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소재나 문체 모두 괜찮은데 배틀물 외에는 잘 몰라서 평가하기가 좀 그렇네요.
 처음에 설명을 많이 하는 게 문제인가? 싶다가도 그냥 제가 난독이라 그런건가 싶고

우선 소재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문체도 괜찮은 것 같고, 주인공 성격도 모난 데가 없어 보이네요.

그런데 도입이 너무 루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롤로그에서 1화까지는 사건 전개 없이 그냥 주인공 설명이고, 2화부터는 뭐가 일어나긴 하는데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좀 굴러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평탄대로니까 자극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개쩌는 스토리가 롤러코스터고 무난한 스토리가 미끄럼틀이라면, 이 소설은 무빙워크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요.
그리고 대화보다는 주인공 독백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주인공이 혼자 있을 때는 뭐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덜 나기도 하구요.
행동 묘사가 적은 것도 한 몫 하구요.
외모에 대한 묘사도 몸매가 좋다, 머리가 녹색이다, 분위기가 미인이다 정도에 그치니까 얼마나 이쁜 거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주인공이 히로인을 대하는 태도가 무미건조한 것도 전개를 밋밋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 것 같아요.

그리고 주인공이 현 상황을 대하는 방식에도 의문점이 드네요.
처음 이상한 존재와 만났을 때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반발하다가 조금 이따가는 그냥 상황에 순응해버려요.
고양이가 버린 상자에서 5만원을 얻거나 눈 앞에 이상한 선택지가 떠올라도 놀란다거나 무시하는 등의 반응 없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여버렸죠.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지에도 의문을 품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고 사고가 나는 것을 택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자기가 파편을 안 찾겠다느니, 장난하냐느니 또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죠.

주인공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타계책을 찾는 건지, 안하겠다고 강짜를 부리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현상을 해결하기위해 뭘 한다기엔 모든 상황을 의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막상 변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려 한다기엔 하얀 공간에 들어가선 안 하겠다며 거부감을 표출합니다.
주인공의 일관성 없는 행보에 전개가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이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지 확실하게 정하고 전개를 이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주인공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전하거나 시간을 들여 받아들였다는 묘사를 넣던가요. 그 쪽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제목도 좀 바꾸는 쪽이 좋을 것 같네요. 태그도요.
대충 '내 현실이 게임이 되어버렸다' 같은 제목을 짓고 태그의 '빙의'를 '역빙의' 같은 식으로 고쳐서 '내가 빙의한 게 아니라 무언가가 나한테 빙의해버렸다' 같은 식으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니 너무 귀담아 듣지 마시고, 적당히 걸러서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럼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