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의 "VR은 왜곡된 답 없는 시장이다" 라는 얘기에 대한 반박 아닌 반박


아래 글 참조

https://arca.live/b/vrshits/95313415



https://ca.linkedin.com/in/denny-unger-46744054



이번엔 VR 게임 개발 회사인 Cloudhead Games의 CEO/COO인 Denny Unger의 관점


대표작은 <피스톨 휩>


이 사람이 LinkedIn에 쓴 글 몇개도 읽어볼만 함





아래부터 영상 내용 시작

https://twitter.com/DennyCloudhead/status/1740538944763404586



최근 Chet Faliszek가 올린 VR 산업의 현황 영상에 짧게 코멘트를 하고 싶습니다.


Chet은 초창기 VR에 대한 최고의 옹호자이자, VR계가 목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Chet이 제기한 내용 중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하는 부분도 있어요.






우선 인위적이거나 과도한 펀딩으로 VR을 지원하는 회사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도한 자금 지원이 VR판에서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몇몇 프로젝트가 과잉 펀딩을 받은 적은 있을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업체로부터 받는 지원 펀딩은 전체 프로젝트 예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사실 애초에 프로젝트 전체 예산 자체가 다른 게임 산업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수준이라, 그게 더 문제였습니다


제한된 예산 때문에 대규모 게임이 아니라 소규모 게임밖에 못 만들거든요






VR 시장의 초창기에는 이게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VR 게이머들이 게임에 돈을 안 쓰려고 하고, 동시에 더 많은 콘텐츠가 들어간 대규모 VR 게임을 바라고 있죠


이미 다양한 VR 게임들을 경험해보며 눈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같은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그런 대작 VR 게임을 만들 여력이 없죠


그래서 VR 게임 시장에는 소규모 게임들만 많은겁니다






그나마 우리 Cloudhead Games는 운이 좋게도 지난 10년간 50명 이상의 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외부 자금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VR 스튜디오는 매우 이례적이죠


많은 VR 스튜디오들은 큰 회사에 인수되어 버리거나, 막대한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 등에 끌려다니는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우리는 VR 스튜디오로서 잘 해왔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완전 자체 자금으로 두 개의 새로운 VR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에요.


현명하게 운영하고, 약간의 보수적인 선택만 한다면, 안정적으로 번창하는 VR 스튜디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향후 2~3년 동안 VR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보고 있다면, 


다른 게임 스튜디오들이 VR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고려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바로 지금이 VR 게임을 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VR 업계에서 수많은 놀라움과 좌절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매년마다 "VR은 죽었다!" "이번엔 진짜로 죽었다!" "이번엔 찐막, 진짜 진짜 죽었다!" 하고 몇번이고 호들갑을 떠는게 반복되요.

하지만 이 호들갑의 재미있는 점은, 실제로는 VR 시장이 매년 점점 더 많은 돈을 벌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VR 시장이 부진하고 망해간다는 호들갑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꽤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물론 최대로 벌 수 있는 고점에 상한선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아무리 대박이 터져도, 다른 잭팟이 터진 2D 평면 게임만큼 막대한 돈을 벌지는 못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그런 천문학적 판매량과 수익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느리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있고, 판매량의 고점도 천천히 올라가는 중입니다


경이로운 숫자들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시즌에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 2가 Xbox보다 더 많이 팔렸고,


그 시기부터 VR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게임 개발의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게임 산업은 일반적으로 직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예외적으로, 부모님 집 지하실에 공짜로 얹혀서 2~3명이 개발한다면 매우 싸게 만들수도 있죠





사실, 규모가 작을수록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큰 스튜디오들은 그런 소규모 회사들이 노리는 틈새시장의 푼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제가 가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VR 스토어의 '큐레이션/추천' 시스템 입니다


왜냐하면 소규모 게임 회사는 광고를 뿌리는게 불가능하니, 스토어에서 게임이 추천되는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는 밸브를 정말 좋아하지만, 스팀의 큐레이션 시스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왜냐면 스팀 큐레이션은 구매자의 성향에 따라 추천을 하는데, 2D 평면 게임만 추천을 하게 되거든요


VR 상점 페이지에 들어가면, 쓰레기같은 VR 지원만 대충 추가된 2D 게임들만 추천됩니다





네이티브 VR 게임이 아닌 단순 VR 지원 게임이 모두 쓰레기인건 아니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렇습니다






소규모 게임 회사들은 자기네 게임들이 큐레이션으로 추천을 받길 간절히 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레이싱 시뮬레이터, 비행기 시뮬레이터, 그리고 2D 게임에 형편없이 추가된 VR 지원 타이틀만 추천됩니다


원석같은 좋은 네이티브 VR 게임들은 이 쓰레기 밑에 파묻혀 잊혀지고요





결국 원래부터 잘 팔리던 일부 원조 VR 맛집 게임들만 항상 판매 상위권에 있습니다


맨날 보던 VR 게임들만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이 고일대로 고인 VR 죽돌이들을 위한 게임이에요


그런 하드코어 VR 게임들이 안 좋다는게 아니라, 그것만 남는다는게 문제입니다





신규 유저들을 위한 VR 게임 추천 큐레이션이, 


쓰레기 같은 반쪽짜리 2D 게임의 VR 포팅작이거나,


찐 VR 고인물들을 위한 빡센 게임들로만 된다는 얘기니깐요






그나마 메타 퀘스트의 앱 스토어는 큐레이팅 부분에서 좀 나은 편입니다


편안함 레벨을 표시해서, 어떤 게임이 멀미가 심한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요


막무가내로 하드코어 VR 게임으로 입문하라고 던져두면, 사람들이 멀미를 겪고는 다시는 VR을 안 할겁니다





억지로 멀미를 해도 버티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그냥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극복하라고 하지 말고, 적어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도록은 해줘야죠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데, VR에 대한 첫인상을 완전 망쳐버릴 수 있잖아요





VR에 입문하는걸 도와주겠답시고 바로 바닥에 고꾸라질 정도로 멀미나는 게임을 추천해준다면, 그 친구는 쓰레기겠죠


일반 평면 2D 게임들을 추천할 때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VR에 대한 편안한 첫인상을 유도하는 방법이, VR 하드웨어의 발전만큼 중요합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런 친절한 입문 안내에 대해서 방심하고 대처를 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지금 이 VR 시장에 대한 정보를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현재 VR 판에 있는 사람과, 이걸 아예 모르는 사람들의 갭이 매우 커요


매일, 매주, 3개월, 6개월마다 계속해서 많은게 바뀌고, 새로운게 나옵니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애플이나 메타 같은 잘 알려진 거대 회사들 외에도,


그림자 속에 있는 많은 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이 시장에 때려박고 있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를 받거나 투자를 해주는 입장이 아닌 외부의 일반인들은 이걸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고요





저와 함께 지금 VR 판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2~3년 후의 거대 로드맵을 직접 보고 듣는 특권을 가진겁니다


10년간 이 바닥에 몸 담아온 사람으로 말하건데, 앞으로 2~3년 안에 엄청 대단한 것들이 쏟아질거에요


그렇기에 이런 성장세의 시작점인 지금이 VR용 게임과 앱을 개발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점은, VR 기기들이 기능적 평준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개발자들이 기기별 특성을 크게 고려할 필요 없이 모두 비슷한 방향성으로 편하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VR 기기나 컨트롤러가 종류별로 너무 달라서 매번 헷갈려 하지 않는 때가 된거죠





기기나 컨트롤러에서 2016년때와 같은 혁신적 변화나 충격이 없지만,


파편화된 표준이 아니라, 이러한 일관된 특성을 가지는게 실제 산업적 시각에서는 좋은 점입니다


개발자도 개발하기 편하고, 소비자도 적응하기 편하죠






그리고 여기 애플 비전 프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VR의 탈을 쓴 AR 헤드셋이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얼굴에 쓰고 사용하라는 시장을 노리고 있는겁니다





이 헤드셋이 적어도 VR 게임용 제품은 아니라는 Chet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VR 게임을 조작할 때 사용하는 모션 컨트롤러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애플의 전략적 실수라고 생각해요






이 XR이나 공간 컴퓨팅 시장 바닥에서 수십년간의 개발 이력을 가진 스튜디오들이 많은데,


컨트롤러를 빼는건 이들보고 꺼지라고 하는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제 막 VR 게임과 프로그램 설계에 대해서 개발자들이 따를만한 표준 규격이 나오고 있는데,


갑자기 수백, 수천만대가 순식간에 팔릴리도 없는 값비싼 소수의 애플 헤드셋을 위해 모든 프로그램을 뜯어고칠 여유가 없어요


오직 애플 비전 프로용으로만 앱을 개발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에요





컨트롤러는 단순한 입력 장치가 아니라, 햅틱 피드백을 주는 장비이고, 개발자들이 따를 수 있는 표준 장비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게임 시장에 대한 전적으로 봤을때, 그들은 그냥 VR 게임 시장을 진지하게 보고있지 않는것 같아요


시장에 있는 대다수의 VR 게임들이 애플 비전 프로와 호환되지 않을겁니다


애플은 이 바닥에서 십수년간 연구 개발해온 개발자들을 그냥 배제할 셈이죠



-영상 끝-




사실 중간에 스탠드 얼론 vs PCVR 얘기도 있었는데, 좀 중언부언 하는 느낌 파트라서 잘라냄


대충 자기도 PCVR은 좋아하는데, 스탠드 얼론 기기가 더 발전할거고 게임도 거기서 더 많이 팔릴거란 사실은 부정 못 한다고





2018년에 진짜 VR 시장 다 같이 망하는 줄 알았는데, 2019년에 퀘스트 출시되면서 극적으로 살아났다는 느낌인듯


베이스 스테이션이니, 링크 박스니, 그래픽 카드니, 전선이니, 그런거 신경 안 쓰고


헤드셋만 구매한 다음 머리에 쓰고 바로 게임 실행할 수 있는게 크다고







실제로 얘네 매출 2018년에 떨어지면서 위기감 느끼다가, 극적으로 VR 시장 반등하면서 이득 본 게임사라서 더 그럴듯


지금은 또 저기서 몇배는 더 성장했을텐데


<피스톨 휩> 계속 무료로 유료 DLC급 업데이트 해줘서 호감작 잘 쌓고 있음






엉터리 요약


 - 멀미가 극복 절대 불가능은 아닌데, 친절하게 조금씩 강도를 높여줄 수 있는 안내와 큐레이션 시스템이 필요하다


 - VR 시장 지금 제대로 커지기 직전이라, 빨리 뛰어들어서 게임이든 앱이든 개발해라


 - 유니버셜하게 개발할 수 있는 표준 확립이 중요한데, 애플 비전 프로는 기존 표준을 무시해서 호환성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