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아는가?


어느 날, 개꼴리는 늑대에게 따먹히고 집에 돌아온 막내 염소가 늑대가 개꼴리더라 하고 썰을 풀자 집에서 배를 벅벅 긁고 있던 형제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 늑대를 찾아다녔다


첫째 염소는 지나가던 늑대한테 그냥 물리적으로 잡아먹혔다


둘째는 막내가 만난 늑대를 만나 해피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둘째는 늑대가 얼마나 명기인지 설파하고 다음날은 더 많은 형제들이 늑대를 찾아갔다가 죽는다. 살아남은 자만이 입을 열기에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는 교훈이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아침이면 인원수도 적을테니 빠르게 그래픽카드 스폰 지역만 털고 오려고 한판 했는데 아침부터 이 게임을 키는 새끼 중에 나 포함 정상인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ㅅㅂ


본디 12명이 최대인 서버에서 보이는 사람은 기껏해야 서너명.


하지만 그 서너명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이 게임에 인생 갈아넣은 검증된 겜창, 살아남은 생존자들로, 이 유사게임에서 재미라는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유혹하는 고인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이 게임에 발을 들인 뉴비들은 이게 재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기의자 시뮬레이터라는 사실에 절망하겠지...


100미터 거리에 있는 문으로 수류탄을 던져넣는 메이저리거


150발 스토너 탄창을 다섯 개 챙겨와서 교전 내내 풀오토로 갈겨대는 미친 트리거해피


눈 깜빡하는 사이 맵을 횡단하는 우사인 볼트


그리고 그 미친놈들 사이에 낀 나


교전은 트리거해피가 나를 향해 풀오토를 갈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무것도 못하고 웅크린 채 재장전 타이밍을 기다리는데 이 미친새끼는 총알이 마르질 않았다


심지어 소음기도 안끼고있어서 귀청 찢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살인마가 다가올 때 들리는 BGM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공방이었다면 그 전기톱 같은 소리에 멘탈이 터져서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겠지만, 아침 타보르 유저들의 호전성은 실베갤의 그것과 유사해서 총소리를 들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 달려든다.


그렇게 우사인볼트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존나 에너지드링크 빨면서 산을 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는 내가 트리거 해피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던 창고를 내려다보는 계곡에서 좆격을 시작했다


트리거해피는 방향을 바꿔 우사인볼트를 향해 풀오토를 갈겼고, 나는 그 틈을 타 뒷문으로 튀었다


뒷문은 묵직한 철문으로 열 때 끼이익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게 되어있는데, 천천히 열리는 철문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 150발 탄창으로 날 죽이려 드는 살인마가 없는 그 풍경에 나는 감동했다.


그 풍경 사이로 수류탄 하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드디어 도망치나 했는데 또 다른 미친새끼가 끼어든 것이다.


수류탄은 말 그대로 코앞에서 폭발했지만 아직 덜 열린 철문 덕분인지 나는 무사했다.


화들짝 놀라 문틈 사이로 밖을 살펴보니 한 남자가 바닷가 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거리는 대략 100미터 정도로, 사람이 손가락만한 거리였다. 그 새끼는 그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하고 수류탄을 정확히 까넣은 것이다.


나는 기겁을 하며 다시 창고로 돌아갔다. 우사인 볼트와 트리거 해피의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였으나 그쪽으로 나가봤자 150발 탄창의 화력을 이길 수도 없고, 설령 이긴다 해도 계곡에서 쏘는 저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 등장한 메이저리거는 그 압도적인 송구실력으로 내 기를 완벽히 꺾어버렸으므로, 나는 멘탈이 터진 채 창고 안쪽의 방으로 도피했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저 세 또라이가 상멸하기를 바라는 것 뿐이었다.


바로 그때 우사인볼트가 에너지드링크를 꿀꺽이며 창고 밖의 산을 타고 도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빠진 걸 모르는지 트리거 해피는 창고 밖에서 조용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거가 창고 문 앞까지 다가온 그 순간, 우회를 끝마친 우사인볼트가 메이저리거의 등 뒤에서 튀어나와 실로 위력적인 가라테를 시전, 메이저리거는 즉사하고 만 것이다 오오 나무삼!


하지만 총성을 듣자마자 우사인볼트가 그 잠깐사이 우회했다는 걸 알아차린 트리거해피는 다시 창고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왔다.


뒷문으로 진입한 우사인볼트와 창고 정문으로 입장한 트리거해피는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총을 쏴재꼈다. 


우사인볼트의 사격은 정확했지만, 트리거해피의 150발 탄창 m4는 분당 900발이 넘는 화력으로 그를 완벽히 짓눌렀다.


나는 방탄유리 너머로 그 모든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트리거해피가 출혈을 일으키며 뒤로 빠지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걸 깨닫고 방에서 뛰쳐나와 그의 등을 쐈다.


그렇게 짧지만 좆같고 미칠듯이 치열했던 교전이 끝났다.


루팅 결과 


- 트리거해피 : 스토너 150발 탄창 5개, 각진 손잡이 달린 m4, vestB에 헬멧은 없음.

- 우사인볼트 : 에너지드링크 4개, 시체에서 피 대신 에너지드링크가 흐름, 각진 손잡이 달린 G36, 6B103에 헬멧은 없음.

- 메이저리거 : 수류탄 종류 6개, 연막탄 하나, 100발 탄창 톰슨, 갑빠는 1렙 검정 갑빠에 헬멧은 완두콩.


그 외에 각종 힐템과 루팅들.


이후 모든 그래픽카드 스폰 지점을 돌아본 결과, 그래픽카드는 없었다.


다시는 아침에 타보르 안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