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여기서 신청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400화), 회귀도 13번이면 지랄맞다(334화), 수라전설 독룡(604화), 제국사냥꾼(506화),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837화), 나노 마신(342화),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574화), 신화급 귀속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470화).

…등등을 신청해주신 여러분께 저주 있길 바라겠습니다. 이러고도 주 2회 리뷰를 하라고요?
아무튼, 슬슬 탑등반물 리뷰도 하나 해 볼 때가 됐는데, 신청받은 것들 중에선 회귀13이 가장 화수가 적었으므로 선택했습니다.



회귀도 13번이면 지랄 맞다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명작이란 평가를 받는 소설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연재 속도에도 독자들이 참고 따라가는 소설은 많지 않습니다.

웹소설에서 가장 큰 단점을 무시할 만큼 작품이 가진 파워가 뛰어나다는 거겠죠.


'탑의 정상에 올라, 목표를 이룬다.'

모든 탑등반물이 공유하는 목적입니다. 주인공의 고난, 주인공의 선택을 '탑'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인정 욕구를 자극하기 참 쉬운 장르입니다. "오오옷! 주인공 저놈은 무려 탑의 57층을 돌파했다고!"같은 상투적인 멘트를 넣는 게 일상인데, 이 망할 클리셰는 언제나 평타 이상은 쳐요.


하지만, <회귀도 13번이면 지랄 맞다>라는 작품이 그런 양산형 탑등반물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탑을 이미 클리어한 전적이 있는 회귀자입니다. 한 번이라면 모를까, 이미 최종보스의 멱을 6번은 땄다네요.

문제는 탑을 클리어한 이후였죠. 탑에서 쏟아져나온 헌터들이 그 힘으로 지구를 멸망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눈에 보이는 놈들은 다 죽이고 다닙니다.

몇몇 살인을 주제로 한 웹소설의 인간쓰레기 주인공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인성을 지녔습니다.

초반부는 읽기 힘드실 수도 있어요. 죽인다 - 시스템 업 - 죽인다 - 스펙 업 - 죽인다……라는 패턴이 계속되니까요.


명작이란 말만 듣고 덜컥 결제했다가는 추천해준 사람과 멱살잡이할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 전반적으로 찝찝합니다. 무언가 주인공이 해내고 있다는 느낌은 오는데, 주인공의 행적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과거 외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읽다가 몇 번은 포기했습니다.


지나치게 답답하거든요.

비슷한 반복회귀물 장르, <철수를 구하시오>에서의 무수한 실패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자국이라지만, <회귀도 13번이면 지랄 맞다>에서의 반복적 실패는 주인공이 망가져 가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보다 보면 솔직히 욱 하면서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열불인지, 혐오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 위에 긴고아가 씌워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찐득한 답답함과 묘한 찜찜함을 참고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소설은 그걸 가능케 했습니다.

작가가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를 되뇌는 듯한 묘사를 보면서, 독자 역시 '나는 이런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거든요.

삶을 결의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주인공에게서, 독자가 만족 이상의 공감을 하게 됩니다.


아프리카에서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서도 느껴지지 않는, 전쟁터에서 죽어간 병사들의 시체를 보고서도 느낄 수 없는, 테슬라 주식이 떨어져 고통받는 인간에게서나 느껴지는, 동정이 아닌 공감 말입니다.

주식을 하다 보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론 머스크 개새끼'를 외치게 되는 것처럼,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 주공혁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세상이 개새끼'라는 걸 외치게 됩니다.


주인공에겐 어떤 해피 엔딩이 기다릴지 두근두근거리며 최종화까지 달렸습니다.

완결이 났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실망할까 봐 건드리지 않았던 소설입니다.

어차피 사자혼 작가 여기 안 들어올 거 아니까, 존나 고마운 개새끼라는 감사인사를 남깁니다.


읽으면서 즐거웠고, 다시 만날 땐 그 찝찝함 좀 빼고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초반부 거름망이 심각한 수준인데, 진흙탕에서 사금 골라내는 것처럼 소설을 읽어야 하다니, 이게 무슨 고문입니까.

내곡동에 그 본점이 있는 남산 종합 마사지 센터도 혀를 내두르고 갈 소설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글줄입니다. 부랴부랴 쓴 탓에 미흡한 글이 나와버렸다면, 사과드립니다.

14차 리뷰신청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