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글럼프를 극복하는 몇가지 방법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안녕하세요. 정룡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글럼프(글이 안 써지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을 하게 된 이유는 며칠 전 아는 작가님과 통화를 하다가 그 분이 10개월 째 차기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분에게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 처럼 초심으로 써봐라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 작가님께서는 초심으로 써야 한다는 건 안다. 그게 안되니까 문제다 라고 하셨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초심을 되찾아야 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면 

어느 누구도 글럼프를 겪을 일이 없을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글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이는 실제로 제가 글럼프를 극복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1.

 

글럼프를 찾아온 것이 무료 연재 중? 유료 연재 중?

글럼프를 찾아온 시기가 무료 연재중인지 유료 연재중인지 일단 구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무료인지 유료인지에 따라 글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료 연재중에 글럼프가 찾아온 것이라면 현재 무료 연재 중인 글이 몇 편이 모였든지 간에 지금 현재 시각을 기준으로 7일 안에 1편이 써지지 않는 경우 그 소설은 잠시 봉인해두고 아예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건 저 만의 기준인데 7일 안에 1편이 안 써진다면 어차피 한달이 지나건 세 달이 지나건 1편을 쓰기 어렵습니다.

유료 연재라면 돈을 내고 보는 독자님이 계시기 때문에 완결까지 써야하는 의무가 있지만, 무료 연재라면 혹은 무료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비축분을 쌓고 있는 중이라면 그게 30편이든 50편이든 100편이든 잠시 봉인해두는 걸 추천드립니다. 완전히 버리라는 게 아니라 나중에 글럼프를 극복하고 다른 소설 완결내고 다시 건드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은 봉인해두고 다른 작품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왜 새로 써야 하는 가?

글 쓴 경력이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5년간 전업 작가로 생활하며 4질의 소설(대략 34권)을 완결냈습니다.

각 작품 중간에 쓰다가 포기한 소설이 제법 됩니다. 무료 연재를 해보다가 이건 아닌 거 같아서 습작한 것도 있고 무료 연재조차 해보지도 않고 비축 쌓다가 포기한 것도 제법 됩니다. (유료 연재하다가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당시에는 설정 짠 것이 아까워서 소재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쓴 것이 아까워서 그걸 계속 써보려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둥바둥 붙잡고 늘어져서 일주일에 간신히 1편을 쓰던가 1달 동안 슬럼프 겪다가 몇줄 깨작써보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포기하고 새로운 소재로 머리 비우고 설정도 대충 잡고 쓴 글이 술술 써져서 그게 정식 연재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3.

설정 치밀하게 짜서 독자들이 감탄하는 소설. 세계관이 궁금해서 다음 편을 목놓아 기다리는 소설을 쓰고 싶은 건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다만, 그런 글은 설정에 잡아 먹혀서 글이 잘 안써지게 만드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써도 저렇게 써도 설정에 맞지 않아서 계속 지우고 다시 쓰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죠.

 

소주 2병을 마셔서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람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설 초반부는 특히 복잡하게 쓰면 독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고유명사 이것저것 잔뜩 집어 넣어서 독자에게 암기를 강요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학을 떼고 도망갈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건 작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아직 내 글과 친해지기도 전에 설정이 너무 많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데 설정이나 설명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설정을 글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대사로 자연스럽게 설명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설정이 너무 복잡하면 주인공 일행이 일상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세계관 설명을 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렇게 될 경우 작가 역시 내 소설에 애착을 가지기 전에 질려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웹소설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1위가 재미.

2위도 재미.

3위도 재미입니다.

 

이건 독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작가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작가 본인도 글 쓰는 것이 글을 읽는 독자만큼이나 재밌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초반부는 설정을 아주 단순하게 가야 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에게만 집중하도록 만든다음에 

그렇게 주인공에게 애착을 갖을 수 있도록 만든 다음에

빌드업을 천천히 쌓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와 작가 양 쪽 모두 소설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4.

치밀하게 설정짜고 준비했던 글이 안 써져서 그 소설을 봉인합니다.

새로 글을 쓰다보면 이것 역시 안 써져서 버리고 또 새로운 것을 씁니다.

그렇게 새로 쓰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손에 착 감기는 글이 나타납니다.

 

한 달 동안 1편이 안 써졌는데 막 1시간에 1편씩 뽑아지는 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글은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글의 경우 설정을 치밀하게 짜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에 1권만 지나가도 스토리가 산으로 갈 수 있습니다. 늦어도 보통 중반부부터 스토리가 산으로 갑니다.

설정 치밀하게 짜다가 글럼프와서 설정 대충 짜고 쓰니까 

잘 써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설정을 대충 짜서 글이 안 써지는 사태가 벌어진다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설정을 열심히 짠 글의 경우 이상하게도 1~2권 분량에서 글이 자주 막혔습니다.

그러다가 손이 굳을 거 같아서 스트레스도 풀 겸 머리 비우고 재미삼아 글 하나 써보자.

플롯, 패턴, 사이다 이런 것 신경쓰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자해서 쓴 글이 너무 잘 써지니까 정식 연재로 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게 흔한 경우인지는 모르겠는데 저 같은 경우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면 다음 줄거리가 뭐가 나올지 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글을 씁니다. 완결은 커녕 다음 편에서 무슨 이야기를 다룰지 결정하지 않고 그냥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쓰는 스타일을 말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몰입이 되면 정말 빨리 써 지는데 한 번 막히기 시작하면 제대로 벽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해결 방법으로 뼈대를 만드는 과정을 추천드립니다.

 

1개 에피소드를 5편으로 쓴다고 쳤을 때

그 5편을 기승전결로 구성해서

10줄 내로 요약하는 겁니다.

그게 1차 뼈대 입니다.

 

1차 뼈대가 완성되면 거기에 살을 붙여서 2차 뼈대를 만듭니다.

2차 뼈대가 끝나면 거기에 살을 붙이며 3차 뼈대를 만듭니다.

이걸 반복하다가 충분히 완성됐다고 느끼면 이제 이제 본 작업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처음부터 볼펜으로 그리려고 하면 선을 긋는 것이 무서워지고 선을 그어도 어딘가 엉성하게 됩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펜으로 그림을 그려야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글 역시도 뼈대를 잘 세우고 살을 붙인다음 

글을 쓰기 시작해야 막힘 없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5.

개성있는 캐릭터의 부재.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무 배경이나 아무 상황에 던져나도 재밌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런데 개성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무에서 창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편법을 써야 합니다.

내 주변인을 소설 속 캐릭터로 만들 경우 그 인물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할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나 만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복사해와도 됩니다. 물론 있는 그래도 가지고 오면 안되고 성별을 바꾼다던가 외모를 바꾼다던가 성격에서 특정 부분을 빼고 추가하는 식으로 변경을 해줘야 겠죠.

 

보통 글이 막히는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의 부재가 많은 지분을 차지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한 편이 재밌기 때문이죠.

 

* 여기서 부터는 유료 연재 중 글럼프를 겪은 경우 해결 방법이기도 합니다.

무료 연재에서야 정식 연재가 아니기 때문에 쓰다가 막히면 새로 쓰면 되지만, 유료 연재 중에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돈 주고 따라오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물론 연재 중지를 하고 싶어서 연재 중지 하는 게 아니라 글이 안 써져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은 6번 부터 설명하겠습니다.

 

 

6.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상황을 부여.

주연급 캐릭터 중에 작가 말을 잘 안듣는 인물을 빼고 새로운 인물을 집어넣는 방법입니다.

그 사건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떠오르고 만들어질 겁니다.

아니면 어떠한 방식을 써서든 현재 주인공이 거주하는 장소를 벗어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장소로 가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이 부여되겠죠.

막혔던 글이 술술 풀리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많이 써먹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7.

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방법.

아예 기존 설정을 백지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퓨전 판타지 소설 '묵향'에서 마교 교주인 주인공이 함정에 걸려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것처럼 기존의 모든 설정과 인물이 사라지고 주인공 한 명만 데리고 새로운 판에서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이건 제가 글 쓰다가 흥미를 잃거나 막혔을 경우에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입니다.

굳이 차원 이동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기사라면 용병 생활을 하러 이동 시키고

주인공이 용병이라면 기사 후보생을 하러 가는 식으로 아예 다른 장소에 다른 일을 하러 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처럼 지속해서 흥미를 가지고 쓸 수 있습니다.

 

 

8.

일본의 유명 만화가 토가시는 '헌터X헌터'라는 만화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그리기 전에

주연급 등장인물을 모아놓고 새로운 에피소드 상황을 던져줘서 수다만 떨게 만드는 상황극을 글로 적는다고 합니다.

 

그때 주연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대화를 하지 못하면 그 에피소드는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폐기한다고 하죠.

그게 토가시 작가가 재미를 잡은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상황극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는 건

그게 작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에게 맞지 않는 옷을 줘서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

토가시 작가는 자료 조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의학물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 의학물 소설을 의사가 보기에 엉터리라고 하더라도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잘 모르도록 그럴듯한 거짓말로 만드는 것입니다.

의사가 교과서로 쓸 것도 아니고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것이겠죠.

물론, 의학을 잘 아는 독자는 거기서부터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거짓말을 했기에 진짜 자료조사 빡세게 해서 쓰는 글보다 더 다양한 재미를 줄 수도 있는거거든요.

 

 

10.

글을 쓰는 흐름이라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한참 속도가 붙어있는데 흐름이 깨진다면 다시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글 쓰다가 문장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은 그대로 쓰고 나중에 퇴고할 때 수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쓰면서 계속 문장을 수정하다보면 무한 퇴고의 늪에 빠져서 결국 번아옷이 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퇴고도 당일하지 말고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당일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다음 날에는 보일 수 있습니다. 

 

 

11.

마무리.

제가 공부할 때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부하다가 슬럼프가 올 때가 있는데 자신은 '엉덩이'로 그걸 극복했다고요.

무슨 말이냐면 공부가 안된다고 놀러 나가서 재충전하다 보면

거기서 받고 온 자극 때문에 계속 공부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공부가 안되더라도 일단 앉아서 공부가 잘 될때까지 계속 버텼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엉덩이 깔고 앉아서 계속 공부하다보면 슬럼프가 극복되서 다시 공부가 잘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가만 생각해보면

5년간 전업 작가를 하며 여러번 글럼프를 겪고 극복을 해봤는데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나가서 놀거나 술 마시는 것 보다

오히려 정식 연재하지 않을 생각으로 습작 소설 썼던 게 더 효과가 좋았던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욕망을 가득 담은 야설을 쓴다고 치면 글이 술술 나오죠.

그렇게 글이 잘 써지는 탄력을 받았을 때 다시 본래 소설을 쓰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전혀 새로운 소설을 써서 글럼프를 극복했습니다.

 

그럼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글럼프 오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