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밤.
편의점의 서슬 퍼런 불빛 위에
달빛이 어른거린다.
야외 테이블. 빈곤한 안주.
홀로 맥주 한 모금 입에 털고
저 빌어먹을 보름달
한번 깨어 물어본다.
한 입. 두 입.
삼키면 삼킬수록
네온의 열기는 식어가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빛의 아련한 달달함에
뱃속이 달아오르고.
배가 차오른다.
겨우내 자투리 남겨
그믐 달 만들어 놨건만
마음처럼 공허한 거리.
사람 없는 침묵 속에
서러움 한번 거하니 쏠려온다.
여느 때처럼 버티지 못하는
뱃속을 게워 내면,
저 무정한 불빛도
따스하게 돌아오리라.
자정. 훨씬 넘어 늦은 새벽.
맨 바닥에 드러눕는 것조차
지친 어느 고단한 일생.
한창의 시절 여린 감성 따윈
겨울 새벽 밖으로 쫓겨나
외로이 쭈그려 앉던 시절에
진작 파묻어 버린
어느 늦은 가을밤이었다.
-2023년 10월 박촌역 인근에서...