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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의 후요우 스테이크스에서 승리 후


라이스 샤워는 다리에 부상이 발생했다


진단은 우측 앞다리 관골 골절


전치 3개월의 부상이었다


다행히 경주마 생명에 관여되는 부상은 아니었지만 완치까지 레이스는 커녕 훈련도 받지 못한다


보통 부상당한 경주마는 훈련이 가능해질 때까지 육성 목장으로 보내지게 되지만


라이스 샤워의 경우 부상의 정도가 가볍고 마구간 마방에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미호 트레이닝 센터에서 치료, 요양을 하게 된다


경주마가 부상 당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담당 구무원


카와시마는 매일 라이스 샤워의 습포를 갈아주고 먹이도 칼슘 성분이 많은 것을 따로 준비했다


아침은 더 빨리지고 밤은 더 길어졌다


하루 종일 신경 쓸 일이 있으면 잠자리도 그리 편하지 않다


한 밤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라이스 샤워의 상태를 살피러 마방에 들어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을 상대하기에 구무원에게 1년 365일 휴식이란 없고 자신만의 시간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자신의 모든 시간은 말을 위한 시간이고, 말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자신만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카와시마의 그런 정성 어린 보살핌 덕분일까 라이스 샤워의 경과는 양호했다


식욕도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살찐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






새해가 밝고, 봄이 되면 드디어 3살마 시즌


라이스 샤워는 혈통 등록시 클래식 출마 등록도 이미 해 놓은 상태


거기에 지금까지의 전적은 3전 2승


이정도로 상금 획득액이 있다면 더비 출마도 꿈은 아니다


모든 말들이 원하는 꿈의 무대, 클래식 레이스


라이스 샤워는 12월 중순부터 그 무대에 올라서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사소한 부상이었지만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빠른 말은 다리가 약하다


그다지 출마를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부상을 당한 라이스 샤워는 서러브레드 특유의 숙명을 지고 있다는 걸 밝힌 셈이 되었다


그런 와중 라이스 샤워의 기수 선발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더비 출마 가능성이 있는 한,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기수를 골라 봄 시즌 초전부터 합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수의 실력과 상성에 따라 말의 성적은 크게 좌우되기마련


2살마 시즌이 끝난 다음에야 기수를 고르는 것은 오히려 상당히 늦은 편에 속했다


이 시기, 중앙에서 활약하던 대부분의 인기 기수들은 내년 클래식 주전 기수로서 함께 출마할 말이 이미 결정된 상태






그런 와중 우연히 걸린 것이 바로 마토바 히토시


승부에 강하기로 정평이 난 명수였다


1957년생인 마토바는 당시 34세


기수로서 가장 물이 오른 나이였고


이이즈카 마구간과는 예전부터 교류가 깊고 그 소속 말들과는 몇 번이나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수많은 G1 출마 경험도 있어, 1990년엔 닥터 스퍼트를 타고 사츠키상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이즈카 조교사에게 「기대되는 말이 있으니 보러 오지 않겠나」 정도의 제안이었다


그가 라이스 샤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 이름과 데뷔전을 포함한 3전 2승의 전적 뿐


그럼에도 그는 일부러 라이스 샤워를 보기 위해 이이즈카 마구간에 들렀다


마토바는 프로 의식이 철저한 기수


레이스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경주마이며 기수의 역할은 그 능력을 100% 끌어올려 승리를 안겨주는것 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나이였다


1975년 기수 면허를 취득한 이래로 16년


지금까지 탄 말은 8000두 이상


말을 보는 눈에는 그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토바의 눈에도 라이스 샤워는 그다지 「굉장한 말」로 생각되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기수 인생에 있어 특별한 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던 상태


마토바가 라이스 샤워의 등 뒤에 오르는 것은 이 때로부터 반년 후,


1992년 4월 중순


사츠키상을 앞둔 훈련 때가 된다


마토바는 그때 받았던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얌전하고 타기 쉬운 말이었다. 하지만 몸이 호리호리하고 딱히 좋은 말이라거나 나쁜 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 라이스 샤워의 재능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도 프로로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백전연마의 마토바 기수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라이스 샤워에게서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는 모두 라이스 샤워의 강함의 비결이


육체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마토바 기수는 아직 클래식 전선에 함께할 전우로서 라이스 샤워를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한편 라이스 샤워가 골절로 휴양에 들어가 있는 동안


그의 동기 중에서 한 마리의 괴물이 탄생하였다




미호노 부르봉


혈통이나 체형을 보면 여지없는 단거리마였던 이 말을


명백락 토야마 타메오 조교사가 자신의 신념이었던 「말은 단련하면 강해진다」라는 모토 하에


입사 당초부터 하루 4번의 언덕길 훈련을 반복시키는 등, 4살 이상의 코바들도 힘들어 하는 훈련을 시켰었다


그리고 토야마 조교사의 신념은 틀리지 않았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데뷔전에서는 라이스 샤워와 같은 1000m 잔디에서 직선을 단숨에 압축시키며 압승


당시 2살 코스 레코드를 달성


이어서 500만 이하 1600m에서는 6마신차의 압승


그 다음의 아사히배 2살마 스테이크스에서도 당당히 승리를 하며 2살의 왕좌에 앉았던 말


다만 이때까지는 아직 단거리 한계설이 끊이지 않았었기에


클래식 전선에서 스스로의 신념을 증명하고자 한 토야마 조교사와 함께 계속해서 지옥 훈련을 받고 있던 와중이었다






약 6개월의 휴양을 마친 라이스 샤워는 1992년 3월 29일


나카야마의 경마장으로 돌아왔다


목적은 사츠키상의 트라이얼 레이스인 후지테레비상 스프링 스테이크스 (G2, 1800m)


이 레이스에서 3착 안에 들어오면 사츠키 상에서 우선 출마권을 획득할 수 있다


역시 G2 클래스정도가 되면 출마하는 말들의 레벨도 상당히 높아진다


2살 당시 만났던, 막 데뷔전을 이겼을 뿐인 말들과는 격이 달랐다


그 필두가 올해 최강의 3살마라 불리던 무적의 미호노 부르봉






훗날 무적의 스프린터라 불리며 세대를 평정할 단거리마, 사쿠라 박신오





노잔 테이스트 산구로서 주목 받던 마치카네 탄호이저


니진 스키 산구인 마이넬 코트 등이 주목받고 있었고


미호노 부르봉, 사쿠라 박신오, 라이스 샤워


이후 중거리 G1, 단거리 G1, 장거리 G1에서 우승을 차지해 각각 자신의 적성 거리에서 역대 최강 논쟁에 손꼽히는 말이 될 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역사상 유래 없는 레이스가 될 이 경기


그 안에서도 1번 인기를 받은 것은 완성도 높은 조정을 끝낸 노잔 콘덕트


2번 인기에는 무패의 미호노 부르봉


라이스 샤워는 14마리 중 12번 인기를 받으며 전혀 주목 받지 못한 채 레이스에 나서게 된다


기수는 마토바는 아니였지만, 이 또한 베테랑 기수로 이름 높았던 시바타 마사토


레이스는 시작부터 미호노 부르봉이 선두에 서서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며 진행되었다


두번째는 그런 미호노 부르봉을 마크하며 달리는 사쿠라 박신오


라이스 샤워는 명수, 시바타 기수의 좋은 기승으로 4,5번째 좋은 위치를 킵한다


그러나 최종 코너를 지나고


미호노 부르봉은 점점 더 차이를 벌려 나가며 혼자 독주를 시작한다






결과는 2착 이하 말들과는 7마신 이상 차이의 압도적인 학살극


라이스 샤워는 좋은 위치에서 앞으로 빠져나오면서도 날카로운 호각을 보여주었지만


4착에 머물고 만다





이 결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두 가지의 논평으로 의견이 갈리게 만들었다


한가지는 부상에서 막 복귀했으면서도 잘도 저 멤버들 속에서 4착을 거머쥐었다는 좋은 평가


또 한가지는 고작 4착 정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그저 그런 말이라는 차가운 평가였다


확실히 각부에 불안이 남은 라이스 샤워는 레이스 전 훈련에서도 마음껏 뛰지 못했는데다


체중도 베스트일 때와 비교하면 6kg이 늘어나 있어서 도저히 만전의 상태라 하긴 힘든 컨디션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리함을 극복해 내는 말이여야만 일류의 명마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미호노 부르봉과 4착에 머문 라이스 샤워 사이에는


누가 봐도 메울 수 없을 정도의 힘의 차이가 존재했었다







4월 19일 제52회 사츠키상


라이스 샤워의 첫 G1 도전이 시작되었다


주위의 평가는 여전히 낮은 상태


그가 받은 지지는 17마리 중 11번 인기


1번 인기는 당연 스프링 스테이크스에서 압승극을 펼친 미호노 부르봉의 것


이날 라이스 샤워는 이후 긴 세월에 걸쳐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될 파트너와 콤비를 맺게 된다


맹우, 마토바가 처음으로 라이스 샤워의 등에 탄 것은 전술했다시피 사츠키상 4일 전의 훈련


이이즈카 조교사는 이번 사츠키상에 승부를 걸기 위해 상태가 좋지 않은 마장임에도 훈련에 박차를 가해


라이스 샤워의 체중은 스프링 스테이크스 때 보다도 12kg이나 줄어 있었다


레이스는 역시 미호노 부르봉이 선행해 그대로 다른 말들에게 승부를 걸어 볼 여지도 없이





압도적으로 도주를 성공시키는 것으로 끝나게 되었다


라이스 샤워는 시종 중단에 붙어 있었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8착 패배


마토바와 콤비를 짠 첫 출전은 완패로 끝나게 된다





이어지는 5월 10일 도쿄 후추의 NHK배


미호노 부르봉은 출마하지 않은 경기였지만 승리를 가져간 것은


사츠키 상에서 2착을 가져간 실력자, 나리타 타이세이


2착은 마치카네 탄호이저


라이스 샤워는 또다시 16두 중 9번 인기로 8착 패배라는 씁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역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말이었던 건가


함께 출마하는 말이 약하면 이기지만


강한 말들이 즐비하면 이 정도 결과밖에 남기지 못한다


큰 무대에 나갈 수는 있지만 무언가가 부족해서 이기지 못하는 말, 1류가 되지 못하는 말은


지금까지도 얼마든지 봐왔었다


라이스 샤워에게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경주마로서의 격인가, 체력인가, 아니면 정신력인가


답은 모두 아니였다


마토바 기수도, 이이즈카 조교사도 슬슬 라이스 샤워에게 부족한 한가지가 무엇인가를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레이스에서 라이스 샤워에게 부족했던 것


그것은 단순히 「거리」가 아니였을까


그렇다면 이건 꽤나 재밌는 일이 된다


라이스 샤워의 상금획득액은 이미 더비에 출마가 가능한 상태


더비의 거리는 2400m


사츠키상이나 NHK배보다도 400m 긴 거리


이 400m의 거리는 꽤나 큰 차이다


NHK배때도 마토바의 감각으로는 아직 라이스 샤워에게 여력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라이스 샤워의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한 거리가 된다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미지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한 직감


있는 힘껏 뛴다면 어떻게든 될 지도 모른다


마토바는 머릿속에서 더비를 달리는 라이스 샤워의 모습이 몇 번이나 그려지고 있었다





유토피아 목장의 네 남자들은 아침부터 안절부절해 하며 어딘가 침착하지 못해 보였다


오후의 일을 3시 전까지 끝내고 목장 사무소로 향하는 그들


점심때부터 이미 쿠보는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1992년 5월 31일






제59회 일본 더비


화면에는 구무원들의 손에 이끌려 패독을 걷는 말들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라이스 샤워의 이름을 아나운서가 부르자 네 남자는 힘찬 함성을 질렀다


매년 JRA에 혈통 등록되는 서러브레드의 망아지는 1만두 이상


하지만 매년 더비에 출마할 수 있는 말은 단 18두에 불과하다


「라일락 포인트의 아이, 또 살이 빠진거 같은데. 마이너스 8kg이었어」


홋카이도에 사는 그들은 자신이 키운 망아지가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결코 현지에서 볼 수 없다


작은 화면을 잡아먹기라도 하듯 바라보며 주먹을 쥐고 결코 닿지 않을 응원을 목이 쉬어라 외쳐대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이때쯤, 이이즈카 조교사는 패독의 구석에서 라이스 샤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마체는 8kg을 더 쥐어짜 430kg까지 떨어트려놓은 상태


다른 말들과 비교하면 그 왜소함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과연 5착 안에는 들어줄 것인가


이이즈카 조교사의 소망은 언제나 그리 크지 않았다


카와시마 구무원은 언제나처럼 패독에서 라이스 샤워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말과 함께 더비의 패독을 걷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되려 라이스 샤워 본인은 매우 침착한 상태였다


승패는 어찌되든 상관없다


부디 마지막까지 일생에 한 번 뿐인 더비의 잔디밭을 무사히 달려주기만 하면 좋겠다


그것이 카와시마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곧 마토바가 라이스 샤워의 등 위에 올라탄다


마토바에게 있어서도 더비는 특별한 무대


출마하는 18명의 기수 중 한명으로 선택된 것은 1류 기수라는 증거


더비 출마 자체가 기수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스테이터스인 것이다


이 일본 최고봉의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 프로 기수에게 있어 더 할 나위 없는 영광일 테지만


출마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 무대가 바로 일본 더비라는 곳이다


마토바는 지금까지 더비에서 승리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아마 이기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그 가능성은 결코 0%가 아니다


라이스 샤워의 지지는 총 18두 중 16번 인기


하지만 마토바는 라이스 샤워가 결코 16번 인기에 머무를만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말이라면 더 위를 노릴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내 손으로 직접 그렇게 만들겠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대로 끝내지는 않겠다


저 괴물 (미호노 부르봉)에게 한 방 먹여주마


마토바는 프로 기수로서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마지막 한 마리, 8번 게이트의 스턴트맨이 게이트 입장을 마친다


대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위의 소리가 단절되는 것만 같다


함성으로 멍멍해진 귀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라이스 샤워의 숨소리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



게이트가 열리는 메마른 부저음이 허공을 가르고



순간 머리가 새하얘진다



타이밍은 맞았다



안쪽에서 머메이드 터번이 뛰쳐나간다


그 바깥쪽에서 미호노 부르봉이 날아가듯이 달린려 빠르게도 선두를 차지


마토바는 그런 미호노 부르봉을 마크하듯 라이스 샤워를 그 뒤로 이동시켰다


18두의 말이 달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두는 미호노 부르봉


라이스 샤워는 머메이드 터번, 호쿠세 츠킨과 그 뒤를 달리며 2번째 위치 싸움


계산대로의 전개로 가져갔다


다음은 이대로 미호노 부르봉을 쫓아 후반에 승부를 거는 것뿐


라이스 샤워의 다리가 어디까지 따라붙어줄 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미호노 부르봉의 호각은 마토바의 그런 무른 기대를 박살이라도 내듯





3마신, 4마신 계속해서 차이를 벌려가며 독주를 시작한다


1000m 통과 타임은 61초


완벽한 미호노 부르봉의 페이스


하지만 4코너 직전


갑자기 미호노 부르봉의 반응이 나빠졌다


이 날의 마장은 이른 아침까지 내린 비로 약간 무거운 상태


기수인 코지마는 그를 신경 쓰는듯했다


반대로 라이스 샤워의 반응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었다


마장의 상태가 나쁜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라이스 샤워는


어느새 2번째 위치 싸움을 하던 그룹을 빠져나와





미호노 부르봉의 바로 뒤까지 쫓아 붙었다


「설마 이기는 건가」


마토바는 온 몸에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코너를 지나 마지막 직선


마토바의 시선은 결승선이 아닌 미호노 부르봉에 있었고


라이스 샤워도 역시 숨겨둔 투쟁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 최강의 괴물을 의식하고 있었다


각각의 말들에게 채찍이 한 발 들어간다


라이스 샤워는 경합을 걸려 하는 머메이드 터번을 뿌리치고는 미호노 부르봉에게 달렸다


하지만


미호노 부르봉은 강했다


약간 둔해진 것 같았던 그 반응은 아직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었고


반대로 라이스 샤워의 다리는 이미 한계에 달해있는 듯 했다





틀렸다



닿지 않는다



완전히



졌다…





그런 라이스 샤워를 마야노 페토류스가 따라붙고는 곧바로 앞서 나아갔다


세번째 위치


뒤에서는 다른 말들이 쫓아오는게 느껴진다


이렇게 된다면 4착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봐줘…


더비에서 4착이 된 말은 출세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마토바는 반쯤 체념한 상태로 한발 두발 채찍을 넣으며 그저 달렸다


하지만 이 때


마토바는 깨닫는다


무언가가 달라졌다


라이스 샤워가


경합에 강하고 투쟁심이 불타기 시작하면 그 상대가 누구든 끝까지 따라붙는 경쟁심의 화신


라이스 샤워가


옆에 따라붙은 마야노 페토류스를 보고 꺼져가던 투쟁심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날카로운 반응이



돌아왔다



이를 악 물고 달린 라이스 샤워는


한번 앞서 나간 마야노 페토류스를 따라잡고는





코 하나 차이만큼


그 앞을 달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토바는 어느새 라이스 샤워의 등 위에서


일본 더비라는 무대에서


두번째 위치로 달리고 있었다


「설마…」


이이즈카 조교사는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이길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5착 안에만 들어오면 만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미호노 부르봉에게는 패배했다고는 해도 2착이라니


라이스 샤워는 이이즈카 조교사의 생각보다도


훨씬 더 대단한 말이었다


카와시마는 스탠드의 구석에서 레이스를 보고 있었다


역시 승자는 미호노 부르봉





하지만 2착으로 결승선을 밟은 것은 자신의 말


라이스 샤워였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유토피아 목장에서도 남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라일락 포인트의 네번째 아이가 해냈다


일본 더비 2착


이건 다른 레이스의 2착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것은 같은 해에 일본 전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서러브레드 안에서


「두번째로 강한 말」이라는 것을 의미


18두 중 16번 인기


누구도 라이스 샤워의 건투를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조교사인 이이즈카 조교사 마저도 「입착이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당당히 일본 더비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모두가 인정하는 일류의 경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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