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만 보면 페미나 퀴어처럼 어거지 강요, 사회통념의 변화 주장 이럴거 같은데 알맹이는 '기존 사회통념은 그대로 두고' 주변인들의 과민반응만 살짝 덜어내어 이해받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게 러브 코미디, 착각물 같은 상황이랑 잘 어울려져서 무겁지 않으면서 꽤 재밌음.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라고 난동부리는 이현주 같은 퀴어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써 기존 사회에 녹아든 홍석천같은 사람을 그린다고 할까.
많음, 여장남자를 소재로 동성애와 가족애를 한번에 그려낸 그=그녀, 재혼으로 가족이 된 남매의 사랑과 사회통념을 괜찮게 풀어낸 라이어X라이어, 엘리트 커리어 우먼과 결혼 후 전업 주부로 루저 남편을 그린 라라라, 인터넷에서 여자인척하는 넷카마를 소재로한 어젰밤은 즐거우셨나요 등 꽤 많음. 어딘가 사회의 터부에 아슬아슬하게 위치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남초가 관심도 두지 않을 얘기지만 열어보면 알맹이는 멀쩡함.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럴듯하고 또 납득되게 그려냄. 일단 막장이 아닌 해피엔딩인게 맘에 듬. (막장이 된 해피엔딩으로 유명한건 내여귀...)
만화에 흐르는 베이스를 보면 작가 본인은 노멀취향의 이성애자이고 사회통념적 도덕관으로 머리가 굳어있는 보수성향인데도 사회가 허용하는(본인이 납득되는) 한에서 포용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접점에 대해 고민한게 스토리에서 느껴져서 좋아하는 작가임. 작가의 노멀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게 라이어X라이어, 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