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극적인 웹소설 말고 순수한 순문학 한 번 읽고 가세요.


들어올리는 손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성냥갑에서 성냥 하나를 꺼내 들어 성냥갑에 득 그어댔다. 그러면 성냥의 붉은 부분에서 불꽃이 화악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성을 내듯 크게 피어올랐다가 천천히 사그라들어가는 그 불꽃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얀 나무들을 갉아먹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불꽃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노란 불이 일그렁거리고 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흡연과 함께 나의 오랜 버릇 중 하나였다. 성냥을 갉아 먹어가는 그것의 불규칙적인 일그러짐과 어지러이 피어오르는 연기, 반투명한 주황색은 나의 잡념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어느덧 불꽃의 수명이 거의 다 하여 하얀 나무가 검게 변해 있었다. 아직 적게나마 남은 나무를 불태우는 그 뜨거움이 두꺼운 가죽장갑 너머로도 느껴진다. 그 뜨거움은 그것이 거의 죽어간다는 신호이며 불꽃을 바라보며 꾸는 꿈에서 일어나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어느것 검게 변한 그것을 저 아래로 날려보냈다. 채 멀리 날아가지도 못 한 채로 눈 위에 떨어져, 불꽃의 아직 남은 짧은 목숨이 다했다. 단말마로 아주 작고 뻔한 불꽃이 꺼지는 소리를 남겼으나 바람소리에 묻혀 확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으레 그러하듯이 그것의 단말마는 비슷하기에 추측할 뿐이었다. 


 조끼에서 이리저리 구겨진 담뱃갑을 하나 꺼내들었다. 덮개를 열어 마지막 남은 한 개비의 담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남은 담배가 아까워 잠시 덮개를 덮었다가 다시 덮개를 열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성냥으로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마신 뒤, 내뱉었다. 거센 바람에 실려 저 하늘 위로 흩어져 날아간다.


 담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담배를 딱히 좋아서 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저렇게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연기를 바라보며 담배가 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하얀 종이에 쌓여 있는 담배가 천천히 검은색으로 변해가며 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단 한 모금만 피고는 단지 항상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눈 위에 재가 덩이덩이 떨어진다. 담배는 어느새 짧아져 불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것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가늘고 흰 연기를 줄기차게 내뿜고 있는 것이었다. 연기가 바람에 실려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저 멀리까지 날아가지만 희미하게나마 그것은 여기에 담배 냄새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