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umamusme&no=250346&search_head=60&page=1






라이스 샤워 -「검은 자객」


- 중상 23전 이상 출마, 그 중 킷카상과 천황상 봄에서 2번 인기 이상으로 승리, 팬 수 32만 이상 달성





가축에게 묘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을 위해 살고


인간을 위해 죽어


사후에는 고기가 된다


그렇기에 가축에게는


묘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목장 주인의 말




1995년 6월 4일


11만명의 관중이 모인 교토경마장


3코너에서 4코너로 가는 도중


검은 털을 가진 말이 땅을 뒹굴고, 기수가 낙마한다


스탠드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쓰러진 그 말은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도


자력으로 다시 일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내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태어났던 홋카이도의 유토피아 목장에 세워진 묘비에는


고로부터 긴 시간이 흘러도 성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대부분이 10대, 20대의 젊은이들


그들은 각기 손에 라이스 샤워가 생전 좋아했던 과일과 당근 등을 들고


비싼 교통비를 지불해가면서 그의 묘비를 찾아온다


그들은 대체 라이스 샤워라는 말에게서 무엇을 엿보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무엇을 잃은 것일까


작은 몸집의 한 서러브레드는 그 삶과 죽음으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을 움직이게 했다


그 이유를 해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라이스 샤워


그는 일본 경마 역사상 보기 힘든 명마였다는 것이다






오전 4시 30분


홋카이도 와시베츠에 위치한 유토피아 목장


이곳의 목장 책임자인 쿠보 마사오는 언제나보다 한시간 일찍 집밖을 나섰다


3월 초는 홋카이도 남부지역에서는 아직 한겨울


20cm는 족히 쌓인 눈길을 헤치고 목장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오늘은 한 마리의 암말이 새로운 생명을 낳는 날


마구간에 들어선 그를 베테랑 구무원인 타케다 유키오가 맞이한다


「상태는 좀 어때」


「괜찮아. 아무 문제없이 순조로워. 이 녀석도 이제 익숙해진게 아닐까」


마구간 안에는 두껍게 깔린 모포 위에 누워있는 암말


라일락 포인트의 모습이 보였다


올해로 4번째 출산을 맞이하는 밤색털의 암말


리얼 샤다이의 아이를 품은 그 배는 크게 요동치고 있었고 이미 산통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 다리에는 붓기 같은 것도 없었으므로 쿠보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느새 쿠보와 타케다 주위에는 타카하시, 키야마의 모습도 보였다


이곳 광대한 유토피아 목장을 관리하는 단 4명의 남자


네 남자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산통을 겪는 라일락 포인트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암말이 망아지를 낳을 때 고통스러워하면 고통스러워할수록 훗날 태어난 망아지에게 더 큰 정을 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네 남자는 그저 손을 맞대고 기도하듯이 지켜볼 뿐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것인지 다른 마방의 말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마치 동료를 응원이라도 하는듯 눈을 뜨자마자 울음소리를 내는 다른 말들


차갑게 얼어붙은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땅


유토피아 목장의 마구간에서는 그런 얼어붙은 대지도 녹일 정도의 열기가 충만해 있었다


라일락 포인트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과 이어지는 파수


유토피아 목장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생명이 이 차가운 대지 위에 섰다


거칠기만한 남정네들의 손에 맡겨져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손길로 양수를 닦여지는 망아지


「새카맣군」


「제 아비와 꼭 닮았어」



1989년 3월 5일 오전 5시 30분


훗날 라이스 샤워라 불릴 한 마리의 망아지가 홋카이도 남부


첩첩산중속에 자리잡은 목장의 한 구석에서 그 생을 부여받았다


체중은 약 35kg


커다란 몸집의 어미와는 달리 작은 몸을 갖고 태어난 그 아이는 밸런스 잡힌 아름다운 체형을 갖고 있었고


그 망아지는 태어나고 30분 후, 자신의 다리로 서서 어미의 젖을 물고 힘차게 마시기 시작했다





검은 망아지는 태어나고 며칠동안은 자신이 태어난 마방에서만 생활했다


어미 라일락 포인트의 온기와 부드러운 모포, 하루에도 몇번 씩 마주치는 인간의 얼굴


그리고 칸막이로 사방이 둘러쌓인 이 좁은 공간이, 그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 망아지에게는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유토피아 농장의 남자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은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


몸집은 작았지만 매우 건강했던 그 망아지는 큰 문제없이 매일 어미의 젖을 먹으며 체력을 키워나갔다


오너인 쿠리바야시 히데오가 부인인 쿠리바야시 이쿠코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 검은 망아지를 보기 위해 농장에 방문한 것도 이때쯤 이었다


유토피아 목장은 흔히 말하는 오너 목장 (오너 브리더)


말은 기본적으로 판매를 하지 않고 여기서 태어난 망아지는 모두 목장 소속말로서 교육받고


소질이 있는 말은 레이스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상금으로 목장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이 녀석은 괜찮은 망아지입니다. 장래를 기대해주세요」


쿠보 목장 책임자가 오너인 쿠리바야시에게 건낸 그 말은 딱히 G1을 3승 한다거나 그런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니었다


이 말이라면 중앙의 레이스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번은 이겨줄 것이다


생산자라면 누구나가 꿈꾸는 소박한 기원이 담긴 말이었다


확실히 이 검은 망아지는 경주마로서 손색 없는 소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밸런스 잡힌 체형


지금까지 수많은 서러브레드를 생산해온 쿠보는 알 수 있었다


이 망아지의 체형은 전형적인 「잘 달리는 말」의 체형이라는 것을


거기에 작은 몸집도 장점으로 볼 수도 있었다


몸집이 작아 몸이 가벼우면 달릴 때 다리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어지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작고


설사 부상을 당한다 하더라도 회복이 빠르다


거기에 어미인 라일락 포인트는 이 유토피아 목장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스테이어의 혈통


만약 이 검은 망아지가 어미의 자질을 물려받았다면 작은 몸집은 그 재능을 발휘할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이 검은 망아지의 혈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아비인 리얼 샤다이는 로열 차저 계열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클래식 전선에서 활약했던 말로 생애 전적은 8전 2승이지만


2700m G2 도빌대상전과 2400m 마로니에상이라는 장거리 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던 말


거기에 할아버지인 로베르토는 2400m 영국 더비에서도 우승했던 명마


한편 어미인 라일락 포인트는 쿠리카츠라, 쿠리노호시, 오호히카리로 이어지는 모계혈통으로


전술했다싶이 이 유토피아 목장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거리마의 혈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고 몸이 너무 크다는 단점 또한 존재했다


이 라일락 포인트의 아비는 1970년대 일본 경마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명마





마루젠스키


이 마루젠스키는 라이스 샤워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장거리마에게는 찾기 힘든, 이례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스퍼트


8전 8승 평균 61마신차이의 전설을 남긴 마루젠스키의 호각은 그의 딸을 건너


그의 외손자에게까지 전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라이스 샤워는 마루젠스키를 평생동안 괴롭힌 약점 또한 물려받게 된다


각부의 약함


마루젠스키가 8전 8승의 전설을 쓰고도 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이 각부불안이라는 약점은 훗날 여러가지 의미로 라이스 샤워를 괴롭히게 된다


어찌되었건, 이 배합을 최초로 제안했던 타케다 구무원은 당초에만 하더라도


「장거리도 가능한 중거리마」를 만들 생각으로 이 배합을 제안했었다


쿠보 목장 책임자 역시 라일락 포인트의 사나운 성격과 마체가 너무 크다는 단점을 리얼 샤다이의 피로 없애기 위해 이에 동의했고


오너인 쿠리바야시 역시


「나는 말에 대한건 모른다네. 전문가는 자네들이니, 하고 싶은대로 하게나」라며


그들의 판단을 등 뒤에서 밀어줬을 뿐이었다


훗날 「헤비 스테이어」라 불릴 이 배합은, 그런 뒷사정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5월 중순, 한발 늦게 봄이 찾아온 홋카이도에서 망아지들은 어미말과 함께 방목지로 이동되어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생후 3개월이 지나 조금씩 젖을 떼기 시작한 망아지들은 서서히 잎이나 귀리, 당근등을 입에 대기 시작하는데


검은 망아지는 작은 몸집으로도 배를 앓거나 감기에 걸리는 일 없이 식욕 왕성하게 잘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났다


이 해에 태어난 25마리의 망아지 중에서도 검은 망아지는 특히 눈에 띄는 존재였는데


근처의 목장인 샤다이 팜이나 메지로 목장 등에서도 자주 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했다


「몸의 밸런스가 잡혀있다. 언젠가 잘 달리는 말이 될것이다」


모두가 입을 모아 검은 망아지에게 좋은 평가를 내렸다


개중에는 「팔 생각이 있다면 내가 구입하고 싶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


만약 유토피아 목장이 오너 목장이 아니였다면 꽤나 좋은 값에 팔려나갔으리라


그리고 미호 트레이닝 센터의 이이즈카 요시지 조교사가 검은 망아지를 처음 본 것은 4월 초의 어느 이른 봄날


이이즈카 조교사는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유토피아 목장에 들러서 말들을 돌본 적이 있었다


어미인 라일락 포인트나 그 첫번째 아이인 쿠리다이아도 이이즈카 마구간에 신세를 졌었기 때문이다


그 라일락 포인트가 좋은 망아지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이이즈카 조교사


하지만 이때 이이즈카는 검은 망아지에게서 「특별한 말」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확실히 잘 빠지고 몸집이 작은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다 얼굴, 특히 눈의 총기가 좋았지만


엉덩이가 작은데다 어딘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이이즈카는 현역시절 더비에 세번 출마했지만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은퇴후 1974년 마구간을 개업한 뒤로도 더비는 커녕 G1 우승마도 배출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런 명마들과 자신은 평생 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총기 넘치는 검은 망아지라면 G1은 몰라도 중앙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은 올리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받은 이이즈카는 곧장 오너에게 가 검은 망아지를 훗날 자신에게 맡겨달라 부탁하게 된다


모두가 이 검은 망아지의 소질을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모두가 이 검은 망아지의 진정한 가능성을 꿰뚫어보지는 못했다


검은 망아지 스스로도 물론 자신의 힘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먹이를 먹고, 낮에는 목초 위에 뒹굴며 놀다 밤에는 어미의 가슴속에서 잠든다


이 검은 망아지의 세계는 마방에 있을 때보다 한층 더 넓어졌지만


아직 이 넒으면서도 좁은 방목지가 그의 전부였다






홋카이도의 짧은 여름이 끝나고


9월 20일 검은 망아지는 어미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그는 이미 어느정도 젖을 뗀 한 마리의 어린 말로 성장했고


그 어미의 뱃속에는 또다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어 있었다


어미와 헤어진 검은 망아지는 다른 망아지들과 함께 나카노보리베츠의 농장으로 이동되었다


평지에 있어서 비교적 따듯한 이 곳에서 긴 겨울을 날 셈이었다


곧 눈이 쌓이고 어린 망아지들은 밖에서 뛰어 놀 수도 없어 몇 개월간 이 작은 마구간에서 지루함과 싸우며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영양분 있는 식사와 충분한 휴식으로 몸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시기


작은 몸집이었던 검은 망아지도 하루하루 몰라볼 정도로 몸집을 키워갔고


이듬해 5월


다시 본래 목장으로 돌아갈적 그 체중은 300kg까지 불어있었다






돌아온 망아지들은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은 방목지에서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검은 망아지


날카로운 순발력으로 다른 말들을 단숨에 제체는 그 모습에는 젊은 말 특유의 생동감과 힘이 넘치고 있었고


보는 이들을 단숨에 매료시키는 강한 매력이 있었다


유토피아 목장의 지형은 「산」


원래 소를 키우기 위한 목장이었던 이 곳은 서러브레드의 목장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할 정도로 고저차가 심하고


지반이 부드러워 비가 내리면 마치 논처럼 변해버린다


「잘도 이런 곳에서 서러브레드 목장을 할 수 있구만」


쿠보 목장 책임자가 다른 목장 동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말은 그 무엇보다도 「산」에서 달리는걸 먼저 배운다


가파른 언덕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고, 겁도 없이 달려 내려온다


물 웅덩이가 곳곳에 있는 논과 같은 훈련장소에서 다리와 허리를 단련한다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 목장에서 생산하는 말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훗날 라이스 샤워는 고저차가 큰 교토 경마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3코너의 긴 내리막을 마치 평지를 뛰듯 달려 내려가기로 유명해진다


이것은 혈통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 나고 자란 목장에서 기른


후천적 재능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1990년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였던 검은 망아지는 서러브레드로서 정식으로 혈통등록을 하게 된다


서러브레드라는 것은 말에게 있어 커다란 명예이자 벗을 수 없는 멍에


이것은 중앙의 큰 무대에서 달릴 수 있는 자격이며


장래에 자손을 남길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고


동시에 계속해서 싸워나가야만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빠른 다리」를 위해 「튼튼한 다리」를 포기해야하는 서러브레드의 숙명


빠른 다리만을 추구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인간의 기만


검은 망아지도 역시 서러브레드 답게 빠른 다리를 갖고 태어났지만


이는 곧 다리가 약한 말의 반증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인간을 위해서 달리고 인간의 사정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서러브레드의 무거운 숙명을 안고 태어난 검은 망아지는


그저 시원한 여름 바람속을 질풍처럼 마음껏 달릴 뿐이었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에 있어 초식동물인 말은 피식자의 역할


그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암말을 차지할 수 있는 수컷은 리더, 단 한 마리 뿐


가장 강한 리더의 자식을 낳게 함으로서 종족을 번영시키려는 생물의 본능


그렇다면 가장 강한 말은 어떤 말인가


물론 다른 동물처럼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수말끼리 싸워서 한쪽이 이긴다 한들, 결국엔 초식동물


육식동물에게는 이길 턱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외적에게 습격당한 야생말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해답은「달려서 도망치기」


「빠르게 달리는 수말」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로「강한 수말」이라는 뜻이다


말의 본능은, 서러브레드의 본능은 달리는 것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야생마의 시절부터 5000만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투쟁 본능이며, 동시에 강렬한 종족 보존 본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바로 경마


레이스에 출마하는 마군은, 그 자체가 야생마 무리와 같은 의미


말이 다른 말과 경쟁하며 달린다는 것은, 즉 무리의 리더를 가린다는 뜻이다


경마의 세계에서 좋은 마체는 승리를 위한 유일한 조건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마체와 튼튼하고 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도 최종적으로 그 능력을 레이스에서 발휘시키는것은


유전자에 각인된 투쟁 본능과 종족 보존 본능


최고의 소질을 가진 서러브레드가 그 약한 본능 때문에 실력발휘를 못하고 1류 경주마가 되지 못한 경우는 수두룩하게 많다


그리고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는 첫번째 조건인 좋은 마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이거라면 중앙에서 싸워도 이길 수는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너머


초일류의 말이 되기 위한 강렬한 투쟁본능이 있는가


그리고 이 검은 망아지는 1살 무렵 때부터 그 투쟁본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혼자 달릴 때보다 경쟁하며 달릴 때 더 강하다


무리로 달리고 있을 때, 특정한 한 말을 목표로 정하고 나면 그 말을 제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 한번 앞으로 나서면 결코 그 말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무리의 선두에 서는 것 보다 라이벌시하는 한 마리의 말에게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그의 이러한 성격은 훗날 여러 대회에서 많은 드라마를 쓰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곧 짧은 여름이 지나


검은 망아지는 유토피아 목장에서의 두번째 가을을 맞이한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알리는 것은 안녕의 인사


어느날 쿠보는 1살마들을 한 마리씩 데리고 나와 안장을 채워보기 시작했다


어떤 말은 이를 싫어하고, 어떤 말은 날뛰었지만


검은 망아지는 처음에만 조금 놀랐을 뿐, 언제나처럼 침착해 있었고


쿠보가 그 위에 앉아도 날뛰지 않았다


쿠보가 내려오자 그 다음은 타케다가, 그 다음은 타카하시, 키야마가 차례로 검은 망아지 위에 앉아 조금 걸어본다


그 어떤 명마라 할 지라도 그 등에 처음으로 앉을 권리는 생산 목장의 구무원들의 것


이 말이 장래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린 말에게 처음으로 앉는 이 때의 감촉은 지금까지의 힘든 나날들을 무사히 마쳤다는 증표이며


구무원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작지만 꽤나 타는 맛이 좋은 말이었다」




그리고 10월 30일 이른 아침


1살말들이 치바현의 다이토우 목장으로 이동하는 날


아홉마리의 말이 들어가는 말 운반용 차량 안에는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의 모습도 있었다


다른 말들이 불안함에 날뛰는 와중에도 얌전히 가장 먼저 탄 검은 망아지


암말은 레이스가 끝나면 언젠가 번식 암말로서 다시 이 농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수말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다


저 멀리 떠나가는 말 운반용 차량을 보며


네 남자는 각기 여러가지 감상을 품은채 그들이 가는 길을 마지막까지 배웅해 주었다


이 날, 나중에 라이스 샤워라 불릴 명마의 생애에서 가장 평온했던 시간이 막을 내리게 된다





2편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