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ALapa 입니다. 

이번에 가독성을 좀 높여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네요.


아무쪼록 즐겁게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빙의하자마자 최애를 죽였다 1화: https://arca.live/b/webfiction/88702679

빙의하자마자 최애를 죽였다 2화: https://arca.live/b/webfiction/89363305

빙의하자마자 최애를 죽였다 3화: https://arca.live/b/webfiction/89965384

빙의하자마자 최애를 죽였다 4화: https://arca.live/b/webfiction/9013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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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조금 빠른 걸음마



그 시각 레아, 아니 ‘아이리스’는 자신의 별자리에 있었다.




‘...이 힘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시스템의 퀘스트를 수행하면 성좌를 영멸시킬 수 있다.


분명 회귀 직후 그녀의 눈 앞에 있었었던 성좌가 없어진 걸.


그녀는 영멸(永滅)이라는 현상을 두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성좌를 모두 죽이고 세운 법칙에 질서가 남아있을 것인가.’



“...아이리스 님. 고민거리가 있으신가요?”



이 순간,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별자리에,


그 누구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성좌가 있었다.



“……”



회귀를 하지 않은 레아였다. 


당연히도, 그녀는 아이리스인 동시에 ‘레아’이기 때문에


회귀를 하지 않은 레아 또한 그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아이리스는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같은 존재가 같은 시공간에 둘이 있으면 붕괴가 일어나니까.



그런데, 이 <플로라의 황야> 라는 ‘별자리’.


모든 성좌는 자신의 ‘별자리’라는 고유한 영역을 갖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애초에 성좌(星座)라는 한자어는


별자리라는 뜻을 갖는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명칭이 그렇다.


정확히는 플레이어들이 지은 명칭이지만.


분명 게임의 데이터를 뜯어보면 어떤 종류로 분류되는


개념이지만 플레이 중에 한 번도 명칭이 공개되질 않았다.



결론은, 성좌들만의 ‘MY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시스템 보정을 받지 않고 시간축을 뒤틀 수는 없다.


그런데 아이리스는 레아와 같은 별자리를 지닌다.


그 결과, 둘은 같은 별자리 <플로라의 황야>를 공유하고


별자리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옥좌 또한 공유하게 되었다.



“레아, 라고 했나? 부탁이니 제발 꺼져줬으면 좋겠다...”


“히잉...”


그녀는 생각했다.


내 원래 성격이 이랬던가? 이리도 순수하다고?


성좌로 올라오면서 성격이 뒤틀린 게 아닌가?



“아이리스 님! 저희는 옥좌를 서로 절반만 갖고 있나봐요!”



저 옥좌는 대체 왜 반은 검고 반은 하얀 건지.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당장에 그를 계속해서 죽여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녀가 가진 단 하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모든 성좌를 영멸시키거나 봉인시켜야 한다.


[시스템]이라는 힘을 이용하면 전자가 더 쉬운 길 같지만.


‘레오가 약 2천 번의 회귀를 거쳤다.’


그 과정 중에 영멸당한 적이 과연 한 번도 없었을까?


‘과연 시스템은 그를 영멸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시스템]이라는 것도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많다.


그녀에게 나타난 타이밍이라든가, 보상이라든가.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래도, 선계의 천마(天魔)를 만나러 가야겠구나.”


.

.

.


[LEFT! RIGHT! 하체 숙이고 바로 횡베기!]


우리 시뎀 씨가 많이 즐거운가 보다. 


[좌측에서 레프트 훅 날라옵니다!]


그렇게 즐거우시면 퀘스트 보상 좀 넉넉히 챙겨주시길.


[우측 마법진은 1.27초 뒤 발현되니 패링 준비!]


그 와중에 내 모든 움직임에 대해 알맞은 조언을 해준다.


“어째서! 내 공격이 맞지 않는 것이냐?”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현재 내 스탯은 마력을 제외하고 평균치가 200대.


수호룡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패턴인 초중반 보스. 


모든 공격 하나하나가 내게 있어서 치명타다.


하지만.


[Parrying Success!]


내게는 시스템 스킬 ‘패링’이라는 개사기 스킬이 있기에.


모든 걸 가루로 분쇄해버리는 고유 스킬 ‘파쇄’가 있기에.


“이제 단 10합. 10합 뒤면 넌 쓰러진다.”


60대를 1대도 맞지 않고 쉴틈없이 박아넣었다.



“후! 이것도 버티면 그 때는 인정하도록 하마!”



그녀의 손아귀에서 펼쳐지는 대형 마법진.


수호룡의 브레스가 세계의 법칙으로 구현된다.


400㎥ 크기의 마법진이 모든 법칙과 신비가 


담겨있는 것처럼 밝은 아우라와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문제없다. 


저런 딜레이가 긴 공격은 무시하고 발검술을 시전하면-


[위험해요! 뒤의 마법진에 구속 마법이!]


‘? 아, 하드코어였지. 그래서 패턴이 하나 추가됐구나.’


마력 스탯 1000을 넘기고 처음으로 사고가속의 배율을


100배로 지정하고 곧바로 다시 시전한다.



삐이이이이-!


귀에서 이명이 울린다. 눈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보인다. 어디를 베어야 하는지.’


힘겹게 발검술로 마법진의 핵을 향해 검격을 쏘아보지만.


흉내낸 발검술의 한계인지, 멀지도 않은데도 닿지 못았다.


<파쇄>의 쿨타임은 3초. 아직 1초가 남아있다.


모든 경우를 따져도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는 불가능.


이미 두 다리는 구속되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발검술뿐.


‘패링은 공격범위 전부를 막을 수 없으니 불가.’


그러면 지금 나는 뭘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억해라. 천화는 이리 쥐는 것이다.”


100배로 가속한 뇌가 주마등을 불러오듯이


과거의 잔영을 불러일으켜 나의 영혼을 일깨운다.


‘마치 시간정지를 하고 나만 움직이는 것 같군.’


“지금 담아야 할 묘리는 쾌(快)가 아니다.”


‘내가 쓸 수 있는 스킬은 발검술 밖에 없는데?’


“아직 받아들이질 못하는 건가? 모르는 척을 하는 건가?”

“너는 나다. 우리 모두가, 너가, ‘레오’라는 걸 상기해라.”


‘모든 회귀를 떠올리고 영혼에 새겨넣었으니 알고는 있다고.’


“그렇다면 저걸 베지 못할 이유가 없다.”


치지직! 치지지직!


과거의 잔영들에 노이즈가 생기더니 내가 모르는 레오가.


뒤집어진 흑백색의 꽃을 수놓은 로브를 입은 내가.


천화를 쥔 채로 세상에 서서히 흐릿하게 투영된다. 



“□□의 검은 하늘 위의 그대를 꽃피우기 위해.”

“□□의 검은 하늘 위의 그림자를 덧대기 위하여.”



‘너는? ...이런 회차가 있었나?’



치익! 츠즈즈즛!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네가 갖고 있는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것.


“하늘 위의 꽃은 꺾이지 않는다. 그래야 비로소.”


하늘의 영원한 □□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니.


그는 마법진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이내 그가 나와 같은 자세로 나와 똑같이 포개지면서 


내가 들고 있는 천화(天花)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검을 쥐고 있는 내 오른팔이. 내 팔이 아닌 듯.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니. 의지와 무관한 게 아니다. 움직임이 그려진다.’


그의 심상(心像)이 올곧게 내 심상으로 투영된다.


“아니, 내가 그리는 심상이 아닌 그대가 그리는 심상이다.”


시야에 비춰지고 있는 내 심상은 마법진까지 닿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 입이 심상에 따라 문장을 읊기 시작한다.


“그대라는, 한 송이를 바치고 얻어낸 인연의 끝은

 하늘에서 피워내는 눈물과 같이 덧없음이라.”


<청천화류(靑天花流): 백일홍>


마법진에 닿지 못하던 검격이 이내 꽃잎을 그리듯


바람을 타고 휘날리며 12개의 검기로 흩어진다.


이내 12개의 검기는 꽃을 피우듯 마법진 위에서


백일홍의 향을 내피우며 서서히 마법을 지워냈다.


“……”


나를 일깨우던 그의 형체는 사라지고 마법진의 자리에는


백일홍을 그려나간 검풍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

.



“어지러워. 너무 무리했나. 세상이 핑핑 도네.”


수호룡, 아니 수호성의 마지막 일격을 막는 데 성공했으나


한계에 도달한 탓에 그녀를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100배 느려진 시간에 원래 시간처럼 움직였으니.


코피가 나고 피눈물이 흘렀지만 이 정도인 게 다행이었다.


[레오 씨. 저 용인지 성좌인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뭐, 수호성은 주인공에게 우호적인 캐릭터니까


일단 곁에 두고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참에 수호룡과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야겠다.’


쓰러지는 그녀를 끙끙대며 업은 뒤 MY룸으로 옮겼다.



“하암. 이제 좀 살겠네. 한 20시간 정도 잤나.”


[일어나셨군요! 흑흑. 이대로 영영 못 볼 줄 알고!]


시뎀 씨가 계속 ‘ㅠㅠ’ 이모티콘을 남발했다.


“그것보다, 가져온 히든피스를 좀 봐야겠어요.”


수호성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덕분에 얻어낸 히든피스.



[잊혀진 신좌의 보주]

- 엑세서리

- 조건: 성좌(星座) 이상의 격

- 모든 신격(神格)들을 세계에 격리시키면서 만들어진 보주.

  머나먼 과거, 모든 신격들은 알 수 없는 인과율에 따라

  4개의 세계로 분류되어 해당 세계에 감금되었다.

- 현재 선계, 성좌계, 명계, 천계가 존재한다.



어느 메인 퀘스트의 키(Key)일 것만 같은 아이템.


마치 개발사가 게임에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은 것처럼


온갖 비밀이 숨겨져 있는 아이템 같지만,


‘그냥 이 세계의 모형일 뿐이었지. 지구본 같은 모형.’


그렇게 3년인가? 1258회차?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쯤


나는 게임 플레이 중에 이 보주를 가루로 만들어 먹었다.


‘가루약 같은 느낌으로 먹어봤는데 그 정도일 줄은.’


랜덤으로 2개의 스탯을 200만큼 증가시켜주었다.


“이번에는 어떤 스탯이 오르려나. 이왕이면 힘으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파쇄를 사용해서 만든 가루를 모아 입 안에 털어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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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레오]

· 능 력 치

    - 힘: 800 (-590)

    - 민첩성: 800 (-590) 

    - 지력: 800 (-590)

    - 신력: 1000 (-590)

    - 마력: 1800 (-590)

    - ???: 1000 (-590)

    -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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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직 뭔지도 모르는 스탯이랑 신력이 오르다니.


그래도 든든한 마력 스탯을 보고 있자니 흐믓하다.


‘합산해서 1500을 찍은 건 일시적이었나 보네.’


전투 직전 마력은 1500이었지만 지금은 약 1200이다.


“근데 시뎀 씨, 대체 왜 퀘스트가 이래요?”


[엥. 저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지 운영자가 아니에요!]


[게다가 지금 채팅 빼고는 제 맘대로 할 수도 없다구요!]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알림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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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QUEST - ep.03>

[힘숨찐 고구마는 이제 싫어!]

- 아이리스(회귀한 레아)를 위기에서 3번 구하기.

- 현재까지 남은 위기: 3번

- 각 위기를 무사히 넘길 때마다 퀘스트 보상을 받습니다.

- 이번 퀘스트 동안 아이리스의 위치를 MAP에 표기합니다.

- 현재 퀘스트 보상: [특성: 백일몽]의 매우 상세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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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 레오 씨! 전 저런 거 못한다고요! 진짜로!]


시뎀 씨. 딸꾹질까지 하며 놀랜다.


자기가 한 거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문자로 소리친다.


“괜찮아요. 나중에 시뎀 씨에 대해서 꼭 얘기해줘요.”


일단 맵을 켜서 레아 위치부터 확인해보도록 하자.


“<작은 별의 종착지>? 저긴 타계랑 연결되는 곳인데?”


<작은 별의 종착지>는 일종의 워프 게이트다.


이전에 언급한 4개의 타계와 연결된 문이 존재하는 곳.


‘근데 거기 문지기가… 어디 보자. 태양의 성좌?’


아… 하필 원수지간끼리... 제발 마주치지마라.


.

.

.


그런 레오의 염원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태양이 작긴 하지. 그렇지 않나, 아폴로?”


“이번에 온 신입이 참 맹랑하네. 하하하하!”


그러고는 그가 조용히 내뱉는 한 마디.


“뒤질려고. 썅X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