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은 어느 순간 망하거나, 내가 스스로 접거나, 혹은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못하게 되더라


예컨대 한때 엄청나게 했었던 소녀전선이라는 게임은 갈수록 버티기 힘들어지다가 철혈포획이라는 컨텐츠를 통해 가챠겜으로 변모하는 걸 보고 스스로 접어버렸고


시코 라고 한때 스마트폰이랑 이어폰 등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굉장히 많이 활동하던 사이트가 있었는데, 어느날 사이트가 완전히 망해버리면서 남아있던 유저들이 전부 미코 라는 사이트로 이주하게 됐음. 처음에는 미코도 많이 했지만 시코 수준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게 되고, 결국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되더라


뭐 학식/백수시절엔 모바일겜만 하다보니 스마트폰이 주요 관심사였는데, 돈을 벌면서 고사양 PC를 사고 나니까 모바일겜은 안 하게 되면서 저런 일들이 일어난거 같기도 함.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아무튼 중요한건 결국 어느 순간 다 접어버렸다는 거임.


게임이나 전자기기 같은 취미 말고, 운동, 독서(라노벨같은거 말고 제대로 된거), 악기연주 같은 취미를 가졌다면 아직도 열심히 하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결국 하나둘씩 다 접고 나서 선택한게 고사양 PC가 없던 시절에 하지 못했던 여러 스팀게임들이었음.


그러다가 스팀게임들 중에는 VR 지원이나 VR 전용 같은 게임들이 있는 걸 알게 되고, VR 게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아보다가 퀘스트1이랑 리프트S를 사게 되고,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고 결국 VR이라는 것에 빠지게 됐는데


그니까 한마디로 결론이 뭐냐면, 지금까지 서로 다른 여러가지 수많은 관심사들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 마지막으로 남은 건 VR이라는 말임.


물론 VR 말고도 다른 관심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일 큰 건 맞는듯.


그런데, VR이라는걸 관심사, 취미로 삼기에는 한계가 너무 명확함.


특히 부랄챗이나 비트세이버, 심레이싱 같이 (애초에 심레이싱은 VR이 아니어도 되지만..) 뭔가 시간을 녹이는, 전념할 수 있는, VR은 수단에 불과한 무언가에 빠졌다면 모를까


취향이 안 맞아서 그냥 스토리 있는 싱글게임들만 하다보니, 시장이 뭐 그리 큰 것도 아니고, 절대다수는 똥겜들인데 똥겜들 거르고 나면 뭐 할것도 그리 많지도 않고


결국 VR을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그냥 구석에 쳐박아놓고 유튜브, 갤질, 기타 인터넷으로 VR관련 내용을 찾아보거나 행복회로를 굴리거나 하는 데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쓰게 되더라.


뭐 컴덕들도 최고사양 PC를 조립해놓고 하는 거라고는 구글, 네이버, 유튜브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으니 딱히 이상한건 아닐 수 있겠다 싶다가도


내가 이걸 과연 취미, 관심사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의문이 들음.


그렇다면 난 지금 아무런 취미가 없는건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 VR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뭔지 모르겠음. 


쓰릴시커 같은 사람에게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VR챗이라던가 기타등등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여기 주딱같은 경우도 커뮤니티 게시판 하나를 운영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나한테 있어 그렇게 큰 의미냐 하면 전혀 아니고, 그렇다고 VR보다 더 관심이 많은 분야가 있냐 하면 그런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VR 게임보다 VR 기기, 기술에 더 관심이 가는 거 같은데 2년동안 마땅히 쓸만한 (사고 싶은) 새로운 기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ㅅㅂ 요 며칠 우울하다보니 개 쓸데없는 생각들이 드네.


쓰다 보니 뭔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VR뚝을 처음 쓰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포탈을 뒤집어쓴 것 같았는데


암튼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