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만 알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2- 심화편: <이티알>로 알아보자


 


 

 

지난 시간에는 캐릭터의 매력을 조형하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난 글 링크 https://arca.live/b/webfiction/98451058?mode=best&p=1

 

원래는 다음 편으로 잘 조형한 매력을 표현하는 방법, 즉 연출에 대해 써보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음.

지난 글은 이론에 불과하고, 나에게도 그리고 모두에게도 더 도움이 되려면 실제 예제를 많이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음.

그래서 최근 노피아의 핫한 작품인 <이티알> 속 캐릭터들의 매력을 공감과 경외로 나누어 소개하고 설명해보고자 한다. (약 25화까지의 내용임)

 

혹 내가 놓친 캐릭터성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첨언해주었으면 함.

 

 

 

1. 환상의 여인, 하트(버튜버)

 

시작부터 미친 캐릭터가 나온다. 비록 대사나 행동은 나오지 않았지만, 짧게 설명된 설정에 엄청난 내공의 ‘경외’ 포인트가 담겨 있다.

 

 

경외의 캐릭터성

 

1) 오직 대화만을 파는 창부. 그럼에도 남자들이 줄을 서는 매력.

-> 창관에서 몸을 팔지 않고 대화만 한다는 건 다소 엉뚱한 이야기지. 그런데도 남자들이 줄을 선다는 것에서 하트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어.

-> 중국 역사서에도 이 같은 방식의 경외 포인트가 존재함. 곧은 바늘로 낚시를 하며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 창부인 하트가 몸을 팔지 않았던 것처럼, 낚시꾼인 강태공이 물고기를 잡지 않았던 것 또한 비범하게 느껴지지. 어떤 방식으로든 원인 모를 짓거리를 하고 있는 인물은 비범해 보일 수 있다는 것.

 

2) 전재산의 1% 이상의 선물은 받지 않음. 그것이 귀족의 유행이 될 정도의 영향력. 전재산을 바쳐온 남작에게 그것을 돌려주며, “이 금액을 남작님께 투자하죠. 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세요.”라고 한 썰.

-> 어떤 집단의 유행을 이끈다는 것도 좋은 경외의 포인트인 것 같다. 한 번쯤 인싸의 중심에 서보고 싶은 본능이랄까?

-> 대사에서도 하트의 훌륭한 인품을 보여주어 좋았다.

 

3) 질투하지 않음. 북부 대공이 약혼녀가 생겨 못 올 것 같다고 하자, “나와 보냈던 시간을 오렌지처럼 기억해줘요. 식사 중이 아닐 때만!”

-> 오렌지처럼 기억해줘요. 라는 대사가 이상하게 뇌리에 남았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더 신선했던 것 같다. 하트의 비범함을 이미 인지한 상태여서 그런 것 같음.

 

4) 진정한 사랑을 찾아 홀연히 사라진 그녀. 그녀가 돌아오는 때는 진정한 사랑이 깨졌을 때이며, 표독스러워진 하트가 작정한다면 국가권력급 인물이 될 테니 사살할 것.

-> 마음만 먹으면 권력자들을 휘두르고도 남을 마성의 여인 하트. 위험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사실 하트는 히로인이나 여성의 속성보다는 부처 같은 신의 속성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대화만으로 돈을 내게 하는 창부라는 점, 재산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게 느껴졌다. 또한 하필 하층민으로 분류할 수 있는 창부여서 그녀의 비범함이 더욱 도드라지도록 만들었음.

 

물론 이런 설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려면, 그러니까 소설에 등장시켜서 주인공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 부처와 같은 경외의 매력 포인트를 직접적으로 뽐내려면 아마 작가의 대가리가 터져 버릴 거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랬다 카더라~ 는 식으로 활용하여 복잡할 것 없이 짧고 굵게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음.

 

 

 

2. 주인공

 


경외의 캐릭터성

 

1) 대마법사의 재능을 타고난 인물.

 

 

공감의 캐릭터성

 

1) TRPG라는 마이너한 취미에 푹 빠져 있다. 때문에 마탑주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의 개성을 목격하면 TRPG에 적용할 생각부터 함. 또한 감각 구현을 위해 키스라든가 전투 등의 경험을 추구함.

-> 온 세상은 소재다. 창가에 흐르는 빗방울에서도 TRPG의 소재를 끄집어 낼 수 있다. 이웃의 노크 소리 하나를 가지고도 스릴러부터 연애물까지 모든 장르가 싹을 틔운다. (6화 중 발췌)

-> 이건 아주 좋은 공감 포인트 같음. 독자들이 읽으면서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음. 웹소설도 똑같이 마이너한 취미이기 때문임.

-> 조금 다른 얘기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웹소설에서 웹소설을 소재로 다루는 것도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고 봄. 독자들은 모두 웹소설에 200%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 <전독시>가 초반부에 웹소설 독자들을 확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과 <죽사헌>의 무림편과 로판편이 레전드가 된 것 또한 소재의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웹소설의 독자니까, 웹소설 얘기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3. 자색 마탑주

 


경외의 캐릭터성

 

1) 마탑주라는 지위 그 자체.

-> 차가운 성격과 더불어 지위, 집안 등의 권력은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경외의 설정이라고 생각함.

 

2) 찐따 같이 보여도 환상 마법에 있어서는 확실한 실력자다.

-> 차면 부러지나? 지나가다가 시연 중인 환상 마법을 보면 한 번 툭 건드려 봄. 그런 피해자가 일주일에 셋 쯤 된다.

-> 소년기사에게 환상 마법을 걸어 엉뚱한 곳을 공격하게 함. 이런 연출이 한 번씩 나올 때마다 독자들은 자색 마탑주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하겠지. 그게 곧 매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공감의 캐릭터성

 

1) 찐따. 소심. 마탑주 중 최약체.

-> 결심했다는 듯 나한테 ‘얘, 얘기 좀 해!’라고 말하다가도 ‘아, 아무것도…… 오늘 스튜 어떠냐구……’로 선회하는 매끄러운 전진-후진. (2화 중 발췌)

-> 소심한 성격을 재밌게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 주인공한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찐따라는 점이 중요함. 민폐 끼치는 찐따를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 가난. 돈 없음.

-> “내, 내 마탑이야……! 자색 마, 마탑은 내 마탑이라고!”

-> “우, 우리 제자들…… 구질구질하게 쓰던 마정석, 재, 재활용 안 해도 된다구…… 이제 최하급 말고 하급 쓸 수 있다구기대하고있었는데엑-!”

-> 돈 달라고 땡깡 부리는 마탑주. 주인과 마법사의 관계가 역전되어 버린 상황이 재밌다.

-> 가난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 상위 1퍼센트의 부자들도 자기가 가난하다고 여길 테니.

 

3) 스트레스 받으면 “꼬르륵.” 하면서 뒤로 넘어감.

 

4) 내가 설득에 성공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 자색 마탑주는 벌써부터 만세를 불렀다. 기분이 참 좋았는지 주변에 비눗방울 환영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떠오른 비눗방울을 가만 들여다보자, 내가 선배들에게 ‘미친새끼야내연구비를탐내!!’ ‘당장 나가지 않으면 고백하겠다.’ 등의 험담을 듣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마탑주는 기분이 좋으면 가끔 이렇게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게 새어나온다. (3화 중 발췌)

-> 보다가 감탄한 부분. 머릿속으로 찐따 같은 망상을 한다는 건 분명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 그걸 표현하는 방법과 설정이 매우 참신하고 세련되었다.

 

2황자랑 센트라도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했슴.



 

4. 가장 매력적인 경외와 공감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내가 요즘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이거임. 경외랑 공감. 그게 캐릭터에 매력을 준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경외, 어떤 공감이 더 매력적이고 효과적일까? 하는 것. 피아노 천재, 바이올린 천재, 태권도 천재 중 누가 더 큰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방구석 찐따, 웹소설 중독자, 모쏠 아다 중 누가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케바케다. 왜냐하면 독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살피자면, 여성향 소설 속 히로인이 게임 중독자라고 해보자. 여성향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남성향 소설 속 히로인이 게임 중독자라면? 확실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남자들은 여자들과는 달리 보통 한 번쯤은 게임 중독자가 되니까... 남성향 소설 속에서는 호감의 요소인 것이 여성향 소설 속에서는 불호가 될 수 있듯이, 남성향 소설 안에서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경외와 공감 그 자체가 아니라, 흥작 속에 들어 있는 디테일이겠지. 그래서 최근에는 작품을 읽으면서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을 보고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중임. 오늘 공부한 <이티알>처럼 말이지. 더 나아가서 내 캐릭터를 창조할 때 공부한 것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

 

사실 이 내용은 팁이라기보다는 내 공부를 공유하는 느낌에 가까움. 그래서 남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티알 재밌게 본 작가님들과 조금이나마 생각할 거리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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