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혜연은 앞에서 자신의 양손을 만지고 있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오빠가 있는 병원에서 긴급 연락을 받아 오기 전까지는 무사하기를 빌었다.


자신이 갓 성인 되고 난 후, 하루를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오빠는 원인 불명의 병으로 갑작스럽게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어 버렸다.


한순간에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을 전부 잃을 상황에 놓였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6년 전 교통 사고로 우리들의 곁에서 사라지셨다.


그리고 오빠는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깨어날 수 없게 되기까지 했다.


안돼, 오빠까지 잃고 싶지 않아.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까지 잃은면 난...


초초한 마음이 다리에 힘을 주어 건물들을 뛰어 넘어가 오빠가 잠든 병원에 도착했다.


긴급 연락에 따르면 성체급에 해당하는 악몽이 병원 앞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 악몽은《테디베어》라는 다소 위협적이지 않은 명칭과는 다르게 영약하기 그지 없는 괴물이다.


처음은 출현은 미국의 병원. 그곳에서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드림워커가 오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리고 위와 같은 수법을 반복해 성체급으로 성장한 악몽이다.


신중하기에 근처에 드림 워커가 오게 된다면 바로 사라지기에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는데 어째서 여기에...


출현 지역은 미국에 한정 되어있지 않았던 건가?


하지만 그것의 습성을 생각하면 자신이 가까이 다가간 것만으로도 사라질 것이다.


다행히 회사가 병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허나 보고 받은 악몽은 보이지 않고 둥글게 압축된 1m 크기에 구체가 떠있을 뿐이였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악몽이라는 것을 알겠다. 



"일단 악몽이니까, 처리를 해야겠어."



그녀의 주위에 검은 모래가 뭉치며 10쌍의 건틀렛이 생성되었다.


수많은 손들이 뻗어나가는 상태로 엮어진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외형을 지닌 흑색의 건틀렛은 그녀의 손짓에 반응하여 구체를 향해 쏟아졌다.


쏟아진 건틀렛은 구체를 중심축으로 퍼져나갔다고 일제히 구체를 향해 돌격했다.


총합 20개의 건틀렛을 쳐맞은 구체는 터져서 소멸하는 것까지 본 혜연은 거짓 보고를 올린 직원을 해고를 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오빠...? 설마!"



이미 몸은 스스로 움직여 오빠가 있는 병실로 향하고 있었다.


오빠가 있는 최상층에 다다르고 그곳에 하나 밖에 없는 병실, 즉 오빠의 병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병실의 문을 열어져쳤다.


힘조절을 잘못해서 문에 금이 금이 갔지만 그런 것 따위는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4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오빠가 깨어났다. 


설마 꿈인가? 나는 다시 악몽한테 잡아 먹힌 건가?


그런게 아니고서는 오빠가 깨어나는 일은...



"꿈...아니지...——?!"


"울 동생아 꿈 아니니까. 어서 정신 차려."



악몽이 보여준 행복한 꿈 속에서도 느끼진 못했던 온기가 양볼에서 느껴진다.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으로 눈 앞에 있는 오빠의 양볼에 손을 가져가댔다.


따듯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건... 진짜구나. 가짜가 아니야...


꿈이 아닌 현실의 오빠가 깨어났어...!


이제는 볼이 아니라 내 손을 모아서 보고 있는 오빠의 모습에 무심코 눈물이 나왔다.


이 뒤에는 오빠가 자신은 멀쩡하다는 발언에 반박하다가 양볼이 잡아당겨진 해프닝도 있었다.


오빠가 내 최근 근황을 물었을 때, 머릿속에서 반항하는 기업들의 수장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해서 인수합병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최대한 순환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했다.


이후 병실에 대한 질문은 이곳은 자신의 소유하고 있는 병원이자 오빠의 안전을 목적으로 건설한 곳이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에 오빠의 얼굴이 흡사 이상한 냄새를 맡은 고양이와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오빠."


"응? 왜 불러?"


"신체검사 받자, 어떻게 일어나자마자 움직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검사하자."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이렇게 움직여도 괜찮은 건지.


하나도 빠짐 없이 검사를 해야 해.


남은 가족까지 죽게할 수는 없어.


혹시 모르니까 이 이상 오빠가 움직이게 하면 안된다.


근육에 어떤 무리를 줄지 모르니까. 그래서 곧바로 검사실로 이동하기 위해서 왼팔로 엉덩이를 받쳐 안아 올렸다.


오빠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의 팔로도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다.



'너무 가벼워. 4년 동안 영양 링거 외에 영양 공급수단도 없을텐데. 겉으로만 봤을 때는 조금 야위 것 빼고는 없는데, 설마 꿈인가? 하지만 그때랑 다르게 따듯해. 살아있어... 가짜인가?"



4년을 움직이지 않은 오빠가 멀쩡히 움직이는 모습에 의구심을 가진 혜연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감정이 빠른 속도로 식어갔다.


오빠의 병실은 나 이외에 인물은 들어갈 수 없도록 자신이 지니고 있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올라올 수 없는 장소이며,


늘 24시간 움직이는 cctv가 내 핸드폰으로 영상을 송신하기에 침입자 혹은 수상한 움직임 포착하는 즉시 바로 알람이 올 수 있도록 해놨다.


하지만 핸드폰에는 방금 전 악몽 출현 외에 알람은 오지 않았으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건데...


점점 생각이 안 좋은 쪽으로 빠지려고 하는 순간


오빠가 자신의 자으만하고 때가 타지 않은 하얀 손으로 내 얼굴을 찰흙을 만지는 듯이 주물렀다.



"....뭐하는 거야?"


"그냥~ 동생 얼굴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있길래 풀어주고 있는거지~"



차갑게 말해도 헤실헤실 웃고 있는 오빠의 모습에서 오빠가 가짜 혹은 몸이 빼겼다는 가정은 불안함에서 오는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짜여도, 설령 몸이 빼겼다고 한들 오빠 특유의 몽실몽실한 분위기는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니까.



"생각할게 있었어 그랬어."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오빠한테 말해봐"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까 오빠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오빠는 얼굴을 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았지만 말에는 걱정스럽다는 어투가 묻어있었다.


응, 역시 오빠가 맞아. 


오히려 처음부터 오빠가 오히려 아니라고 생각한 내가 이상했어.


처음 병실에 들어갔을 때 오빠가 한 말은, 오빠가 아니면 남들은 부끄러워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으니까.


속은 30살이지만 외견이 어리고 귀여워서 위화감이 없지만 맨정신으로 그 말은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의심해서 미안해 오빠.


몽혜에 대한 미약한 의심을 털어낸 혜연이는 안는 자세가 흩으러져 자세를 고쳐잡고 비밀 엘리베이터를 통해 30층까지 내려갔다.


혜연은 몽혜의 안전을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기에 보안도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


그녀가 아니고서는 절대로 그의 오빠가 위치한 최상층에는 도달하려면 먼저 최상층의 존재부터 알고 있었야만 했다.


그정도로 정보통제와 입막음을 한 혜연이는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의 안전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철저히 비밀리에 작업한 결과물이 바로 그들이 있는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여튼 비밀 엘리베이터를 통해 30층 물품 창고에 도착한 두 남매가 창고에서 나오자


콰아아아앙———!!!!!


어디선가 들려온 커다란 폭발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오늘 무슨 날인가. 사건이 또 터졌네."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고 생각하며 태평하게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동생은 오른쪽 귀에 있는 인터컴을 통해 상황을 전달 받고 있었다.



-성체급 악몽 《킹콩》이 회장님께서 계신 곳에 출현했습니다.


"하? 성체급 악몽이... 제대로 확인하신 겁니까?"


-기기의 오류는 없습니다. 방금 막 출현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루의 2연속 성체급 악몽이 한곳에서, 그것도 오빠가 있는 이 병원에 출현했다.


《테디베어》는 매번 다른 장소에서 출현해도 미국 한정이었으며,《킹콩》은 첫 출현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난 적 없는 악몽이라 알려졌다.


《테디베어》같은 별종을 제외하고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거의 모든 성체급 악몽이 첫 출현 장소에서 영역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명백한 이상 상태.


한시라도 빨리 오빠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어디갔어?!


안고 있던 오빠는 어느새 내 품에서 벗어나 악몽이 울부짓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 오빠에 놀랐지만 그것보다 오빠가 악몽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간게 문제다.


나 또한 곧바로 오빠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대체 4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분명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지 하루도 안된 몽혜가 본인의 눈으로도 쫓지 못할 움직임 보이니 혜연은 슬슬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렸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와중에도 혜연의 몸은 몽혜가 달려간 방향으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한편 먼저 달려갔었던 몽혜는 무너진 벽 밖에서 거대한 크기의 흑색 고릴라를 마주했다.


그 촉수곰인형=상 보다는 작은 대략 아파트 5층 크기에 제대로된 고릴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우와아아아아아———!!!!!


쿵—! 쿵—! 쿵—!


"어우~ 시끄러워라"



나를 보자 우렁찬 포효 소리와 굵직한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일명 드러밍은 치는데, 무슨 소리가 폭탄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와 같았다.



"Shut up-!"



우오——?!?!!! 



콰앙—!!!



더 들으면 고막이 터질 것 같아서 염동력으로 고릴라의 머리를 붙잡아 병원 밖 도로에 박고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까지 했다.


이 광경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목격했다. 근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날 보고 있지만 내 알빠인가? 


이 참에 그것도 되는지 실험을 해볼 수 있겠네!


염동력은 출력이 부족해서 이걸로는 못 죽이지만 꿈 속에서 염동력보다 밥 먹듯이 썼던거


만약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 진짜 아무도 날 막지 못하지롱.


물론 현실이라 대가가 있을 것 같지만…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시도해보게 더 낫겠다.



"그럼 trance…가 아니라 『투영』."



실수로 정의충 플레이 보이에 저작권을 침해할 뻔 했네.


내 오른손에서 별빛을 연상시키는 불꽃이 타오르며 검의 형상을 취해고 그걸 움켜쥐자 별을 녹여 만든 듯한 빛나는 도신을 지닌 황금의 검이 잡혔다.


불꽃과 함께 나타난 황금의 검을 양손으로 잡고 검신이 하늘로 향하게 위로 올곱게 세웠다.


그러자 주위에 빛무리가 솟아오르며 검신이 환하게 빛났다.


검을 잡고 있는 병약해 보이는 아이는 성스러운 성녀처럼 보였다.



"진정한 검사는 검에서 빔을 쏘아내는 법!"



막상 성스럽고 거룩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검을 사용하는 당사자는 분위기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해서 유감스럽지만



"뭔가 굉장한 빔—!"



굉장히 유감스럽지만 기합과 함께 내리친 검의 끝에서 파도를 연상케하는 거대한 빛줄기가 쏟아지며 도로에 머리를 박은 고릴라를 휩쓸어 원자로 레벨로 소거시키며 사라졌다.


손에 들린 검은 별빛의 불꽃에 휩싸여 사라지는 것을 끝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방해한 고릴라는 세상에서 깔끔하게 지워졌다.



"처리 끝~~"


"오빠...."


"엑-?!"



뒤에 여동생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솔직히 들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대놓고고 했으니까.


근대 동..생아? 얼굴이 좀 많이 무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