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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마 이 시리즈를 10번째까지나 쓸줄이야


심지어 한 편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처음 쓴 스페셜위크 편 보고 이번 맥퀸 편 보면 ㅅㅂ 분량이 한 5배는 차이날듯


안 그래도 요즘 존나 길어진 내용이었는데 오늘 맥퀸편은 그 두배다


4부로 나눌까 하다 어떻게든 3부로 쪼개봄


내가 시발 진짜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3부까진 안온다 증말


맥퀸이 특히 좋은 레퍼런스가 많아서 이 내용 저 내용 다 넣다보니 존나 길어졌네 시-발




메지로 맥퀸 - 「명배우」

- 킷카상, 천황상 봄을 승리, 기초능력 [스태미나]가 1200 이상, 팬 수 32만 이상 달성



1967년 자신의 손으로 일가를 이루어낸 남자가 있었다


「우리 같은 세대의 사람에게는 천황상에서 이기는것이 가장 큰 명예」


그렇게 말하며 천황상에 모든것을 걸었던 한 노인이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미치광이, 바보, 노망난 인간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광기를 넘어선 집착으로 신이 점지한 운명마저도 극복해낸 노인이었다


愚公移山 <우공이산>


모두가 안 될것이라 말했고,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집념은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한 인간이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덕분에 이루어진 기적으로 태어나게 된 말


수많은 좌절을 겪고 수많은 영광을 맛본 말





메지로 맥퀸


이것은 운명마저 극복한 한 노인과


수많은 좌절들을 극복한 한 말에 관한 이야기이다






1987년 4월 3일


홋카이도 우라카와쵸에 있는 요시다 목장에서 한 회색말이 태어났다


부자 2대 천황상 제패를 이루어낸 메지로 티탄과 메지로 오로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일본을 대표하는 오너 브리더, 메지로 목장의 일원으로서 태어난 그 아이의 이름은 오로라 62


오너 브리더란 말을 경매등으로 팔지 않고 자신들이 생산한 말의 상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목장


부상과 각종 질병등 예기치 못한 일이 빈번한 경마계에서 이런 경영형태를 취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런 오너 브리더의 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바로 아이 나누기 (仔分け)


자신이 소유한 번식 암말을 다른 목장에 맡기고, 그 번식에 관련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태어난 망아지를 무상으로 얻는 것


목장에서 발생하는 전염병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로 인해 요시다 목장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오로라 62였다


그리고 당연 오로라 62는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순치 (馴致)라 불리는 초기 훈련을 위해 메지로 본가로 떠나게 된다





메지로 본가에 도착한 오로라 62는 꽤나 장난기가 심한 말로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끊일 날이 없어, 하루는 앞니를 누군가에게 부러뜨려져서 피를 질질 흘리며 마구간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한다





이때 메지로 본가에서 가장 주목받던 말은 「키코우 (輝光 휘광)


오로라 62와 동갑이었던 키코우는 중상 2승마 메지로 후르마의 남동생인데다 잘빠진 그 마체때문에


오로라 62의 동기생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던 말이었다


하지만 오로라 62도 이에 지지 않았다


시운전에서 보여준 신체의 부드러움과 훌륭한 마체


경주마로서 목장을 떠날 때는 훗날 나리타 브라이언의 담당 마부가 되는걸로 유명한 무라타 미츠오 마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녀석으로도 못 이긴다면, 티탄의 아이는 끝이다」


오로라 62가 2살이 된 여름, 그 몸체는 550kg까지 불어있어 도저히 경주마의 그것이라 보기는 힘들었지만


동아 트레이닝 센터의 오르막길을 힘든 기색도 없이 오르더니 주위에 위압감을 주며 당당히 걸어가는 그 모습


그런 오로라 62를 본 이케에 야스오 조교사는 확신했다


「메지로 듀렌을 뛰어넘을 말이다」






킷카상과 아리마를 제패해 메지로 가문 염원의 클래식 타이틀을 가져다 준 위대한 명마 메지로 듀렌


그런 듀렌을 뛰어넘을 원석이었던 오로라 62는 마치 보석을 연마하듯이 오랜 기간 공들여 훈련을 받고


550kg의 마체를 490kg대까지 압축시켜, 보는 이를 절로 숨죽이게 만드는 선명한 마체를 만들어


데뷔전에 오르면서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된다


「메지로 맥퀸」






1990년 2월 3일 한신 경마장


갑작스레 내린 비로 더트 코스는 질척질척한 불량 마장의 상태


맥퀸의 고삐를 잡은 것은 형인 메지로 듀렌의 주전 기수였던 무라모토 요시유키 기수


1.75 마신의 차이로 데뷔전을 가볍게 승리한다


3착과의 차이는 대차로 그 힘을 여실히 보여준 압승


데뷔전에서 맥퀸의 잠재력을 확인한 운영측은 더비를 시야에 두고 로테이션을 짜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2전째였던 유키야나기상,


그리고 3전째인 아야메상에서 모두 압도적인 1번 인기를 업고 출마했지만


결과는 2착과 3착


2연패였다





원인은 막 데뷔한 젊은 말들에게 자주 보이는 질병인 허리마름병 (ソエ, 管骨骨膜炎)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맥퀸 측은 시원스럽게 더비를 포기


가을을 대비해 휴양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결정에는 다른 한 경주마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는데


맥퀸의 동기이자 목장시절 압도적인 평가를 받던 키코우





아니, 메지로 라이언이 G2인 야요이상을 제패, 사츠키상에서는 아쉬운 3착에 머물렀지만


더비의 최유력마로 거론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메지로 목장의 비원인 더비 제패는 메지로 라이언에게 맡긴채 맥퀸은 휴양을 하러 떠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더비에서 라이언은 2착으로 아쉽게 우승을 놓치며


결국 메지로 목장의 비원이 이루어 지는 일은 없었다





9월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여갈 무렵의 하코다테 경마장


맥퀸이 복귀했다


허리마름병도 완전히 나은 그의 모습을 본 운영은 가을 최대 목표를 킷카상으로 설정


하지만 아직 데뷔전밖에 승리하지 못한 맥퀸이 킷카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한단계


클래스를 졸업해나가며 상금을 쌓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복귀 초전으로 선택된 9월 2일 하코다테 경마장의 500만 이하 조건의 오시마 특별, 더트 1700m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연전을 앞두고


다리의 부담을 생각해 선택한 더트전


다만 훗날 더트의 베테랑이 될 강자인 만쥬덴 카부토에게 꺾이며


2착으로 패배


또다시 겪은 패배 때문에 킷카상으로 향하는 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져 있었다


하지만 맥퀸 진영은 맥퀸의 강함을 믿고


그의 생애, 가장 가혹한 로테이션을 선택하게 된다





2주의 텀을 두고 출마한 5번째 경주는


9월 16일 같은 하코다테 경마장의 500만 이하 키코나이조 특별


억지스러운 도주 전략으로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게 된다


「피로는 없다」라고 판단한 운영은 곧바로 연전을 결단


또다시 2주의 텀을 두고 연전


상당히 힘든 조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맥퀸은 보란듯이 승리를 쟁취


900만 이하 오오누마S에서 1착 승리


이걸로 맥퀸의 전적은 3승 3패


아직도 킷카상 출마에는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확실히 킷카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번 더 이길 필요가 있었고


거기서 선택된 것이 바로 킷카상과 같은 조건인


교토 잔디 3000m에서 열리는 1500만 조건의 아라시야마S


여기서 이기면 킷카상에 나갈 수 있다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대비를 하는 맥퀸 진영





아라시야마S를 앞둔 맥퀸의 훈련상대로 메지로 라이언이 선택되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메지로 라이언의 훈련 상대로 맥퀸이 선택되었다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맥퀸의 조교사인 이케에 조교사의 그 말은 거짓 없는 진심이었지만


여기서 의외의 풍경이 연출되게 된다





아무리 용을 써봐도 라이언이 맥퀸을 제치지 못했던 것이다


라이언은 휴양이 끝난 직후이기도 하고 훈련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기는 했지만


클래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력마와 킷카상 출마조차도 불투명한 말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로 이케에 마구간의 젊은 기수, 우치다 코우이치는 한가지 확신을 얻게 된다


「이 말과 함께라면 G1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벌이를 여동생의 학비로 보내주던 이 마음씨 좋은 호청년은 지금까지 화려한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던 탓에


맥퀸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였었다


「킷카상에 나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의 간절함은 하늘에게 닿지 않았던걸까





1990년 10월 13일 아라시야마S


킷카상행 티켓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우승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출마했던 맥퀸이었지만…




그는 지금 마군이라는 이름의 태풍속에 갇혀 방황하고 있었다


전, 후, 좌, 우 전진할 진로가 보이지 않는다


언덕을 다 내려와도 뭉쳐진 마군이 흩어지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생로를 찾지만 빠져나갈 곳은 보이지 않는다


150m가 남은 순간, 간신히 호랑이 입에서 탈출한 맥퀸이 맹렬한 스피드로 진출해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2착 패배


누가 봐도 맥퀸에게는 여력이 남아있었다


운이 나빴다고 한다면 그만이지만


돌발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입력해두지 않았던 우치다 기수의 실수로 인한 패배가 역력한 경기


검량실로 사라지는 우치다 기수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다음날


교토 신문배에서 신기록 갱신 우승을 한 메지로 라이언의 기사가 지면을 가득 채웠다


불과 며칠전의 훈련 결과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현실


우치다 기수의 생애 최대 찬스는 풍전등화처럼 그 행방이 묘연해보였다



사실 아라이야마S에서의 패배 후, 이케에 조교사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맥퀸이 만약 킷카상에 나간다면 과연 그 안장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이전 경주에서 실수를 저지른 우치다인가 아니면 다른 베테랑 기수로 바꿀 것인가


아무리 우치다 기수가 자신의 귀여운 애재자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프로의 세계


비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결국 이케에 조교사는 끝까지 비정해질 수 없었다





메지로 목장의 총수, 키타노 미야와 만난 이케에 조교사는 어렵게 말문을 뗀다


「킷카상의 기수 말씀입니다만…」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을 가로채는 키타노 총수


「이케에씨, 한번의 실수로 젊은이를 강판시키는건 불쌍한 일입니다. 킷카상도 우치다군에게 맡겨보죠


그렇게 우치다 기수는 맥퀸의 고삐를 계속 쥘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11월 4일 제51회 킷카상


여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킷카상에 출마한 맥퀸과 우치다 기수


사실 5마리 중에서 3마리만이 추첨으로 뽑혀야지만 출마가 가능했던 킷카상이었지만


회피마가 나온 탓에 맥퀸은 운 좋게도 무조건으로 킷카상의 무대에 서는 티켓을 손에 넣게 되었다


비에 젖어 만들어진 웅덩이들로 인해 악화한 마장에서


우치다 기수는 결심한다


「어설픈 잔재주는 필요없다. 맥퀸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만 생각하자」


한번의 패배가 오히려 그의 남아있던 망설임을 앗아가 주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전방만을 주시하는 맥퀸과 우치다 기수


레이스는 마이넬 가이스트의 도주로 시작됐다


다크호스와도 같은 인식으로 4번 인기를 받고 출마한 맥퀸은 5~6번째 위치


1번 인기의 메지로 라이언은 언제나처럼 중단~후방에서 대기


그리고 메지로 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비원의 G1 타이틀 탈환에 불타는 2번 인기의 화이트 스톤은 라이언보다 더 뒤에서 추입


장거리 레이스 답게 천천히 진행되는 와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맥퀸이었다


3코너의 내리막 직전부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


4코너 직전에서는 이미 선두와 나란히 하는 기세


「여기서 맥퀸을 보내면 진다」


메지로 라이언을 타고 있던 요코야마 기수는 빠른 판단을 내리고는 승부를 걸었다


맥퀸의 힘을 믿은 우치다 기수의 이른 스퍼트에


라이언의 힘을 믿은 요코야마가 응답한다


맥퀸이 선두에 나란히 할 무렵, 그 바로 뒤에는 라이언이 쫓아오고 있었다


직선까지 충분히 다리의 힘을 비축해두던 본래의 스타일을 버리고


힘으로 맥퀸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젊은 기수들의 격렬한 힘싸움을 보면서


「싸움은 힘으로만 하는게 아니다」


라는 듯이 안쪽에서 한 타임 추격의 고삐를 늦추던 흰색 그림자가 나타났다


베테랑 시바타 기수의 화이트 스톤이었다


힘과 힘의 승부에 기술과 경험으로 끼어드는 화이트 스톤






라스트 200m를 지난 시점 맥퀸이 중앙, 안쪽이 화이트 스톤, 바깥쪽이 메지로 라이언이라는 격렬한 싸움이 펼쳐졌지만


요코야마 기수의 격려에 응답할 수 없게 된 라이언이 먼저 탈락


이어서 안쪽에서 힘을 비축해두었던 화이트 스톤이 어떻게든 맥퀸을 저지해보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는 것 처럼 그 차이는 좁혀지는 일 없이


격렬했던 승부의 끝이 나게 된다


1.25 마신 차이 메지로 맥퀸 우승


우치다 기수의 맥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그에 보답한 맥퀸


「메지로는 메지로지만 맥퀸이다!!!」


스기모토 아나운서의 명언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여기서 잠깐 과거의 이야기를 해보자


메지로 맥퀸의 조부, 메지로 아사마는 1966년 2월 23일 심볼리 목장에서 태어났다





심볼리 목장에 망아지 구입을 위해 찾아왔었던 키타노 미야와 키타노 토요키치 부부


목장 관계자는 G1을 수차례 우승한 스피드 심볼리의 동생을 몇번이고 권유했지만


이미 키타노 토요키치의 마음은 한 회색말에게 푹 빠져있었고 결국 그 말을 구입하게 된다






그 말의 이름은 메지로 아사마


훗날 야스다 기념을 제패, 호쿠노 토요키치가 사랑해 마지않는 천황상까지도 제패하며


그의 혜안을 증명했던 말


6살때까지의 현역을 마치고 씨수말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아사마였지만


28 마리에게 교배를 시켜도 수태를 한 말은 0


단 한 마리도 아이를 만들지 못했다


검사결과 아사마의 정자 수가 극히 적다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메지로 아사마에게는 씨수말 실격의 낙인이 찍히게 되고


이에 세간에서는 「씨없는 수박」이라 놀리며


어떤 신사에서는 제전용의 「신마로 넘겨주지 않겠나」 라는 말까지 하는 상황


그걸 들은 토요키치는 불같이 화내며 소리쳤다


「누가 아사마를 신마 따위로 보낼까보냐!! 이런 명마를 신마 따위로 한다면 그거야말로 벌받을 일이다!!」


「정자의 수가 0이 아니라면 수태할 가능성도 0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사마의 아이로 천황상을 제패하겠다!!!


토요키치의 운명을 향한 도전장은 내밀어졌고


아사마의 자식으로 천황상을 따겠다는 그의 집념은 몇 년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


메지로 농장은 말의 상금으로 운영되는 오너 브리더


말이 달리지 않는다면 망할 수 밖에는 없다


수태도 하지 않는다는건 상금이 나올 구석도 없다는 뜻


즉 메지로 농장 생계가 달린 문제였지만


주변의 걱정과 불안은 뒤로 한 채 토요키치는 아사마의 교배만을 시도할 뿐이었고


결국 한 스탭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다


「셰릴에게 아사마를 교배시키자」


셰릴은 토요키치가 프랑스에서 사온 토요키치 개인 소유 말로, 중상 우승마였던 명마


현재 시세로 따져도 1, 2억엔의 가치가 있는 번식 암말이었다


그런 셰릴에게 아사마의 씨를 넣는다는 집념을 넘은 광기의 발상,


아니 광기의 도박수


하지만 모두가 메지로 가문의 종말을 예감했던 이 무모한 도박에서


토요키치는 성공해버리고 만다


기적적으로 아사마의 씨를 밴 셰릴은 1978년 3월 22일


아사마와 같은 회색의 털을 가진 수말을 낳는다






훗날 메지로 티탄이라 이름 붙여진 이 말은


도쿄 경마장의 3200m에서 신기록을 갱신


토요키치의 집착을 넘어선 광기가


신이 만든 운명마저도 넘어선 순간이었다


제86회 천황상 가을을 제패하고 아사마와 함께 부자 2대 천황상 제패를 달성한 메지로 티탄


이는 메지로 아사마가 씨수말 실격으로 낙인 찍힌 뒤로 무려 9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리고 1984년 은퇴하고 씨수말로 들어가게 된 메지로 티탄


그 해, 키타노 토요키치는 드물게도 자신의 아들들을 한데 불러 모으고는 입을 열었다


「아사마가 천황상을 따냈다. 그리고 그 자식인 티탄도 천황상을 이겼다」


「이제 티탄의 아이가 천황상에서 우승한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


「부디 이 꿈을 실현시켜주거라」


그런 말을 남긴 다음 날,






토요키치는 돌연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있었다는 듯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소원은


토요키치의 유언으로 남아


메지로 목장의 숙명이 되었다


그리고 때는 1987년 봄


이제 막 태어난 한 망아지를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 녀석으로도 못 이긴다면, 티탄의 아이는 끝이다」





「오구리 캡이다!! 자 오구리 캡 나아간다!」


「라이언! 라이언! 바깥에서 메지로 라이언! 바깥에서 메지로, 그리고 안쪽에서 화이트 스톤!!」


「하지만 오구리다! 오구리다! 오구리 캡 1착이다, 오구리다! 오구리다!!」


「훌륭하게 마지막 꽃길을 장식한 것은 오구리와 타케!!!」


티비에서 울려퍼지는 뜨거운 함성과 기이한 광경


스탠드에서 울며 쓰러지는 사람, 무언가를 계속 외치는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17만명의 팬이


희대의 명마 오구리 캡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대 경마 붐


그 하이라이트 속에서 메지로 맥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킷카상으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격전과 가혹한 로테이션으로 인한 피로를 녹이던 맥퀸은 복귀전으로 한신대상전을 선택


그를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고


그의 안장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수가 앉아있었다





젊은 우치다 기수에게는 천황상 제패라는 메지로 가문의 무거운 숙명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맥퀸 진영은 기수를 교체


맥퀸의 새로운 파트너로서 젊은 천재, 타케 유타카에게 고삐를 맡겼다


타케 기수가 받은 의뢰는 「이 말을 타주게」가 아닌


「이 말을 타고 이겨주게」


몇십년치나 되는 마음이 담긴


무겁고도 무거운 의뢰를, 타케 유타카는 승낙했다


천황상을 제패할때까지 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갖고 한신대상전이 열리는 츄쿄 경마장의 무대에 오른 맥퀸과 타케 기수


결과는 1.25 마신 차이의 쾌승이었지만


타케 기수는 물론 맥퀸측 운영진 그 누구도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은 천황상을 제패한 다음


말 하지 않아도 모두의 마음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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