연히 다른,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이 엿보였고


「오가타 마구간에는 엄청난 2살마가 있다」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훈련을 받던 그래스 원더는 1997년 9월 13일


데뷔전에 나서게 된다


파트너는 라이스 샤워를 타고 미호노 부르봉과 메지로 맥퀸을 저격했던


「히트맨」 마토바 히토시 기수


게이트는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1800m로 잡은 경기


1번 인기로 나선 그래스 원더는 스타트는 약간 늦어졌지만 채찍도 사용하지 않은채 직선을 돌파


3마신 차이로 압승을 거두게 되는데, 이때


같은 레이스에 출마한 기수들로 부터


「풋워크의 거리가 전혀 다르다. 혹시 저 말은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어지는 아이비 스테이크스에서는 5마신차이 압승


3전째인 경성배 2살마 스테이크스에서는 이미 중상을 우승한 말 두 필을 상대로 무려 6마신의 차이를 내며 또다시 압승


3마신, 5마신, 6마신


달릴수록 2착과의 차이를 벌리며 강함을 과시하던 그래스 원더의 다음 목표는 첫 G1 레이스




아사히배 2살마 스테이크스


라이벌은 「괴물」이라 불리던 마이넬 러브와


하코다테 2살마 스테이크스를 제패한 아그네스 월드


훗날 G1마로서 이름을 떨칠 명마들이었지만


그래스 원더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결과는 2마신 반의 일방적인 승리


기록은 1분 33초 06


경이의 2살마 신기록


심지어 같은 날, 같은 거리에서 이루어진 4살 이상 코바 준 오픈 경주의 타임보다 0.7 더 빠른 기록이었다


「마이넬 러브는 숨에 차 비틀거리며 골인 했는데도 그래스 원더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G1 레이스라면 얼마나 강한 말이든 누구나 마지막에는 필사적인 표정이 되는데도」


「그래스 원더는 이 시점에서 세계 최강의 2살마일지도 모른다」


골인 지점을 촬영하던 베테랑 카메라맨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4번의 압승극을 보인 그래스 원더는 최우수 2살 수말로 선정


심지어 2살마임에도 불구하고 연도대표마 선정 투표에서 무려 10표를 받고


각 말들의 서열을 점수 매기던 JPN 클래시피케이션에서는


역대 2살마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마루젠스키의 115점을 상회하는


116점을 기록


사실상 「JRA 사상 최강의 2살마」로 인정받으며


그래스 원더가 데뷔하기 한달 전 세상을 떠난


미국에서 건너온 선배이자 8전 8승 평균 7마신차의 괴물, 마루젠스키의 뒤를 잇는


「괴물 밤색 말」이라는 평가를 얻게 된다


역사상 너무나도 강한 탓에 상대할 말들이 없었던 최강말, 마루젠스키의 재림


그래스 원더에게는 영원히 대적할만한 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1998년 3월


우측 뒷다리 제3 중수골 골절


부상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다행히 완치가 된다면 경주능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진단


결국 봄시즌을 날리고 휴양에 전념하게 된 그래스 원더


한편 그래스 원더가 사라진 1998년의 봄시즌


그래스 원더와 교체되듯이 나타난 한 외국산말이 있었다





엘콘도르파사


공동통신배 3살마 스테이크스, 뉴질랜드 트로피 3살마S, NHK마일C


5전 5승, G1을 포함한 중상을 연전연승 무패 진격을 하던 떠오르는 신성


거기에 기수는 그래스 원더의 고삐를 쥐던 마토바 기수


엘콘도르파사와 그래스 원더


두 명마가 가을의 초전으로 노린 것은 마이니치 왕관


충돌은 불가피했고, 어느 쪽의 안장에 앉을 것인지는 마토바 기수의 손에 달려있었다





1998년, 일본 열도는 이상할 정도의 무더위의 습격을 받았었는데


이는 홋카이도도 예외는 아니었고, 30도 까지도 치솟는 무더위가 계속되었다


더위를 먹은 그래스 원더의 훈련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골절한 뒷다리를 감싸며 달리다


되려 왼쪽 앞다리에 골막염까지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에 오가타 조교사는 마토바 기수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엘콘도르파사를 타는게 어떻겠나. 그래스 원더는 더위를 먹은데다 부상까지 있어 만족스럽게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마토바 기수는 그래스 원더를 버리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이지만


그는 그래스 원더를 믿고 엘콘도르파사 대신 그래스 원더의 위에 앉아 마이니치 왕관에 나갈 것을 결정한다




고전을 각오한 마토바 기수와 오가타 조교사에게 들려온 충격적인 사실


발렌타인S부터 타카라즈카 기념까지


연전연승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폭주하고 있던 희대의 대도주마





사일런스 스즈카의 마이니치 왕관 참전


그렇게 떠오르는 신성 엘콘도르파사, 최강의 2살마 그래스 원더, 이차원의 도망자 사일런스 스즈카는


마이니치 왕관에서 격돌하게 된다






1998년 10월 11일 도쿄경마장


1번 인기는 당연 5연승중의 사일런스 스즈카


그래스 원더는 여러 불안감이 있었지만 마토바 기수의 선택과 2살때의 기록 때문인지 2번 인기


뒤이어 엘콘도르파사가 3번 인기를 받았다


그리고 시작된 레이스


스타트가 늦어진데다 전선의 그림자에 놀라는 바람에 리듬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그래스 원더





그럼에도 3코너에서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승부를 걸었지만





결과는 5착의 대패


끝까지 스즈카에게 따라붙은 엘콘도르파사의 2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뼈아픈 패배


이어지는 아르헨티나 공화국배


마이니치 왕관보다 700m 늘어난 2500m


라이벌들은 격이 떨어지는 말들


당연히 받은 1번 인기


하지만 이 경기에서


그래스 원더의 프라이드는 산산조각이 나게 된다




6착 패배


처참한 성적


사라져버린 마루젠스키의 재림


외국산 말들에게 흔히 있는 조숙 경향


「너무나도 한심한 경기다. 혹시 조숙이었던걸까」


오가타 조교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2살이 피크였던 조숙마」


「부상을 당하고 난 그래스 원더는 이제 끝났다」


세간의 신랄한 비난이 이어졌다


마토바 기수는


「마지막은 쳐졌지만 아직 만전의 상태가 아니였다」


라고 말했지만 그래스 원더가 회피한 재팬컵





엘콘도르파사가 그 재팬컵에서 우승을 가져가면서


「마토바의 선택은 틀렸다」


라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뒤이어 재팬컵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린 엘콘도르파사 진영이 아리마기념을 회피하고 내년에는 해외로 나갈 것을 발표


설욕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비웃음을 산 마토바 기수


이미 끝난 말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래스 원더


그들의 프라이드를 되찾을 방법은 이제 단 한가지


아리마 기념 우승


마토바 기수는 이미 2살때의 그 감각을 잃었지만 그래스 원더와 함께 아리마 기념에 도전한다는 도박수를 던진다


실추된 자존심


떨어진 평가


잃어버린 프라이드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 그래스 원더와 마토바 기수의 귀기서린 특훈이 시작되었다





채찍으로 마구 때리며 그래스 원더를 고무시키는 마토바 기수


「훈련에서 저렇게나 채찍을 마구 휘두르다니, 시대에 뒤쳐진데에도 정도가 있지. 저 말은 이미 끝났군」


다른 진영들은 냉소를 지으며 그런 그래스 원더와 마토바 기수를 비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토바 기수의 쇼크 치료는 잘못되지 않았다


아리마 기념을 향해 컨디션은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필요한건 앞으로 한걸음


「확실히 적극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아사히배와 비교하면 아직 움직임이 부족하다. 이전의 2패는 이 말의 진정한 힘이 아닌 것을 믿을 뿐이다」


마토바 기수 자기 채점 점수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마토바 기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과


그래스 원더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마토바 기수와 그래스 원더는 아리마 기념의 무대에 올랐다





그들이 찾은 증명의 무대 1998년 아리마 기념


이 레이스에 참전한 것은





지난 킷카상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승리한 클래식 2관마 「트릭스터」 세이운 스카이





전년도 연도대표마로 이번 레이스가 은퇴 레이스인 「여제」 에어그루브





암말 클래식 2관, G1 4승마 「여걸」 메지로 도벨





전년도 킷카상 우승마 「길흉의 점쟁이」 마치카네 후쿠키타루




초 우량혈통의 「올라운더」 킹 헤일로


마루젠스키의 외손자이자 올해 천황상 봄을 제패한 메지로 브라이트


전년도 아리마 기념 패자 실크 저스티스


천황상 가을의 패자 오프사이드 트랩


같은 해 3번의 G1 경기에서 2착을 한 「황금항로」 스테이 골드


클래식 출전권이 없는 외국산 말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G1 레이스인 아리마 기념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우승이 간절한 그래스 원더와 마토바 기수를 가로막은 것은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명마들


과연 그 볼품없이 추락하던 그래스 원더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그래스 원더가 받은 것은 4번 인기


다만 5.3배의 3번 인기인 메지로 브라이트과 커다란 차이가 있는 14.5배의 지지


많은 사람들이 그래스 원더가 이길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레이스가 시작되고 세이운 스카이가 6 마신 차이를 내며 단독으로 크게 도주한다


선행으로 뒤쫓는 오프사이드 트랩과 메지로 도벨


그보다 뒤에서 달리는 에어그루브


그래스 원더는 7~8번 위치로 달린다


그 뒤를 바짝 쫓는 스테이 골드와 마치카네후쿠키타루


킹 헤일로와 메지로 브라이트는 후방이다


3코너에서 4코너로 들어가며 세이운 스카이와 선행 그룹의 차이가 바짝 좁혀진다


4코너에서 직선으로


여전히 선두는 세이운 스카이


그 뒤에서 어깨를 나란히 달리는 에모시온, 메지로 도벨, 스테이골드


남은 거리 200m





뭉쳐진 마군 사이에서 그래스 원더가 튀어나왔다


앞다리를 직각으로 올리면서 잔디를 때리듯이 달리는


그래스 원더 전매특허의 호쾌한 풋워크가 드디어 부활했다


단독으로 뛰쳐나가는 그래스 원더와


그를 잡기 위해 따라붙는 메지로 브라이트





「2살의 정점에 선 말은 역시 3살이 돼서도 강했다!!!!!」


반마신 차이


그래스 원더 아리마 기념 우승


그래스 원더에게 있어 작년 12월에 열린 아사히배 이래 1년만의 승리였으며


외국산말 최초의 아리마 기념 우승


데뷔 이래 7전만의 우승으로 사상 최단 커리어 기록


밑바닥에 쳐박혀 세간의 손가락질을 당하며


땅을 기고 흙탕물을 핥으면서 기어올라온


그래스 원더와 마토바 기수의 집념이 가져다 준 승리였다





「이 말의 강함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 컨디션은 꽤나 돌아와있다. 하지만 아직 아사히배에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국내에 적수는 없을 것이다」


당당히 스스로를 증명해낸 마토바 기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솔직히 아리마에서 부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토바 기수가 이 말을 선택해주고, 엘콘도르파사가 재팬컵에서 우승 했을 때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웠었다」


「4연승으로 아사히배를 제패한게 이 말의 인생의 파트1 이라면 아리마 기념을 우승한 지금부터가 파트2다」


마주인 한자와 조차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믿지 못할 승리였다


그렇게 그래스 원더는 새로운 마생의 제 2막을 여는 듯 싶었지만


운명은 그리 쉽게 그래스 원더에게 영광의 길을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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