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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상은 일본 경마계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레이스


단순히 강한 말을 뽑는 레이스가 아닌 차세대의 씨수말을 뽑기위한 레이스이다


천황상에서 승리해 방패를 얻은 말은 씨수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의 서러브레드는 우수한 군용마를 만들기 위해 도입되었다


물론 경마의 목적도 최초에는 그것이었다


천황의 방패는 모든 군용마의 뿌리가 될 자격을 나타내는 명예의 증표


물론 지금은 천황상에 이겼다고 해서 국가가 인정한 말이 되는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경마를 봐 온 사람일수록


천황상 = 최고의 가치를 지닌 말 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93 년 4 월 25 일 제107회 천황상 봄


그 명예로운 방패를 걸고 전국에서 선발된 15 두의 강자들이 교토 경마장에 집결했다


전날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기승했던 마토바는 교토역에서 택시를 타 요도로 향하고 있었다


어제 내렸던 비가 신경이 쓰인다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요도 근처에도 꽤나 강한 비가 내렸다 한다


단시간에 그쳤다고는 하니 중마장은 아닐 것 같지만 과연 어떨는지…


마토바는 우선 마방으로 향했다


단지 라이스 샤워를 만나기 위해서였을 뿐, 천황상이라는 큰 무대를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기수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그날 자신이 타는 말의 컨디션인 법


말도 생물인 이상 전날 밤까지 아무리 상태가 좋았어도 정작 당일이 되면 나빠지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레이스 당일 경주마의 아침의 컨디션을 보고 레이스의 운영 방침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방에 있던 것은


마토바에게는 이미 익숙한 모습의, 언제나의 라이스 샤워가 아니었다


「라이스, 괜찮니」


그렇게 말을 걸려던 순간


마토바는 저도 모르게 목까지 올라온 그 말을 다시 삼켰다






표정이


이상했다


눈초리가 이상할 정도로


기이한 빛을 뿜으며 번들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침착함 없이 앞발을 구르며


이를 갈아대고 있었다


경마장으로 옮겨져서 레이스가 다가온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요도의 마방을 보고 반년전의 미호노 부르봉과의 사투를 기억해낸 것일까


전날까지는 그 안에 숨어 조용히 불타던 기백이


오늘 아침 부터는 허용범위를 넘어 전신이 불에 타고만 있는 듯한 환상마저 보였다


기백, 기세 그런 표현을 뛰어넘은 분위기


마토바는 이때 처음으로 라이스 샤워를 보고「무섭다」 라는 감정을 가졌다


「맹수 같다고 할까… 굉장한 생명체 같다고 할까… 옆에 다가가면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였다」


「무심코 성질을 건드려 화나게 만들면 손가락이나 발을 갈갈이 잘라 먹힐 것만 같았다」





패독에 모습을 드러낸 라이스 샤워에게 모두의 이목이 집중했다


대체 얼마만큼의 훈련을 거듭하면 저런 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칠흑으로 빛나는 꽉 조여진, 감량 후의 권투 선수 같은 마체


마체중 430 kg


마이너스 12 kg


그 수치가 공개되자 장내에는 일단의 소란이 일어났다


단순히 너무 마른 것인가


아니면 한계를 넘은 완성도인가


라이스 샤워는 머리를 낮게 숙이고는 카와시마 구무원과 함께 패독을 돌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신의 근육이 수축, 이완되는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어깨가 올라가, 꽉 조여진 허리가 팽팽해지고 뼈가 보일 정도로 홀쭉해진 그 배에도


강건한 근육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저건 말이, 동물이 아니다


마치 청동으로 짜낸 동상과도 같은 선명한 근육


말이란 생물체는


여기까지 단련시킬 수 있었던 건가


그렇다고는 해도 마체가 너무 가늘다


과연 저 작은 몸으로 요도의 3200 m를 달릴 힘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이즈카 조교사가 내린 궁극의 선택은


일본 경마계의 상식마저도 뒤흔들 결과를 갖고 온 것이었다






회색말 한 마리가 게이트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고 있다


14 번의 메지로 맥퀸이다


평상시에는 냉정하고 머리도 좋은 말이지만 이번엔 드물게도 게이트 인을 거부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메지로 맥퀸은 두려워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번 레이스의 주역은 역시 경주마와 기수 모두에게 대기록이 걸려있는 메지로 맥퀸과 타케 유타카 콤비


전날까지 각종 전문지에서는 이 콤비의 위업 달성에는 그 어떤 사각도 없다는 듯한 논조의 기사가 난무했었다


당연 이때 경마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 대부분이


메지로 맥퀸 천황상 봄 3 연패


타케 유타카 천황상 봄 5 연패


그런 위대한 기록이 남게되는 순간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기위해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1 번 인기는 1.6 배의 메지로 맥퀸


라이스 샤워는 5.2 배의 2 번 인기였다


미호노 부르봉 때의 5 배 차이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 차이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메지로 맥퀸과 라이스 샤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주역인 메지로 맥퀸에게는 이미 작은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명의 직원이 온 힘을 다해 밀어 넣는데도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맥퀸


라이스 샤워는 그저 귀기 서린 투쟁심을 발현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드디어 포기한듯이 들어간 맥퀸


마지막 한 마리 쿄우와 유우쇼우가 게이트 인 하고


많은 것이 걸린 1993 년의 천황상 봄






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최초의 3 코너로 향하는 마군에서 튀어나온 것은 역시 도주마인 메지로 파머


맥퀸은 다소 초조해하는 기미를 보이며 선행해 2 번째 위치


라이스 샤워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초반은 상태를 보기 위해 5 번째 위치


아직 이르다


천황상은 3200 m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레이스






라이스 샤워는 5 번째 위치에서 두 마리의 메지로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여걸 이쿠노 딕터스


킷카상에서 라이스 샤워, 미호노 부르봉에 이은 3 착을 달성했던 마치카네 탄호이저는 후방에서 기회를 엿보는 중


3 코너 중간부터 맥퀸이 냉정함을 되찾았다


4 코너를 돌아 메지로 파머는 이미 3 마신 이상의 리드


그 뒤를 무슈셰클쿄우와 하고로모


맥퀸은 라이스 샤워의 앞인 4 번째 위치까지 내려왔다


코너를 빠져나와 스탠드석 앞을 통과하는 순간


중단의 서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안쪽을 찌른 마치카네 탄호이저가 5 번째 위치로 올라가고


라이스 샤워는 바깥에서 이쿠노 딕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6, 7 번까지 후퇴


그러나 이는 마토바에게 있어 계산대로의 전개였다


마지막 코너까지는


메지로 맥퀸을「보는데」 집중한다


움직일 때는 타케와 동시에 움직인다


그 이후는 라이스 샤워의 능력과 기백에 모든걸 맡길 뿐


전반은 담백한 진행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단 한 마리의 도주마


메지로 파머가 만들어내는 슬로우 페이스





그 때문일까 마군은 좀처럼 늘어지지 않는다


특히 좋은 위치에서 선두를 노릴 준비를 하는 중단은 마군을 이루듯 다닥다닥 붙여 가는 형태


라이스 샤워도 주변의 다른 말들에게 둘러쌓여 이리저리 치이는 형국이 되었다


이전의 라이스 샤워는 마군에 약한 말이었다


데뷔 후 2 번째 경기가 그 때문에 14 마리 중 11 착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맛 보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라이스 샤워는 2 살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과 경험을 쌓은 경주마


수많은 전투를 겪고 한계를 넘는 훈련을 견뎌내는 정신력의 소유자


바로 앞을 달리는 말이 찬 흙 덩어리가 얼굴에 직격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한다


투쟁심에 불타는 그 두 눈은 빛을 잃을 일 없이 전방의 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1 코너에서 2 코너로 나오는 시점






메지로 파머는 벌써 선두를 6 마신 차이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페이스가 빨라짐에 따라 마군이 늘어지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3 코너


가장 먼저 승부수를 던진건 2 번째 위치였던 무슈셰클


하지만 그 차이는 전혀 줄어들 줄 모른다


여기서





드디어 맥퀸이 움직였다


마토바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가라!」


라이스 샤워에게 신호를 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계까지 단련된 강철의 근육이 크게 수축한다


3 코너의 내리막


맥퀸이 순식간에 앞서가던 무슈셰클과 나란히 한다


하지만 마토바에겐 그 모든 것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라이스 샤워가 뛰쳐나간다




눈 깜짝할 새 갑자기 맥퀸의 뒤까지 따라붙었다


4 코너를 향해 가는 내리막


반응의 날카로움은 확연히 라이스 샤워가 위였다


무슈셰클은 후방으로 사라져버린다


코너 중간


맥퀸을 바깥에서 노린다


가장 안쪽을 돌며 선두를 달리는 메지로 파머와의 거리도


불과 1 마신도 안 된다


마토바는 이미「이겼다」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코너의 출구






맥퀸이 미세하게 선두로 앞섰다


안쪽에서는 메지로 파머가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바깥에서는 라이스 샤워가 추격한다


세 마리가 거의 일직선상으로 섰다


남은 것은 직선 400 m


야마다의, 타케의, 그리고 마토바의 채찍이 바람을 가른다


뒤에서 쫓아오는 말은 없다


4 번째 위치까지 올라온 마치카네 탄호이저에게는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 차이


우승 싸움은 완전히 이 세 마리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장절한 인파이트의 시작


코스는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라이스 샤워가 달리는 가장 바깥쪽이 제일 거친 상태


하지만 라이스 샤워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귀신의 다리가


작렬했다



이 때 라이스 샤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적으로서 인식했던 것은


현역 최강마인 메지로 맥퀸인가


아니면 헤이세이의 도주마 메지로 파머인가


어느쪽이든 라이스 샤워는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를 위한 정신력과 투쟁심을 키워왔다


한계를 넘은 육체를 준비했다







드디어


라이스 샤워가 선두에 섰다


골까지 남은 것은 200 m


그 뒤는 미세하게 맥퀸


그와의 거리가


2 마신


3 마신


벌어져만 간다


골 앞에서 마토바는 더 이상 라이스 샤워를 재촉하지 않았다


이미 승부는 결정된 상태







「관동에서 온 자객, 라이스 샤워!」


「천황상에서도 압도적인 인기였던 메지로 맥퀸을 격파합니다…」


마토바는 승리 포즈를 취하는 대신 조용히 라이스 샤워의 목을 쓰다듬어 주었다


승리 포즈는 팬들을 위한 연출이지만 밸런스를 무너뜨려 말에게 부상의 위험을 줄 수도 있는 행위


마토바는 말들의 대한 배려로 승리 포즈도, 위닝 런도 하지 않는걸로 유명한 기수였다


라이스 샤워의 눈에는 어느새 귀기가 사라져 있었다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마토바와 라이스 샤워의 우승


하지만 그 둘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영광


그것은


극한까지 육신을 깎아내


그 육신마저도 넘어서는 정신으로


몇 번이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결정이었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피를 토하는 훈련 끝에 손에 넣은 영광


하지만 그것을 축복해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레이스에서 스기모토 아나운서의 실황마저도 편파적이었다


「라이스 샤워가 제쳤다. 한 번 더. 올해만은, 한 번 더 힘내라 맥퀸!」


「하지만 라이스 샤워다…」



그는 어디까지나 악역이었다


영웅을 쳐부수는


적이었다


대중이 원하지 않은 승리를 갈취해간


불길한 검은색의 반역자였다


천황상 이후「자객」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라이스 샤워


미호노 부르봉, 메지로 맥퀸


모두가 원하던 그들의 위업을 방해하고 검은색으로 빛나는 마체를 가진 그에게


악역의 이미지가 정착했다


심지어 이번 천황상에서는


미호노 부르봉을 막은 킷카상과 마찬가지로


종래의 기록을 1.7 초나 단축시킨 3.17 .1 의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지만


평가받지 못했다


오히려 라이스 샤워가 이긴 것은 맥퀸의 나이(6 살) 탓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즉 전성기의 맥퀸이었다면 지지 않았을거란 이야기이다


메지로 맥퀸의 요도 3200 m 기록은 4 살에 세운 3.18 .8


그는 지금까지 라이스 샤워를 앞서는 기록을 세운 적이 없었다


근거가 없는 중상모략


이에 대해 마토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호노 부르봉의 삼관저지, 메지로 맥퀸의 천황상 3 연패 저지.확실히 우리는 아이돌 호스의 위업이 달성되는 순간을 방해해왔다.그런 인상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와 승부사가 승리를 위해 나간 무대에 악역 같은건 없을터이다」


「메지로 맥퀸때도 그렇다. < 관동의 자객 > 이라던가 < 전담마크맨 > 이라던가 그런 말을 듣는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린 승리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거기에는 수많은 생각과 마음, 전략이 담겨있다」


「그 부분을 봐주었으면 하는거다.그것이야 말로 승부의 재미, 레이스의 재미라고 생각하니까」








천황상 우승 이후 라이스 샤워는 다이토우 목장으로 돌아왔다


경마 시즌은 봄과 가을


여름에도 지방 경마는 열리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G1 우승마는 이런 레이스에 출마하지 않는다


가을에 있을 천황상 가을과 재팬컵을 대비해 영기를 보충하기 위한 휴양을 택한 라이스 샤워


킷카상, 천황상등의 큰 무대와 그를 위한 힘든 훈련을 해왔던 라이스 샤워에게는 예상대로 상당한 피로가 쌓여 있었다


라이스 샤워는 작은 몸집의 말


스피드도 스태미너도 수준급이지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다른 말들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


지금까지는 그 부족한 부분을 정신력으로 보충하며 달리고 있던 것이다


단순한「유토피아 목장의 육성목장」 이었던 다이토우 목장은


「명마 라이스 샤워가 있는 목장」 으로 인식이 크게 바뀌어


이전까지는 관계자들 이외에는 방문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라이스 샤워가 돌아온 후로는 매스컴 관계자나 라이스 샤워의 팬들이 매일같이 방문하게 되었다


그 만큼 구무원들의 고생은 늘어났지만


라이스 샤워는 오히려 이를 반기는 눈치였다


목장 자체가 활기 넘치는 것도 있었지만


라이스 샤워라는 말은 스스로가 주위를 밝게 만드는 에너지를 가진 말이었다






「사람 이상으로 사람 냄새가 나는 말」


후쿠야 구무원은 이전부터 라이스 샤워가 매우 머리가 좋은 말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요 반년동안 그는 라이스 샤워가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똑똑한 말이란걸 깨닫게 된다


라이스 샤워는 그 눈이 특징적인 말


언제나 레이스에 나가긴 전이면 눈초리가 날카롭게 빛나지만


레이스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눈으로 돌아온다


거기에 만약 레이스에서 지면 마방 안에 들어가 고개를 축 늘어트리고는 등을 보인 채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도 마치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돌아보질 않는다


자신이 레이스에서 졌다는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겼을 때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마방 안에서 목을 길게 빼놓고 후쿠야 구무원이 오는걸 기다리다가


후쿠야 구무원을 발견하면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들며


「봤어?」라고 하는 듯한 얼굴을 한다


정말인지 신기한 말이었다


「라이스는 관심받는걸 좋아해서 사람이 오는걸 반긴다」


「특히 사진 찍히는걸 좋아해서…」


목장에 기자나 팬들이 오면 라이스는 그게 신경 쓰여 어쩔 줄 모른다는 듯한 행동을 한다


일부러 눈에 띄기 위해 그 앞을 왔다갔다






그리고 누군가가 카메라를 꺼내면 그 앞에 멈춰 서서 포즈를 취한다


그래서 라이스 샤워의 사진은 다른 말들보다 더 잘 찍힌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나중에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면 부끄러워하듯이 기뻐하기까지 한다


「그녀석은 아무래도 카메라가 뭐하는 물건인지 아는 것 같아」


후쿠야는 그렇게 말했다


믿겨지지 않겠지만, 이것은 실화다


어떤 스포츠 잡지의 카메라멘도 이에 대해 같은 증언을 했었다


그 궤를 벗어난 영리함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라이스 샤워는 신문도 읽을 줄 안다」 라는 소문이 돈 적도 있다


누군가가 신문을 펼쳐서 보여주면 마치 그걸 정독이라도 하듯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물론 그저 우스개소리에 불과하지만 그런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라이스 샤워는 머리가 좋은 말이었다


실제로 라이스 샤워는 교토 경마장에 가는 날이면 장거리 레이스가 될 거라 생각해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었다


자객


흑색의 반역자


세간에서는 그런 어두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라이스 샤워는 사실 정말 밝은 성격의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 라이스 샤워는 천황상이 끝난 이후로 무언가 분위기가 변해있었다


석양이 질 무렵


라이스 샤워는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럴 때는 후쿠야 구무원이 옆에서 말을 걸어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딘가 가까이 가기 힘든 분위기


후쿠야 구무원은 라이스 샤워가 마치 인간보다 위의 존재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곤 했었다


천황상 이후, 라이스 샤워는 변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인지


후쿠야 구무원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미호에 돌아온 라이스 샤워를 본 이이즈카 조교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불안감을 느꼈다


몸은 괜찮다


부상을 당한 것 같지도 않다


식욕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이토우 목장에서도 적당한 달리기는 하고 있었지만 천황상 때 보다 체중이 늘긴 했어도


결코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훈련을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타임이 나온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작년 더비 이후 3 개월간의 휴양이 끝났을 때는 집중하고 있는 듯한 좋은 인상으로 돌아왔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그 반대


무언가 중요한 것이 떨어져 나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달리고 있어도 패기가 없다


의욕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달리기


한 마디로 말하자면


투쟁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이즈카 조교사는 아직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천황상 전에는 확실히 너무 힘들게 몰아세웠었다


어느 정도는 긴장이 풀려도 어쩔 수 없는 일


그 반동이겠지


언젠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이이즈카 조교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중증이었다


메지로 맥퀸과의 일전에서


혹은 그를 위한 훈련에서


쉽사리 다시 일어나지 못할 만한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었던 것 같았다






여기서 이이즈카는 라이스 샤워의 기분 전환을 위해 처음으로 우드칩 훈련을 시도해보았다


처음 치고는 나쁘지 않은 타임


하지만 여전히 라이스 샤워의 기백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러브레드에게 있어 4 살 가을은 가장 충실해야 할 시기


이 앞에 천황상 가을, 재팬컵, 아리마 기념이라는 중, 장거리 G1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쉬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가을의 초전으로 선택된 것은 9 월 19 일 나카야마의 올카마(G3, 2200 m)


눈에 띄는 라이벌은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2 착을 한 이쿠노 딕터스


타나바타 상을 이긴 트윈터보 이외에는 없었다


천황상마인 라이스 샤워에게 1 번 인기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스는 전반부터 트윈터보가 전심전력의 대도주를 발휘하는 전개로 시작되었다


잠깐이지만 선두인 트윈터보와 2 번째 위치인 화이트 스톤 사이에


무려 10 마신의 거리가 벌어질 정도, 전대미문의 대도주극이었다





최종 코너에서 직선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트윈터보는 여전히 8 마신 정도의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라이스 샤워는 4 번째 위치


여기서부터 추격을 시작한 라이스 샤워였지만


그 다리에는 언제나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시종일관 7 마신 이상의 차이로 도주하며 대도주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트윈 터보가 우승


라이스 샤워는 3 착에 머무를 수 밖에는 없었다




어떤 말이라도 휴양에서 막 복귀하면 심신 모두 불안정한 상태이다


격하의 말에게 지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한 번 더 훈련으로 조정을 해 주고 실전을 경험시키면


G1에서 우승하는 정도의 말이라면 금방 감을 되찾는다


올카마는 다른 말들에게 있어 천황상 가을의 추첨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레이스였지만


라이스 샤워에게는 그저 조정의 의미를 가진 레이스였다


3 착이라는 결과는 조정중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의 패배는 무언가 불안한 점이 있었다


휴양에서 막 복귀한 다음 패배하는 말들은 크게 두가지 패턴이 있는데


첫번째가 오랜만의 경기라 기합을 너무 넣은 나머지 초조한 기미로 달려 결국 체력이 부족해져서 지는 경우


두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쟁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달리다 끝나 다리에 여력을 남긴 채로 골인하는 경우


라이스 샤워의 패배는 이 두번째 경우에 해당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체력보다도 정신력으로 달리는 타입의 말


킷카상에서도, 천황상에서도 모두 기백만을 갖고 승리를 쟁취했었다


그런 라이스 샤워에게 투쟁심이 사라졌다는 것은


경주마로서 치명적으로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황상에서 패배했던 맥퀸은 그 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심지어 그 다음 교토대상전에서는 신기록 갱신 우승까지 했었다


그에게 라이스 샤워에게 패배한 기억 따위는 전혀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을 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게 지난 천황상 봄은, 생애 수많이 겪어본 패배와 승리가 반복된 레이스 중 하나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달랐다


천황상이 그의 전부였다


그 한 순간에


모든걸 불태워버린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1 류의 스포츠 선수가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버려


그 육체적 능력은 아직 살아있음에도 은퇴를 선언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마라톤 선수가 큰무대에서 우승 직후에 은퇴를 발표한다


세계 챔피언의 벨트를 멘 복서가 한 번도 방어전을 치루지 않고 은퇴를 선언한다


우린 그런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봐왔었다


라이스 샤워는 확실히 천황상이라는 승부를 이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어떤 부분에서는


메지로 맥퀸에게 패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채 라이스 샤워는 가을의 G1 전선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 첫번째 경기는 10 월 31 일 도쿄 후추의 제108회 천황상 가을


출마하는 말은 총 17 두


천황상 봄, 가을을 제패하는 것은 현역 뿐만 아니라 일본 경마 역사에 남을 최강의 서러브레드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재작년 맥퀸도 그 위업을 달성할 뻔했지만 강착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천황상 봄 가을 연패의 업적을 눈 앞에서 놓쳤었다


지금까지 타마모 크로스 단 한 마리만이 달성했던 기록


현역 최강마 메지로 맥퀸을 분쇄한 라이스 샤워라면 가능하다


올카마에서의 졸전은 휴양 후 복귀한 직후였던지라 문제는 없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심지어 라이벌들도 트윈터보, 나이스 네이쳐, 이쿠노 딕터스, 화이트 스톤 등


라이스 샤워보다 격이 떨어지는 말들


라이스 샤워는 3000 m 이상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초장거리형 스테이어이긴 했지만


그런 인식은 그다지 굳은 상태가 아니였으므로


라이스 샤워는 당당한 1 번 인기를 받고 출마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라이스 샤워의 투쟁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훈련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던 라이스 샤워


조정도 제대로 되지 못한데다 기백도 없는 라이스 샤워는


천황상마가 아닌 그저 단순히 평범한 경주마에 불과했다






결과는 대차의 6 착 패배


「전반의 반응은 괜찮았지만 정작 승부처에서“ 가라” 고 했을땐 전혀 반응해주지 않았다…


마토바에게도 파트너의 이러한 변모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기고 지고 그 이전의 문제


전혀 다른 말 위에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후 라이스 샤워는


바닥 없는 늪과도 같은 슬럼프에 빠져들게 된다




이어지는 11 월 8 일 재팬컵


이전의 형편없는 모습으로 팬들이 떠나가 지지는 큰 폭으로 떨어져


결국 받은 것은 7 번 인기


동기인 레거시 월드가 쾌주를 하며 일본마의 자존심을 지키는 동안


라이스 샤워는 그저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결과 14 착 대패




거리가 2500 m로 늘어난 아리마 기념


어느 정도의 기대를 받아 지지는 5 번 인기까지 다시 올라갔지만


이번 레이스의 주역은 1 년만의 복귀를 한 제왕, 토카이 테이오


그리고 그에 맞서는 기대의 호프, 킷카상마 비와 하야히데


라이스 샤워는 빛나는 명마들이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이 자리에서




조연조차도 될 수 없었다


결과는 8 착


훗날 이이즈카 조교사는 이때의 라이스 샤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훈련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레이스에 나가면 전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말은 이제 끝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말은 솔직한 동물이라 상태가 나쁘면 그 털의 윤기가 나빠지고 근육도 탄력을 잃는다


그때 그 천황상 시절 빛나던 색채는 이미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새해가 밝고 1994 년이 되어도


라이스 샤워의 투쟁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2 월 13 일 교토기념(G2, 2200 m)


여기서도 라이스 샤워는 직선에서 전혀 쫓아가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마군 속에서 침묵한 채 5 착으로 끝나고 만다


그에게서 더 이상 천황상 우승마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라이스 샤워는 그저 반짝 스타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미 무참하게 상처입은 프라이드


패배를 반복하기만 하는 라이스 샤워는 이제 끝인 것 같았다





라이스 샤워가 패배를 반복하는 것 때문에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침식을 함께 할 정도로 그를 보살피던 카와시마 구무원이었을지도 모른다


큰 레이스를 앞두면 구무원의 할 일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지면 또 다른 고민과 할 일이 구무원을 괴롭힌다


라이스 샤워는 머리가 좋고 프라이드가 높은 말


자신이 레이스에서 패배를 반복한다는걸 모를 리가 없다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것에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표정에 나와있었다


그리고 그런 라이스 샤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카와시마 구무원에게는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


매일아침 라이스 샤워가 있는 마방으로 가는 길에도 자연스레 다리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가 가장 의지하는 것은「가족」 인 자신이다


「 라이스, 오늘은 어떻니? 오늘 하루도 힘내자」


언제나보다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라이스 샤워에게 말을 건다


조금이라도 라이스 샤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도 그에 대답한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듯한 얼굴로 호소한다


말과 인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


그래도 카와시마 구무원은 계속해서 말을 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러니, 라이스.의욕이 없어진거니.그럼 안된단다」


「너는 아직 젊으니까, 이제부터가 시작이잖니」


고민하고 있던 것은 카와시마 구무원만이 아니었다


분명 라이스 샤워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그런 라이스 샤워에게 부활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두번째 레이스인 3 월 20 일의 닛케이상(G2, 2500 m) 였다


훈련은 미호의 우드칩 코스에 드디어 익숙해지기 시작해, 그 몸놀림도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마체는 작년 천황상 때와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허리 주변은 좋은 의미로 한층 더 두꺼워져 있었다


다른 말과 함께 달릴 때도 조금씩 다른 말들에게 투쟁심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닛케이상은 작년에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1 번 인기 1 착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경기


나카야마 경마장과는 상성이 좋다


거기에 거리도 2500 m로 비교적 길다


라이스 샤워의 기백만 돌아와 준다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레이스에 출마한 것은 총 9 두


1 번 인기는 이미 라이스 샤워와 오래된 사이인 마치카네 탄호이저


라이스 샤워는 2 번 인기였다


이번 레이스 역시 트윈터보가 가장 앞에서 도주를 시작했다


라이스 샤워는 그를 쫓는 2 번째 위치


1 번 인기인 마치카네 탄호이저는 최후방에서 눈치를 살핀다


초반은 1, 2 마신의 차이를 유지하며 도주하던 트윈터보였지만


2 바퀴째에 들어가며 페이스를 올려 단독으로 크게 앞서 나아간다


마토바는 필요 이상으로 하이 페이스가 되는 것을 꺼리며 4, 5 번째 위치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마토바는 의외로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건다


아직 3 코너 직전


마토바는 여기서 라이스 샤워에게 신호를 보냈다


「가라!」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그의 신호에, 오랜만에 날카로운 반응을 돌려주었다


중단에서 단숨에 2 번째 위치까지 올라간다


그때의 천황상 이후, 약 1 년만에 맛보는 감촉


그리고 4 코너 중간에서는 트윈터보를 제치고 실로 오랜만에 선두를 달렸다





그 라이스 샤워가 선두에 섰다


고삐를 쥐고 있는 마토바에게도, 이이즈카에게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남은 것은 도망치는 것 뿐


어떻게든 버텨만 주거라


하지만 100 m가 남은 시점


급격히 라이스 샤워의 다리가 둔해지기 시작했다


후방에서는 마치카네 탄호이저와 스테이지 챔프가 쫓아온다


2 마신까지 벌어졌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결국 골 직전에 스테이지 챔프에게 코 하나 차이로 선착을 내주고야 말았다





라이스 샤워 2 착 패배


지기는 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좋은 레이스였다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내용


라이스 샤워는 마토바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실히


이기고자 하는 투쟁심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토바는 이 레이스를 통해 라이스 샤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선두 그룹으로 달리다 마지막 직선에서 상대를 제치는 방식을 고수해 왔었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한발 더 빠르게 코너부터 선두에 서서 끝까지 도주해내는 방법이 거의 성공할 뻔 한것이다


앞으로의 G1 레이스를 앞두고, 이것은 큰 발견이었다


라이스 샤워는 이제 괜찮다


실로 오랜만에 보인 라이스 샤워의 부활의 징조에 관계자들의 사기는 높아져만 갔다


심지어 다음 목표는 작년 메지로 맥퀸을 격파한 천황상 봄


천황상 봄 2 연패의 기록이 걸려있다


라이스 샤워가 가장 잘 달리는 요도의 3200 m에서 최강의 스테이어로 부활한다


모두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올해도 이른 타이밍에 릿토에 들어갔다


매일같이 힘든 훈련을 해내고, 몸도 그때의 탄력이 돌아왔다


투쟁심은 돌아왔다


남은건 그 정신을 버텨줄만한 스태미너를 붙이는 일


4 월 10 일에는 우드칩 1600 m에서 104 초라는 좋은 타임도 기록했다


컨디션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드디어, 드디어


약 1 년에 걸친 길고 긴 터널과도 같던 슬럼프를 벗어나


작년 천황상 때처럼


말의 한계를 벗어났던, 강력하기 그지없었던


그때의 그 라이스 샤워가 돌아온다


천황상 봄 2 연패 달성은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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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월 16 일


레이스가 개최되고 있는 나카야마 경마장


마토바 기수에게는 충격적인 전화가 걸려왔다


「 라이스 샤워가… 부상당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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