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위 글에서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리뷰입니다.


악당은 살고 싶다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지갑송, 유명한 작가입니다.

<소설 속 엑스트라>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물 붐을 일으키고, <악당은 살고 싶다>로 꺼져가던 아카데미물 유행에 활력을 불어넣은 대단한 작가입니다.

한편으로는, 상습적인 지각과 후반부 늘어짐이 큰 단점으로 꼽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뵌 적은 없는데, 한번쯤 만나서 군만두를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그런 자그마한 소원이 있습니다.


왜냐면, 이 작가는 후반부를 무조건 꼴아박거든요. 감상형 게임으로 따지면 도입부랑 공통루트는 잘 쓰는데, 개별 루트 들어가려고 하거나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가야 하는 순간, 갑자기 작가가 질질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캐릭터의 매력으로 끌고가는 소설의 특성상 어쩔 수는 없는 문제긴 해요. 아무리 길어봐야 150화 내에는 초반에 등장한 캐릭터들과 주인공 관련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캐릭터의 서사가 완성되면서, 다음 사건에 대한 기대가 흐릿해지고, 전개가 지지부진해지더니, 글에서 재미가 똑 떨어져 나가는 거죠.
조금 속된 표현을 쓰자면, 데이트 코스를 잡고 분위기 잡아서 호텔까지는 들어갈 때는 영화 뺨을 치는 시나리오인데, 정작 침대 위에 서면 도망가거나 힘이 축 늘어지는, 색욕 앞에 짐승이 되어야 할 인간이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추락하는 느낌입니다.

악살싶의 초반부는 감히 단언하건대,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아카데미물입니다.
소재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망나니에 빙의한 주인공, 악당으로서의 파멸이 예정되어 있는 삶, 이제는 회빙환에서 빠지는 일도 잦은 귀소 본능.
악연으로 엮인 제자들과, 허세로 가득찬 인생, 빙의된 현대인로서의 인상을 가차없이 즈려밟는 귀족 교수 데큘레인이라는 인격.

로판으로 적용해 보면, 하도 많이 나와서 스토리의 시작부터 누가 메인이고 섭남인지 다 나올 법한 설정들입니다.
악역영애에 빙의한 여주, 착하고 가여운 원작 주인공에 의해 참교육이 예정되어 있는 삶, 인생 ㅈ되는 게 싫어서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
악연으로 엮여 만났다 하면 불화를 일으키는 남주들, 응애(음해)와 응석으로 가득찬 집안생활, 악역영애로서의 삶이 습관처럼 배여 있기에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오만.

물론, <악당은 살고 싶다>가 로판 아카데미물의 남성향 버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스토리가 서서히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에 대한 악의가 의문으로, 의문이 해답으로, 해답이 성장으로 뻗어나가는 각 캐릭터들을 보다 보면 소설 참 맛있게 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의 개성은 강렬하고, 조금 억지스런 설정을 장면의 힘으로 깔아뭉갠 후 몰입을 유도하는 기술은 다시 봐도 놀랍습니다.


이걸 어떻게 잘 알려주고는 싶은데, 막상 히로인들의 특징 같은 걸 적어주려고 보니까 스포일러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누가 츤데레다! 누가 배신자다! 이런 걸 시작부터 알려주고 나면 소설의 재미가 반감되는 건 어쩔 수가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리뷰 분량을 삭제했습니다.

중반부도 나름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캐릭터들의 요소를 잘 활용한 매력적인 에피소드, 주인공이 점점 강해지고, 영향력이 커져간다는 게 느껴지면서도 공허하지 않은 스토리라인. 원작 게임 속 자신이 저질러놓은 일들을 고생해가며 수습하고, 그 과정에서 착각들을 낳고, 그 착각이 주인공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고.


주인공의 성장뿐만 아니라, 주인공에게 영향을 받아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던 소설입니다.
다만, 후반부에 좀 질린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지갑송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캐릭터 설명에 두 시간쯤 고쳐쓰다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지우고 나니 리뷰가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차 리뷰신청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