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곳그곳에는 은둔 약초사가 약초를 채취해와서 찌고 달이는 식으로 약초를 연구할 목적으로 세워둔 허름한 움집이 있다그는 그곳으로 방금 박살난 마차의 잔해에서 구해온 소녀에밀리를 치료하기 위해 움집의 정 가운데에 눕힌다.

 

구르는 마차안에 있어서인지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내장도 상했을거라 예상되는 상태인 에밀리는 겨우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않고있는 상태다이런 산속으로 들어오기전에 한의사 일을 했던 그는 소녀의 숨소리만 듣고도 그녀의 환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불규칙한 숨소리를 들어보니 장기가 흔들린것 같군…"

 

누워서 불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모습의 에밀리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 약초사 찰스는 그녀를 치료하기위한 약초를 찾기 시작한다마침그가 지어놓은 움집에는 에밀리와 같은 병자에게 써먹을 만한 약초가 있다.

 

"이 아이는 내가 이 약초를 캐둔 것에 고마워해야할거야그러니까…그게…이쯤에‥으으읏!"

 

찰스는 이렇게 심하게 다친 사람을 만날 경우를 대비하여 중상을 입은 사람에게 사용할 약초를 채집해두었다다만 약초를 채집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뿐너무 깊은 곳에 쳐박아둬서 꺼내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머리로는 약초가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지만생각없이 그냥 놔두기만해서 그 위에 여러 잡동사니를 쌓아둔 그는 잡동사니들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우왓겨우 찾았네그냥 새로 채집해올걸 그랬나?"

 

잡동사니더미에서 약초를 찾아낸 찰스는 이렇게 투덜대더니 이번에는 에밀리에게 약초를 사용하기위해 약초를 달이는 도구를 챙긴다그는 약초를 달이며 그 증기를 에밀리에게 부채질을 하여 모락모락 약초에서 올라오는 증기를 에밀리가 코로 마실수 있도록 한다.

 

죽어가던 에밀리는 그 약초에서 나오는 증기를 맡자심신이 급격하게 안정되어감을 느꼈다에밀리는 몸이 편안해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해서 곧바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으음…상태를 보니 필요한 약초를 달이고있어그래도 이 약초를 맡는다고 곧바로 일어날 수는 없을거야…지금 쓰는 약초는 끊어진 힘줄이나 뼈를 다시 붙게는 하지만 강장의 효과는 없거든…"

 

부서진 마차의 잔해에서 신음하던 에밀리를 구해서업고 온 찰스는 상처투성이의 에밀리를 보고 곧바로 그녀의 내장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내장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는 약초를 달여서 그녀의 흔들린 장기를 잡아주는 힘줄부터 복구시키려고 했다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적용한 약초는 정확히 맞아들어갔다그 비 전문가가 듣는다고 해도 확실히 문제있는 사람의 숨소리임을 알아챌 수 있을만큼 불규칙적이던 숨소리가 에밀리의 나이대를 가진 여자들이 잘 때 내는 숨소리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비록 이렇게 에밀리에게 써야할 약초를 제대로 선택해서 그녀의 흔들린 장기를 바로잡는데는 성공했지만그래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는 만들었지만이제 그녀가 눈을 뜨게 하려면 아직도 많은 약초를 사용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그에게는 에밀리에게 쓰기 알맞은 약초가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최대한 비슷한 효과를 지닌 약초로 대신해보고깨어나면 재활도 할겸 같이 약초를 채집하러 산을 돌아다녀야겠다."

 

귀찮은듯 말하는 그지만사실 크게 다친 사람은 움직일 수 있게되면 바로 몸을 움직여야한다에밀리의 몸을 치료하느라 쓴 약초를 그녀에게 채집하라고 하는 핑계를 대며 그녀가 몸을 움직이게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약초꾼 찰스다.

 

일단 움집의 가운데에 누워있는 에밀리가 깨어나면 재활시킬 계획은 계획이고지금 그녀에게 급한 건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회복하는 것이다찰스는 그녀가 약초를 데우면서 올라오는 증기를 마실 수 있도록데워지고 있는 약초의 뒤에서 계속해서 부채질을 한다.

 

=

 

도시에 있을 때찰스는 그의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수 있을정도로 유명한 한의사였다그의 이름을 빌려서 한의원을 내면 성공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었다

 

일단은 그도 사람이었기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다보니 유명한 한의사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료함을 느꼈고하루는 출근을 하다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고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산으로 옮겼다그는 산에도착하자마자 주변에서 넝마와 나뭇가지그리고 나뭇잎을 모아서 움집부터 지었다.

 

산에 들어오자마자 산에서 굴러다니는 것들로 -넝마조각과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집의 역할을 할헤드쿼터의 역할을 할 움집을 지은 찰스는 도시에서 한의사로 있으며 하지 못했던약초를 찾는 것부터 하기 시작했다그가 있는 곳이 마침 산이라조금만 돌아다녀도 약에 쓸만한 약초는 널려있었다.

 

"우선 이곳에서 약초를 캐다가 내가 다칠수도 있으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약초를 먼저 채집해두고~"

 

아무리 이름만 빌려 주어도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의원에 나가서 일을 했어야했기 때문에 일을 하고싶지 않아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그가 한의사보다 하고싶던 일은 이렇게 산을 돌아다니면서 약초를 채집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는 자신이 산에서 약초를 채집하다가 다칠걸 대비해서 상처를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는 약초부터 채집해서 움집의 한쪽 구석에 쳐박아두었다.

 

*

 

"원래…내가 다치면 그 상처 치료하려고…채집해둔 약초를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나 쓰고있고…아냐 오히려 잘된 일 일지도 몰라 찰스야넌 원래 의사였잖아다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게 오히려 수치아니야그래 난 나를 위해서 약초를 쓰고 있는거야그럼 그럼"

 

찰스는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훈증기 위에서 데워지고 있는 약초에 부채질을 하여 에밀리에게 약초에서 올라오는 증기가 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분명 그가 이 약초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거의 죽어가던 환자에게 임상실험을 해본적이 있다그때는 분명 달이는 약초의 냄새만 맡아도 벌떡벌떡 일어나던 환자들이었지만이상하게 에밀리는 제법 오랜시간을 약초 증기에 노출시켜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있다.

 

"이제 그만 좀 일어나세요이러다 팔에 근육생기겠어요!"

 

찰스는 투덜거렸다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채질을 멈추지는 않았다물론 지금은 산에 은둔한 상태로 약초를 캐고 다니고 있지만그도 소싯적에는 의사였고자신이 돌보는 환자는 낫게 하고싶은 의사로서의 치료벽이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사실 에밀리는 몸이 회복된었다다만 엄마의 품에서 나는 향기에 취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그녀는 오랫만에 맡아보는 이런 친근한 향기에 취해있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언제 맡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엄마의 향기에 취해있을 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이제 그만 일어나라는하지만 이 편안함에 일어나고싶지 않았다그래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자 맡아본 기억이 없지만 아무튼 그리운 향기는 곹바로 역한 냄새로 바뀌었다.

 

2깨어나다

 

귀족소녀 에밀리가 도무지 적응할 수 없을것 같은 냄새가 있다그것은 바로 하수구에 온갖 오폐수가 뒤섞인것이 원인이 되어 나는 시궁창 냄새다그리고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가 났었는데그 향기가 갑자기 시궁창 냄새로 바뀌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에 에밀리는 감고있던 눈을 떳다.

 

*

 

약초를 달이면 나는 증기의 향기가 좋아서 이 소녀 환자가 몸은 회복되었지만향기를 즐기느라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찰스에게도 방법이 있다바로 건강할수록 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는 구린내가 나는 약초를 달여서 그 냄새를 맡게하는 것이다약초를 달이고 부채로 올라오는 연기를 부치자싫은 냄새가 나는듯 인상을 구기는 에밀리다건강할수록 역한 냄새로 맡게 되는 약초를 달이는 냄새를 맡고 표정을 구기는 에밀리를 본 찰스는 그녀의 몸이 나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니그가 쓴 약초의 증기를 맡고 몸이 낫지않는것이 더 이상했다그가 이미 부서진 귀족들이나 타는 마차안에서 꺼내온 이름모를 여자는 몸이 다쳤지의식을 내면에 가두고 문을 걸어 잠글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이소녀이만 일어나지?"

 --------

 *는 시점 변환을 뜻하는 거고요 =는 과거회상을 뜻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