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도 좋다고 해주었다. 그 말에 행복했다."

 "함께 있어도 좋다고 했었다. 그 말을 부정했다."

 "당신이 좋았다."

 "네가 싫었다."

 "당신이 소중했다."

 "네가 거슬렸다."

 "당신 덕에 행복했다."

 "너 때문에 불행했다."

 "그 말이 기쁨이 되었다."

 "그 말이 위안이 되었다."

 "닿아라, 닿아라, 당신에게로."

 "멀어져라, 멀어져라. 너에게서."

 "이렇게 많은 행복을 당신에게서 받았다. 그러니까 난..."

 "그렇게 많은 불행을 너에게 주었다. 그런데도 넌..."












 "후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낸다.

...내 주머니라곤 안 했다.

쓰러져 있는 이 남자, 담배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걸 보면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름 : 베스퍼 크로프.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며 직장에서 일하며 사회에 찌들어있던 한 가정의 아버지.

그러나 지금은 한 구의 변사체...


흠......

이 아무 죄도 없어 보이는 불쌍한 가장에게 죄가 있다면 직장을 잘못 구한 것일까?

이 사람은 그 직장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있었겠지만.

대충 뭐, 이 상자를 목적지까지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이런 말 밖에 듣지 못했으려나?


불쌍하네. 하필 '운반책'을 맞게 되다니... 그것도 시곗바늘 중 하나의 운반책.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이 뒷골목에서 목숨이 달아나는 건 시간 문제다.

이 사람... 보니까 일반인이고 말이야.

자기 몸을 방어할 수단 같은 건 없었겠지.


물건은... 이미 다른 녀석이 가져간 건가?

...전화 소리가 울린다. 진동벨이다.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네, 접니다."


 "네, 네... 지금 찾으러 가려고요."


 "...제 목숨도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물건?"


 "걱정 말고 보수나 준비해 두세요."


뚝...


추적을 시작한다.

말은 여유롭게 했지만 이번 물건, 반드시 찾아야 한다.

흥신소 월세 내는 날이 바로 내일이거든.

안 그래도 1인 흥신소인데 쫓겨나면 잘 곳도 없으니까.






 "그래서 기합 넣고 훔쳐간 녀석들을 잡으러 온 뒷골목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얘기한 거냐?"


 "그래, 뭔가 문제 있어?"


 "뭐, 그건 상관없는데... 결과가 빈 손이라면 보수도 빈 손이겠네?"


 "크윽...!"


아주 정곡을 찌르는 베르테르.

이 녀석은 예전부터 자꾸 아픈 곳만 찔러 댄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월세 낼 돈도 없으면서 술은 그렇게 마셔도 되는 거야?"


 "응? 이거 다 베르테르 네가 계산할 거 아니었나?"


 "......하하, 농담이 조금 재밌었어. 순간 무기를 꺼낼 뻔했잖아."


 "에이, 라운지 출신이면서 그렇게 빽빽하게 굴기는. 이번 한 번만 내 줘~."


 "그렇게 말한 게 벌써 9번이야, 친구."


베르테르는 라운지 출신이다. 잘 사는 놈들만 갈 수 있다는 그 곳.

나도 언젠가 흥신소 일로 돈 많이 벌면 라운지 입주권을 얻을 계획이다.

그곳에서 살면서 무기 따윈 저리 치워버리고 매일 분위기 있게 술 마시면서...


 "크으... 그게 인생이지!"


 "뭐, 네 망상은 됐고. 슬슬 돌아가 봐야 하지 않겠어? 애도 있잖아."


 "...오해할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마침 기분도 좋은 참인데."


 "왜 있잖아, 네 딸 같은 녀석."


 "아, 그 기생충을 말하는 건가? 내일이면 내쫓을 거야. 그리고 나도 내쫓기게 되겠지, 하하."


 "그 말, 같이 술 마실 때마다 들은 것 같은데?"


흥신소에 기생충 한 마리가 살고 있다.

돈도 내지 않고서 무전 취식하는 생물 하나.

베르테르에게 넘겨 버릴 생각도 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하나

 '라운지 입주권은 따기가 힘들어. 아무리 나라도 뒷골목에서 멋대로 사람 하나 데려오는 것은 무리야.'

깐깐한 놈. 그럼 뒷골목은 사람 살기 좋은 곳인 줄 아냐?


 "그런데 베르테르, 넌 여기 또 왜 온 거야? 룸에서 열심히 구르는 녀석이?"


룸이란 라운지의 유일한 흥신소다. 사실 흥신소라 부르기도 좀 그렇지.

룸은 일종의 정부 공공 기관이다.

얘는 그 공무원 같은 거고.


 "뒷골목 1구획에서 특이점이 포착된 모양이야. 그걸 회수해 오는 것이 명령이고."


 "...특이점?"


 "네가 알 정보는 아니야."


 "그래, 궁금하지도 않아. 너도 고생이 많네. 이 뒷골목을 다 뒤져야 할 정도면."


 "......그렇지."






술값을 베르테르에게 또 빚졌다.

이번이 10번째다. 그래도 어쩌겠나, 돈이 없는 걸...

지친 몸을 이끌고 흥신소로 향한다.


 "아저씨, 왜 이렇게 늦게 와... 어우, 술냄새!"


아, 맞다... 얘가 있었지?

...짜증나네.


 "또 술 마셨어요? 술 좀 그만 마시라니까!"


 "...닥쳐, 꼬맹이."


 "꼬맹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저도 이름이 있다고요, 쿠즈(屑 / くず)이라는 이름이!"


......

그게 쓰레기를 뜻하는 말이라는 걸 이 녀석은 언제 쯤 알게 될까?

...피곤하다.


 "참, 아저씨 오기 전에 흥신소 다 치워 놨어요, 잘했죠!"


...정말이네.

완전히 깨끗해.

...내가 어딘가에 치워 놓은 서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왜 이 녀석은 내가 하지 말란 짓만...


하아... 관두자.


 "...너."

  

 "네!"


 "언제 꺼질 거냐?"


 "...네?"


술도 마셨겠다, 조금은 몰아붙여 볼까?


 "내가 몇 번이고 분명히 여기서 꺼지라고 했을텐데?"


 "그치만 여기서 머물러도 된다고 먼저 얘기한 건 아저씨잖아요?"


......한 마디를 안 지네.

놀랍게도 사실이다.

난 과거에 이 녀석에게 내 흥신소에서 지내도 된다고 말 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멀쩡해졌을 때 까지만.






비가 내리치는 날이었다.

의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보수를 많이 받아서 술과 빵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비 냄새에도 빵 굽는 냄새는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기에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냄새를 나만 맞는 건 아니었나 보다.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거대한 형체가 쓰러졌다.

나는 그것이 큰 쓰레기 봉투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것이 움직임에 따라 생각을 바꿨다.

흥신소 일을 제법하면 저게 사람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그것은 꼼지락거리며 내 발끝에 도달했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 들린다. 빗소리에 목소리가 묻힌다.

그러나 뭐라고 하는 지 내게는 선명하게 들리는 듯 했다.


 '...살려... 줘......'


무시해야 마땅했다. 이 세상에 죽어가는 것들에게 빛은 없으니까.

하지만... 어렸을 때 뒷골목에 버려졌던 소년은

청년이 되어서도 그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만 정을 주고 말았다.


흥신소로 돌아와서 확인했을 때

소녀의 상태는 처참했다.

눈은 죽어있었으며 온 몸은 바르르 떨리고

언제 죽어도 모를 몸이었다.

다짜고짜 먹이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조금씩 빵을 떼어 먹이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 이름을 물었다.


 "...쿠즈.......다들... 쿠즈라고... 불렀어."


아이에게 쓰레기라고 부른단 말인가?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이렇게 까지 만든단 말인가?

...싫었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싫었다.

이 소녀가 무슨 잘못을 했건 간에

딱히 죽을 필요까진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당분간은... 함께 있어도 좋아."


당분간... 아주 당분간이었다.

문득 바라본 소녀의 눈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다.

이내, 그것은 눈물 때문임을 깨달았다.


...사람이 눈물 흘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

죽기 전의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많이 보았지만

살아있는 눈물을 본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소녀는 내 흥신소에서 지내게 되었다.

당분간... 살아 남을 수 있을 때까지만...


......그리고 그 당분간은 5년째 이어졌다.






 "난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만 지내라고 했었어. 그런데 그게 벌써 5년이다, 꼬맹아. 이제는 슬슬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니?"


 "저, 저는 아직도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라고요."


 "도움이 될 거라면 일거리라도 구해 오던가. 그런데 넌 여기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잖아."


 "제... 제가 정말로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나요?"


조금 충격 받은 것 같다.

그래, 놀랍게도 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단다.

방해만 될 뿐이지.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난 네가 필요 없어."


 "......그럼 전 왜 데려오신 거에요?"


 "......그냥, 내 자기만족이었어."


 "......"


 "너 때문에 지금까지 불행했어. 그러니까 꺼져."


녀석은 아무 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그래, 그렇게 돌아오지 마라.

나가서 도둑질이나 하며 맘대로 살아가라고...


......

이 X신이 애를 상대로 술 쳐먹고 무슨 개지랄을 떤 거야...






...눈 떠보니 아침이다.

그리고... 아... 오늘 월세내는 날이지?

잘 있어라, 내 안식처야... 지금까지 즐거웠다.


똑똑---


벌써 세 받으러 온 건가? 빠르기도 하네.

네, 갑니다 가요...


 "아저씨! 일자리 구했어요!"


 "......? 아침부터 무슨 개소리냐?"


눈 앞에는 세 받으러 온 탐욕스런 아줌마 대신에

내가 어젯밤 쫓아냈던 소녀가 서 있었다.


 "이것 봐요! 신문 팔면 돈 준대! 나도 일자리 구했어! 아저씨는 흥신소 일하고, 나는 신문 팔고! 이제 평생 같이 있을 수 있겠다!"


 "......"


 "......같이 있을 수 있지...?"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과도, 축하도, 칭찬도...

나는 그런 것들과 먼 삶을 살아왔으니까.


 "...맘 대로 해."


 "응! 그럼 지금 바로 다녀올게?"


월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이 곳에 아무도 없을 거란 이야기도.


......


 "...네, 전데요. 아주머니? 월세 일주일만 미뤄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주까지는 꼭 갚을 테니까..."






......

우리의 신문 팔이가 늦는다.

보통 신문을 이렇게까지 늦게 팔지는 않을텐데...

나도 팔아 봤으니까 알고 있다.


 "......"


돈벌이 하나를 잃을 수는 없지.






 "여보세요, 베르테르? 아직 뒷골목에 있나? 의뢰 하나만 하려고."


 "마침 잘 됐네. 나도 네게 연락하려고 했거든."


 "...뭐?"


 "쿠즈? 라고 했던가? 넌 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대답해. 중요한 사안이야."


 "뭐 그야... 이전까지는 기생충이었는데, 지금은 돈줄로 바뀌었어."


 "그래, 그런가... 그 돈줄에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거고?"


...질문이 이상하다.


 "...너 뭐야. 뭘 하려는 거야."


 "단지, 내 일을 하려는 것 뿐이다."


 "네... 일?"


베르테르의 일... 특이점 회수.

......


 "...야, 꼬맹이 어쨌어."


 "내가 회수했다. 너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지금 서둘러 뒷골목에서 벗어나는 중이지."


전화를 끊는다.

X발X발X발X발!!!!

그러게 왜 쓸데없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그 꼬맹이는!!!






 "......"


 "울지 않는구나. 지금부터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안 울어요. 무슨 짓은 한참 전에 질리도록 당했으니까."


 "그래, 특이점 AL-1507. 일명 '폭탄'. 작동하면 도시의 1/3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한 특이점. 그렇기에 우리가 회수해야 마땅하다."


 "...제 이름은 쿠즈에요."


 "...그래, 쿠즈. 날 원망하지는 않니?"


 "네, 아저씨는 그저 움직이는 것 뿐이잖아요. 이 일이 싫든 좋든간에."


 "널 풀어줄 생각은 없어. 넌 이대로 평생 냉동보관 처리 될 거야."


 "...그렇군요. 그건... 좀 슬프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뭐가 말이지?"


 "왜냐하면... 아저씨가 구하러 올 테니까."






 

 휘---익!!


 채---앵!!!


 "...베르...테르......"


 "말도 안 돼... 흔적은 말끔히 지웠을 텐데?"


 "......"


 "그렇군. 이 녀석이 흔적을 남긴 건가. 보기보다 영리한 녀석이었군."


베르테르는 강하다.

등급 A나 되는 예거니까.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다.


 "싸우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 아무 감정도 없는 돈줄이라면서 사활을 걸고 쫓아 온 이유가 뭐지?"


 "그것도 모르는 거냐? 한심한 녀석."


 "소중한 돈줄이니까 반드시 되찾으러 온 거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녀석이 두 번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단 한번에.


휘---이


휘---이


챙!!!


서---걱!!!






...뚝...뚝...뚝...


 "...역시 보라색은 당해낼 수 없는 건가...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었건만..."


 "...잘 가라, 베르테르. 이걸로 술값은 갚지 않아도 되는 거지?"


 "...하하, 멍청한 자식... 술값은... 애초부터... 갚을... 필요......"


털썩!






 "꼬맹이, 어디 갔었던 거야? 한참 찾았잖아..."


 "아저씨, 괜찮아? 온 몸이 만신창이야..."


 "...뭘, 이 정도 가지고..."


 "......"


 "......집에 가자."


 "......아저씨,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


 "응, 오늘은 바로 아저씨랑 내가 만난 지 딱 5년째 되는 날이야."


 "...그랬냐?"


알고 있었다.


 "그게 뭐 어쨌는데? 뭐 돌아가서 축하파티라도 하랴?"


 "그리고... 내 몸의 기폭 장치가 작동한 지 딱 5년 되는 날이야."


 "......뭐?"


 "나는 폭탄. 기폭 장치는 몸 안에 있어. 특정 행동을 하면 스위치가 켜지는 형식이야."


 "그게... 뭔데...?"


 "눈물."


 "...눈...물?"


 "기억해? 그 날 아저씨가 한 말."


기억한다.


 "함께 있어도 좋다는 말."


 "......"


 "내게 감정 모듈은 없어. 폭탄에게 그런 게 필요할 리 없으니까. 그래서 아저씨가 날 구해줄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런데..."


 "......"


 "아저씨가 그 말을 해주니까... 눈에서 무언가 흘러 내리더라고... 눈물을 흘리는 모듈을 없을텐데...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건."


 "이제는 알 수 있어. 그건 기쁨이야. 그 날 당신은 내게 기쁨을 가르쳐 주었어요."


 "아니야... 난......"


 "폭탄은 작동한 지 5년 뒤에 폭발하게 되어 있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한 10 분?"


 "그럼...!"


 "사실... 멈출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남아 있어."


 "뭔데!"


 "간단해. 아저씨가 들고 있는 그 열쇠로, 내 폭탄을 잠그면 끝이야, 간단하지?"


그 말은......


 "너를... 찌르라고?"


 "비유를 해도 잘 알아듣네? 역시 아저씨야."


 "무슨 소리야.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분명......!"


 "아저씨."


 "...어?"


 "시간이 없어."


 "......아."


 "죽는다면 아저씨 손에 죽을래. 이게 나, 쿠즈의 마지막 결정이야."


 "......"


망설이지 마라.

저건 인간이 아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망설.......이지......


 "난... 못하겠어..."


 "아저씨."


 "왜!"


 "나... 아저씨에게 하나 거짓말 한 게 있어."


 "...뭐...를?"


 "쿠즈라는 이름... 사실 실험실에서 탈출하면서 내가 지은 거야."


 "......"


 "의미도 알고 있어. 쓰레기라는 뜻이지?"


 "......"


 "...난 쓰레기였어... 세상에 독이 되는 쓰레기...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


아니야...


 "그런데 아저씨는 죽어도 그 이름으로 안 부르더라...? 그건... 조금 좋았어."


넌 쓰레기가 아니야. 폭탄도 아니고...

넌 그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한 명의 아이일 뿐이야...


 "이제 5분 남았네? 서둘러. 시간이 없어."


 "....아......아..."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저 작별하는 것 뿐이잖아. 안 그래?"


 "......"


 "그저 칼을 들고 서 있어 줘. 내가 그 곳으로 갈 게."


 "아니야... 오지 마......"


"...아아... 역시... 이별은 슬프네."


눈물을 흘린다...

너도...

나도...


 "그렇군요. 당신은... 5년 전에나 지금이나... 내게 눈물을 가르쳐 주고 있어..."


 "......"












 "함께 있어도 좋다고 해주었다. 그 말에 행복했다."

 "함께 있어도 좋다고 했었다. 그 말을 부정했다."

 "당신이 좋았다."

 "네가 싫었다."

 "당신이 소중했다."

 "네가 거슬렸다."

 "당신 덕에 행복했다."

 "너 때문에 불행했다."

 "그 말이 기쁨이 되었다."

 "그 말이 위안이 되었다."

 "닿아라, 닿아라, 당신에게로."

 "멀어져라, 멀어져라. 너에게서."

 "이렇게 많은 행복을 당신에게서 받았다. 그러니까 난..."

 "그렇게 많은 불행을 너에게 주었다. 그런데도 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 아이인 것입니다."






푸---욱!!!


검이 꽂히는 소리.

그와 동시에 폭탄이 해제되는 소리도 들린다.

녀석은 마지막 순간에 나를 꼬옥 안고 있었다.

아니, 안아주고 있었다.


 "흐윽... 흐윽...흑......"


사람에게 정을 준 대가는 무지하게 컸다.


 "미안... 미안해... 내가... 미안했어......"


생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는

빗소리에 묻혀 멀리 날아가지도 못했다.

......






비가 내리치는 날이었다.












---------------------------------------------------------------


햐, 길다!

열심히 썼습니다.

8000자 정도 나왔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못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