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가입한 IALapa입니다.

인사드릴 겸 요즘 구상 중인 소설 1화를 써보았습니다.


즐겁게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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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금 막 게임 속 남주에 빙의했다.


“레오…어찌 네가 집행자냐는 말이냐...”


그 직후, 마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미안해. 날 용서하지마.”


푸욱!


내 최애를 죽였다.



이틀 전.


5년 째, 매일 이용자 수가 만 명씩 늘고 있는 게임.

프로젝트: 아스트라에아.


평범한 듯 보이는 MMORPG 게임이지만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 넘치는 메인 히로인들.

그리고 적절히 섞여있는 미연시 요소들.


거기에 아직도 발견되고 있는 방대한 설정들.

이제서야 드러난 아이템이나 서브 스토리가 수두룩하다.


그 때문일까.

이 게임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1년 째, 매 분마다 댓글이

달리고 있는 한 게시글이 있었다. 


<제목: IF. 해피엔딩 루트>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고인물들이 모여서 매일 판치고 있는

게시글이다. 이 중에서도 ‘4인 결사대’ 라고 불리는

고인물 4명이 단 하나의 빌드를 위해 삶을 갈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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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않이; 일단 인트로 때 메인 히로인 하나는 죽여야 함.

   그래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하지.

   ㄴㄹㅇ 이게 맞다; 

   ㄴ4인 결사대 분들. 이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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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맞이하는 엔딩 중 그 어느 엔딩도,

메인 히로인들 전부가 살아남는 해피엔딩이 없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해피엔딩이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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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아무도 죽지 않는 게 목표인데 히로인을 왜 죽임?

   ㄴ진짜 모르겠음.

   ㄴ레아를 죽이면 됨.

   ㄴ??? 레아를 왜 죽임? ㅁㅊ? 제가 죽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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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히로인 레아. 검은 흑발에 적안을 가진 히로인.

일러스트가 아름다울 뿐더러 시작부터 주인공의

메인 히로인이자 모든 스토리에서 비중이 가장 큰 캐릭터.


비중이 주인공보다 커서 사실 진주인공이

레아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근데 문제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억까요소가 바로 레아다.

만약 중간에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 레아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대련에서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종국에는 자신을 희생하여 세계의 멸망을 막거나,

주인공을 포함한 모두를 죽이는 배드엔딩이 뜬다.


근데 문제는, 퀘스트 때문에 최소 한 번은 레아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이 패배가 너무 큰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모두를 죽이는 배드엔딩을 제외한 모든 멀티엔딩

에서 자신을 희생하기 때문에 제작사가 욕을 많이 먹었다.


여태까지 드러난 모든 설정을 외우고 있는 나도

‘4인 결사대’ 중 한 명인데, 매번 게시글 때문에

수많은 답글과 쪽지가 내게 날라온다.


대부분의 답글이나 쪽지 내용은 요약하자면 이거다.

‘도대체 뭘 근거로 내 최애를 죽여야한다는 거임?’


레아는 주인공한테도 없는 회귀 능력을 갖고 있다.

메인 스토리에서는 자신이 회귀자인지 너무 늦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자각시키려면 극초반에 죽음을 겪어야만 한다.


물론 누군가는 해피엔딩을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게

진정 해피엔딩이 맞냐고 납득하지 못한다.


“하…진짜 아무도 죽지 않는 엔딩은 없나?”


그런 와중에 갑자기 조회 수가 2만을 향해가는 게시글이

눈에 보였다.


<제목: 데미지가 0인 무기 모음집>


이게 왜 갑자기 뜨는 거지. 들어가보니 이 무기 중 하나가

해피엔딩의 조건이 아닌가 하는 각종 추측성 댓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가만 보자…이건 봉인 아이템이고. 저건 애초에 악기잖아..”


쭉 넘겨보다가 내 눈에 띤 한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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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 한 손 검

- 데미지: 해당 검은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 파괴불가

- 일회용 아이템

- 대상을 죽음과 같은 꿈에 빠뜨립니다.

- 불완전하며 끝이 있는 꿈 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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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남주가 하고 있는 팬던트랑 똑같이 생겼는데?”


게시글을 보니 그 장신구가 변하면 이런 아이템이 된다고

적혀있다. 댓글들도 이 아이템이 해피엔딩의 열쇠일 거라며

갖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흠…이걸로 빌드를 한 번 짜봐야하나..?’


삼시세끼 밥을 모두 거르고 하루동안 빌드를 만들었다.


‘근데,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이 아이템의 능력과 사용할 타이밍.


일회성 아이템인 탓에 매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도무지 어떤 능력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

해피엔딩을 못 볼 것 같았다. 4년 차 고인물의 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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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8] (레아조아): ㅎㅎ. 그런 생각은 해보질 않았는데.

[04:48] (레아조아): 이러면 빌드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것 같은데? 굳이? 이래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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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결사대 중 레아에 미쳐가지고 사는 양반이 이 아이템을

쓰는 게 달갑지가 않은가 보다. 그래도 저 순간에 레아에게

사용하는 게 유일하게 변수를 만들 방법이다.


…그래. 이거야말로 유일하게 모든 패턴에서 벗어난 빌드다.

저 양반은 내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설득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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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 (레아조아): 님…말로만 하지 말고 증명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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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삐졌나보다. 어쩔 수 없다. 

당장에 내가 최애를 내가 직접 죽인다고 생각하니까.

눈 앞이 깜깜했다. 


‘그래도, 해피엔딩을 위해선…어? 눈 앞에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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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ALERT! 】


※ 사용자를 탐색합니다.

    - 유저: 박하늘


※ 정당하지 못한 접근입니다.

    - 해당 유저의 기본 시스템 엑세스를 거부합니다.


※ 변형된 시스템을 설치합니다.

    - Provided by C.D.E.M



.

.

.

.



Install Complete!


《 부디 그녀들을 별무리의 끝에 데려가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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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극한의 어지러움과 두통이 찾아와


풀썩!


기절하고 말았다.



.

.

.


“이봐, 일어나. 집행자. 그녀를 집행할 시간이다!”


‘…?'


“갑자기 왜 쓰러지는 거지? 그녀를 집행하는 것이

 그리도 괴롭던가? 애초에 네가 그녀를 붙잡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터다. 인과응보라 생각해라.”



어지러움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드니.

눈 앞에, 수많은 성좌들에게 둘러싸인 레아가 보였다.


“...진정 너가 집행자더냐.”


수많은 칼과 창에 꿰뚫린 채로. 피를 흘리면서.


“어찌 운명이 이리도 잔혹하더냐... ”


피눈물을 흘리면서 내게 절규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뭐지? 왜.. 레아가? 눈 앞에? 죽어?’


꿈인가. 아니, 그렇다기엔 너무나 현실감 넘치는 꿈이다.


‘그렇다면, 설마 내가? 어째서?’


그런 혼란스러운 내 마음과는 달리,

내 입에서는 게임에서 나와야 하는 대사가 나오고 있었다.


“미안해…널 죽일 수 밖에 없는 나를 용서하지 마.”


그러고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팔은 검을 꺼내들어 그녀를 죽이려 한다.


‘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불투명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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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ALERT! 】

※ ‘유저: 박하늘’은 지금부터 ‘성좌: 레오’와 동일합니다.

※ D.E.M의 시스템은 더 이상 의지를 발현할 수 없습니다.

※ 플레이어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합니다.

    - 단 한 번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시스템에 의한 

      강제 자동 진행을 5분간 실행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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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내가 구상했던 빌드가 머리에서 번득였다.


‘제발 그 빌드대로만..! 진행되라..! 제발! 신이시여!’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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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ALERT! 】

- 지금부터 5분간 강제 자동 진행을 실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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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버린 뒤,

곧바로 팬던트를. 호접지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푸욱!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쿨럭! 내 기필코! 다음에는! 모든 별자리를 무너뜨리겠다!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너를 죽이겠다!”


아. 아… 결국엔. 해냈다. 겨우. 

눈 앞에서 죽어가는 그녀를 보는 것은 너무 힘들다.

차라리 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곧 [호접지몽]의 능력이 발현되며 그녀는 회귀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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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떠보니 성좌들에게 둘러싸인 레아가 보였다.


‘이 장면은 분명 인트로다. 됐다. 됐어! 된 거야!’


그래. 저기서 레아는 성좌로 탄생하겠지.

수많은 성좌들에 축복을 받으며 나와야하는데…


‘???????????’


근데 레아가… 


‘… 왜 레아가 2명이지?’


뭔가 굉장히 일이 잘못된 것 같다.

아니, 잘못된 걸 넘어서 이 세계가 완전히. 방금.


‘아…내 최애를 죽이면서까지 얻어낸 결과가...’


ㅈ망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