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리뷰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에는 웹소설이 아닌 일반소설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출간된 지 이미 20년째를 바라보고 있는 소설이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제목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이게 아니라.



규정상 작품링크를 달아야겠지만, 이게 인터넷 소설이 아닌 관계로 이번엔 넘어가겠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링크를 달자니… 광고같잖아요. 광고료는 한 푼도 안 받았는데!


후회, 피폐, 집착.

노벨피아를 한때 뒤흔들어놨던 단어들이고, 제가 올해 노피아 베스트란 소설들을 멀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거 세 개를 태그로 달고 읽을만하게 쓴 소설이 단 하나가 없었거든요.


웹소설에 대고 유치하다는 단어나 저급하다는 단어 쓰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노피아식 후피집에는 GG치고 런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못 읽겠어요. 플러스 해지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봤다가, 첨삭을 못 하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지금까지도 떡값을 노벨피아에 계속 지불하고 있습니다.

망할 플레티넘 뱃지 좀 어떻게 못 없애나?


한탄이 길군요. 더 늘어놓다간 리뷰는커녕 4드론 후피집 비판이나 하고 있을 것 같으니 이쯤하겠습니다.

본 작품, <해를 품은 달>은 가상역사 로맨스 소설입니다.

가상역사는 그렇다 치고, 로맨스? 남성향 소설 작가가 추천하는 작품이 로맨스 소설이라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물며 '보고 배워라' 라고 말했으니, 몇몇 작가분은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분명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보통 후피집의 배경을 생각해봅시다. 용사파티에서 추방당한다거나, 위악을 떨어야 한다거나…… 여기까진 그렇다 치겠는데, 주인공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아무튼 내가 빌런 노릇을 해야 함, 근데 사실 나는 상처받은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서 존중받아야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모든 후피집류 소설이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봐왔던 소설들은 하나같이 그러했습니다.


이제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 설정을 봅시다.


주인공, 이훤은 어린 시절 사랑하던 세자빈을 결혼 직전에 잃은 조선의 왕으로서, 강압적으로 다른 이와 결혼을 맺게 된 탓에 권력의 대부분을 외척에게 빼앗긴, 영민하되 비참한 과거를 품은 가련한 왕입니다.


배경 설정부터가 벌써 흥미진진합니다. 잃어버린 달을 그리워하는 태양.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세자빈. 권력을 둘러싼 끔찍한 진실.

얼핏 보기에 주인공은 무력하지만, '왕'이라는 그의 옥좌 하나가 여전히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죠.


그런 왕의 앞에 어느 날 이름 없는 무녀가 등장합니다.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암행 중이던 임금의 정체를 바로 꿰뚫어본, 고아한 선비와도 비슷한 무녀.

무언가를 느꼈는지 훤은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이려 했으나, 무녀라는 신분 탓에 차마 그리하진 못하고 '월'이라는 이름만을 준 채 헤어집니다.

이별의 증표로 달을 달라는, 자신을 잊어 달라는 말과 함께.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이야기를 대강 감 잡았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직후에 바로 주인공인 '훤'의 소년기 시절을 보여주거든요.

얼핏 보기에 <비처녀 파티 탈퇴했습니다>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주연은 물론 조연들의 캐릭터성마저 그 과정 속에서 살려낸 <해를 품은 달>이 훨씬 세련된 소설이라 할 만합니다.


조선시대 펜팔연애로 세자빈까지 올라간 허연우, 그녀의 오라버니이자 왕족조차 모독하는 얼굴천재 염 등등.

마음 같아서는 얘는 어떻고 쟤는 저렇고 오두방정을 떨면서 육룡이 나르샤 하는 일마다 천복이 따르니 용비어천가를 외치고 싶은데, 어디까지나 리뷰인 만큼 스포일러는 자제하겠습니다.


훤은 절박할 정도로 연우를 찾기 위해,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할 위치를 되찾기 위해 분투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기를 반복할 뿐이고, 어느새 자신의 건강마저 잃어버리고 말죠.

그의 액막이 무녀가 잠결에 다녀가기 전까지는.


이미 드라마까지 제작된 작품이라, 이미 어느 정도 내용을 아시는 분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이 위명을 떨치는 지금, <해를 품은 달>은 어느새 10년 전 드라마가 되어버렸습니다.

내용을 잊어버리기엔 충분한 시간이기에, 한번쯤은 원작 소설을 펼쳐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인간의, 연애의, 사랑의, 후회의 감정선은 웹소로만 배우기엔 너무도 애틋한 까닭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리뷰신청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