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위 글에서 신청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마왕은 학원에 간다 - 웹소설 | 카카오페이지 (kakao.com)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는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등장합니다.


여러분이 익히 아실 그 그림이 맞습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얼핏 보기에 모자같이 생긴 그것.

<어린 왕자>를 읽지 않으신 분이 있을 수 있으니,  실제 삽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웹소설 리뷰를 한다고 해 놀고 이런 그림을 소개하는 게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물이랑 동화 삽화가 무슨 상관이냐' 묻는 목소리까지 들리네요.

환청을 듣는 것도 이만하면 광증일진대, 여러분은 절대 전업 웹소설 작가라는 굴레에 빠지지 않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감이 끝나도 도비는 자유가 될 수 없어요.


당연하게도, 제가 지금 이 보아뱀 그림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려는 건 아닙니다.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귀에 한 번쯤은 박혀들어갔을 이야기를 굳이 다시 꺼내는 건 재미가 없지요.

그러니, 지금은 저 그림의 형상에 주목해볼 겁니다.


꼬리부터 머리까지, 좌향우로 그림을 한번 훑어봅시다.

바닥을 기다가, 팍 하고 하늘로 솟아 상한가를 치더니, 완만한 언덕을 내려가다 다시 심연으로 꼴아박습니다.

저 뱀의 머리에 찍힌 온점이 예술입니다. 바닥을 기는 뱀은 이제 곧 죽겠군요.

<마왕은 학원에 간다>는 글쟁이S답지 않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제는 제가 하려는 말이 무엇일지 대충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마왕은 학원에 간다>.

이 소설은 장단점이 굉장히 굉장히 뚜렷한 작품입니다. 고점과 저점이 너무 확실해서 문제일 정도이지요.

초반 1권 분량을 모조리 빌드업에 쏟아부은 탓에 도입부가 썩 흥미롭지는 않으나, 가벼운 문체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무장한 아카데미 파트는 꽤나 재미있습니다.

간간히 작가가 자기비판을 하는 듯한 묘사가 들어간 게 특징인데, 몇 개는 솔직히 저도 좀 찔려서…….


물론 중간에 늘어진다거나 쓸데없이 물을 흐린다거나 하는 게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베테랑은 베테랑이라는 건지 힘 줘야 할 때 힘 주고 빼야 할 때 빼는 솜씨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딱 아카데미 파트까지만.


—"베르투스에게 가자."


중대한 스포일러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용 설명을 안 하는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부터는 추천을 하려고 아무리 뇌를 표백시켜 봐도 '좋았습니다' 보단 '좆됐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억지로 소설을 짜낸 듯한, 전개를 고민하다 실패한 끝에 중간부분 연결고리를 다 날려버리고 마구잡이로 지른 듯한, 인위적 후회와 독자의 피폐와 형언할 수 없는 집착의 항연.

솔직히 리뷰로 욕하는 거 싫습니다만, 내 3만 캐시가 아까워서라도 욕해야겠습니다.

리뷰 신청받은 거 아니었으면 완결까지 안 봤어요. 진작에 집어던졌지.


허구한 날 '독자의 설화' 운운을 우려먹는 전독시도 이 정도로 반복서술이 가득하진 않을 겁니다.

소설 쓰는 게 스트레스 심하다는 거? 이해하는데, 절절히 이해하는데, 초반부 꿋꿋이 읽고 달려왔을 독자에게 이런 전개를 보여주는 건 허구한 날 신세 한탄이나 하고 다니는 저조차 직업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더군요.

'아, 나는 적어도 스낵컬쳐답게 욕망이나 계속 건드려야 평타라도 치겠구나.'라는 8년 전 제 깨달음을 다시 상기시켜주셔서 작가님께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엔딩이 무슨 <던전 디펜스>마냥 뒷맛 구리게 끝나는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하네요.

더 논하다간 물심양면으로 피해를 받은 제 손가락 속 악귀가 크와아앙, 하면서 선을 넘을지도 모르겠으니 작품에 대한 감상은 이쯤하겠습니다.


결론이 뭐냐고요?

솔직히 한 번쯤 봐서 나쁠 건 없는 소설입니다. 반면교사라는 게 썩 좋은 건 아니라지만,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거든요.

'아, 이러면 이제 슬슬 소설이 개판나겠구나.' 라는 쎄한 감각과, '이 캐릭터는 꽤 매력적이잖아?' 하는 즐거운 경험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겠네요.

캐릭터성과 그 캐릭터와의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자체에는 배울 점이 꽤 많으니, 아카데미물을 쓰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아카데미 파트를 쭉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벌써 리뷰가 5개째입니다. 마침 리뷰한 소설은 피폐물이고.

피폐물 하면 떠오르는 게…… 노벨피아는 아직도 그 후피집이 유행하는 걸까요?

유행 끝났다면 뒷북이라도 칠 겸, 아직 유행이라면 공부라도 하라고 할 겸, 다음 리뷰에는 일반소설 하나를 리뷰할 생각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시는 작품일 거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날 7차 리뷰신청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