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멸국의 전투조종사.



'하늘은 스스로 죽는 자의 목숨을 거두어 간다.'


시대를 불문하는, 공중전의 절대적인 이치다.


- Missile, 9 O' Clock, High!


불리한 싸움은 거부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선 벗어난다.


- Chaff, Flare, Chaff, Flare


비겁하다고 한들, 기사도 정신에 어긋난다고 한들.

그 누가 비난한다고 한들,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늘은, 애들 장난의 기사놀이 소꿉장난이 아니니까.


기사도와 낭만 따위, 집어 치우는 것이. 이 바닥을, 하늘을 살아 남아갈 유일한 방법이자 절대적인 진리, 그 이상.


- 띠리릭, 띠리릭, 삑 삑 삑 삑 ——


공격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하라.


<< 세라프 5, 폭스 3! 폭스 3! >>


기회가 왔다면 끝짱을 봐라.


<< 세라프 4, 뱅킹 레프트! 디펜딩! >>


항시 적을 주시하고, 적의 작전에 속지 않도록 해라.

휘말리는 순간, 그 앞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일지니.


<< 세라프 5! 미사일! 미사... !@#$%^&* >>


치지직, 무전 너머로 흘러들어온 잡음.


쉬이익— 하고 바람을 찢는, 도플러 효과에 따른 높은 톤의 바람소리가 콕핏 주변을 스쳐 지나가기를.


- 삐 삐 삐 삐 삐 —


투쾅, 또 하나의 별이 '하늘에서 전역하는' 사이.

마스터 암 스위치를 올렸다.


'적기의 공격을 받게 되면,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기회를 봐서, 적기에 대항한다.'


- 삐이이이이이이 ㅡ


적의 작전에 휘말리지 않고, 결정적인 때를, 타이밍을 노려서.


멎어드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의 소리를 대신하는, 한 마리의 방울뱀이 울부짖는 고주파의 비프음이 내 귓가를 때렸다.


시커 언케이지.

기수 방향 —정면을 바라보도록 고정된 시커가 '적기'의 형상을 정확히 포착 할 수 있도록, 시커의 고정을 풀었다.


투명한 물방울 콕핏의 한켠, 멀찍이 지나가는 적기를 바라보며 조준. 시커가 내가 바라본 목표를 볼 수 있게끔 만든다.

하이톤의 비프음이 길게 이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망설임 없이 오른손 검지의 방아쇠를 당겼다.


"폭스 투! 폭스 투!"


몇 차례의 기동 회피로 인해 깎여나간 고도.

적의 레이더에서 최대한 은닉하며, 적의 미사일로부터 몇차례 회피기동을 실행한 후의 전투기하학적 상황.

'무연'에 가깝게 거의 남지 않은 후연으로, 사실상 '투명 미사일'이나 다름없었을 내 미사일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따라갈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 쿠궁, 슈웅 —


남은 아군 적기를 섬멸할 작정으로, 가까이 접근한 적기가 육안으로 희미하게 식별된 순간.

내 시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상방 위로 지나쳐가는 적기의 형상을 포착한 128x128 해상도의 열영상 CCD 시커가 울부짖음과 동시.


AIM-9X Sidewinder.

사이드와인더, 그 '방울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일을 박차고 날아가 하늘을 활주한 미사일의 결과는...


"스플래시 쓰리."


검은 화염과 함께 피워올라진 불꽃으로 대신 확인할 수 았었다.


공중전은 이런 것이다.

하늘이란 세계는 이런 곳이다.

치사하고 야비한 놈이 이긴다.

하늘은 적자 생존의 영역이니까.


- 띠리릭, 띠리릭,


레이더 경보 수신기 너머 추가로 수집된, '식별 불가능한' 전파.

왼손에 쥐어진 쓰로틀을 내 몸에서 가장 멀찍이 밀어놓으며, 다시 한차례 가속.


레이더에 포착된 적기를 선택.

Track While Scan, 추적 중 탐색 모드.

스틱의 표적 지정 컨트롤러 버튼을 움직여,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ㅡ내 정면 방향으로 재빨리 달려오는 적기를 향해 레이더 커서를 놓고,


"폭스 쓰리! 폭스 쓰리 어게인!"


미사일을 두 차례, 세 차례. 남아있는 모든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발사와 동시, 기수를 돌려 또 한차례 방어 기동을 실시하며 기만체를 살포한 것은, 순전히 '열세'에 놓인 상황 속.

내가 했어야만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응이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행동이었으니까— 였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군 기의 퇴각을 위해.

작전 공역에 남아있을, 몇 안되는 제공 전투기로서. 최대한, 잔존 전력을 보존하고 살아남아 적기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


- Chaff, Flare, Chaff, Flare,


슈퍼 에이스라는 것은 없다.


- Missile, 3 O' Clock, High.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만을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니까.


- 삑 삑 삑 삑 삑 삑 —



콜사인, 키르쉬블리테.


여섯 차례의 편대 전멸. 

와해된 편대의 잔존기들을 재편하여 만들어진, 내게 있어서는 6번째로 배정된 ㅡ 또 한차례, 지나가는 이름과도 같을 편대. 


세라프 편대의 편대장기, 세라프 1.

엘리시아.



"스플래시 포, 파이브!"

<< ...... >>


혹시나, 하는 마음.

그리고 역시나, 하는 결과.

기대도 하지 않았어.


"여기는 세라프 1. 응답하라."


먼 거리에서 육안으로 식별된 검은 점 두 개.

미사일이 표적을 포착하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든게 늦어버린 지금에 와서야,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


재는 재로, 고철은 고철로.

그러나 내 교신에 응답할 이는 남아있지 않은 듯, 변함 없는 노이즈와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 세라프 1, 빙고. RTB."


복귀 할 연료만을 남긴 채, 완전히 기수를 돌려 전장을 이탈.


한 차례의 전투를, 

또 하나의 전투를 넘기고, 넘어섰다.


전쟁은 변치 않는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과연 언제까지 변치 않을 수 있을까.


- 달그락,


콕핏의 한켠, 그물 망에 매달린 ㅡ 한 때 내 편대원들'이었던' 기체들의 파편, 금속 조각들의 뭉치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왔건만.



"...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키르쉬블리테."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돌아왔다는 기쁨도.

이제는 무뎌져 느낄 수 없었다.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했으리라.


해가 지는 노을 아래, 정비병의 부축을 받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을 시각은, 너무나도 늦어버렸으니까.




*대충 F-16V Block 70으로 시작해서, 온갖 현실의, 혹은 가상의 4세대, 5세대 전투기를 탑승하고, 4.5~5세대 무인기 무리를 상대하는 항공전판 86 에이티식스 지향... 아래 새롭게 구성해본 소설.


*남주가 아닌 여주를 차용한 이유는... 남주인공의 경우, 원본 격의 캐릭터인 '신에이 노우젠', 퍼스널 네임 '언더테이커'와 너무나도 유사해질 가능성이 첫번째. 

두번째는 '작가 본인의 이입'을 극도로 지양하는 특성상, 아예 여성 캐릭터를 구성시 작가와는 다른 '가공의 인물'을 구성한다는 느낌이 잘 받아져서, 이 편이 객관화된 구성 및 과감한 약피폐 군상극 스토리 전개에 유리해보여서였음.

세번째로는 '블라디레나 밀리제'의 포지션을 일부분 받아가는 것 또한 목적 아닌 하나의 목적또한 내포. 작가의 첫 노맨스 작품을 지향하기 위한 것도 있었음.


*그러나 남주물이 아니란 이유로...? 사실상 NYT의 'Viper Pilot'을 제외하고선, 파일럿이 주역인 소설이, 그것도 현대 리얼리즘 항공전을 다룬 소설이 극도로 희박 내지 전멸한 상황이라고 한들, 이 부분을 여주물로, '리얼리즘 전투기 파일럿'을 앞세워 마케팅이 가능한지는 장담할 수 없었음.


*대략 예상해본 표지 디자인이라면

- 앞으로 살짝 빠져나온 핑크 장발 머리

- 짙은 선글라스 코팅의, 눈, 얼굴 형도 잘 보이지 않게 완벽히 가려버린 JHMCS II와 산소 마스크

- JHMCS II 위로 비춰지는 DGFT 퍼널 건사이트.

- 배경은 F-16의 콕핏.

정도로 예상해두고 있음. '여성' 파일럿이 아닌 여성 '파일럿'에 엄청난 포커스를 둘 생각.


*소설을 궤뚫는 특징점이라면,

'에이스 컴뱃 시리즈'에 등장하는 터무니 없는 초병기들을, '현실의 전투기' 혹은 그럴싸한 가공 사양(프로토타입, 취소됐던 미사일 등)의 전투기로, '현실의 파일럿'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석'으로 상대하여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것이 본 작 컨셉이 목표로 하는 핵심이자 기본 규칙.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