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서사는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하나의 영감으로부터 기인함.

 뇌리를 자극한 영감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상상을 통해 영감을 하나의 소재로 구체화하고, 이 소재에 살을 붙여 만들어내는 것이 서사의 설정임.

 여기서 만들어낸 설정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소설이고.


 이때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감은 대부분 주인공의 편린을 담고 있음.

 구원을 받았지만 그 구원이 거짓이었기에 길을 잃은 방황자, 헌신하였으나 주군에게 버림받은 기사, 끝없이 욕망하나 재능이 없어 절망하는 범부 등.

 다양한 인간의 인생, 그 일부가 영감으로써 스쳐지나가고, 그 영감이 공을 들일만큼 흥미로웠다면 상상을 더해 하나의 소재로 구체화 시킴.

 이 소재는 주인공의 편린으로부터 시작된만큼 주인공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주인공이 구체화될수록 작가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을 느낌.


 문제는 이때 마음이 급해져서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는 거임.

 그 주인공을 아는 건 작가 자신밖에 없다는 걸 망각하고 무작정 던져보는 거.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서사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등을 모두 작가 자신이 고민해서 구체화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고 충동을 따르면 반드시 어딘가 구멍이 생김.

 이 구멍을 외면하고 계속 서사를 진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사의 빈틈은 점점 많아지고 더욱 커져 처음 생각했던 주인공을 모두 삼켜버리게 되고.


 그 결과 작가는 자신이 생각했던 주인공이 사라졌기에 글쓰기를 시작했던 처음의 흥미가 사라짐.

 억지로 결말까지 나아가더라도 처음의 흥미보단 글쓰기라는 노동에 대한 고통이 커질 뿐이고.




 이 글은 스토리를 다루는 학문인 서사학을 기반으로 서사의 틀을 세우기 위해 소설의 처음부터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지, 그것이 주인공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고 종국에 결말까지 나아가게 만드는지를 담고 있음.

 물론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나도 공부하다 막혔기에 이 글을 쓰는거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음.

 어디까지나 기초에 불과하고 가장 중요한 기초를 이용한 활용법이 없으니까.

 내 감상이 들어가 완전히 기초하고 말하긴 뭐하지만 '이대로 하면 된다.'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좋다.'라고 생각하셈.

 응용해서 써먹는건 개인의 일이니까.


 예시는 대부분 아카데미물임.

 너무 흔해서 예시로 써먹기 쉽기도 하고 내가 많이 데여서 어쩌다보니 이렇게 됨.

 예시 부분은 공격적일 수도 있음.






1) 격변이란.


 서사의 흐름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흘러가고 서사의 서술조차 주인공의 관점이 담기는 만큼 서사의 중심은 주인공이라 말할 수 있음.

 주인공이 흥미롭지 않다면 서사는 흥미롭지 않고, 주인공이 특별하지 않다면 서사가 독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갈거라고 생각하면 안됨.

 작가는 서사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흥미롭고 특별하게 만들고, 때로는 그렇게 보이도록 꾸며야 할 필요성이 있음.


 대부분의 작가는 자신의 흥미를 끈 소재의 주인공은 반드시 특별하리라 판단하고 펜을 들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름.

 경험이 적을수록 펜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나아가더라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흥미롭고 특별한 주인공 대신 사춘기 청소년의 망상 속에나 있을 이상한 누군가가 자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상상과 다른 주인공을 본 작가의 판단은 두가지로 나뉨.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그대로 선보이거나.

 고치기 위해서 이것저것 건드려보다 스트레스 받고 포기하던가.




 주인공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임.

 이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임.


 예시로 헌신하였으나 주군에게 버림받은 기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싶다고 가정하면.


 작가가 이 소재에서 느낀 매력은 한 사람의 희생이 정당한 보답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임.

 누군가의 인생이 타인을 위해 희생되었는데 그것에 대한 '정당한' 보답을 해주지 못할망정 그대로 버림받았다는 것에서 분노하는 건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이니까.


 작가는 여기에서 매력을 느끼고 배신당한 기사는 자신을 숨기고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인재를 찾는 권력가의 눈에 띄어 그를 버린 주군에게서 받지 못한 보답을 대신 받고, 새로운 주군은 주인공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동해서 측근으로 기용하는 그런 서사를 짰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버린 옛 주군이 권력가의 적이라 자신을 버린 기사의 손으로 패망하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처하자 주인공에게 옛 정을 논하며 구걸하는 그런 장면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함.


 이 과정에서 작가는 주인공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헌신했었는지, 옛 주군이 어떤 이유로 주인공을 버렸고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 등을 떠올리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님.

 헌신은 누군가의 앞에서 무릎꿇고 고개숙인다고 증명되지 않으니까.


 주인공이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는지, 그런 감정을 가진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인공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그런 주인공을 옛 주군이 버릴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주인공의 헌신적인 행적을 정면으로 부정할 정도인지 등.

 병사같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잘 대해준다는 간단한 행동도 그저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하는 것과 주군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주군이 신경 쓰기 전 먼저 나서서 행동하는 것도, 호위를 위해 몸을 날려 칼을 맞는 것도 최대한 노력하다가 지키지 못할거 같아 몸을 던진 것과 시간을 벌기 위해 자신보다 높은 실력을 가진 습격자에게 최대한 대항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칼을 몸으로 막은 것도 모두 독자에게 주는 감정이 달라짐.


 주인공이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를 보여줘야 독자가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감상을 느끼고 주인공에게 몰입하는데 그걸 행동 몇 개 장면 몇 개로 생략해버리면 '그토록 헌신적이었으나 충성할 주군을 잘못 만나 헌신만큼의 보답을 받지 못한 기사'는 '헌신했으나 버림받은 기사'로 격하될 수밖에 없음.

 이 둘이 주는 감상은 완전히 다르지.


 작가는 주인공을 제대로 이해하고 주인공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주인공이 특별해보이는지 시간을 들여 찾지 않고 이후 일어날 일에만 집중했으니 자연히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독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저런 정보가 생략되었으면 주인공에 대한 감상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지.




 이를 막기 위해 작가는 독자에게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전달하여 평범했던 주인공을 독자의 뇌리에 박아넣을만한 사건을 구상해야 함.

 나는 이 사건을 격변이라고 부름.

 입에 맞아서 이렇게 쓸 뿐 다른 유명한 사람은 망치나 일상의 파괴 등으로 부르니 찾아볼 때는 이걸로 찾아보고.


 평범한(어딘가 있을법한) 인간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흥미롭고 특별한 주인공으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사건.

 이것이 격변의 의미임.






- 격변의 특징


 격변이란 주인공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건을 의미함.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근본적으로'.

 인생의 변화만을 논한다면 직장인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도, 군대 이병이 병장이 되어가는 과정도 모두 격변이 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사건이 독자의 관심을 끌고 독자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을 뇌리에 박아넣긴 힘듬

 차라리 직장을 이직하며 꼰대 상사에게 한 방 먹여준다거나 군대에서 겪은 거짓말같지만 진짜인 썰을 듣는게 훨씬 흥미롭고 재밌겠지.


 근본은 본질이자 뿌리를 말함.

 거렁뱅이가 운 좋게 동냥을 많이 받았다면 그저 운 좋은 거렁뱅이에 불과하지만, 동냥받은 돈으로 복권을 사 1등에 당첨되었다면,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그건 '운 좋은 거렁뱅이'가 '행운아'

 거렁뱅이의 인생을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강제하고, 이때 보여주는 모습을 근본이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음.


 많은 아카데미물 도입부로 쓰이는 5700자 빙의 클리셰가 근본이 변화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임.

 주인공은 댓글을 박았고 그 결과 빙의했지만.

 주변을 둘러 싼 세계가 변화했는데도 주인공의 일상에 변화는 없음.

 현대에서, 고등 교육 기관인 아카데미가 존재할 수 있을만큼 번화한 곳으로 바뀌었을 뿐이니까.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음.

 낮에 일어나 밤에 잠들고.

 바쁘게 처리할 일 있으면 밤을 새고.

 단련장 가서 단련하고, 헬스장 가서 헬스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 이득을 보려 하고.

 최종 보스에게 죽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사회에 짓눌려 스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아포칼립스가 터져 급박하게 움직여야 하지도, 정말 중세와 같아서 적응하지 못해 고생하고, 갑자기 노예가 되어 신분제로 인한 문제에 휘말리지도 않고.

 주변 환경이 바뀌었을 뿐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생활을 영휘함.

 5700자 빙의 클리셰 대부분이 격변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임.



1. 격변은 주인공의 일상을 파괴한다.


 일상이란 계속해서 반복되는 무료하고 평안한 나날을 말함.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리 없고, 일어나도 그 상황만 진정되면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감.


 반복되는 무료한 나날이라 할 만큼 일상 도중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기 힘들고.

 변화가 없는 나날은 누군가의 일기가 될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만한 작품이 될 수 없음.


 그렇기에 주인공의 일상을 파괴하여 처음 경험하는 새롭고 급박한 사건으로 인도해야 함.

 이것은 서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작가가 준비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임.


 주인공의 일상을 파괴하고, 이 파괴는 주인공의 감정을 변화시키며,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즉각적으로 움직이고, 이 모든 과정 중에 주인공이 쓴 가면은 부서지고 본성이 드러남.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변화는 독자가 주인공을, 서사를, 앞으로 벌어질 사건과 분위기를 얼핏 드러내어 독자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서사를 본격적인 시작으로 인도함.



2. 격변은 주인공을 이전과 다른 새로운 운명으로 인도한다.


 격변이 벌어지면 주인공의 일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주인공은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자/타의적인 이유로 돌아갈 수 없음.

 일상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욕망은 격변의 과정에서 변화한 주인공의 감정과 드러난 주인공의 본성이 결합되어, 격변의 결말에서 탄생한 주인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새롭게 재탄생시킴.


 일상으로 되돌아가고자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격변 이후 주인공의 행적은 이전의 일상과 비슷할 수 없으며.

 일상과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느껴지는 감흥이 다르기에, 이 차이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주인공은 일상으로 되돌아가고자, 이전처럼 평안한 상황으로 되돌아가고자 욕망함.


 주인공이 다시 평안을 되찾을 수 있는 목적이 바로 서사의 최종 목적이며.

 주인공은 이 목적을 위해 변화한 감정과 드러난 본성에 근거한 모든 행동을 할 수 있음.



3. 이 원칙은 서사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사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서사의 시작에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있다 등 이런 말들 때문에 착각하기 쉽지만.

 이 원칙은 서사의 시작을 논하는 것이 아님.


 효과적인 격변을 만들기 위해, 주인공을 독자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서사의 시작부터 준비가 필요한 것일 뿐.

 격변이 되는 사건은 나중에 일어나도 상관 없고, 심지어 몇 번씩 일어나도 별 다른 문제가 없음.


 격변으로 인해 주인공의 일상이 변화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주인공의 운명이 변화하는 계기라고 말할 수 있음.


 주인공이 단련해서, 어느정도 성과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다가.

 더 이상 단련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왔다면, 주인공은 남들에게 모든 대처를 맡기고 단련에만 힘쓸 수 없음.


 이건 주인공의 일상이 파괴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단련과 아카데미 학업에 집중하는 생활).

 계기를 맞아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였기에(테러 등으로 단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급박해진 상황 대처를 우선해야될 때.)

 이 또한 격변이 될 수 있음.

 그리고 2부가 시작될 테고.


 웹소설의 특성상 작품 초반, 이왕이면 무료분 내에 주인공을 각인시키면 좋긴 하지만.

 이후에 써먹어도 상관 없음.

 이 원칙은 주인공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논하는 거니까.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에 적응하면 바뀐 운명이 일상이 되는 거고.

 그 일상이 파괴되면 그 사건도 격변이지.




- 격변의 조건


 특징은 어디까지나 특징일 뿐임.

 격변이 저런 효과를 가지고 저런 결과를 낳는다 등의 말일 뿐.

 격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어도 무엇이 격변이 되는지 알지 못함.


 조건은 그것을 위한 설명이 담겨 있음.

 모든 원칙은 장르나 개개인의 스타일 등에 따라 변화하기에 반드시 지키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감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면 도움이 될 거임.



1. 격변이 되는 사건은 중요하고 의미 있어야 한다.


 격변은 주인공 개인과 서사적으로 볼 때 중요하고 또 의미 있어야 함.


 서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기에 주인공이 변화하는 사건은 주인공 개인의 인생과 서사 전체적으로 매우 강한 영향을 끼침.

 변화한 주인공의 감정은 주인공이 이후 다른 행동을 취해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드러난 주인공의 본성은 간접적으로 보여주던 무언가를 구체화하여 지나간 주인공의 행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며.

 격변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냐에 따라 이후 서사의 분위기와 장르 등을 암시하고.

 결말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목적은 이 모두를 종합하여 서사가 어떻게 나아갈지 독자들에게 보여줌.


 5700자 빙의처럼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 움직인다.'는 건 주인공이 움직이도록 만들기에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거기서 그치기에 의미있을 수는 없음.


 그래서 빙의는 격변을 위한 준비과정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아무런 의미 없이 서사가 진행되니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보다 그저 변하는 상황을 보며 즐기는데 그침.


 웃기기만 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개그 장르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건 작품 전체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침.



2. 격변은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격변은 일상을 파괴하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변화시킴.

 문제는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서사에 있어 매우 의미가 큰데 적당히 움직일만한 이유를 주는 선에서 끝난다는 거임.


 일상이 파괴된 주인공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며 이전에 느끼지 못한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변화한 감정은 이후 주인공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은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주인공의 행동 방식이 되어 줌.


 또 격변의 과정 중 주인공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격변이란 거대한 계기에도 변화하지 않는 본성을 드러내며.

 이때 보여주는 본성은 작품의 결말까지 독자들이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큰 근거로 작동함.


 이유 하나 던져주고 그것을 전부로 삼아 서사를 움직이면 주인공의 원동력, 행동 방식, 내면 등을 알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제거하고 시작하는 거고.

 이건 작가 개인에게 주인공을 구체화하기 힘들게 만들고, 독자들에겐 주인공이 너무 뻔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듬.



 3. 격변이 되는 사건은 주인공이 즉각적이고 긴급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은 생존에 유리한 일상의 평안함을 원함.

 생존을 위해선 에너지를 최대한 소모하지 말아야 하는데, 계속 반복되는 챗바퀴처럼 살면 특이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움직이면 될 뿐.

 최대한의 효율을 보이는 검증된 방법이 존재하는데 괜히 적극적으로 움직여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두뇌활동과 필요성 없는 위험에 몸을 던질 이유가 없으니까.


 이런 이유로 일상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유가 일상의 항상성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임.

 몇몇가지 바뀌었다고 많이 변하는 건 없으니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리는 거지.


 주인공의 일상을 소개하고, 어떤 계기로 인해 이 일상이 망가지고, 망가진 일상은 주인공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행동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감.

 일상이 가진 항상성이 뒤바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하여 여느때보다 격렬하게 움직이고, 이는 한 인간의 일생에서 매우 밀도높은 한 순간을 그려내니까.

 그리고 흥미로운 서사란 주인공의 일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부분을 이어붙인 이야기고.


 하지만 주인공의 움직임에 여유가 있으면 일상의 항상성이 작동하기 매우 편해짐.


 암 환자를 예시로 들면.

 암 초기에 발견하여 운동과 약물 조금으로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과.

 말기에 발견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둘의 이야기는 다를 수 밖에 없음.


 전자는 이후 악화되더라도, 생활 루틴에 암에 좋은 음식과 운동이 추가되는 선에서 그치고 이것 만으로 치료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후자의 사람은 지금 당장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함.


 살고 싶다며 사이비에 빠져들고, 그럴 것 같다며 퇴사한 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설사 이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그 모든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보이고, 이전과 다른 운명을 이야기함.


 누가 보더라도 전자와 후자 둘 중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 후자임.

 왜냐하면 주인공이 천천히 받아들일 여유를 빼앗았고, 그로 인해 보여주는 변화는 다양한 해석을 낳게 되니까.


 여유를 뺴앗으면 주인공은 그 어떤 사건보다 밀도 높은 변화를 경험하게 됨.

 일생이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감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도.

 일상의 평안함을 지키기 위해 썼던 가면이 부서지며(부장의 아재 개그에 웃거나, 늘 오는 진상에게 웃으며 대하거나) 본성이 드러나는 것도.

 이 모든 변화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주인공의 여유를 빼앗아 긴급한 상황으로 몰아넣었기에 주인공이 마주하게 된 매우 밀도 높은 한순간의 사건, 격변임.


 격렬한 사건 와중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주인공은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움직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일상을 지켜내는데 실패하며 새로 맞이한 운명에 대항하기 위해 변화한 감정과 드러난 본성대로 움직이기 시작함.

 이것이 서사의 본격적인 시작이고.

 이것은 주인공이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임.


 주인공은 일상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으나 그러지 못하고 파괴된 일상을 뒤로한 채 새로운 운명을 맞아였으며.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운명에 대항하는 과정이 바로 서사임.


 여기서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이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고.




- 격변의 결과


 서사의 시작부터 다양한 것들을 준비해 일으킨 격변은 서사의 많은 부분을 명확하게 만들고 보여줌.


1. 격변의 결과, 이야기의 틀이 견고하게 세워진다.


 격변의 준비와 과정, 결말은 서사의 많은 부분을 보여줌.


 격변의 준비는 서사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격변의 과정은 장르와 분위기, 주인공이 그런 목적을 가지게 된 계기를.

 격변의 결과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목적이 무엇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


 이것들은 모두 서사의 틀을 세우는데 필수적인 것들이고.

 격변이 엉성하면 틀이 엉성하다는 의미가 되니 서사를 나아가게 만들 때 문제가 됨.


 격변을 나중에 일으키더라도 일단 시작부터 격변의 완료까지 드러나는 모든 정보는 반드시 격변을 조형하고 그 위력을 극대화하는데 쓰여야 하며.

 이를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글이 무너지게 됨.


 예를 들어 자주 망각하는 부분을 설명하자면.


 5700자 빙의는 대부분 격변 자체가 없음.

 빙의했으니까 움직인다.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났기에 주인공의 행동 방식도, 장르도, 분위기도, 주인공의 각오도 아무것도 없음.

 마신을 물리친다는 목적 하나가 있긴 하지만 이거 하나로 서사를 끝까지 나아가게 만들지는 못하지.


 주인공이 일단 움직여야 하기에 생존의 위협을 계기로 삼을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격변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됨.


 계기는 계기로 삼고, 이를 통해 격변이 되어 서사의 틀이 되어줄 사건을 구상해야 함.


 두번째로, 제발 부탁인데 5화 이전에 히로인을 넣으면 안됨.

 격변은 주인공을 조형하고 각인하기 위한 과정인데 거기서 서사 속 비중이 높은 히로인을 넣어버리면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음.


 메인 장르가 하렘이라 히로인을 많이 넣어야 하더라도 약 15화까지는 독자들이 서사와 주인공을 파악해야 하는데 거기서 히로인을 넣고 힘을 분산시키면.

 주인공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서사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 그 모든 힘이 등장인물 하나를 조형하는데 낭비된다는 거임.


 넣고 싶으면 넣어도 되는데 히로인이라고 발작하면서 보여주지 말고.

 그냥 중요하다, 매력적이다 등만 보여주고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를 하면 문제 없는데 왜 극초반부터 힘을 분산시킴.

 일단 주인공을 각인시키고 난 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독자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그러면 주인공과 서사 전체를 위해 쓰여야 할 힘이 낭비되고.


 서사 하나를 세우는 힘이 등장인물 하나에 낭비되면 주인공보다 그 등장인물 하나가 명확해질 수밖에 없고.

 독자는 자연히 더 잘 이해하고 있는 히로인에게 집중하게 됨.


 히로인 잘 만들었으니 좋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히로인 하나 말들려고 서사 하나를 날려먹었는데 그건 아무리 용써도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음.


 히로인 될 사람 넣는 건 상관 없는데 주인공을 조형해야할 시기에 힘을 낭비해선 안됨.


 격변을 잘 만들지 못해도 어떻게든 일으키는데 성공하면 엉성한 나무 틀이라도 만들어지는데.

 격변 자체를 망가뜨리면 틀 자체가 없음.

 이 둘의 차이는 매우 큼.



2. 작가가 글을 쓸 때 안정적인 틀이 되어준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

- 격변이 시작되기 전 일상 속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

- 격변의 과정 중 행동으로 드러난 주인공의 본성은 무엇인가?

- 격변의 결과 주인공은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였는가?


 주인공이 격변을 겪은 순간은 어느 때인가?

- 격변이 일어나기 전 주인공은 일상의 어떤 순간을 겪고 있었는가?

- 주인공이 겪고있던 일상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격변은 왜 하필 그 순간이 일어났는가?

- 격변이 끝난 그 순간은 주인공이 새롭게 맞이한 운명에 대항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주인공이 격변을 겪는 장소는 어디인가?

- 그 장소는 주인공의 일상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격변이란 격렬한 사건이 왜 하필 그곳에서 일어나는가?

- 격변의 결과, 격변이 벌어졌던 장소가 주인공에게 주는 감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주인공에게 격변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주인공에게 일상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과 새롭게 맞이한 운명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위 둘을 조합하여, 격변은 어떤 의미를 가진 사건이 되는가?


 주인공이 격변으로 맞이한 변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격변은 주인공의 일상 속 어떤 감정을 자극하였는가?

- 격변은 주인공의 본질 중 무엇을 자극하였는가?

- 격변의 결말에서 주인공에게 일어난 변화는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주인공은 격변을 겪고 근본이 변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낀 강정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주인공이 일상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격변이 주인공의 근본을 흔들만큼 강렬한 영향력을 가졌는가?

- 격변으로 변화하는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 주인공의 행동을 유도하여 주인공의 근본을 흔들고 본성을 이끌어내는가?

- 격변으로 인해 변화한 감정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은 이후에도 격변의 과정에 의미를 두고 영향을 받는가?



3. 독자에게 있어 작품을 덮지 않고 그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은 이유가 되어준다.


 격변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독자는 주인공을 깊이 이해하고 주인공에게 일어난 변화를 공감하고 응원하게 됨.

 또 그 과정에서 보여준 분위기나 장르 등은 작품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격변이란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임.

 주인공이 어떻고, 분위기가 어떻고, 서사도 결말도 어떻기에 이 작품을 즐겨 달라는 작가의 구애임.


 많은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것도 일부이기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건 독자가 다음 편을 누를 근거가 되어 독자의 이탈을 막아줌.



- 격변을 구상할 때 주의사항


 격변은 작가에게 작품을 어떻게 진행하면 된다는 이정표가 되어주는 사건임.


 작가가 다른 글이 아니라 소설을 쓰기로 선택하는 이유는 가상의 이야기라는 말이 주는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인데.

 문제는 이 가능성이 너무도 방대하여 오히려 길을 잃게 만들기에 이정표가 되어줄 틀이 필요함.

 격변은 하나의 길을 만들어 방향성을 적절히 제한하고, 제한된 방향성은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여 독자에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거지.


 격변을 잘 만드는 건 서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기에 만들기 힘들고.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다하게 하려면 몇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함.



1. 격변이 제 위력을 내기 위해선 독자가 주인공을 이해해야 한다.


 주인공의 과거가 무엇이고(일상),

 격변으로 드러나는 주인공의 본성과, 그 본성이 어떤 이유로 일상에서 눌려있었고 어떤 계기로 인해 깨어났는지,

 이 모두를 알아야 격변의 결말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변화와 그 과정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음.



2. 격변이 제 위력을 내기 위해선 독자가 격변이 어떤 의미를 가진 사건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인공에게 일상이란 무엇이고, 이 중 어떤 면을 자극당하기에 무엇을 신경써서 조형해야 할지.

 격변이 일상의 어떤 면을 어떻게 무너뜨리기에, 그 계기가 무엇이고 변화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명심하고.

 격변의 결말에서 드러난 주인공의 변화, 목적, 변화한 글의 분위기, 주인공이 맞이할 새로운 운명 등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이라고 알려주는지.



 정보가 많이 들어갈수록 이해가 편해지지만.

 정보가 주는 감상이란 휘발되기에 무엇이 반드시 필요하고 무엇을 빼야 할지 정확하게 명심해야 함.

 이해를 잘 하면 좋지만 하나만 보다 전체를 망가뜨리면 본말전도니까.


 등장인물, 배경, 사건, 분위기 등을 어떻게 조형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이 모든 내용 중 주인공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만을 걸러내어 격변을 완성해야 함.


 이래야 독자들의 뇌리에 주인공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드러난 정보는 모두 작품의 틀을 세우는데 도움을 줌.


 서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백지나 다름 없는 상태고.

 아무리 많은 물감을 뿌리더라도 백지 안에서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모든 내용은 그저 정보의 나열에 지나지 않음.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이 물감들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하나는 바로 주인공임.


 히로인이나 다른 설정들은 주인공을 꾸며줄 수 있지만 그뿐.

 주인공을 구성하는 물감 위에 덧칠되거나 마음에 드는 내용을 풀어낸다고 한 곳에 계속 물감을 끼얹으면 종이 자체가 찢어지고 맘.


 욕심부리지 말고 필요한 정보만.

 주인공이 움직이는 계기와 격변이 되는 사건이 달라도 상관 없음.

 주인공을 각인시키는 사건이 격변이고, 이를 일으키는데 필요해서 우선 주인공을 움직이게 만들어도 문제 없음.





 뭔가 뺴먹었다는 걸 깨닫고 두세달치 공부한 분량 백지화 함.

 여기 설명하면 좀 틀이 잡힐까 싶어 써봄.


 여기서 말하는 내용은 기초임.

 이걸 근거로 좀 더 구상해야 함.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이나 활용법은 없으니까.



 가독성 등은 나중에 천천히 고칠듯.

 뭔가 뺴먹은거 같은데 전보단 나아도 좀 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