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기준 첩보물은 기본적으로 국내(대한민국)가 아닌 국외를 작품의 주 무대로 삼고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단체(정부기관, 준정부기관, 의회, 정당, 공공기관, 민간기업, 테러단체, 국제범죄조직, 소수민족 등등)가 등장함


현판이 아닌 그냥 판타지, 로판, 무협, 퓨전 역시 마찬가지.


문제는 소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정보기관, 정부기관을 포함한 각종 단체와 민족, 주재국의 정세와 실생활 등

소설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것임


첩보물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와 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을 작가에게 도움을 보태고자 이 글을 작성함.



A. 자료수집방식.

글먹을 노리든 취미로 쓰든 첩보물을 쓰는 작가는 기본적으로 어디선가 자료를 가져와야 함. 이건 다른 작가들이 쓴 첩보소설일 수도 있고, 관련자(보통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정보관, 외교부를 비롯한 기타 정부기관의 파견인력 등)가 저술한 자서전 같은 책일 수도 있음.


다만, 첩보소설 같은 경우 작가가 얼마나 자료조사를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정보의 질이 달라지고,

자서전 같은 경우 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편향적이거나 부정확한 자료가 있을 수도 있음. 솔직히 몇몇 서적 제외하면 이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비추함.


그래서 나는 최대한 빠르고 쉽게 인터넷을 통하여


(주제가 무엇이든)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공신력을 갖춘 단체나 개인의 자료를 찾아볼 것을 권함.


참고로 이렇게 오픈된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행위를 정보학에서는 OSINT(공개출처정보)라고 부름.



1. 학술지, 연구보고서, 논문, 기고문



상기된 전제조건(전문성+공신력)에 부합하는 첫 번째 자료는 대학이나 학회, 싱크탱크가 발행하는 학술지/연구보고서/논문/기고문임.


참고로 나는 접근이 용이한 KDI, INSS 같은 싱크탱크 자료를 많이 이용하는데


INSS 같은 경우 국가정보원의 싱크탱크로 북한을 비롯한 제3국의 정보활동과 국제조직범죄, 테러리즘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이 신세를 졌음(홈페이지에 가면 무료로 열람 가능)


정보기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 주체에 따라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산업, 과학 등에 관한 정보까지 다루기 때문에

비단 첩보소설 뿐만 아니라, 자기 소설에 이런 정보가 필요하다면 한 번쯤 찾아볼 것을 권함.



2. 국회소관상임위원회 용역보고서

모든 정부기관은 법령(국회법 제 36조)에 의거, 국회로부터 적법한 통제를 받도록 되어있음.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할때 의원들이 어디 회의실 같은 곳에 앉아서 소리치고 고함지르는거, 그게 바로 상임위원회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모습임.


대한민국 정보기관(국가정보원을 포함한 모든 정보기관)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소관상임위이고, 정보위원회는 정보기관의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기관장의 청문회와 국정감사, 예산심의를 담당함.


정보위원회는 정보기관이 올리는 안건을 다루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는 편임. 따라서 관계자가 아닌 이상 정보위에서 어떤 보고가 이루어지고,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알 방법은 없음.


대신



정보위원회는 정책연구용역보고서를 민간에 공개하기 때문에, 이걸 참고하면 정보기관에 대한 유용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음.


이건 정보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실 가보면 연도별로 그 해에 올라온 용역보고서를 정리해뒀으니, 가서 무료로 다운 받아보면 됨.



3. 외교부 공식발행자료

정보기관이 아니라 해외의 정세, 치안, 문화, 관습, 법령 같은 기초정보가 필요하다면 외교부 자료를 이용할 것을 추천함.



해외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정보마당에 주재국(외교공관이 위치한 지역 - '주미'한국대사관, '주일본'한국대사관, '주중'한국대사관 등등) 에 일반정보라고 해서



여행, 이민, 유학, 사업차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민간인들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제공하고 있음.


주로 이 지역 문화는 어떻고~ 여기 정치상황이 어떻고~ 산업구조가~ 치안이~ 이런 얘기를 올리긴 하지만.



이런 깔쌈한 자료도 올려주는 대사관이 많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근대 시절엔 외교부가 해외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했고, 지금도 기초적인 정보는 외교부가 수집해서 각 정부부처(정보기관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공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외교부는 정보기관에 준하는 기관임.


참고로 미국 국무부는 정보장교로 근무한 사람들을 채용해서 정보관리 업무를 맡기고, 영국 정보기관은 해외공관에서 근무한 외교관을 채용해서 지역전문가로 양성함.



4. 국내외 언론

국내 혹은 국외 언론사의 자료도 아주 쓸만함.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해외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또 요즘은 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안방에서도 지구 반대편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까.


외국어 못한다고 해도 걱정할 거 없음. 걍 이미지 캡처해서 번역프로그램 뺑뺑이 돌리면 그만임.


물론 공신력 있는 언론사(CNN, BBC, AFP, Al Jazeera 등등)의 기사 위주로 찾아봐야 함. 국내에 난립하는 인터넷신문처럼 좆도 없는 병신같은 새끼들이 언론사 간판 달고 꺼드럭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언론자유가 사실상 없는 국가의 신문은 그닥 추천하지 않음.


참고로 알자지라 같은 경우 중동문화권 최대의 언론인데,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랑 헤즈볼라 선동한다고 별로 좋아하진 않음(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 두 명 잡아죽였다가 레바논 폭격 얻어맞음 : 헤즈볼라는 테러단체인 동시에 레바논의 정당이기도 하다)




이상 첩보물 작가를 위한 자료조사방법 안내였음. 내가 직접 해보고 괜찮다고 생각되는 걸 추려서 올린 거라, 사람에 따라 이 방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