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재중인 작품이 전투씬이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서 내 조언 자체가 낡아 빠졌을 수 있어서 그리 쓸모 없을지도 모르겠음. 그래도 한 번 써 본다.




일단 나는 현실의 무기 & 권법을 통한 대련이나 격투기 스포츠를 보면서 지식을 쌓고 거기에 각 세계관 별 사용하는 에너지(내공이나 마나)를 응용한다고 생각해서 쓰는 타입임. 


모든 무기술은 한 방 싸움에 가깝고, 권법이나 스포츠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발전한다. (같은 계열 내에서의 대련이 주로 이루어지고, 외부로는 교류하는 애들 끼리만 교류하므로. 홍가권이나 태권도도 각자 서로 대련 내지는 경기를 하지만, 홍가권이랑 태권도가 교류를 하진 않잖음?) 일단 설명하기보다는 영상자료를 가져오겠다.




https://youtu.be/n5w2Mh6CyXo


사브르 대련. 초반부만 봐도 무방함. 서로 박자감을 타면서 서로의 힘이나 검로를 가늠하다가, 도발 커맨드를 입력한 상대방이 살(손목)을 내 주고 뼈(목덜미)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음.





https://youtu.be/JkyUZUCXAWE


레이피어 VS ???. 레이피어 쪽이 리치를 이용해서 점수를 따는 것이 많이 보임. 두 번 따더니 그 다음 번에는 서로의 신장차이와 자세 차이를 이용해서 ???쪽이 공격을 피하면서 목을 쳐 내는 것도 볼 수 있음.




https://youtu.be/Cob3JMmtctY


중세 검술 자세 및 교과서적인 반격 모음. 특히 서로 다른 무기 간의 사용례도 볼 수 있음.







이런 걸 봐서 뭐 하냐고? 대충 이런 걸 쓸 수 있음.

첫 번째 동영상에서 본 세이버 검술과 바로 윗 동영상의 2분 16초에 나온 장면으로 글을 써 보겠음.




『로한은 며칠 동안 사부님에게 단 한 점도 따내지 못했다.


 오늘도 그럴 것이고, 어쩌면 내일도 그럴 것이다. 사부님 로한의 대련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언제나 지루한 시간이었다.


 "저는 이 걸로 하겠습니다."


로한이 웬일인지 레이피어를 골랐다. 사부님은 평소와 같이 기본적인 세이버를 고르셨다. 


 —팅!


두 사람의 검이 맞닿아서 짧게 공명 했고, 대련이 시작됐다.


 —챙! 까강!

 "크윽!"


 로한이 먼저 사부님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시작했다.


 찌르기에 유리한 레이피어가 유효한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야 했고, 반면에 세이버는 항상 일정한 스텝과 거리를 유지하다가 상대가 접근하는 단 한 방을 노리면 이기는 싸움이었다.


 사부님이 세이버에 맞게 거리를 계속 좁히기 시작하니, 세이버보다 리치가 긴 레이피어로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 하는 것이냐 로한! 싸울 의지가 없나!"

 "아닙...니다!"


 로한이 어거지로 힘이 실리지 않은 공격을 하나 둘, 가드 사이에 섞기 시작했다.


 —까가각! 샥!

 "으윽..."


 그 선택은 되려 악점만 늘어날 뿐이었다. 로한은 자신의 팔을 노리고 들어간 공격을 기계적으로 쳐 낼 뿐이었다.


 반격, 지금 로한에게 필요한 것은 사부님의 빈틈이었지만, 도저히 그걸 만들어낼 방법이 없었다.


 자연스레 반격을 노리는 로한의 자세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사부님은 세이버의 사정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그 때, 로한의 스텝에 변화가 생겼다.


 —챙!


 가드를 하며 반발짝 앞으로 나아간 로한이,


 —치이이익!


 사부님의 검로에 자신의 레이피어를 대고,


 —샥!


 그대로 돌진해서 사부님의 목 근처를 노렸다.



 "...!"

 —쿠당탕!



 나는 놀라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뛰어난 발상이었다. 이거라면 정말 한 점 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았다.



 "합!"


 그러나 사부님의 뒷발이 빠르게 뒤로 미끌어지더니


 "...!"


 로한의 검격을 가볍게 옆으로 피하시고는


 —까가각!


 크로스가드에 로한의 검을 걸고 그대로 회전해서 로한의 목을 베어냈다.



 대련은 그렇게 로한의 발악을 남긴 채 허무하게 끝났다.



 "하아... 하아..."

 "좋은 발상이었다, 로한. 하지만..."

 "네?"

 "너무 자세가 정직해. 갑자기 뒷발을 끌어와서 두 발의 간격을 좁히면 앞으로 튀어나갈 거라는 걸 누가 예상 못 하겠나?"


 사부님의 지적이 로한 귀에는 들리지도 않은 것 같다. 제자가 된지 삼 개월만에 처음으로, 로한이 사부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 사실만이 머릿속에 남은 듯, 로한의 표정은 밝았다. 』




이렇게 쓸 수 있음. 다만 이 짧은 글 안에 '두 무기의 특성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관전자를 이용한 전투씬 해설의 용이함'이라는 일종의 치트키를 썼고, 그 때문에 로한의 시점이나 사부님의 시점이었다면 나타내기 힘들었을 이야기를 보기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는 편법이 녹아있음.


여기에 검기나 마나를 실어서 싸우는 전투씬은 각자의 역량임. 그건 내가 어떻게 코치 못 해 주겠다. 그 쯤 되면 무협물 전투씬이랑 다를 게 없음.


모두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