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홍룡의 나라

저자: 조선희



< 결말 스포 3% 포함 >


그때가 내가 판타지소설을 처음 접한 때였어

정말 우연한 기회로 접한 건데...

그게 내 마음을 자극할 줄은 몰랐지

난 결국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 버렸고 히로인에게 사랑에 빠졌으며

소설에 나오지도 않는 장면을 상상하기에 이르렀어


당시 소설 특징은 삽화가 책표지 빼곤 전혀 없었다는 건데

그래서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읽어야만 했지

특히 히로인의 얼굴이 너무나도 궁금했어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이렇게? 저렇게?

요즘은 AI 기술 덕분에 책에 묘사된 부분만 가지고도 상상화가 자동으로 그려졌지만

당시엔 등장인물의 얼굴을 상상만 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었지


아... 이렇게 생겼었구나... 그 히로인의 얼굴이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글로 묘사된 부분만 봐서는 도저히 얼굴이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AI 덕분에 이제야 그녀의 얼굴을 알게 됐다... 기쁘다...

(혹시나 덧붙이지만 누가 감동 깨지게 이걸 양산형 얼굴이라고 안 해줬으면 좋겠다)


하필 그 책의 스토리 후반부가 주인공 일행이 위기에 빠지면서 끝나버렸기 때문에

너무나도 아쉬웠지... 그 책 분량 한정으로는 배드엔딩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이미 한 번 읽어서 스토리를 알게 된 나는

판타지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반복해서 읽어도 그 책의 후반부만큼은 다시 읽고 싶지 않았어


또 웃긴 게 뭔지 앎?

꿈에서 소설 속의 히로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는 거임

근데 설정상 그녀는 중국인이라 (정확히는 명나라? 당나라?) 말이 통하지 않아서 말도 못 걸어 보고 그대로 꿈에서 깨버렸다는 허탈한 결말...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발매됐던 쿨 6집

타이틀곡은 신나는 곡인 걸로 알지만, 차분한 발라드곡이 거의 절반 가까이 수록돼 있었다

TV에서 나오든 공연 분위기와는 다르게 발라드는 아름다웠어


사실 난 자신이 없어 이런 내 맘을 감춰두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

두려워 나의 사랑을 알고난 뒤에 나의 곁에서 멀어지게 될까봐 - 쿨의 <비밀> 중에서


맞아, 주인공은 그랬어

자신의 동료이자 히로인인 그녀에게 고백을 쉽게 하지 못했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그 사이가 어색해질까봐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어

결말 부분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히로인은 결국 주인공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거든


나의 이름 부른 너의 음성과 나의 키에 맞춘 너의 두 눈과

있는 그대로 나를 담아내는 너란걸 그런 너를 사랑하게 돼 정말 감사해

나를 닮아 가는 너의 모습과 너를 닮고 싶은 나의 사랑과

항상 이대로 서롤 마주볼 수 있다면 너를 사랑할 수 있는 나 정말 행복해 - 쿨의 <소중한 사람아> 중에서


나에겐 이 곡이 쿨 6집 중에서 최고의 명곡이지

자신의 짝을 찾았기에 이 세상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어디 있을까

아마 주인공도 히로인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그는 오로지 한 명만을 바라봤어

히로인과 영원히 이별하게 된 이후로도, 죽을 때까지도, 다음 생애에 그녀를 다시 만나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가사 내용과는 달리 소설 속 주인공과 히로인은 서로 닮지도 못했고, 서로 다른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어

그래서 둘은 이번 생애에서는 저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겠지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내가 너의 곁으로 가면

아무런 인사도 말고 그냥 웃어주면 돼 늘 그랬듯 - 쿨의 <하늘로 쓰는 편지> 중에서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죽음, 영원한 이별이겠지

그런 상상을 했어. 이 세상에 홀로 남아 자신의 짝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녀가 유령으로라도 내 앞에 나타나 준다면...

홀로 남겨진 나를 보고 웃어 준다면...


우리 이렇게 만난 건 축복이라 생각해

어렵게 잡은 두 손 놓지마요 - 쿨의 <You & I> 중에서


가사 내용은 연인 관계에 있는 커플이

우리가 만난 것이 축복이니 떨어지지 말자고 맹세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난 한편 다른 상황을 상상했었다

모종의 이유로 서로 떨어져 버린 커플이 서로를 찾으며 다니다 마침내 만나서 울면서 껴안는 상황

다신 떨어지지 말자고 오래도록 부둥켜 안는 상황

실제로 소설의 주인공은 그랬다

히로인과 이번 생에서는 끝내 이별해야 했지만

다음 생에 그녀와 재회했다.

현실에선 재회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그만한 감격이 또 있을까...


정말 내가 이 나이 먹고 중학생 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낄 줄 몰랐어

차이점이 있다면, 심각하게 오글거리는 부분은 빠진, 정제된 감정을 느낀다는 거겠지

그땐 어려서 그 감정이 남 보기엔 어이없고 웃긴 건지도 몰랐으니까

여전히 오글거려도 괜찮아... 나만 이 감정에 젖으면 돼


쓰다보니 소설 내용은 거의 말 안 했는데 동양 판타지 취향이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도홍경(456~536)이라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