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며.

판타지 세계관 구축을 위해, 폰으로 받아둔 의사학 제25권 제2호(통권 제53호 2016년 8월)를 읽던 중, 발견한 사료.

*** 징그러우니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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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37년 『승정원일기』에서는 영조가 회충을 토한 뒤 이렇게 말한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

조선시대 왕의 몸은 국가를 대표하며, 동시에 가장 존귀한 존재였지만, 그러한 몸에서도 회충은 존재했다. 또한 그것이 당연했다. 회충 감염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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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미군정에서 실시한 장내기생충 감염률 조사 결과는 회충 82.4%, 편충 81.1%, 구충 46.5%로 대부분의 인구가 최소 1종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음을 보여준다(Hunter et al., 1949: 41).

기생충학자들은 한국을 자조적으로 ‘기생충 왕국’(서병설, 1984: 455)이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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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직후에는 전국 단위 표본 검사가 시행되기 어려워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많은 국가들에서 기생충 감염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회충감염률이 2차 세계대전 전 1940년 37.2%였던 것이 종전 후 1946년부터 1950년까지 57.1%~62.9%로 증가했고, 독일은 1949년에 52%, 네덜란드에서는 1945년에 45%로 나타났다(서병설, 1984: 455).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역시 기생충 감염률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69년 시행된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90.5%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병설 외, 1969: 53).

광범위한 검진과 투약 사업이 본격화된 1970년대에 들어서야 회충 감염률은 40% 가량으로 낮아졌다(이순형, 2007: 937-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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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같이 농사를 지을 때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는 지방에서는 전국토가 우리 회충알로 덮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겁니

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의 50%가 우리 회충을 가지고 있다 하면, 약 1,500만 명이 될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배 속에 기르고 있는 우리 회충의 수는 평균 20마리라 하였으니 암컷의 수를 그 반으로 잡아 10마리라 할 때, 한국 내 여성회충의 총수는 1억 5,000만 마리가 될 것입니다.

암회충 한 마리의 산란수를 하루 10만개라 치더라도 하루에 한국에 뿌려지는 우리 회충알의 총수는 15조개나 됩니다. 


이처럼 천문학적 숫자의 우리 회충알이 단 하루분만 한국에 뿌려진다 하여도 끔찍스러울 터인데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요일이나 국경일도 없이 뿌려지며, 이렇게 하기를 이미 단군 개국이래 수백, 수천 년을 계속해 왔으니 한국의 금수강산이야 말로 우리 회충들의 고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한국 안에 우리 회충알이 없는 땅은 한 치도 없을 것입니다(이순형, 1974: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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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츙의 공포

마르실이, 온갖 이상한 걸 먹는단 이야기에 대해, 무지막지한 거부감과 공포에 떨었던 것은 실로 당연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