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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열린 제103회 천황상 봄


라이벌은 킷카상과 마찬가지인 메지로 라이언 화이트 스톤


하지만 이 날, 킷카상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킷카상 이후, 재팬컵과 아리마 기념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코바 강적들을 상대로 당당히 싸워오며 힘을 기른 화이트 스톤


나카야마 기념에서는 뜻밖의 패배를 겪었지만 오구리 캡과의 명승부를 만들었던 메지로 라이언


그들은 확실히 강해진 모습으로 맥퀸을 노려왔다


하지만


조금씩 회색이 보이기 시작한 커다란 마체의 메지로 맥퀸과


아직 소년기가 남은 앳된 얼굴의 젊은 천재는


중압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우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레이스를 진행하며 힘싸움으로 맥퀸에게 싸움을 거는 화이트 스톤


직선 승부에 모든걸 걸기위해 뒤에서 다리의 힘을 비축해두는 메지로 라이언


그리고 승부처





마지막 직선에 들어선 순간 타케 기수의 채찍이 불을 뿜는다


그들의 뒤를 쫓는 것은 라이언도, 화이트 스톤도 아닌 중압감


그럼에도 그들은 지지 않고 달렸고


타케 기수가 세번째 채찍을 내려친 순간






「맥퀸이다! 맥퀸이다! 화이트 스톤은 나아가질 못한다!」


「그리고 미스터 아담스! 안쪽에서 라이언! 안쪽에서 라이언! 하지만 맥퀸이다!!」


「해냈다! 타케!! 조부 메지로 아사마, 아버지 메지로 티탄을 이은 부자 3대 천황상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90년 4월 28일 쾌청한 날씨의 교토 경마장


제103회 천황상 봄을 메지로 맥퀸이 제패하며


키타노 토요키치가 꿈꾸던 부자 3대 천황상 제패의 신화에 마침표가 찍힌다.


토요키치 타계로부터 6년


그리고 메지로 아사마가 은퇴한 뒤 17년


수많은 세월을 거쳐 달성된 기적


타케 기수는 안도감이 흘러 넘치는 표정으로 맥퀸의 위에 앉아


토요키치를 위한 제령식을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 풀어진 긴장감이 맥퀸의 사소한 반항을 허락해 버린다


갑자기 「히히힝」 거리며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맥퀸


이에 고삐를 갖고 다가오던 키타노 미야가 엉덩방아를 찧어버린다


「이겼으니까 이제 됐잖아.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풀어줘」


사람이 멋대로 만든 위업이나 집착은 알바 아니다


주위에 관한건 신경도 안 쓰고 마이페이스로 살아온 맥퀸 다운 모습이었다





천황상 봄을 제패한 맥퀸은 압도적인 팬 투표 1위로 지지받으며 타카라즈카 기념에 나선다


이 때의 타카라즈카 기념은 그랑프리 레이스라는 간판의 무게에 반해


출마하는 말 대부분이 맥퀸에게 패배한 말들 뿐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는 「누가 이길까」가 아닌


「맥퀸이 어떻게 이길까」였다


하지만 그런 맥퀸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갈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메지로 라이언의 기수, 요코야마 노리히로 기수였다


항상 「우리 말이 가장 강하다!」 라며 라이언을 평가해온 요코야마 기수에게


라이언이 아직도 G1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거기에 요코야마는 어느날 미호 트레이닝 센터에서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리(요코야마 노리히로)가 타는 라이언은 이길 수 없어.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진다면 오카베 기수로 바뀔지도 몰라」


프라이드에 큰 상처를 입은 요코야마 기수는 맹세했다


「라이언을 가장 잘 아는건 나다. 중거리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아. 절대…」


1991년의 타카라즈카 기념은 한신 경마장이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교토 경마장에서 열리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토 경마장 잔디 2200m 에서의 레코드 타임은 2분 12초 3


메지로 라이언과 요코야마의 이름이 적힌 기록이었다





「올해도 여러분의, 그리고 제 꿈이 달립니다. 여러분의 꿈은 메지로 맥퀸인가 라이언인가 화이트 스톤인가. 제 꿈은 뱀부입니다」


스기모토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시작된다


맥퀸은 시종 바깥쪽의 5,6번째 위치에서 쫓아간다


화이트 스톤, 메지로 라이언이 맥퀸을 보며 달리는 언제나의 풍경


하지만 승부처에서 이변을 깨달은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제3코너의 오르막에서 화이트 스톤과 라이언이 맥퀸보다 먼저 움직였다


화이트 스톤은 선행책을 몇 번 시도한적이 있지만


라이언은 호각을 살린 후반 스퍼트가 장점이라는걸 팬 모두가 알고있었다


그 라이언이 선행책에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른거 아닌가?」


불안이 요동치는 가운데, 레이스는 4코너의 내리막으로


여기서 라이언이 당돌하게 선두에 선다





「이 거리에서라면 지지 않는건가, 라이언!」


요코야마 기수는 정신없이 고삐를 흔든다.


너무 이르게 움직인 탓에 라이언이 멈출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을 애써 떨치듯이,


그저 라이언을 믿는 마음 하나만으로 고삐를 움직인다


점점 가속하는 라이언과는 대조적으로 맥퀸의 반응은 느렸다


라스트 100m 지점에서 이제야 후속을 뿌리치고 라이언을 붙잡으러 가지만






이미 따라잡을 거리도,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라이언! 라이언이다! 레코드 홀더!! 이 거리라면 지지 않는다!! 요코야마 노리히로와 메지로 라이언입니다! 2착은 맥퀸. 2착에 메지로 맥퀸!」


몇번이고 성대하게 팔을 휘두르는 요코야마 기수


그리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라이언의 목을 쓰다듬는다


「역시 라이언은 강하지?」


라이언의 힘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만으로 뛰어든 경악의 선행책


요코야마 노리히로는 당당히 가슴을 폈다


맥퀸과 타케 기수 모두 묵묵히 「오늘의 라이언은 강했다」라며 상대를 칭찬할 수 밖에는 없었다


「복수는 가을의 무대에서」


하지만 이때부터, 그들의 톱니바퀴가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다는걸


눈치챈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가을의 주역은 맥퀸! 가을의 주역도 메지로 맥퀸입니다!!」


타카라즈카 기념 이후 휴양에 들어갔던 맥퀸은 가을의 초전으로 선택한 교토대상전에서 낙승을 거둔다


단승 지지율 71.8%, 연승 복식에서는 86%라는 경이로운 지지를 받으며


2착과는 3마신 반의 차이로 대승을 거둔 맥퀸


경마 팬들에게 있어 이번 가을 최대 주목 포인트는 맥퀸의 천황상 봄・가을 연패에 있었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의 패배로 맥퀸의 중거리 적성에 대한 의문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중거리 최대 라이벌인 라이언이 타카라즈카 기념 이후 굴건염으로 인해 전선을 이탈


한때 맥퀸, 라이언과 함께 3강 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화이트 스톤도 슬럼프 기색


다크호스적인 존재로 중상 2연승을 포함한 4연승을 하며 이번 가을, 기세가 오르고 있는 말인 프레크라스니를 거론하는 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맥퀸에게는 안 된다는게 중론이었고


일본 경마 역사상 타마모 크로스의 뒤를 이어 사상 2번째 천황상 봄・가을 제패의 위업은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것 같았다





1991년 10월 27일 제104회 천황상 가을


역시 맥퀸은 홀로 독주를 하고 있었다


불량마장까지 악화된 마장에서 중전차처럼 힘차게 뛰는 맥퀸은 스타트 직후부터 발군의 반응을 보이며 2,3번째 위치에서 추격


레이스를 이끌고있던 프레크라스니가 필사적으로 반격에 나서지만


이미 왕자의 품격이 몸에 밴 맥퀸에게는 어린아이 손목을 비트는 일보다 더 쉬웠고


400m 지전에서 손쉽게 프레크라스니를 제치고 뿌리쳐 나간다


1마신


2마신


3마신





점점 벌어지는 거리에 팬들은 환호성도 잊은 채 감탄을 토할 수 밖에는 없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맥퀸의 목을 쓰다듬어주는 타케 기수


무려 6마신 차이 1착이라는 말도 안되는 강함을 뽐내며


천황상 봄・가을의 위업을 달성한 맥퀸


그 모습을 본 관중은 누군가는 감탄하며, 누군가는 흥분하며, 누군가는 만족해하며 있는 힘껏 박수와 성원을 보내주었다


그때






「방금 전 경기에서 2코너에서의… 진로가 좁아졌던 것에 대한 심사가 진행중입니다. 현재 갖고계신 우승마 투표권은….」


그 누구도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귀를 귀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5분, 10분, 15분이 흐르고


분위기는 변하기 시작한다


「아니, 너무 오래 걸리는데」


「뭔가 이상한걸」


「설마…」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쓴듯이 흥분에서 빠져나온 스탠드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검량실에서는 확정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고,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기자가 귀신 같은 몰골로 이곳 저곳을 분주히 돌아다녔고


방송국의 스탭이 식은땀을 흘리며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어떻게 전할지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으며


손짓 발짓으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조교사와 기수의 면면이 있었다


이윽고 장내에 충격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내말씀 드립니다. 제1위로 입선한 13번 메지로 맥퀸호는 제 2코너에서… 18착으로 강착하며 착순을 변경한 후…」


안내방송이 전대미문의 비극을 끝까지 전달하기도 전


스탠드에서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여성 팬은 울며 쓰러졌고


큰 돈을 건 것인지 나이 든 남성이 노성을 발하며 뛰쳐나왔다


비명과 울음소리와 노성이 뒤덮은 스탠드


그런 혼란의 장소를 뒤로 한 채 집에 틀어박힌 타케 기수를 매스컴은 집요하게 물어뜯었다


「타케 유타카 대실태」


「타케 유타카의 기승 실수」


G1 레이스에서 1위 입선한 말이 강착 처분되는


일본 경마 역사상 유례가 없던 전대미문의 사건





사행 (비스듬히 가로질러 달리기)로 인한 진로방해


메지로 맥퀸 천황상 가을 18착 강착


타케 유타카 6일간 기승 정지 처분








이에 격분한 메지로 가문의 총수, 키타노 미야


강착 처분 취소에 대한 제소를 시사하며


재팬컵, 아리마 기념 보이콧 선언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던 톱니바퀴가


완전히 엇나가기 시작했다






3주후


맥퀸과 타케 기수는 다시 도쿄 경마장의 잔디밭에 섰다


맥퀸의 출마를 원하던 수많은 경마팬들의 강한 염원에 출마를 허락한 키타노 미야


그렇게 맥퀸은 재팬컵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맞붙게 되었다


여전히 강착 처분을 납득할 수 없던 맥퀸 진영은 영광을 되찾을 곳은 법정이 아닌 경마장이며


사법의 손이 아닌 타케 유타카 자신의 손으로 되찾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타케 유타카의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았다


심볼리 루돌프를 뛰어넘는 재팬컵 단승 지지율 41.4%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결국 타케 기수는 마치 실수를 두려워 하는 것 마냥 담담하게 레이스를 진행


그리고 그 어떤 극적인 장면도 보여주지 않은채


4착으로 들어오게 된다






너무나도 담백한 레이스 진행에 또다시 비난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실의의 밑바닥에 빠진 그에게는 도박을 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인기에 짓눌린 그는 이전의 대담함을 잃을 수 밖에는 없었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엇나가기 시작한 톱니바퀴는


이미 듣기 싫은 소리만을 울리며 고장난 채 돌아가고 있었다





12월


타케 유타카의 슬럼프는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다


이길 수 없다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다


괴로움에 발버둥치는 타케 유타카를 두고


시간은 잔혹하게 흘러만 갔다


지금까지 순풍만범한 기수 생활을 보내온 타케 유타카의 커다란 좌절은


천황상 이후, 아리마 기념 전까지


악몽의 41연패라는 기록으로 남아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불과 2달 동안 59전 56패, 그리고 41연패의 기록을 쓴 타케 유타카


그래도 팬들은 맥퀸과 타케 기수를 지지했다


아리마 기념 팬 투표 1위


단승은 물론 압도적인 1번 인기


모든 경마 팬들은 맥퀸과 타케 기수의 부활을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었다






1991년 12월 22일


아리마 기념


레이스는 트윈 터보가 빠른 페이스로 끌고가는 가운데


최근 보기 힘든 하이 페이스로 진행되었다


완전히 흐름을 읽어낸 타케 유타카는 맥퀸을 평상시보다 더 후방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쳐지기 시작하는 선두 집단을 능숙하게 제쳐나가면서


4코너에서는 선두를 완전히 사정권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길 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이긴다. 이 페이스로 이 위치라면, 맥퀸을 뒤에서 제칠 수 있는 말은 없다」


타케 기수가 실추된 자신감과 영광을 되찾기 직전


안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노란 모자가 타케 유타카의 시야에 들어왔다






「안쪽에서 노란 모자, 이건… 이건 다이유사쿠! 이 무슨 놀라운, 다이유사쿠입니다!」


아나운서의 경악의 목소리에 싱크로 하듯이


스탠드의 함성이 비명으로 바뀐다


당당히 선두에 서려고 하는 맥퀸의 안쪽을 어느새 슬금슬금 쫓아온 다이유사쿠가 뛰쳐나왔다


다이유사쿠는 올해 G3인 나카야마 킨배를 우승했을 뿐인데다


교토대상전에서는 맥퀸에게 2초나 되는 차이로 진 말


하지만 그 다이유사쿠가 앞으로 12년을 깨지지 않을 기록인


2:30.6 이라는 무시무시한 신기록을 세우며






메지로 맥퀸을 제치고 결승선에 들어온다


이후 6번을 더 출마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그대로 은퇴하게 된 다이유사쿠


실로 100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기적적인 대사건 앞에서


맥퀸과 타케 유타카는 또다시 좌절할 수 밖에는 없었다


천황상 부자 3대 제패라는 위업을 세우고 왕도를 걷던 맥퀸과 타케 유타카가 1991년에 손에 넣은 G1 타이틀은 단 하나


올해 출마한 모든 레이스에서 1번 인기를 받은 왕자가 남긴 결과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


쌓여만 가는 실의와 좌절은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1992년 3월 15일 한신 경마장에서 열리는 한신대상전





생일이었던 타케 유타카의 얼굴은 무언가를 뿌리친듯한, 씌워져 있던 무언가로부터 벗어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1번 인기를 받고 출마한 맥퀸


레이스는 6두만 출마했었기에 슬로우한 전개로 진행되었다


3번째 위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맥퀸은 3코너가 지날 때 움직이기 시작


4코너를 지날때는 벌써 선두에 안착


그 뒤를 카미노 크렛세가 바짝 쫓아온다





「역시 일기토인가. 일기토를 해주는건가. 아니 안됩니다, 안됩니다. 일기토를 해주지 않습니다. 차이가 벌어진다, 차이가 벌어집니다…」


「올해도 봄의 천황상으로 가는 길을 맑음! 4번의 메지로 맥퀸과 타케 유타카. 당당한 승리!」


지난 가을의 악몽을 떨쳐내듯


맥퀸은 뒤쫓아 오는 말들을 떨쳐내고서는 5마신의 차이로 압승을 거둔다





트라이얼 레이스 (예선전)에서는 그다지 기쁨을 표하지 않던 타케 유타카도


이날 만큼은 솔직하게 기쁜 심정을 내보였다


「천황상 봄 연패는 틀림없다」


천황상의 굴욕은 천황상으로 갚는다


맥퀸과 타케 유타카는 다가올 천황상 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야~ 밖에서 보고 있어도 부드러운 풋워크가 정말 훌륭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 말과 함께라면 땅 끝까지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냉정침착하고 탁월한 경마관 때문에 말을 아끼는 편인 오카베 기수가 드물게도 흥분한 상태로 인터뷰를 했다

아름다운 눈동자와 미끈한 신체


보는자 모두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마체를 자랑하며 산케이 오사카배의 패독에 오카베를 흥분시킨 주인공이 등장했다






토카이 테이오


10개월의 침묵을 깨고 등장한 무패 2관의 명마


아무리 그 심볼리 루돌프의 아들이고 무패 2관을 달성했지만


긴 휴양이 끝난 참인데다 4살 이상의 코바들 상대로는 힘들지도 모른다


팬들 사이에서도 반신반의한 목소리가 오고 갔지만


토카이 테이오는 오사카배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봤느냐, 맥퀸! 올해의 방패(천황상)은 재밌어질거다!」


오카베 기수는 단 한 번도 고삐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완벽히 말이 가는대로 달려 화이트 스톤과 다이유사쿠라는 코바들을 압살한 테이오


그 강력함에 타케 기수도 「강하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메지로 맥퀸과 토카이 테이오


역사적인 2강 대결이 펼쳐질 천황상



「이 말이라면 땅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저쪽이 땅 끝까지라면 저는 하늘까지 날아오르겠습니다」


오카베가 남긴 코멘트에 타케 유타카는 자신만만한 대답을 내놓았다


땅 끝까지 달릴 말인가


하늘까지 날아오를 말인가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이 논쟁에는 평상시 경마를 잘 보지 않는 사람까지도 참가해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기세로 불타 오르기 시작했다


때로는 직장에서, 때로는 학교에서, 때로는 술집에서, 때로는 카페에서


때로는, 때로는, 때로는…


테이오인가


맥퀸인가


탁상에서는 몇 번이나 천황상이 펼쳐졌다


각각의 결론은 완전히 양분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가 있었다





「TM 대결」


MT가 아닌 TM


테이오가 우위라는 전제하의 단어


맥퀸은 킷카상 이후로 놓쳐본 적 없는 1번 인기의 자리를 테이오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1992년 4월 26일 제105회 천황상 봄


슬슬 게이트에 들어갈 무렵, 교토 경마장에 모인 10만명의 관중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대결전의 주인공인 맥퀸이 출주 직전에 편자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스탠드가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아, 수그러들지 않았다


1년전의 오카상


흥분 상태인지라 편자를 바꾸지 못한 채 결국 맨발로 달려 5착으로 패배한 이소노 루브르의 악몽이 되살아 난 것이다


하지만 맥퀸은 침착하게 편자를 교체하며 다른 말들을 기다리게 했고


이 모습을 마치 긴류지마에서 사사키 코지로를 기다리게 한 미야모토 무사시와도 같았다


「결전의 시간이 왔습니다」


스기모토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리고 레이스 시작 직후, 갑작스러운 전개가 시작된다


천천히 5,6번째 위치에 들어가는 맥퀸의 바로 뒤에 토카이 테이오가 쫓아 붙었다


설마 테이오가 먼저 나가는 것인가 싶은 순간


하지만 오카베는 침착한 상태로 테이오를 중단까지 내린다





전년도의 한신 경마장 개축 때문에 교토 경마장은 상당히 혹사된 상태였고


잔디는 곳곳이 패여있어, 상당히 달리기 힘든 상태


그런 불량 코스를 피하기 위해 타케 유타카는 1주째의 스탠드석부터 바깥으로, 바깥으로 맥퀸을 인도한다


그 움직임에 맞추듯이 테이오도 바깥으로,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단 한순간도 놓친 수 없다


그런 높아진 집중력에 레이스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한 3코너의 오르막


맥퀸이 서서히 움직여 앞으로 붙여나가기 시작한다





그것을 마크하듯이 토카이 테이오도 맥퀸의 등 뒤로 움직인다


승부처라는걸 깨달은 스기모토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열이 띄기 시작한다


「봄의 방패는, 봄의 방패만큼은 절대로 내줄 수 없는 맥퀸. 봄의 방패야말로 꼭 필요한 토카이 테이오!」


4코너의 내리막에 들어가기 직전


타케 유타카는 슬쩍 테이오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곧장 정면을 바라본다


이제 남은 망설임은 없다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을 때다


타케 유타카는 맥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결의를 담아 4코너의 내리막부터 롱 스퍼트를 시작한다






「올 테면 와봐라. 이 거리라면 질 수가 없다. 여기부터 스퍼트에 들어간 맥퀸을 쫓아올 말이 있을리 없다」


맥퀸을 믿는 강한 마음이


타케 유타카 안에서 한때 사라진 자신감을 되살렸다


지금껏 보인 적 없는 강한 투지를 뽐내며 힘싸움을 걸려하는 테이오는 점점 힘을 잃기 시작한다


2강 대결의 꿈은 직선 중간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메지로 맥퀸의 독주 무대가 되어버린다


「자 맥퀸이다! 맥퀸 해냈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습니다!!」


후방에서 발버둥치는 테이오를 뒤로하고





맥퀸은 의연하게 골문을 통과한다


사상 최초 천황상 봄 연패의 순간


그리고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은 순간


크디큰 좌절을 뛰어넘은 순간이었다


타케 유타카는 왼손을 번쩍 들고는 맥퀸의 목덜미를 쓰다듬어주었다


검량실에 돌아온 타케 유타카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주위의 기자들을 향해 본심을 흘렸다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커다란 좌절 직후 만난 거대한 벽 앞에서


타케 유타카와 맥퀸이 선택한 길은 어설픈 잔재주가 아닌


「서로를 믿는 것」


「좌절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하늘이 내린 좌절을 뛰어넘어 맥퀸과 타케 유타카는 진정한 왕좌의 칭호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을 위한 새로운 시련을 이미 준비해둔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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