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강산(華麗江山).


산의 정상에서 천지를 내려다볼 때.

산의 입구에서 산의 웅장함을 올려다볼 때.


산 중에서도 아름다운 산에게만 붙여지는 칭호 같은 것이다.


“화려강산을 지랄.”


정상에 선 나는 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불타고, 얼고, 무너지고, 잘려 나간 풍경에서 아비규환이 가득했다. 웃기는 것은 인간이 아닌 것이 비명 또한 가득했다.


“경치 구경하기는 딱 좋은 날씨지?”


뒤에서 헛소리와 함께 정장과 도포를 입은 기생오라비는 물티슈로 손과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등장했고 그것을 그대로 버렸다.


“새끼, 예의 없는 거 봐. 산에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안 배웠어?”


“내가 사회를 위해 얼마나 봉사하는데? 이 정도쯤은 하느님도 봐주실 거야.”


여우짓의적, 그러니까 진명으로는 김유하가 내 옆으로 오며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


콰악!


“아얏!”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녀석이 내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것보다 내 팔꿈치로 녀석의 옆구리를 치는 것이 빨랐다.


“아고고! 도현아. 나 너무 아파!”


“이 호리호리한 팔이 그 튼튼한 몸에 살짝 닿았는데 엄살도 심하네.”


빌드가 다르다. 나는 하이브리드  빌드인데 비해녀석은 완전한 육체계열 빌드다.


아니, 그보다.


“너 전직 여자 맞아? 하는 짓이 그냥 변태 부장님인데?”


“그러는 도현이 너는 전직 남자 맞고? 하는 짓이 그 부장님 꼬리치는 여사원인데?”


나는 저 헛소리를 멀리한 채 시선을 산 아래로 돌렸고 유하도 장난기를 버리고 내 옆에서 풍경을 감상했다.


“산군은 죽었고,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적이 있어. 이걸로, 발전소를 돌릴 수 있어.”


“하지만 너무 많이 죽었어. 우리가, 좀 더 이 힘에 익숙해진 다음 산군을 쳐도 되지 않았을까?”


“도현아.”


“알아, 알고 있어.”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죽었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얼마나 가라앉았냐고 묻는다면 유하의 손이 맨살이 드러난 내 어깨에 닿아도 치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고하고 높은 하늘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다. 사람이 죽던, 괴물이 날뛰던, 누군가가 배를 곯아 쓰러지던.


하늘 아래에서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늘 아래에서 인간들의 보금자리를 부수고 솟아난 가증스러운 화려강산은 더욱 싫다.


정말, 이런 아름답기만 한 풍경은 질색이다.




틋챈에 올린건데 여기도 올려봐요.

짤은 커미션으로 뽑은 임시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