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시다 그래. 계십니까?

우선 좀 물읍시다. 이거 뭐 하려고 썼어요? 뭐가 재밌을 거 같아서 이런 컨셉을 잡고 이야기를 썼냐는 거에요

결국 이 소설의 문제점은 '아카데미가 흑막임', '히로인이 내가 죽은 걸 기억함', '주인공은 엄청 강해져야 함' 이 세 가지가 모순을 일으키면서 작가가 그걸 덮으려고 시도하다 독자에게 공감유도를 아예 실패했다는 거에요. 초장부터 히로인이 죽는다? 요새 후피집 다 그러니까 상관없겠지. 아카데미가 빌런이다? 요즘 아카데미물이랑 차이점 주려면 이래야겠지. 주인공은 아카데미에 부수려고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활약을 해야 한다? 사이다물 쓰려면 이래야겠지. 자기 작품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설명이 많아졌을 테고, 설명 많아지면 독자가 지쳐 나가떨어지고 글 루즈해지는 건 당연한 거고.
그래서 처음부터 물었어요. 뭐가 재밌을 거 같아서 이런 컨셉을 잡았냐고.

서아가 죽었다.

쉼없이 흐르는 검붉은 핏물이, 그녀의 몸을 관통한 드래곤의 발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생명의 온기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생도 결국엔 실패했다고.

아...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죄송해요...

게이트 탈출은 실패했다.
입구는 이미 금이 간 채 그 역할을 잃었고, 미리 만들어두었던 샛길 역시 무용지물이 되었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단은 없다. 내 체력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시우야."

나는 눈앞의 존재를 노려보았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이 대단했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뭐가 됐든.

"수고가 많았다."

이 놈이 흑막이다.
아카데미 이사장……의 껍질을 뒤집어쓴 무언가.

주인공의 존재가 비범하다는 것에 대한 묘사. 무엇인지는 몰라도 흑막에 해당하는 녀석도 두려워할만한 존재. 무언가 힘을 회복했을 때, 강한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 아카데미에 진짜 흑막이 따로 있다는 묘사를 통해, 아카데미에 가는 당위성 강화.


일단 그냥 한 번 써봤습니다........

써놓은 거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워요?

"아주 훌륭했어. 네가 그치들의 구심점이 되어준 덕분에 완벽한 함정을 만들 수 있었고, 방해되는 것들을 전부 치워버리는 것에 성공했지."
"……."

무표정을 가장했다.
놈이 드래곤을 쓰다듬는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동요해선 안 됐다.
애써 친구들의 시체에서 눈을 돌렸다. 기회는 아마 한 번 뿐일 테니까.

"그런데 말이지."

이사장의 모습을 한 그것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넌 그다지 기쁜 것 같지가 않구나. 마침내 마지막 변수마저 사라진 지금 이 순간이."

살갑던 놈의 분위기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뱀이 숨겨둔 송곳니를 꺼내듯, 어둠에 숨었던 맹수가 그 모습을 드러내듯.

"도구는 주인의 뜻을 따라 움직이면 된다. 주인에게는 어떠한 비밀도 있어선 안 되며, 주인의 뜻이 곧 네 사명이 되어야 하지."
"…이사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한데, 넌 어째서 내게 비밀을 숨긴 채 있었을까."

소름이 돋는다. 무자비한 공포감이 나를 지배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도 참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놈의 의심을 푸는 게 먼저다…….
가만히, 인형처럼.

"회귀자."

뭐라고?

이를 꽉 악물었다. 어떻게든 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조차 놈은 놓치지 않았다.
내가 [사망회귀]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몇 번이나 죽었지? 그 알량한 목숨을 몇 번이나 버렸느냔 말이다."

모든 게 이미 탄로 났었구나.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았습니까."

한순간 머리가 하얗게 물드는 것만 같았다.
사망회귀 스킬.
내가 놈들의 부하로 위장하면서도 끝까지 감춰놨던,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어야 할 비장의 수.
그 스킬 덕분에 나는 놈들의 만행에 희생된 사람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죽었냐고? 10만 번이다. 10만 번.

"쓸데없는 발악은 관둬라. [사망회귀]가 있다고 한들 네 힘으로는 무리니까."

그런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낸 놈은 내가 뿜어낸 살의에도 평온했다.
목소리는 더없이 무심했다. 그 순간 정신이 팍하고 들었다.
눈앞의 존재는 내가 알던, 내가 부하로 위장했던 그 놈이 아니었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 몸을 차지했던 겁니까. 언제부터!"

"웃기는 일이군. 벌써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다니. 아주 경이로워."

진심으로 놀랍다는 말투.

"하기야 그렇겠지. 총명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리도 없으니."
"무슨 짓을…!"

이사장의 그림자가 바닥을 짙게 드리우더니, 일순간에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해서 내 눈 앞에 나타났다.
하이얀, 얼핏 느끼기에는 신성할 정도로 순수한 모습의, '여신'과도 비슷한 모습으로.
이사장의 신체는 줄이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온 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는 건 참아냈지만, 그만 바닥에 엎어지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영혼의 링크를 끊었지. 지금 죽여놨는데 또다시 살아 돌아오면 곤란하니까."

함정에 빠진 건 나였다는 건가.
친구들을 이곳에 데려온 것도, 날 부하로 삼았던 것도 지금의 토사구팽을 위해서?

크아아아!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나는 부들거리는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고작, 지금 와서 죽을 수는 없었다.
사실 이번 게이트는 내가 이사장을 잡아채려던 덫이기도 했으니까.

한 번만 죽이면 된다.
'죽음의 감각'만 기억하면, 다시 죽일 수 있다.
원래는 이걸 이용하기 위해 다시 회귀할 생각이었지만…….

'곱게 뒈져주진 않을 거다.'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가다듬었다.
난 여기서 죽는다. 이건 확실하다.
그래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는 내가 못 죽는다.

"영혼이 조각난 상태일 텐데, 움직일 수 있다고?"

선생님... 저... 혹시 정말 죄송하지만... 가능하다면 내일 이어서 할 수 있을까요... 내일 8시 30분까지 어딜 가야 해서 지금 안자면 살짝 위험할 것 같습니다... 내일 선생님 가능하신 시간에 최대한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진짜 죄송합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약간 의아하다는 듯 흔들렸다.
그래, 고작 그뿐이냐.
너한텐 그저 벌레가 발악하는 거랑 다를 게 없을 테니까.

"너 죽고, 나 죽자."

용대가리가 브레스를 내뿜든 말든 무시하고 돌진했다.
아무래도 좋으니 심장과 뇌에 남아있던 최소한의 생명력까지 끌어다 썼다.
내 칼날이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찔러들어간다.

그런데 그때. 
가슴께에 칼이 맞닿았던 그 순간에.
온몸의 힘이 갑자기 빠져나갔다.

파삭.
품에 지니고 있던 노트가 바닥에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회귀 과정을 잊지 않으려 적었던 노트가.

'제기랄.'

결국 이걸로는 부족했던 건가.
날 제압한 그녀가 노트를 집어 들었다.
기록을 읽더니 하찮다는 듯이 웃는, 가증스러운 얼굴.

하지만 노린 건 방금의 일격뿐이 아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노트에 담긴 마나가 폭발했다.

"망동하기는."

그런데도 그녀는 멀쩡했다.
마지막의 마지막 발악조차 무위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그만 사라지거라."

손짓 한 번에 하반신이 통째로 사라졌다.
마음 속 한켠에서 포기하라고, 난 충분히 노력했다고, 이건 불가항력이었다는 나약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그 말에 공감할 것만 같다.
그렇지만.

'억울하잖아.'

10만 번이나 죽어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온갖 억까를 뚫고 살아남았는데.
여기서 죽기엔 내가 나한테 미안해지잖아.

고작 여기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어떻게든 저 여자는 죽이고 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을 때, 손끝부터 모래가 되어 허물어지는 내 몸이 보였다.

해달라던 사람이 사라졌네

무튼, 이게 제목부터가 히로인이 내 죽음을 기억한다 이러고 있는데 내가 저런 것만 독자에게 넣으려고 하겠어요?

어...

선생님... 있으신가요...ㅠ

...아침 10시쯤에 다시오도록 하겠습니다.

넵 이해됩니다. 과제가 쏟아져서 여기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