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umamusme&no=254981&search_head=60&page=1



치바현 이치하라시에 위치한 다이토우 목장은 유토피아 목장의 부수 시설로


유토피아 목장에서 자란 말들이 육성, 트레이닝을 받는 곳이다


목장 책임자인 미요시 준지로를 필두로 12명의 구무원과 수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대시설


진한 녹색으로 둘러쌓인 목초지 주위에는 한바퀴에 1250m의 더트 코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유토피아 목장에서 보내진 어린 말들은 이 더트 코스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게 되고


이후 미호나 릿토의 트레이닝 센터로 보내지게 된다






1990년 10월 31일 아침 5시


유토피아 목장에서 1살말들을 태운 말 운반전용 차가 도착했다


유토피아 목장에서 보내진 1살말들은 총 23마리


그 안에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미인 라일락 포인트도 1살 시절 이 다이토우 목장에 온 적이 있었으며


현역시절의 전적은 39전 4승


특히 후추의 1400m에 강해, 같은 조건에서 2승을 쟁취하였었다


하지만 다이토우 구무원들에게 라일락 포인트는 전적 이상으로 인상에 남은 말이었다


암말로서는 드물 정도로 성격이 사나워, 누구나가 그녀를 돌보는데 애를 먹었던 경험을 했었던 것이다


베테랑 구무원인 후쿠야 노보루가 처음으로 검은 망아지를 만난 것은 말 운반 차량이 도착한 아침


아직 어슴푸레한 어둠속에서 다리에 상처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라일락 포인트의 아이 치고는 그리 강한 인상을 받지 못하였었다


어미와는 다른 작은 몸집에 얌전한 말


아직 검은 망아지는 그 정도의 인상만을 줬을 뿐이었다


다이토우 목장에서는 입사하고 1달 반동안은 사람이 직접 타는 트레이닝을 실시하지 않는다


우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해 방목을 하고 상태를 살핀다


검은 망아지가 후쿠야 구무원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광대한 유토피아 목장의 방목지와 비교하면 치바현에 위치한 다이토우 목장의 방목지는 그리 넓지 않다


그래도 혈기 왕성한 1살말들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전력질주하며 울타리 앞에서는 턴하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울타리와 격돌하는 말들도 있다


그런 몸의 움직임이 가장 가벼웠던 것이 바로 검은 망아지였다


「저 검은 녀석, 말도 안 되는 탄력이 있군」


「그럴 마음이 들면 울타리같은건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는거 아닐까」


「장애물 경주에 보낸다면 괜찮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오는 이 대화를, 당시의 구무원들은 진지하게 나누고 있었다






새해가 밝은 1991년 3월 1일


이 해, 2살마로서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는 젊은 말들에게 드디어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작은 몸집의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도 이때 이미 440kg을 넘고 있었다


생산 목장에서 안장을 채워져본 적이 있다고는 해도, 이때의 말들은 대부분 사람이 올라타려하면 거절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사고 방지를 위해 두명이 편성되어 한 명이 올라가면 한 명이 고삐를 쥐고 우선 사람을 태우고 걷는 것부터 배우게 된다


하지만 검은 망아지는 구무원들이 그 어떤 배려도 할 필요가 없었다


마치 오랜 세월 사람을 태워왔다는 듯이 침착하게 구무원을 태우고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험삼아 고삐를 쥔 구무원이 손을 놓아도 그 위에 앉아있는 구무원은 전혀 불안이 없었다


기묘할 정도의 신뢰감이 느껴졌다


「구름 위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검은 망아지 위에 앉아있던 18살의 젊은 구무원, 히라코가 남긴 말이었다


거기에 히라코가 계속 타보니 이 검은 망아지는 「몸이 부드러운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로, 사실 그가 태어난 유토피아 목장에서


구무원들은 그에게 「오히려 몸이 단단한 말이었다」라는 평가를 내렸었기 때문


너무나도 탄력이 강해 날카로운 순발력을 겸비하고 있어서 밖에서 보면 몸이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타보면 그제야 비로소 본래의 몸의 부드러움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은 즉 검은 망아지가 경주마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홋카이도에 비해 따듯한 치바의 땅에서 트레이닝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1250m 더트코스에서의 달리기 훈련


그리고 3월 말에는 미호 트레이닝 센터 입사 직전 본격적으로 시간을 재보기 시작한다


200m를 15초 전후로 내달리는 본격적인 질주


검은 망아지는 트레이닝에서 진보, 소화, 효율 모든 면에서 다른 동년배의 말들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훈련 때 타임을 재보면 타고 있던 히라코가 생각하던 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이 계속된다


이는 다른 말과 함께 경주하면 특히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


기수가 아닌 말이 스스로 페이스를 만들어 달린다


생각해보면 히라코는 자신의 생각대로 달린 적은 없었고, 언제나 검은 망아지의 페이스를 맞춰주며 달려왔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트레이닝이 이어가던 어느날 오전 5시


2200마리 이상의 경주마가 동시에 잎을 씹는 소리가 미호 트레이닝 센터의 아침을 깨운다


총 면적 약 6500만평


도쿄돔의 약 47배의 면적


총 123동의 마구간에 들어가 있는 마방의 수는 2304호


구무원을 포함한 관계자는 총 1500여 세대의 총인원 약 5000명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관동의 서러브레드 메카


미호 트레이닝 센터


3월 23일


다이토우 목장에서 기초 트레이닝을 마친 검은 망아지는 이 미호 트레이닝 센터로 보내지게 되었다


우선 그 혈통증명서에 기재된 특징으로 1차 분류되어 해당 말임이 확인되면 이어서 병이나 부상등의 검사를 받는다


그런 절차를 마친 검은 망아지는 이제 미호 트레이닝 센터의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건 즉 검은 망아지가 「현역 경주마」라는 것을 의미하며


서러브레드의 엘리트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미호는 각 조교사가 센터 안에서 마방을 빌려 마구간을 경영하는 방식


검은 망아지는 그 중에서도 언젠가 자신을 찾아왔던 인물


이이즈카 요시지가 경영하는 「이이즈카 요시지 마구간」에 정식으로 등록하게 된다


그리고 현역 경주마로서 검은 망아지가 받은 이름


라이스 샤워


수말중에서는 드물게도 강한 인상보다도 아름다운 울림을 느끼게 하는 이름


라이스 샤워란 결혼식의 마지막, 교회에서 나온 신랑 신부에게 쌀을 뿌리는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


이 작은 말에게는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쿠리바야시 오너의 작은 소망이 깃든 이름이 주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이름을 받은 라이스 샤워는


이곳, 미호 트레이닝 센터 안에 있는 이이즈카 마구간에서


이후 그의 생애에 깊게 관련되는 인물인


카와시마 후미오 구무원과 만나게 된다


카와시마는 1955년생으로 1991년 당시 이미 15년의 경력을 갖고 있던 베테랑 구무원


이곳 미호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말의 교체가 잦다


이이즈카 마구간에서만 연간 15마리 전후의 2살말이 입사하고


같은 수의 말이 부상이나 은퇴등의 이유로 퇴사한다


카와시마가 라이스 샤워의 담당이 된 것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지 지금까지 돌보던 말이 퇴사를해 손이 비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무언가의 인연이었던 거지」


카와시마는 말한다


처음 라이스 샤워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렇듯, 카와시마 역시 이 작은 체구의 말이 언젠가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G1을 제패하는 그런 명마들은, 자신과는 평생 연이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있었다


라이스 샤워는 매년 몇 마리나 있는, 어느새 들어왔다 어느새 사라지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이 돌봐야 한다면 내 자식처럼 귀여워하면서 돌봐준다


말이 좋아서 이 길로 들어온, 삼시세끼보다 말이 더 좋은 카와시마 구무원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들어오고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라이스 샤워는 카와시마의 15년 구무원 경력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머리가 좋은 말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라이스 샤워도 그의 인격을 알아채고는 금새 잘 따르게 되었다


이후 4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카와시마는 「침식을 함께 한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라이스 샤워의 곁을 지키게 된다


「라이스, 좋은 아침. 오늘은 어떻니」


매일 아침, 아무도 없는 마방에서 카와시마는 라이스 샤워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라이스 샤워도 언제나 그에 대답하듯이 작은 울음소리를 내 주었다


레이스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생활을 함께 하는 동료라는 의미로 카와시마는 라이스 샤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미호 트레이닝 센터의 훈련 마장은 남, 북 크게 둘로 나뉜다


북쪽의 마장은 더트와 장애물 경주 중심


메인은 총 다섯 코스가 존재하는 남쪽의 마장


1370m 더트에서부터 2000m 더트, 1700m 잔디까지


4월이 되자 라이스 샤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자를 박고 이 트레이닝 코스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처음부터 좋은 움직임을 보였던 라이스 샤워였지만


유토피아 목장 출신의 말 뿐이었던 다이토우 목장과는 달리


전국에서 우수한 2살마들이 모인 이 미호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였다


확실히 누가 봐도 좋은 말이었지만


반대로 그 정도일 뿐인 말은 어디에나 있다


좁디 좁은 방목지를 떠나 전국을 상대하게 된 라이스 샤워 앞에는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이즈카 조교사도 역시 그를 특별시하지 않았다


모두와 같은 트레이닝을 받고


조정이 빠르게 끝난 말은 빠른 데뷔를


조정이 맞지 않는 말은 탈락을


체에 거르듯이 수많은 경주마의 원석들이 걸러지는 이곳이야말로


관동의 서러브레드 메카, 미호 트레이닝 센터였다


라이스 샤워는 솔직한 성격에 얌전하고, 항상 침착한 성격이었다


훈련에서는 훈련 보조나 젊은 기수가 차례차례 바뀌어가며 그의 등 뒤에 올라탔지만


누가 타도 다루기 쉬운 말이었다


몸도 건강하고 몸집은 작아도 식욕은 왕성


능력은 차치하고서도 훈련 진도가 빠른 말이었음은 틀림 없었다





미호의 코스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5월 중순


점점 스피드를 붙인 훈련이 시작되어 타임 측정도 이어진다


라이스 샤워는 다른 말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200m 15초 전후의 기록


하지만 다이토우 목장에서도 그랬듯이


라이스 샤워의 진짜 실력은 다른 말과 함께 달릴 때 나왔다


평소에는 침착하지만 다른 말과 경쟁할때는 강렬한 투쟁본능을 일으키는 그 성격은


경주마로서 이상에 가까운 자질


훈련을 거듭해 나갈수록 이이즈카 조교사는 라이스 샤워에게 점점 더 큰 기대를 갖기 시작한다


6월 7일


훈련과 함께 시행된 게이트 시험도 한번에 패스한 라이스 샤워


장기간 레이스를 나선 베테랑 경주마들도 게이트에 들어가는걸 싫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라이스 샤워는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있는듯이


언제나처럼 얌전하게 게이트에 들어갔고


이로서 정식으로 데뷔전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일주일 후


처음으로 잔디 코스를 밟게 된 라이스 샤워


현존하는 JRA의 중상 레이스는 대부분이 잔디 코스에서 이루어진다


잔디 코스 적성 유무는 그 말이 중앙에서 일류가 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중요한 요소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명백히 잔디 코스에 대한 적성이 있었다


이 계절이 되면 조정이 빠르게 끝난 말들이 서서히 데뷔하기 시작한다


미호에서 삿포로로 옮겨져 데뷔전의 성적이 관계자들에게 보도된다


라이스 샤워의 유토피아 목장 동기인 쿠리토라이도 라이스 샤워보다 한발 먼저 데뷔전에 나가 4착이라는 호성적을 거둔 상태


라이스 샤워도 빠른 단계에서 조정을 마치고 6월 말부터 언제든 데뷔전에 나갈 준비를 끝마쳤지만


7월초 갑작스러운 발열로 인해 삿포로에서의 데뷔 무대는 물건너 가게 된다


데뷔전에서의 성적은 그 말이 이후의 평가에 크게 관여된다


모처럼 소질 좋은 라이스 샤워를 만전의 상태에서 보내고 싶던 이이즈카 조교사는 신중하게 라이스 샤워의 용태를 관찰하고


8월 10읠 니이가타의 데뷔전을 목표로 삼게 된다


데뷔전이 결정된 라이스 샤워는 훈련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고


최종 훈련에서 남긴 라스트 200m 11.2초의 기록은


4살 이상의 코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좋은 내용이었다


준비는 만전


관계자 모두가 기대를 높여가는 와중


라이스 샤워 그 자신도 마치 첫 출진을 알고있다는 듯이 기합을 넣고서는 데뷔전을 맞이하게 된다




눈이 달랐다


라이스 샤워는 그 눈이 특징적인 말로, 투쟁본능이 강한 말임에도 평상시에는 그게 드러나지 않는 말이었다


수말에게는 흔히 보이는 거친 날카로움이 엿보이지 않고 항상 온화함이 깃들던 그 눈에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마치 연기라도 날 것만 같은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기합이 들어가 있구만…」


카와시마는 패독에서 라이스 샤워를 인도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8월 10일 토요일


이 날의 니이가타 경마장에는 아침부터 몰려온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소란 속에서 위축하지도, 동요하지도 않고 그저 침착하게 서있는 라이스 샤워


그는 몸집은 작지만 그릇은 큰 사내였고 확실히 기합을 넣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등에 기수가 타도 그 침착함은 변함이 없다


그의 안장에 오른 것은 미즈노 타카히로


이이즈카 마구간 소속의 19살 젊은 기수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훈련에서 라이스 샤워와 콤비를 맺어왔던 사내였다



니이가타 제3 레이스 잔디 1000m


출마는 암말 한 마리를 포함한 총 10 두의 말


데뷔전에서는 모든 말이 전혀 데이터를 갖고있지 않다


팬들의 투표는 주로 혈통, 조정 상태, 훈련 타임 등 아주 약간의 정보만을 기대서 이루어 진다


이날 1번 인기는 사가의 릿토 트레이닝 센터에서 언덕길 500m를 33.7초로 주파한 다이이치리유몬


라이스 샤워는 2번 인기에 머무르게 된다


불안한 요소라면 1000m라는 짧은 거리


라이스 샤워는 그 성격, 체격, 혈통 모든 면을 따져봤을 때 2000m 이상의 장거리에서 강한 말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장래 초일류의 명마가 될 말이라면


설사 거리 적성이 맞지 않는다 해도 이 정도 멤버들이 나온 데뷔전에서는 승리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평균 10 마리의 말이 출마하는 데뷔전


서러브레드의 엘리트들이 나선 이 데뷔전에서


또 다시 1/10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겪는 레이스에 당황해 하는 말들이 게이트에 들어가길 거부해 계원들에게 등을 밀리며 들어가는 와중


마지막 순서로 게이트에 들어가게 된 라이스는 게이트 입장을 거부하지도 않고 얌전히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열린 게이트


데뷔전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의 좋은 스타트로 나선 라이스 샤워


본명의 1번 인기인 다이이치리유몬과 아이네스 브레이브가 선두 싸움을 하는 와중


라이스 샤워는 세번째 위치에서 쫓는다


1000m라는 짧은 거리의 단거리 경주에서는 밀고 당기기 같은 수작은 먹히지 않는다


힘의 차이가 여실한 경우를 제외하면 선두 그룹에 남은 몇 마리의 말들이 그대로 승부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


400m가 남은 지점에서 라이스 샤워가 드디어 선두에 욕심을 냈다


투쟁심을 발휘하며 바깥쪽에서 단숨에 습격을 가하는 라이스 샤워


미즈노의 채찍이 바람을 가른다


한발 그리고 한발 이어서 한발


가장 안쪽의 아이네스 브레이브가 지쳐 떨어져 나가고


남은 것은 다이이치리유몬 뿐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라이벌은 옆에서 달리는 이 녀석


내가 먼저 달리겠다


내가 이기겠다


다이이치리유몬도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라이스 샤워의 승리를 향한 본능은 그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결과는 목 하나 차이의 1착 승리


타임은 58.6초


앞으로가 기대되게 만드는 좋은 성적을 남기고


라이스 샤워의 데뷔전은 마무리되었다





「경쟁에서 강한 말이었습니다」


데뷔전에서 승리 후 미즈노 기수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훈련에서 이미 투쟁심이 강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대부분의 서러브레드들은 강한 투쟁심을 갖고 태어난다


훈련단계에서 강한 본능의 편린을 엿보였으면서도 레이스에서는 발휘하지 못하는 경주마는 얼마든지 있다


그 말의 진정한 능력,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강한 마음은


실제로 레이스에서 달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라이스 샤워와 2착의 다이이치리유몬의 차이는 고작 목 하나 차이


하지만 마지막 직선에서 어깨를 나란히 달리며 치열한 혈투끝에 쟁취한 목 하나 차이의 승리였다


일류마와 이류마를 가르는 차이였던 목 하나 차이


같은 조건하에서 같은 능력의 말이 함께 달렸을 때 동착으로 들어올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


끝까지 상대를 제치고자 하는 강한 투쟁심과 승리를 향한 열망


경마는 단순히 먼저 들어온 시간을 재는 스포츠가 아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치열한 경쟁과 싸움이 벌어지는 야생 그 자체인 것이다


과거 신잔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설의 명마가 있었다


1960년대에 활약했던 일본 초대 5관마


생애 전적은 19전 15승, 2착 4번


단 한번도 연대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 말은 2착으로 패배했을 때도 언제나 큰 차이 없이 아슬아슬한 경기를 보여줬었다


15승 중에서도 대부분이 코 하나 차이, 목 하나 차이 혹은 1,2마신 차이 등


신잔이 다른 말들과의 차이는 단순한 승리와 패배의 개수가 아닌


그의 강한 승부욕투쟁심 그 자체였다


빠르다는 것은 경주마에게 있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승리를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승부에서 이기는 말은 언제나


「빠른 말」이 아닌 「강한 말」인 것이다


라이스 샤워는 데뷔전에서 자신이 「강한 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좋은 스타트, 결코 초조해서 앞으로 달려가지 않는 침착함, 페이스를 스스로 배분하는 감


이런 것들은 결코 후천적인 훈련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닌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던 그의 천성의 재능이었다




유토피아 목장의 네 남자들이 라이스 샤워의 승리를 알게 된 것은 당일 오후가 되서였다


데뷔전은 테레비 방영을 하지 않는다


다이토우 목장에서 전해준 통화를 듣고 나서야 그들은 라이스 샤워의 승리를 알게되었다


라이스 샤워가 이겼다. 직선에서의 승부에서 훌륭히 상대를 꺾고 쟁취한 승리였다


그런 말을 들어도 쿠보는 이렇다할 감상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목장에서 생활하던 라일락의 네번째 아이와 라이스 샤워라는 이름이 머릿속에서 결부되지 않았다


「그 장난꾸러기 꼬맹이가 꽤나 잘 해나가고 있군」


그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라이스 샤워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 한번의 승리만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확 뛰어오르는 일은 없었다


이이즈카 조교사의 판단으로는 이 시점에서 아직 장래가 기대되는 말 중 하나에 불과했다


만약 이이즈카가 라이스 샤워에게서 G1 우승의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좀 더 다른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수


경주마에게 있어 매번 기수가 바뀌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클래식 등의 G1을 노릴 소질이 보이는 말은 데뷔전부터 장래를 염두해 두고 G1 클래스의 기수를 기용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이즈카에게 데뷔전에 나서는 라이스 샤워는 아직 1류 기수를 기용할 만큼의 말이 아니였다


그러나 데뷔전의 승리로 이이즈카 안에서 라이스 샤워에 대한 평가는 확실히 올라가 있었다


9월 1일 일요일


이날의 메인 레이스는 니이가타 2살마 스테이크스


라이스 샤워도 출마한 이 경기, 이이즈카는 이길 생각 만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수 일주일 전 기승 정지 처분을 받은 미즈노 대신 베테랑인 스가와라 야스오를 기용할 정도


G3 레이스인 이 경기에 출마하는 2살마들은 데뷔전의 말들과는 확연히 레벨이 다르다


데뷔전에서 우승했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이 있어야만 출마가 가능한 경기


적어도 미승리 말은 출마할 수 없는 레벨의 경기다


이 날 출마한 말은 총 14두


모두가 1/10의 난관을 돌파하고 이 자리에 선 장래가 유망한 유망주들


거리도 1200m로 늘어나 있었다


라이스 샤워는 이 경기에서 1번 인기를 받으며 무대에 서게 된다


하지만 데뷔전때와 비교해보면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라이스 샤워는 스타트에 실패해 초반부터 뒤쪽의 마군에 둘러쌓인 채 달리게 되었고





경합다운 경합도 벌여보지 못한 채 레이스는 종료되었다


결과는 11착의 대패


라이스 샤워의 이런 모습은 관계자들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투쟁심이란 즉 멘탈의 강함의 발현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조정 이외에도 미세한 컨디션 만들기가 필요해진다


이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투쟁심에 불이 붙는 것이고


반대로 경합도 못 해본채 그 가능성도 보지 못한다면 투쟁심은 잠이 든 채로 레이스가 끝나버리고 만다


경마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


1착이 되지 못한다면 2착이나 최하위나 크게 다를게 없다


머리가 좋은 말이었던 라이스 샤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핏 보기에는 침착하고 얌전해 보이는 말이지만


라이스 샤워는 보기보다 훨씬 섬세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대는 니이가타에서 나카야마로 옮겨지게 된다


가을 경마 시즌의 본격적인 개막


이이즈카 조교사가 라이스 샤워의 3전째로 선택한 경기는 후요우 스테이크스


이 레이스를 선택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레이스에서는 14두라는 많은 말들이 출마했던데다 1번 게이트라는 조건 때문에


가장 안쪽에서 마군에 갇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라이스 샤워는 마군 안에서 부대끼는데 약한 걸지도 모른다


따라서 별로 많은 말이 출마하지 않는 레이스에서 한번 더 내보내 그에게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당일 후요우 스테이크스에 출마한 말은 총 8두


멤버를 봐도 4전을 거치고서야 처음으로 승리를 한 아라랏산 이외에는 강해보이는 말이 없었다


라이스 샤워의 시합 전 조정도 나쁘지 않았던데다


기수도 상성이 좋았던 미즈노로 다시 교체했다


이기기 위한 조건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레이스에 출마하기 위해 경주마들은 말 운반용 차량으로 경마장까지 옮겨지게 된다


라이스 샤워도 이른 아침 차를 타게 되었는데, 이미 레이스가 가까워졌다는걸 알고 있었던 것인 것인지


일찍부터 기합을 넣고 열중해있던 라이스 샤워는 이날 드물게도 게이트 입장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트 직후


라이스 샤워는 좋은 시작을 끊는다


첫 1600m라는 것도 있어서 미즈노 기수는 중단보다 조금 아래쪽에서 상태를 살핀다


전날부터 내렸던 비가 남아있어 당일 나카야마의 잔디는 무거운 상태


하지만 유토피아 목장에서 논과 같은 방목장에서 자라온 라이스 샤워에게는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 요소였다


담담히 레이스가 진행되는 와중, 바깥쪽에서 조금씩 위치를 올리며 800m 남은 곳에서 3번째 위치까지 자리잡은 라이스 샤워





최종 코너를 돌았을 때 이미 라이스 샤워는 선두에 서있었다


직선에 들어가서도 쫓아오는 말들을 뿌리치며 머리 하나 차이로 승리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경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져온 승리였다


데뷔 이래 3전 2승


아직 완성되지 않은 2살마에게 이건 썩 괜찮은 숫자이다


데뷔전에서 1/10의 확률을 뚫고 이긴 말들이


2차전에서 서로 다시 맞붙어 싸운다


이기면 이길수록 오르기 힘들어지는 경마의 세계


데뷔전에서 패배한 후 미승리전에서도 이기지 못해 결국 1승도 하지 못한채 2살, 3살 때 은퇴하는 경주마는


모래사장의 모래알들처럼 널리고 널린 것이 현실


그런 「이기지 못한 경주마」의 말로는 비참하다


좋은 혈통의 암말이라면 번식 암말로서의 길이 남아있지만


수말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흰색에 가까운 회색말이라면 운 좋게 기마용으로 다른 곳에서 다시 달릴 수 있게 되지만


그런 수요도 매우 한정적


씨수말로서의 가능성도 전무하다 봐도 무방할 정도


그런 말들에게 남겨진 길은 오직 하나


폐마


라이스 샤워의 두번째 승리를 가장 기뻐했던 것은 구무원인 카와시마였을지도 모른다


몇 마리씩이나 되는 말을 한번에 담당하는 구무원에게 있어서도


3전 중 2승을 거두는 말과 만나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 카와시마는 자신이 담당하는 말들을 정말 제 자식처럼 아끼고 있었다


그런 말이 승리하지 못해 사라져 버리는 것 만큼 힘든 일은 없다


2승을 거둔 것으로 라이스 샤워와 헤어질 일은 없다는, 기쁨 보다도 안도감이 더 컸다


이미 카와시마에게 라이스 샤워는 단순히 머리가 좋고 귀여운 말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경주마가 되었다


이는 이이즈카 조교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이즈카는 서러브레드에게 있어 혈통을 중시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유토피아 목장의 검은 망아지를 주목했던 이유도 원래는 리얼 샤다이의 아이라는 좋은 혈통 때문이었다


확실히 데뷔전 전에도 좋은 말이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데뷔전 이래로 3전 2승을 거두는 말이 될줄은 몰랐다


이이즈카는 조교사로서 항상 30마리에 가까운 경주마를 관리하므로


기본적으로는 어느 한 말을 편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우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 라이스 샤워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말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가능하다면 그게 무엇인지 그 끝을 보고싶다


아직 G1 우승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었던지라 그저 그런 막연한 생각만이 있을 뿐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스스로의 실력으로, 자신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데뷔한 라이스 샤워는 이제 생애 25전 중 3전을 끝마쳤습니다


그리고 좇밥 리그에서 3전 2승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하는 사람 있을 거같아 설명을 덧붙이자면


일단 일본 경마 레이스는


미승리, 데뷔전 -> 1승 클래스 -> 2승 클래스 -> 3승 클래스 -> 오픈 클래스 -> G3 -> G2 -> G1


이렇게 그레이드가 올라가는데


(2019년 새로 도입된 리스테드는 생략)




2019년 기준 JRA 현역 등록 8930 마리의 말 중에서


1승, 미승리, 미출마가 전체의 75%임


2승 클래스도 전체의 13% 뿐이고


오픈 클래스에서 우승한 말은 전체의 6.3%에 불과함


어떨때 보면 오픈 이상은 전체의 3%라고도 하던데


이 중에서도 중상에서 우승하고 더 나아가 G1에서 우승하는 말들은


진짜 정말 극소수에 불과함


니들이 G1에서 만나는 엑스트라 말딸들도 사실 진짜 존나 대단한 애들이었던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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