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마물을 토벌한다. 마족, 마물들이 인간에게 해가 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마물을 토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돈이 되니까.
인간들은 마구잡이로 던전을 토벌했다. 이계의 마물들을 인간들의 세계에서 몰아낸다는 이유로 토벌했다. 그리고 돈을 챙겼다.

이 구조는 인간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적용된다. 던전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인간들은 죽으며 정보를 얻고 발전하니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던전들은 이미 다 토벌되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모든 던전을 토벌하진 못했다. 이 이유도 간단하다. 마물들은 인간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강하니까. 장비와 노력으로도 메울 수 없는 그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나, 몬스터가 약한 던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끝은 당연했다. 인간들에 의한 괴멸, 사명을 이룬다는 그들의 추악한 목표에 의한 소멸이었다.

그리고 그걸 잘 알고있던 현명한 마법사, 엘레나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던전만 찾아다녔다.

태생적으로 타 마녀들에 비해 마나가 부족했던 그녀는, 그리하여 작은 던전들만 돌았다. 만용에 죽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확실히 현명한 방법.

광역으로 몬스터를 살육하며, 혼자 그 던전의 모든 전리품을 획득하는 전략이었다. 엘레나는 오늘도 혼자 작은 던전을 공략해 나갔다.

그런 그녀가 작은 던전의 보스를 보고 얼어붙은건, 절대로 그녀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그저 현명했으나 운이 안좋았을 뿐.

뿌드득 하고 팔걸이가 그의 손에 부셔진다. 그는 반갑다는 듯 미소지으며 느릿하게 일어났다.

"루나인가?"

그의 머리 위에 뿔이 나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그것을 본 엘레나는 스태프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이유는 명확했다. 마왕이다. 엘레나의 믿을 수 없다는 듯 멍청해진 눈이 마왕에게 향했다. 그러자 마왕은 머리를 글적였다. 곤란한 듯싶었다.

"하아...루나 이자식. 죽었나?"

이해 안 되는 말을 중얼거린 마왕은 팍, 하고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의 낯빛이 어둡다. 후회하고 있는 듯 입술을 짓씹고있었다.

"아직 안 죽었어요. 주인님."

어느샌가 엘레나의 뒷쪽에 있던 그녀가 옆쪽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회색빛 머리카락을 가지고ㅇ인형처럼 귀여운 모습의 여자.

그녀는 순진무구한 붉은색 눈동자로 마왕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소녀의 입에 배시시 미소가 맺혀왔다.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러나 엘레나는 충격에 못이겨,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언제부터 자신의 뒤에 이런 소녀가 있었는지 몰랐다.

한마디로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는 뜻. 

그녀는 새차게 떨리는 공동을 가누지 못하며, 뒷걸음질쳤다. 누가 보아도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도망가야한다. 도망가야한다. 도망...어?'

푸욱, 하며 그녀의 몸을 꿰뚫고 차가운 검이 자신을 해집기 전까지는, 그래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쑤욱, 검이 빠진다. 매끄럽게 빠지는 검. 몸에 눈알만안 구멍이 생긴 앨레나의 눈동자가 동그레졌다.

그녀의 뒤에는 헤헤, 웃고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가 툭, 발로 엘레나를 차자 그녀는 풀썩 주저앉았다.

눈에서 점점 빛이 사라진다. 피를 주르륵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왜? 마왕하고 인간이...'

그녀의 눈이 뒤를 향한다. 재차 확인한 것이다. 루나라고 불린 소녀는 인간이었다. 

쿨럭, 하고 엘레나는 끌어오르는 피를 뱉었다. 이윽고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바닥이 차갑다. 아니, 죽음이 차갑다. 몸이 떨린다. 죽음의 한기에.

초점없는 눈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왜?...나는...죽는....거..."

꽈직!
소녀가 해맑은 얼굴로 그녀의 머리를 짓밟아, 터트려버릴 때까지. 엘레나는 의문을 곱씹었다.

그녀는 현명했기에.
죽음이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 줄 때까지.


...


평가좀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