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연재하거나 후다닥 5천자 쓰다보면 캐릭터 말투나 개성이 좀 흔들릴 때가 많다. 일본문화권 작가들 작품 보면 별 거 아닌데도 스미마센하면서 어딘가에 입장한다거나 하는데 그런 식으로 자기의 개성이 캐릭터에 작가도 모르게 묻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게 좀 많이 묻어나게 될 때면 캐릭터 개성이 흐려져버림. 말투도 비슷비슷해지고.

또 이걸 극복하려고 ~셈. ~임둥. 대략 ~지 않소. ~다냥. 이런 식으로 붙여봤자 결국 캐릭터의 개성이 없으면 임시방편인 걸 독자들이 간파할 테고 글은 망하게 된다.


1질 때 캐릭터 말투가 다 비슷비슷해요, 하길래 임시방편 취했다가 말투는 다른데 다 동일인물로 느껴짐


이런 댓글 받고 연구를 많이 해봤었는데 갠적으로 도움된 방법들만 몇가지 얘기해봄. 도움이 되면 좋겠네.


1. 캐릭터 프로필 만드는데 꼭 사진이나 이미지 붙여보기.

글로 암만 캐릭터 프로필 얘는 어떤 취향을 가졌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말투를 구사하며, 어떤 인상이다 라고 내가 작성을 해놓아도 막상 글을 쓸 때면 이런 인상이 흐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이미지임. 사진 한장만 봐도, 첫인상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 하는 게 강렬하게 박히거든.

그럼 걔가 구사하는 말투며 성격 등은 내가 본 작품들, 내가 만난 사람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얼추 뿌리를 잡고 시작함.


2. 말투만 아니라 가치관도 다르게 해서 충돌하게 만들기.

갈등은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아주 유용한 요소다. 때문에 말투가 다르고 주인공의 의견에 그냥 동조하기만 하는 사람 다수가 있느냐와, 말투는 비슷해도 이견이 있거나 다른 가치관으로 갈등을 빚어낼만한 사람이 있는 것은 개성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주의점은 쓸데없는 갈등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거고, 주인공이 돋보이되 주변인물을 병신을 만들면 안 된다는 거다.

가령 빠르고 위험한 길과 느리지만 안전한 길은 의견의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미지의 영역임. 따라서 여기에서 이견이 제시되고 캐릭터의 개성이 빚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주인공 또한 위험을 알지만 빠른 길로 간다, 라고 말할 때 설득력이 생김.

근데 누가봐도 다른 한쪽이 병신같은데 이견이 제시(일부러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된다거나, 혹은 둘다 가치의 이견이 생길만한 영역인데 그저 주인공에게 말투만 다를 뿐 동조하는 캐릭터들 투성이라거나 하면 캐릭터의 개성이 빚어질 여지가 없음.

요약하자면 칠 타이밍 아닌데 치는 것도 욕먹고, 칠 타이밍인데 안 치는 것도 욕 먹음.

이걸 안 까먹으려면 캐릭터 이미지 붙여놓은 것 밑에다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한개에서 몇개정도 부여해보는 것임.

TRPG 시트 작성하는 사람들이 많이 써먹는 방식인데 밑에다가 ~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거 기입을 해놓는 거지.

가령 아포칼립스물인데 회귀 반복하던 주인공 밑에는 '생존이 제일 중요하다' 적어놓으면,

조연한테는 이에 반하는 가치관들 적어놓는 거야. '인류애가 중요하다', '이끌어줄 리더가 제일 중요하다' 뭐 이런 식으로.

단순히 한개가 아니라 여러가지 넣어보고 혹은 좋은 작품에서 요런 부분을 따고 내가 생각하는 개성적인 부분을 추가하거나 변용하는 방식도 유용함.


3. 실제로 몇 장면 써보기.

이런 장면일 때, 이런 대화가 있을 때 이럴것이다라는 소스를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할 게 아니라 미리 써보는 거.

가령 게임 같은 거 표지나 뭐 그런 거 보면 오그라드는 느낌을 주긴 해도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는 대사들이 있음.


장기매매업자 B- [험상궂은 사내 이미지 - 애니]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장기매매업자 A - [실눈 남자 이미지 - 영화]

"냅둬, 좋은 꿈이라도 꾸나보지."


요런 식으로 캐릭터 프로필 밑에다 대사를 써놓는 건데 대사 말고 그 캐릭터가 이야기의 어떤 지점이나 장면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도 여러개를 써보는 거지.


연재에 바쁘다보면 걍 쓰기 마련인데 요런 안전장치같은 작업을 해놓으면 잊기 어렵고 캐릭터 개성 확보하는데 도움이 됨.


출처:캐릭터 말투, 개성 안 흔들리는 팁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