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제가 여기서 리뷰한 작품들을 슥 나열해봤습니다.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전지적 독자 시점>,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재벌집 막내아들>, <시한부 천재가 살아남는 법>, <해를 품은 달>, <마왕은 학원에 간다>, <약먹는 천재마법사>, <검은 머리 대원수>,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까지.


총 11작품을 리뷰했네요.

코즈믹 호러부터, 현판, 재벌물, 무협, 로맨스, 아카데미, 대체역사,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참 장르풀이 넓게도 리뷰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내가 스포츠랑 19금은 리뷰를 안 했더라고요?

스포츠는 언젠가 리뷰요청이 올라오는 걸 기다리기로 하고, 오늘은 19금 소설을 들고와봤습니다.


밍밍한 걸로 리뷰했다간 '저 주딱이 누구 눈치 본다' 따위의 말이 나올까 두려우니 매니악한 것들 중 하드코어한 걸로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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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대충 이세계 최면물 (novelpia.com)

<대충 이세계 최면물>. 제목만 봐도 느껴지듯, 최면 페티쉬에 의한, 최면 페티쉬만을 위한 소설입니다.
표지만 봐도 어썸하네요. 난 저런 거 뽑았다간 즉시 등짝 쳐맞고 쌩돈만 날릴 텐데, 노벨피아에서 유일하게 부러운 게 이겁니다.
조아라마냥 표지 기준이 괴상망측하지 않고, 고수위 작품은 고수위의 표지를 달 수 있다는 거.


아차차, 자칫 19금 소설의 표지를 봤더니 순간적으로 작가 신세한탄이나 늘어놓을 뻔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최면.


보기만 해도 음습합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꺾은 채 자신의 명령대로 부리는 장르라는 것까지 알고 나면, 이딴 취향을 가진 인간이 과연 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분명 저놈은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크로마뇽인이나 네안데르탈인의 한이 깃든 영혼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심리적 · 생리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니악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무한 경쟁과 작든 크든 수많은 갑질과 좌절감,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에겐 굉장한 대리만족이 될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도 하죠.

이런 매니악한 장르는 작품이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읽을만한 작품을 추려낸다면, 아마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겁니다.


그 읽을만한 작품 중에서도, 제대로 연재해서 장편 완결이 난 것까지 세본다면…… 글쎄요, 세 개는 될까요?

오늘 여러분에게 리뷰하는 이 작품은 그 불모지에서 자란 거대한 나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최면술사입니다.

최면 능력은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는데요, 그냥 최면을 걸 대상에게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끝이에요.
최면의 내용을 잘못 쓴 탓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언정, 최면을 거는 것에는 어떠한 페널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명령 프롬프트를 켜 놓고, 그냥 명령을 새겨넣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편할까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19금 소설답게 자신의 능력을 그런 쪽으로 써먹습니다.

카르페 디엠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최면을 막 쓴 대가로, 소설의 시작부터 주인공은 전여친에게 살해당하죠.


그 후,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같은 라노벨처럼 이세계 여신에게 간택(최면)을 받으면서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일견 단순합니다. 최면을 걸고, 최면 내용에 따라 대상의 상태가 변하고, 히로인과 주인공 사이의 뒤틀린 상황을 감상하는 게 전부니까요.


작위적인, 기떡떡떡떡떡, 기떡떡떡…… 이 계속 반복되는 것에 질릴 수도 있겠습니다.


오곡♡ 같이, 작가 특유의 묘사가 취향에 안 맞는다면 더더욱이죠. 읽기 싫을 겁니다.

하지만, 씬의 가짓수는 물론이고, 그 종류와 깊이가 다채롭습니다.
솔직히 이거 원툴인 소설인데, 그 원툴이 대단합니다.

19금 소설이고, 그 목적은 활자로 된 심리적 발기부담 완화제 및 무형 자위보조기구라면, 솔직히 꼴리기만 하면 됩니다.


스토리는 뒷전으로 놔도 돼요. 보기 불편할 정도의 감성팔이만 아니면 돼요. 개연성이고 나발이고 핍진성만 챙겨서 상황묘사만 쩔게 들어가면 상관없습니다.


야설의 기본을 너무 잘 지킨 소설이었기에, 이 소설은 재밌었습니다.

이거, 19금 소설 리뷰하는데 19금 묘사를 15금으로 줄이느라 내용을 많이 쳐냈습니다.


왜 굳이 야설 리뷰를 했냐면, 이렇게 첫경험을 뚫어 둬야 나중에 번호 달고 리뷰할 때 태클 걸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입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