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먼치킨 주인공 설정이 양날의 검인 이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최근에 먼치킨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나게 쓸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텐션을 유지하면서 중반부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아직 소설이 2권 분량(50화)도 안 나왔거든요.

 

이 소설을 보니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과거 문피아 무료 투베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1위에서 연재하다가 유료화까지 성공한 소설이 있습니다.

유료화 조회수가 무척 잘 나와서 유료 투베에서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그 글에서 주인공은 먼치킨이었습니다.

 

먼치킨이 뭔지 모르는 분이 계실 거 같아 설명을 드리자면

그 세계관 최강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인공이 소설 초반부터 만렙 찍고 등장하는 거죠.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 '사이타마'를 생각하면 됩니다.

 

아무튼 그 글을 너무 재밌게 읽은 저는 전업 작가들 카톡방에 그 소설 정말 재밌다고 읽어보라고 했더니

10년차 작가분이 말하더군요.

그 소설 읽어봤는데 아마 중반에 고꾸라질 거 같다고요.

 

실제로 그 소설은 중반부에 소설이 무너졌습니다.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하위권으로 내려갔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이 연재가 이어지면 순위가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내려가는 속도가 다른 소설보다 엄청 빨랐습니다.

저는 그 소설이 상위권을 계속 유지할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보통 남성향 웹소설은 성장형 먼치킨입니다.

주인공이 회귀를 했다면 레벨1이지만, 과거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에 같은 레벨1 적을 처부수며

레벨5가 되면 레벨6도 이기고 레벨7도 이기는 등...

계속해서 싸움에 승리하며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그 소설 속에서 세계관 1등은 커녕 중간도 안되죠.

더 강한 적들은 주인공 버프로 마주치지 않거나

주인공이 영리하게 피하거나 동료로 삼거나 합니다.

 

제 역대 소설들이 전부 성장형 먼치킨으로 처음에는 보잘 것 없지만, 계속해서 승승장구 하며 소설 끝에 다다르면 세계관 최강자가 됩니다. 먼치킨이 되는 거죠. 그래서 성장형 먼치킨이라고 합니다.

 

저는 왜 처음부터 먼치킨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요?

 

그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흔히 헌터물이 무료 투베 깡패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무료에서는 많이 보다가 유료화 하는 순간 따라오지 않아서 헌터물은 무료 깡패라는 말을 듣습니다.

반면, 먼치킨 주인공은 유료화까지는 따라오지만 보통 빠르면 75화 늦어도 125화에서 조회수가 폭락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먼치킨 주인공 소설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내가 본 소설은 주인공이 먼치킨인데 완결까지 꿀잼이던데?

물론 그런 소설도 있습니다.

작가 역량이 되면 끝까지 재밌게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저 포함 대부분의 작가들은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잡으면 글이 빠르게 무너져 버립니다.

 

그 이유는

성장형 먼치킨 소설의 경우 주인공의 '성장'과 '보상'으로 독자에게 기대감을 주며 매력적인 컨텐츠가 계속 생산되지만, 먼치킨 주인공의 소설의 경우 성장이 없고 보상이 필요가 없습니다.기대감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강한 줄도 모르고 덤벼드는 자들을 처부수는 것이 기대가 되는 건데 컨텐츠 소모도가 너무 빠르고 독자들을 만족시킬 이야기를 매 에피소드마다 뽑아내는 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만약 문피아에서 수 차례 글을 엎어가면서 연재하고 있는데 투베 1페이지에 계속 들어가지 못하는 지망생이 있다면 먼처킨 주인공으로 글을 쓰면 쉽게 1페이지에 들어가는 걸 경험해 볼 수 있을겁니다. 물론 유료화를 처음에는 잘 따라와도 한 달 뒤쯤에는...

 

그 이유는 일반 소설의 10권 분량에서 보여 줄 컨텐츠를 먼치킨 주인공 소설의 경우 1~3권에 몰빵해서 자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성장형 먼치킨 소설에서 주인공이 레벨1에 레벨1 적을 이기고 다음에 레벨2에 올라서 레벨2 적을 부수며 전개를 이어나간다면 먼치킨은 레벨100으로 시작해서 처음에 레벨1을 처부수고 레벨2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이 난리를 치지요. 그 실력이 있으면 당장 적의 은거지로 처들어 가서 레벨 90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라고요.

 

작가가 생각하기에도 주인공이 당장 최종 보스와 싸우러 가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주인공에게 정보를 통제해도 레벨1을 쓰러트리면 골목 대장 레벨10을 상대해야 할테고 그 다음 지역 대장 레벨30 그 다음 레벨 70.

컨텐츠 소모가 너무 빠릅니다.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잡고 시작한다면

작가는 무척 영리해야 합니다.

원펀맨의 전개는 만화이기에 가능한 전개 방식으로 웹소설 전개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조연들이 위험에 빠지면 주인공이 에피소드 후반부에 나타나서 빵-! 해치우며 끝냅니다.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에서 주인공 '라이'도 이런 방식이죠.

 

그럼 웹소설에 맞는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퓨전 판타지 장편 소설 '묵향'에서 이런 전개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무림에서 최고수가 되고 처음보는 술법의 함정에 빠져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처음 보는 '마법'에 당해서 소녀가 되기도 하고

로봇하고 비슷한 사람이 탑승하는 강철 골렘이 적으로 나타나며

수천 년을 살아가는 마법의 생물 드래곤과 싸우기도 합니다.

이쪽 세계에서 상대할 적이 없으면 다른 세계로 가서 처음 보는 강적들과 싸우는 거죠.

 

아니면 정공법으로

 

1. 주인공의 존재를 모르는 악당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어떤 일을 벌인다.

2. 주인공은 그런 줄도 모르고 우연히 그 일에 휘말린다.

3. 주인공이 엄청 강한 줄 모르는 악당은 덤벼들었다가 순식간에 처발린다.

 

이런 패턴을 계속 반복합니다.

 

근데 이런 패턴은 너무 단순해서 독자들이 눈치채기 쉽습니다.

독자가 작가의 패턴을 눈치채는 순간 기대감이 사라지고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디다트 작가님 같은 필력이 있다면 패턴이 눈에 보여도 따라가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그 만한 내공도 역량도 없습니다.

 

성장형 먼치킨의 경우

 

1. 주인공의 존재를 모르는 악당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어떤 일을 벌인다.

2. 주인공은 그런 줄도 모르고 우연히 그 일에 휘말린다.

3. 주인공이 영리하게 악당을 처부순다.

4. 주인공이 성장한다.

5. 주인공이 보상을 받는다.

 

먼치킨 소설은 4번과 5번을 떼고 시작하는 겁니다.

대신 1~3권 분량이 무척 재밌죠.

 

소설 초반부에 개꿀잼을 선사하는 대신 중반부 부터는 성장형 먼치킨 소설보다 재미가 없어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독자에게 사이다를 주는 것을 조금씩 늘려가야하는데 먼치킨 소설 특성상 초반에 콸콸콸 먹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더 자극적인 사이다를 먹여야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 독자들을 끌고 가려면

패턴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미를 줘야 하는데

하루 1편 연재하는 일일시장에서 매일 개꿀잼 이야기를 뽑아내려면 머릿털 다 빠집니다. 

 

물론 작가 개인마다 역량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는데 후반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작가가 있는 가 하면

완결작이 여러개가 있는 기성 작가라고 해도 글 중반부터 매번 무너지는 작가가 있지요.

 

결론.

먼치킨 주인공 소설은 초반이 워낙 자극적이라 상위권에 올라가기 쉽다.

대신 사이다에 내성이 생긴 독자들이 글 중반에 빠르게 이탈한다는 특징이 있다.

먼치킨 주인공 특성상 글 중반부 부터 전개가 무척 어려워진다.

물론 작가 개개인의 역량마다 다르기 때문에 영리하게 전개하면 문제될 건 없다.

역량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먼치킨 주인공은 피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