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써보려는 소설 1화를 써봤는데 감상해주시고 의견 한 번만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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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레오.

 이 세상에 창궐하는 마수들을 때려잡는 자랑스러운 헌터, 이자 이세계의 인간이다.

 

-방치형 RPG 몬스터 슬레이어 약칭 몬슬

 

 내가 중학생 때 잠깐 했던 스마트폰 게임의 이름이자, 5년전 갑자기 전생한 이 세계의 원작으로 추정된다.

 

 추정이라고 한 이유는… 그 시절 중딩들이 하던 폰 게임이 다 그렇듯어디까지나 가볍게 했었기에 세계관 설정이나 역사 같은 건 잘 모른다.

 

핵과금 유저도 많은데 왜 찍먹 유저인 내가

 

 그냥 무과금으로 쎈 캐릭만 몇 개 뽑아 던전만 깨다 3개월 쯤 했을 무렵 질려서 지워버린 탓에 1티어 캐릭터 이름과 가벼운 설정 말곤 아는 게 없다.

 

미안레오파티를 위해 시간을 벌어줘.”

 

 그리고 막 파티장이자내 짝사랑 상대로부터 죽으라는 지시를 받은 참이다.

 

씨발.’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 고기 방패가 되어달라고.

 

 그녀도 1년간 동고동락한 동료보고 죽으라는 지시를 하는 게 마냥 쉽진 않은지 목소리가 떨렸다.

 

 레이첼 마젠티.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린 금발의 미녀, 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수 밖에 존재하지 S급 헌터인 유망주다.

 

 그리고 우리 파티 중 유일하게 내가 기억하는 몬슬의 캐릭터로 게임 출시 초기의 인권캐이자 주인공이라 부를 수 있는 캐릭터다.

 

 원래 지방 귀족의 막내딸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네임드 마수로 인해 하루 아침에 가족재산지위등 모든 걸 잃고 그 마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헌터가 된 전형적인 복수물의 주인공

 

단순하지만 매력적이어서 인플레가 못 따라가도 겜 접기 전까지 계속 썼지

 

 그런 어렸을 추억의 있었던 데다 실제로 그녀를 직접 만나고 그 호감은 더더욱 커졌다.

 

 복수귀라는 모습에 가려져 있는 그녀의 착한 심성에 반해버린 나는 스스로 헌터들 중 가장 기피시되는 탱커가 되어 그녀의 파티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싸웠다.

 

 얼마 전에 용기를 고백했지만뭐 잘 안 됐으니 그건 넘어가고.

 

또 죽으라고?’

 

 내가 왜 죽어야 하냐죽기 싫단 말이 목에서 넘어오려 한다.

 

 하지만 비정하게도내가 봐도 그녀의 선택은 더 없이 합리적이다.

 이대로면 저 마수에게 전멸 확정이다.

 

딜러인 레이첼의 공격이 안 통할 정도면 말 다했지

 

 만약 누군가 한 명 시간을 벎으로써 남은 파티원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다면그 한 명은 십중 팔구 내가 될 거다.

 

 S급 파티에서 유일하게 B급인 내가 죽는 것이 가장 손실이 적으니까.

 

 애초에 탱커는 이런 상황에서 파티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어 목숨을 바치도록 배워왔고 그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스스로 희생하는 것과 강요당하는 건 다르지만.

 

알겠어내가 몇 초라도 버텨볼게.”

 

미안.”

 

후우웅-

 

 죽음을 직감하고 두 눈을 감았으나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살이 짓이기는 고통이 아닌 스산한 바람뿐이었다.

 

뭐지?’

 

 일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낀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방금까지 날 잡아먹고자 달려오던 거대한 마수의 모습 대신 보라색 장막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작고 약한 어린 것아나와 계약을 하자꾸나대가를 바치면 힘을 줄 테니.

 

 그리고 귀가 아닌 머리를 통해 직접 들려오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목소리.

 아이를 달래는 듯 상냥했지만똬리로 틀고 이빨을 들이미는 독사처럼 진득하다.

 

 처음 느끼는 감각이나 이 존재에 대해선 이 세계로 온 이후 익히 들어왔기에 나는 곧바로 내 눈앞에 있는 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사신!”

 

왜 사신이

 

 인지 너머의 존재의 목소리에 홀릴 뻔한 나는다행히도 동료이자 리더그리고 짝사랑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저 녀석은 분명

 

레이첼… 너도 저 녀석이랑 계약한 거야?”

 

유리아씨도?”

 

기구한 인연이군요

 

 레이첼의 뒤에서 들려오는 남은 파티원 셋의 목소리.

 

 서브 탱커의 역할도 종종 맡아주던 딜러 유리아마도사 메이린힐러 실비.

 내가 파티에 들어왔을 때부터 레이첼의 동료였던 고참 파티원이다.

 

너희괜찮아?!”

으으정신만 간신히 붙잡고 있어

 

 루키라고 불러야 할 젊은 파티지만 우리가 S급 파티로 인정받은 건 날 제외한 파티원들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신과 계약해 힘을 받아 빠르게 성장한 것.

 

 몬슬을 했을 땐 레이첼 한 명의 스토리에서만 어렴풋이 언급되는 존재라 잘 몰랐지만 전생한 이 세계에서 사신의 위상은 우리 세계보다 훨씬 높다.

 

 왜냐고눈에 보이는 도움을 주거든.

 

 각성자들 사이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계약을 권유하는 존재로 대가는 사신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늘 중요한 것을 요구한다.

 

 인간이 대가를 바치면 사신은 그에 상응하는 힘을 주거나 소원을 들어준다.

 

레이첼이 계약한 사신이라면

 

저게 그 그림자의 마녀

 

사신이 왜… 이런 상황에서

 

 그림자의 마녀는 사신들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사신이다.

 

 신체 부위나 재산지식처럼 오직 당사자가 소유하고 있으면서 확실한 가치가 있는 것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이나 감정욕망 등 타인의 것이나 추상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사신들 중에서도 이질적인 사신그것이 그림자의 마녀.

 

-그래나에게 눈을 바친 아이구나넌 지식넌 황금넌 수명전부 나와 계약한 아이들이야.

 

왜 여길 온 거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쳤지만 동시에 힘을 준 은인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레이첼의 목소리엔 경계가 가득했다.

 

 그야 아무리 힘을 주었다 한들사신이 계약을 끝낸 인간에게 간섭하는 일은 없으니까.

 

 그림자의 마녀는 조용히 로브 속에서 가녀린 팔을 꺼내결계 밖을 가리켰다.

 

-저 괴물은다른 사신이 만든 질 나쁜 권속이란다내 힘을 받은 너희가 먹히면그대로 힘을 뺏기지그래서 회수하러 왔단다.

 

?”

 

회수한다고?”

 

잠깐 이야기가 다르잖아계약하면 절대 힘을 안 건드리는 거 아니었어?!”

 

 신체나 전재산 등지식등각자의 소중한 것을 바쳐가면서까지 얻은 힘을 도로 가져간다는 말에나를 제외한 파티원들이 지금 죽어간다는 사실도 잊고 격하게 항의했다.

 

사신은… 계약을 절대 어기지 않는 거 아니었어?”

 

 모두가 이성을 잃은 가운데 애초에 받은 게 없어서 잃은 것도 없던 나만이 침착하게 마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그래위험하다 하나계약을 어길 순 없지그래서 덮으러 왔단다계약을 통째로.

 

?”

 

촤라락-

 

 그녀의 애매모호한 말에 반문하려던 찰나 마녀의 로브 안에서 사슬이 뻗어 나오더니 그대로 내 가슴을 꿰뚫었다.

 

 일순 숨이 멎었으나 그건 폐를 꿰뚫렸다고 느낀 내 착각이었고 정신을 차리니 딱히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통과한 사슬은 그대로 레이첼을 비롯해 다른 파티원들의 가슴도 뚫었고사슬을 통해 그녀들과 무언가가 긴밀히 연결된 것처럼 느꼈다.

 

-특혜를 주마 아가야계약을 하자구나 아가야지금 너희의 영혼을 하나로 이어뒀다너는 지금 저 아이들이고 저 아이들은 너란다.

 

무슨 소

 

우릴… 제물로 삼겠다고?”

 의도를 알 수 없는 마녀의 행동에 내가 되물으려던 찰나배운 게 많은 마법사답게 마녀를 이해한 건지 메이린이 말했다.

 

 새하얗게 얼굴이 질려있고 눈물샘이 망가진 듯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걸 보면결코 긍정적인 내용이 아닌 것 같다.

 

메이린왜 그래

 

우린 끝이야다 끝이라고마녀는우리를 레오의 제물로 쓸 생각이야레오의 대가를우리의 몸과 영혼으로 충당할 생각이라고!”

!”

 

아하하다 끝났어아니야죽기 싫어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자포자기한 결과 정신이 유아퇴행 해버려 웃으면서 울기 시작한 메이린.

 평소의 명랑하고 장난기 많은 그녀의 모습에선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비참한 꼴이다.

 

 사슬을 영혼을 이었다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닌지그녀의 느낀 절망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레오… 설마 우릴 바칠 생각은 아니지우리가 너한테 섭섭하게 대하긴 했어도…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유리아는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기어오며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섭섭하게

 

 그녀의 말마따라난 이 파티에서 지낸 1년간 그렇게 좋은 대접을 받았다곤 말하기 힘들었다.

 

 S급 파티에서 A급도 아니도 B급인 최약체였으니까.

 

 늘 사지로 뛰어드는 그녀들과 함께 하려는 나 이상의 탱커도 없었으니그녀들 입장에선 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짐이었다.

 

 흔히 인터넷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 이하의 취급은 아니지만짬처리는 대부분 내가 하고 발목이라도 잡으면 며칠을 욕 먹었지.

 

레이첼

 

 그리고 그 정점은보름 전에 레이첼한테 고백했다가 대답 대신 따귀를 맞고 오늘 아침만 해도 그걸로 파티에서 틈만 나면 조리돌림 당한 거.

 

레이첼 너도 뭔가 말해봐… 너도 레오한테 할 말 많잖아

 

 그걸 가장 적극적으로 놀린 게 유리아였기에 필사적으로 내 눈치를 보며 레이첼까지 사과시키도록 은근히 압박한다.

 

레이첼

 

왜 너야!? 내가 아니라 레온데!? 나랑 계약해나랑 계약하자고내가 더 강해내가 레오보다 잘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사과하는 대신그림자의 마녀에게 따졌다.

 

-지금 너보다 저 남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게 내 힘을 보존할 가능성이 크단다넌 당장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니.

 

싫어… 내가 왜… 난 아직 복수도 못 했는데

 

 역지사지라고그녀가 내 입장이었으면 망설이지 않고 나를 비롯한 파티원들을 희생시켰을 거다.

 

 그야 그녀에게 있어서 우선 순위는 동료의 목숨이 아닌 복수니까.

 

 그렇기에 레이첼은 내가 자기라면 유리아처럼 사과하고 아양을 떨어도 내가 살려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 죽기 싫어!”

 

 

 마녀에게 확인 사살당한 그녀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알고는 있었지만끝까지 날 제대로 봐주지 않는구나.

 

 한결같은 그녀의 태도에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을 내린 상태라 그런지 정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사신… 계약하자.”

 

-

 

 계약하자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로브 속에서 나더니 눈앞에 검은색 양피지가 나타났다.

 

-이름을 밝혀라.

 

 가식을 벗어던지고 딱딱해진 마녀의 목소리.

 

… 아니 유진성.”

 

 파티원들이 처음 듣는 내 원래 이름을 듣고 좌절하다 말고 의아해했지만 마녀는 개의치 않고 계약을 읊었다.

 

-아이야너가 바칠 대가를 말하거라너가 바치는 게 크면 클수록너가 받을 수 있는 힘도 클테니.

 

 크다는 말과 함께로브는 넌지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동료들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동료들을 제물로 바치면그녀들에게 줬던 힘을 그대로 내게 몰아주겠단 소린가.

 

내가 걸 수 있는 건 뭐가 있지육체 말고도 지식 같은 것도 되는 것 같던데.”

 

 파티원들을 바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거기에 내 것까지 바칠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건지 마녀가 대답하기까지 약간의 텀이 있었다.

 

-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단 저 피조물들은 육체 이외엔 바칠 수 없어.

 

그래그럼 뭐 알아서 판단해내가 너에게 건네는 조건은눈이야.”

 

 내 오른쪽 눈을 검지로 가리키자사신이 로브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 아이들의 육신과 영혼그리고 너의 눈이 맞니?

 

뭔 개소리야내 말 아직 안 끝났는데.”

 

-뭐라고?

 

말하다 긴장되서 잠깐 침묵했다가 큰일 날 뻔했네.

 

잘 들어내 눈을 제외한 모든 걸 바칠게그리고 내가 받은 눈과 힘을레이첼과 동료들에게 전해주는 것그게 내가 바라는 계약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