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6화까지 읽어봤는데요, 소재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문체나 급전개 등의 요소가 진입장벽으로 느껴져요.

일단 긴 문장이라고 할 게 하나도 없어요.
해상도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리 길어도 2줄을 넘기는 게 없었어요.
문장이 지나치게 짧고 간결하면 가독성은 살아나지만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1화부터 바로 전투씬이 나오는데, 너무 간결해서 장면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고 끊어지는 데다 여기 묘사가 좀 많이 빈약해요.
즉 전투 장면인데도 역동감이나 긴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1화의 전투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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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니다!"
파앗—!
화살 같은 속도로 여우 소녀에게 튀어나갔다.
"건방지구나!"
그와 마찬가지로 쏜살같이 튀어나간 여우 소녀.
"일격에 초살 내주마!"
에페르시스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파아아앙—!
"허어억?! 내 머리카락!!!"
그저 뻗기만 했을 뿐인데, 공기 흐름이 바뀌다니?
간신히 공격을 피한 그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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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보면 그냥 상황 묘사만 있고 연출이라 할 만한 게 없어요.
효과음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좀 부족하구요.
한번 바꿔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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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니다!"
자세를 낮추고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찼다.
파앗—!
내 각력을 이기지 못한 땅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주변의 밀들이 풍압에 흔들린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속도로 소녀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여우 소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건방지구나!"
쏘아지듯 튀어나간 소녀가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다랐다.
"죽여주마!"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내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아앙—!
"윽?!"
신비한 권법의 묘리도, 강대한 체구도 없다.
작은 소녀가 그저 주먹을 뻗었을 뿐인데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나는 공격을 포기하고 기세에 몸을 맡긴 채 스스로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 주먹에 담긴 가공할 위력에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공격을 피한 나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거리를 벌렸다.
"무, 뭐 이런... 허어억?! 내 머리카락!!!"
직격한 것도 아니고 스쳤을 뿐인데 내 머리카락이 뭉텅 잘려나갔다.
하늘거리며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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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달라진 건 없고 그냥 캐릭터들의 자세와 동작에 살을 붙인 것 뿐인데도 느낌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가독성을 살리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내용까지 줄이면 안됩니다.
캐릭터의 동작 및 행동에 주변 환경 묘사를 덧붙이는 것으로 그 행동이 이 세계관에서 어느 정도인지,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만 적으셔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대사도 조금 고치시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 대사들은 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거든요.
꼭 나레이션의 도움 없이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 연극 대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 한 폭의 그림같네!"] 는 일반적으로는 절대 말할 일이 없는 대사잖아요?
["경치 좋네." 그 말대로, 남자의 눈 앞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 묘사를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보다 현실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바람도 선선한게, 완연한 봄날씨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바람도 선선하고... 이제 봄이구나." 라고 말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잖아요?
지금 대사들을 보면 제 3자 시선에서 보여야 할 풍경 묘사를 캐릭터들이 입으로 내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릭터의 설정에 맞는 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읽어보면 주인공은 그냥저냥 털털한 성격을 지닌 걸로 보입니다.
어디 한 곳 모난 데 없이 무난한 성격이요.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 아니에요! 전 강간마 따위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던 사람이 "예쁘다..." 도 아니고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라고 말하고 있어요.
마음 속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아름다워" 라고 말을 꺼낸다면, 좀 더 고상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름답군. 참으로 아름답구나." 라고 말하는 쪽이 자연스러운 것처럼요.
반대로 주인공의 성격을 생각하면 "우와..." 나 "예쁘다..." 하고 말하는 쪽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겠죠?
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맞는 대사를 넣어주면 좀 더 몰입하기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문제는 2화인데...
솔직히 너무 급전개에요.
프롤로그와 1화에서 주인공과 천마만 등장했다면, 적어도 1챕터가 끝날 때까지는 이 둘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 맞습니다.
주인공이 천마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서로 싸우든 어쩌든 하는 식으로 전개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화에서 소꿉친구 키르케가 등장한 것까진 좋지만, 아이리스는 너무 갔습니다.
1화와 2화가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일단 천마와 함께 이것저것 하고, 키르케가 나와서 뭔가 케미를 보여준 다음 꿈의 형식으로 나타나 주인공에게 목적을 주는 정도면 충분했을 거에요.
그런데 아예 주인공을 한 번 죽이고 용사네 어쩌네, 세계관이 어쩌고 무림이 어쩌네 해버리면 스토리가 뚝 끊어져버립니다.
천마를 무림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주인공과 천마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가질 수 있는 목적이었습니다.
천마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인공에게 무림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부탁하고, 이를 주인공이 수락하기만 해도 충분했는데 뜬금없이 튀어나온 아이리스란 캐릭터가 그 자리를 뺏어버렸어요.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천마와 상호작용하며 나올 에피소드들이 상당량 사라진 셈입니다.
히로인들은 하나씩 천천히 등장해야 독자분들도 캐릭터 하나하나에 몰입하며 애정을 갖게 되는데, 시작과 동시에 별다른 서사 없이 3명이나 되는 히로인이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이중 둘은 아예 초면인 상태구요.

그 이후의 전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햄버거를 먹여보고, 건방지게 구는 천마를 교육하는 것은 평범하게 재밌었어요.
이게 본 작품의 초반 연독률이 망가진 이유라고 봅니다.
1화부터 3화까지의 지나친 급전개.
그 외에는 문제될 게 없어보입니다.
적어도 전 재밌었어요.
1~2화, 3~4화를 합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1화에서 전투 장면을 좀 더 흥미롭게 바꾸고 상황, 감정 묘사를 늘리는 것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이리스는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 게 좋아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이리스가 가장 큰 원흉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무런 서사, 배경 설정 없이 난입해 소설의 전개를 고정시켜버린다면 거부감을 느끼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일러스트가 조금 아깝긴 하겠지만, 아이리스의 분량을 최대한 없애던가 아예 등장시키지 않았다가 한 2~30화 쯤에 등장하여 주인공을 돕는 정도로 첫 등장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입부 진입 장벽만 해결하면 충분히 승승장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4화까지 읽었습니다.

서론입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노벨피아라는 플랫폼에서 '프롤로그 조회수가 반토막나는 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초반 연독률이야말로 수익에 연관된 여러 요소와 밀접하게 관계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전 100화 이상 연재 소설 기준, 그 반토막 지점이 15화 언저리면 초반 연독률을 나름 괜찮게 지킨 소설이라 판단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고작 4화만에 유입이 20%밖에 남지 않은 이 소설은 연독률이 결코 좋진 않은 소설이겠죠.
작가님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고요.

그러니, 제가 4화까지 보며 느낀 연독률 하락 원인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1. 캐릭터성을 이해시키는 장치가 전무

주인공, 에페르시스를 예로 들죠.
전직 마왕 전속 요리사, 현직 햄버거집 사장. 천마와 맞싸움이 가능할 정도의 나름의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음. (4화까지 읽은 기준입니다)

좋은 설정이에요. 주인공의 특별함도 챙겼고,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편할 매력적인 설정이라 느꼈어요. 팁글 좀 읽어보신 티가 났네요.

하지만 이건 그저 제가 정보를 취합해서 정리한 것 뿐, 
정작 소설을 읽으며 이 캐릭터성을 느끼긴 힘들었어요.

1화에서 별똥별 떨어진 걸 보고 '헉? 여친인가?' 이러면서 달려가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일 거란 생각도 않거나,
혹여나 떨어지는 신형을 보더라도 '피떡됐겠는데?' 정도를 상상하지. 
와 내가 별똥별에 여친 달라 한 소원이 이루어졌엉♡ 하면서 달려나가진 않습니다. 상식적으로요.

천마를 예로 들까요? 
주인공을 색마로 오해해선 대립하고, 그 후로도 뭐만 하면 심각할 정도로 카랑카랑하게 주인공과 척을 지죠.
개인적으론 '나와 호랑이님'의 극극극초반부 랑이 비슷한 기분이 들었네요.
조금 심하게 말씀드리자면 아따아따 단비 같은 느낌…도…
아무튼 라이트노벨인 걸 감안해도 조금 무난하지 않은, 설명이 많이 필요한 캐릭터성입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성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너무 없어요.

그 탓에 '아 작가님이 이런 설정을 가진 캐릭터를 짰구나?' 보다는,
'아 캐릭터가 이게 뭐임;; 말이 됨? 하차함'이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거구요.
작가스러운 말로 말하자면 '작가로서의 지적 우위가 역전되었다' 할 수 있겠네요.

초반이고, 캐릭터성이 독자님들에게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선 어떻게든 독자님들께 '얘는 이런 캐릭터다'라는 걸 자연스럽게 전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설정놀음, 심하면 자캐딸 소설이란 소리까지 듣거든요.

이걸 해결하는 법은…
잡기술이긴 한데, 3인칭 시점이기도 하니 독자들이 느꼈을 의문을 먼저 선빵치면 어느정도 해결돼요.

일단 주인공이 뭔가 이상한 짓을 한다? 막 별똥별 보고 여자친구당~ 하면서 달려간다?
그 후 서술로 
'결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기나긴 마왕군 생활로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진 에페르시스는 아랑곳않고 달려들었다'
뭐 이런 거 넣어주는 거예요
잡기술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작가의 지적 우위를 지키는 쉬운 방법 중 하나거든요

그리고 천마 같은 경우도 왜 주인공에게 그런 날 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지
조금 더 독자님들이 알기 쉽게 쓰면 캐릭터성 납득이 더 잘 갔을 거예요
천마로서의 자존심, 고독, 패배의 충격, 부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강조하는 식?

모 이건 자까님이 알아서 하실 문제지만, 
아무튼 적어도 초반부에는 이런 식으로
'얘가 이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라고 설명해주시는 편이 좋다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소설은 불친절한 소설. 나아가 '작가의 머릿속 전용 참고서' 없이는 읽기 힘든 소설이 된다 생각하거든요.



2. 에피소드 흐름이 난잡해요.

프롤로그는 미래. 
1화는 주인공과 천마의 만남 및 전투.

…여기까진 괜찮거든요? 주인공이랑 천마 전투가 조금 급발진이긴 한데 빠른 전개라 치면 괜찮아요.
그런데 

2화 : 별똥별에 주인공이 맞았는데, 눈 떠보니 신이 있고 방금 만난 걔 천마임 ㅇㅇ 안 돌려보내면 니 노예되고 세상 망함
3화 : 깨어나서 키르케란 여자애랑 같이 천마 보러갔다가 천마 야랄하길래 햄버거 바침 + 그거 먹은 천마가 너 내꺼 해라 선언
4화 : 주인공 천마 보고 ㅈ까십셔 선언 + 그대로 배틀 들감

얼추 요약하면 이거잖아요?
흐름 조절이 너무 아쉬워요.

전투 묘사가 제법 들어갔는데, 주인공과 천마의 배틀을 이렇게 초반에 길게 두 번이나 묘사해야 할 만큼 이 소설이 전투가 중요한 그런 소설이라 생각하긴 어렵고
3화에선 요리물 테이스트가 슬쩍 비쳤다가, 4화에선 다시 전투를 하는 등

전체적으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단 인상을 받았네요.
2화는… 이건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급전개라.


아무튼. 여러 장르를 섞어쓰는 건 좋은데, 너무 이것저것 섞었다가 장르끼리 조화가  안 되면 작품이 찢어집니다.

뭐 하나 메인 장르를, '내 소설을 대표하는 장르는 이거다' 싶은 걸 내정해두시고, 나머진 서브로 두는 식으로 하시면 에피소드 흐름을 조금 더 잘 잡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3. 초반 고봉밥은 연독률 하락하기 딱 좋습니다

웹소설에서 글자수 = 피로감이에요
작가들이 기를 쓰고 간결한 문장을 쓰려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결과적으로 독자들이 피로감 없이 쭉쭉 제 소설을 따라오도록
즉 연독률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초반에 4천자, 5천자씩 박힌다?
이거 먹다 목 메이거든요.
엄청난 필력으로 독자님들이 허겁지겁 퍼먹게 할 수 있으면 문제 안 되는데,
그게 됐으면 애초에 감평글을 안 올리겠…죠…… ;ㅅ;

암튼 초반은 조금 간결하게 후루룩 퍼먹을 수 있게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